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백을 버린 날,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최유리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주세요, 『샤넬백을 버린 날,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나는 나!라고 외치며, 틀에서 벗어난, 그녀는 진정 보헤미안이었다.

 

뭐랄까, 저자의 이력만 보고선 처음엔 우리가 대개 희망하는 삶의 과정을 밟은 것 같은데 뭐가 부족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었다.

명문대인 서울대를 나왔고 고등학생 교사의 삶을 살았지만 결국 그녀의 꿈은 '옷을 잘 입는 나'였다.

박사 논문의 마지막 과정을 앞두고서 왔던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 충동까지 왔지만 결국 그녀는 그녀 자신이 원하는 길을 택하기로 한다.

그리고 학교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온다. "박사 논문 엎고, 스타일링 도와드려요!"

 

저자도 사람이기에 마음 속 공허함이 존재하였고 비어있는 그 부분을 쇼핑으로 채웠던 것 같다.

저자의 엄마는 늦은 나이에 학업을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부모님 덕에 원치 않는 길을 가게 되어 늦은 나이에 편입을 한 것이다.

그런 엄마를 보며 저자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왜 이제 와서?"

내 의문에 엄마는 이렇게 반박하는 듯했다.

"아니, 이제서야."

그렇게 저자의 엄마도 뒤늦게 자신의 엄마를 원망하며 원하던 길을 향해 달려나갔는데 정작 딸(저자)에게는 공감해주지 못했다.

어른은 자신들의 권위로 아이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열망을 쉽게 꺾어버린다. 마음 속 결핍이 평생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부모라면 꼭 가져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감정 공감'이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감정적으로 공감해주는 것이다. 감정 공감을 잘해준다면 훗날 아이는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성장하게 되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자존감이 낮은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건강한 자존감,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믿기에 자기 자신에게 지지를 보낼 수 있는 단단한 마음, 그것은 성인이 되어서 부모에게 일일이 말할 수 없는 다양한 위험을 마주쳤을 때 자신을 굳건히 보호하는 방패가 되어준다.

저자의 공허함이 쇼핑 중독으로 이어졌다. 논문을 쓰던 과정에 우울증 치료를 받았는데 논문을 잠시 멈췄을 정도로 힘겨웠다고 한다.

허나 저자의 엄마는 끝내 아픔에 공감해주지 못했고 네 인생을 성공하지 못했다는 차가운 말만 내뱉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저자는 깨달았다.

결국 엄마의 공감을 얻지 못해 아플 필요는 없다는 것을. 그저 내 스스로가 내 자신을 공감하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그래서 저자는 마음속으로 속삭였다고 한다.

"엄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줘."가 아닌 "최유리,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라고.

 

한 전시회에서 마주한 사진 한 장이 그녀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데 그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오드리 햅번'이었다.

마릴린 먼로, 그레이스 켈리, 오드리 헵번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당시 필립 할스먼 작가는 세 사람을 "사랑에 철저히 실패한 세 여자"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마릴린 먼로는 상처 가득한 내면을 들키기 싫어 진짜 자신을 숨겼기에 진짜 사랑을 만날 수 없었고 결국 불행하게 삶을 마쳤다.

그레이스 켈리는 우아함으로 자신을 치장하며 항상 도도함을 지키기 위해 죽을 때까지 불행을 속으로 감추며 살았다.

마지막으로, 오드리 햅번은 우아한 여배우의 모습이 아닌 그저 평범하게 눈부신 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녀의 마지막은 봉사와 헌신의 정신으로 살았다.

필립 할스먼은 "그녀는 행복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두 번 이혼했지만 마침내 행복해질 수 있었고, 죽는 순간까지도 행복했다."고 평가했다.

풍만하고 육감적인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대다수였는데 오드리 햅번은 눈이 크고 말라서 성적 매력이 부족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단점을 숨기기보단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그것이 무기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것!

 

결국은 '나는 나'라고 외치는 이 책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학교 때, 남자친구였던 K가 있었다.

평일에도 학교 다니고, 알바하고 주말에도 알바 하느라 너무 바빠 K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은 꽤 한정적이었다.

더군다나 같은 학교도 아니어서 서로 주말에 시간이 맞을 때만 볼 수 있었다.

댄디한 스타일을 추구했던 K는 수트 스타일을 굉장히 좋아했다.

나 또한 깔끔하고 단정한 스타일을 추구하는데 언제 한번은 K의 수트 차림에 맞춰 와인색의 블라우스와 기장이 짧은 치마를 입고 갔는데, 지난 주말에 입었던 원피스가 이뻤다며 공주스러운, 샤랄라한 스타일로 꾸몄으면 좋겠다고 은근히 강조하였다.

그렇게 다음번에 만나던 날 지난번 K의 말에 밑단에 프릴이 살짝 있는 아이보리 원피스를 입고 나가니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며 꼭 안아주었다.

그 때부터 K를 만날 때면 오빠가 요구한 공주스타일로 입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과했던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서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진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면 상관없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내 스타일링 자체가 괜스레 부끄러운 것 같아 항상 얇은 가디건을 챙겼었다.

K의 취향이니깐, K가 좋다니깐, K의 엄지 척을 받고 싶어서 스스로 원치 않았던 스타일링을 고집하며 입었던 것이다.

그 때 정말 느꼈던 건 그의 인정을 받겠다고 스스로 원치 않는 그러나 그가 원하는 스타일링을 했다는 것은 진정한 ''를 보여줬던 게 아니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