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의 섬
리사 시 지음, 이미선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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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는 한 할머니가 엉덩이에 묶어놓은 깔개를 깔고 앉아 파도에 휩쓸려온 미역을 고르고 있었다. 그녀는 바닷속에서 물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했지만 뭍에서도 주변 상황에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녀는 바람과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로 알려진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오늘은 이 셋 중에서도 가장변덕이 심한 바람이 산들바람 수준으로 부드럽게 불고 있었다.

영숙의 바닷가, 그녀의 마을에서, 영숙은 자신의 집에 결코그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온 나랏돈을다 줘도 나는 여길 안 떠날 거야." 영숙은 이미 수차례 그렇게 말해왔다. 어떻게 떠날 수 있단 말인가? 집은 평생 그녀가 느낀 기쁨과 웃음과 슬픔과 회한이 숨어 있는 둥지였다.

금목걸이에 달린 작은 십자가가 소녀의 티셔츠 밑에서 빠져나와 영숙의 눈앞에서 흔들렸다. 이제 영숙은 소녀의 어머니인 재닛 역시 십자가를 차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런 전통적인 말들이 제주에서는 자주 반복됐지만 우리 모두처음으로 그 말을 듣는 것처럼 우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에 갈 때면 우리는 일과 위험을 함께 나눠 가집니다." 어머니가 덧붙였다. "우리는 함께 수확하고, 함께 고르고, 함께 판매합니다. 바다 자체가 공동의 것이니까요."

"여신님이 유리에게 어떤 운명을 정해놓았는지 아직은 아무도 몰라." 어머니가 말했다. "내일 아침 일어나서 다시 평소처럼 수 다를 떨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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