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르 물랭호텔 1 - Hoôtel du Moulin
신근수 지음, 장광범 그림 / 지식과감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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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랭호텔의 발자취 남긴 손님들을 추억하며, 『몽마르트르 물랭호텔 1』

 

 

 

 

 

 

『하나, 책과 마주하다』

낭만과 동경의 도시, 파리!

나는 파리에 대해 진한 로망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중학교 때였는지 모르겠으나 아마 그 시기에 우연히 TV에서 파리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는데 그 때부터 파리는 '로망의 도시'라고 각인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파리와 관련된 도서가 보면 자연스레 읽은 것 같다. 파리 미술관, 박물관을 다룬 책부터 여행기까지!

이번에 읽은 책도 역시 파리와 관련된 책으로, 파리에서 물랭호텔을 운영한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몽마르트르 물랭호텔 1』 이다.

 

별 2개의 관광호텔인 물랭호텔은 주 고객이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렇게 국적이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저자에게 가슴깊이 새겨진 소중한 추억이다.

초기에는 한국인이 많았으나 점점 외국인이 주를 이루었고 수십 명의 근무자가 일하는 체인호텔이 아니어서 주인이 바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저자는 매상과 상관없이 아예 객실 하나를 차지해 호텔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그렇게 27년동안 27만 명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파리에 가면 몽마르트르 언덕은 필수코스이다. 한 해 1천만 명의 여행자들이 방문한다고 하니 '헉' 할 수밖에 없는 수치이다.

43년을 파리에서 살아온 저자는 파리 처음의 한인호텔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쭉 읽고보니 유난히 인상깊었던 손님들이 있었다.

그 중 물랭호텔에는 최고의 고객이 있었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90년대 중반쯤 일어난 일이다. 호텔에 누군가한테 전화가 온 것이다.

자신을 주불 한국 대사관 근무자라고 밝히며 장관님을 바꿔달라고 한 것이다.

저자는 그저 황당하기만 했다. 아니, 물랭호텔에 전화해서 뜬금없이 장관을 찾는 건 뭐지?

그는 정중히 잘못 전화한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우리 호텔은 그저 별 2개밖에 안 되는 누추한 호텔이라고 덧붙이며.

그러자 상대방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방금 통화를 했으니 ㅇㅇ호실로 바꿔달라 말했다.

그렇게 전화연결을 한 뒤 고객명단을 바로 확인했다.

김 경원, (외무부 장관직을 역임하진 않았으나) 청와대 특보 주미·유엔 대사직을 수행한 사람이었다.

청와대 외교 특별보좌관이면 거의 장관급이니 VIP 중의 VIP가 온 셈이었다.

무려 열흘이나 묵는다는 것을 알게 된 저자는 열흘간, 한시도 호텔에서 벗어나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초긴장 상태로 불편함없이 모시고 싶은 호텔 주인의 마음이었다.

그렇게 훗날 지인과의 대화 도중 부고 소식을 듣게 된 저자는 고인을 그렇게 기억한다.

과거 장관급 고위직을 지낸 공직자가 머물렀다는 사실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했고 근무자들에게 더 정중한 인사를 했다는 것.

그렇게 저자의 기억 속에 담긴 물랭 호텔의 최고의 고객이었다.

 

아, 신기한 건 물랭호텔의 위치가 아멜리아 카페에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다는 것이다.

그전에 영화 아멜리아를 본 적이 있는가? 벌써 두 세 번 정도 봤는데 아멜리아 특유의 미소와 크림브륄레가 잊혀지지 않는다.

물랭호텔은 아멜리에 카페와 가깝게 위치해 있다고 한다.

호텔을 나서서 서른 발짝 오른쪽, 왼쪽으로 열 발짝 틀면 이 카페와 만난다고 하니 말 다 한 셈이다.

이렇게 쓰다보니 물랭호텔은 아무리 별 2개짜리 호텔이라지만 정말 최적의 지리조건을 갖춘 호텔임을 느낀다.

 

물랭호텔에는 국내 영화계 스타 한 분의 발자취가 있다고 한다. 바로 배우 안성기님이다.

개업 초기에 맥스웰 커피 광고영화 촬영차 파리에 방문하게 되면서 물랭호텔에서 묵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방명록에 남겼다.

'제 집처럼 편하게 지내다 돌아갑니다. 안성기'

 

쓰다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졌는데 물랭호텔을 읽으면서 이 순간에도 책 속 인상깊었던 손님 몇 분이 기억에 떠오른다.

내가 생각하는 삶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 그 연속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물랭호텔을 읽으며 유난히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또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삶이라는 것을 더 느꼈던 것 같다.

단순히 여행자가 외국에 갔다와서 경험했던 일들이 고스란히 담긴 여행기가 아니다. 타지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담긴 에세이다.

문득 지난 번 외서로 봤던 수필이 생각났다. 나는 종종 외서로 된 에세이나 수필을 읽곤하는데 이 책이 유난히 외국에세이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신기방기.

 

저자의 마지막 말로 리뷰를 마친다.

세월이 흘러간 자리에 추억만이 남았다.

인생의 썰물 나이에 이르러, 젊은 날의 썰물 시절을 추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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