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지만 궁극적으로 나는 행복하다. 아침에 눈뜰 수 있어서 행복하고, 날씨가 좋아서 행복하고, 빗소리에 행복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서 행복하고, 더운 날의 맥주 한 잔도 행복하다. 음식이 맛있어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가족이 건강하고 큰 걱정이 없는 것도 행복하다.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간도 행복하다.

내 안의 외로움을 들여다보기 위해, 또 사람들의 외로움에 다가가기 위해 나는 연기를 하고 책을 읽는다.

책장을 넘기며 어른들에게 이해받지 못했던 내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남다른 호기심으로 일찌감치 ‘퇴학’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토토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어른들처럼 아이의 시선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가 되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런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기에 같은 내용도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인생을 조금이라도 맛본 후에야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을 그때 뭘 안다고 끌어안고 있었을까.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일은 뜻밖에 찾아온 흥미로운 여행과도 같다.

배우가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도망칠까 방황하던 시기에 내가 계속 연기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고, 내 일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렇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며 내가 성숙할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처럼 멋있게 표현할 능력은 없지만 내 나름의 방식대로 삶 속에서 잔잔하고 따뜻한 멜로를 그려나가고 있다.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시를 읽는 소녀의 마음으로 기원해 본다. 부디 함께 그려가는 우리의 멜로가 해피엔딩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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