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피아노 앞에서

 

그는 이내 건반 하나를 눌렀다.

'미'가 청아하게 울리며 진동한다.

그리고선 잡고 있던 내 손을 이끌어 건반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피아노 칠 줄 안다고 했지? 들려줘."

어린 시절, 피아노를 곧잘 쳐 체르니 50까지 진도를 나갔고 그렇게 피아니스트를 꿈꿨다.

그러나 중학교 때 학원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그만두게 되었고 그렇게 내 손은 굳어만 갔다.

막상 그의 앞에서 치려니 어떤 곡을 선정할지, 치다가 실수하면 어쩌지 하는 온갖 생각이 들었다.

아무 말 없이 고민만 하는 내 두 손은 갈 길을 잃었고 그는 내 손을 감싸며 귓가에 속삭였다.

"나중에 들려줘. 나한테만."

……

그의 생일 선물을 고민하다 퍼뜩 지난번 피아노가 갑자기 떠올랐다.

집에 있는 피아노는 낡고 오래되어 제 기능을 못했지만 소리는 묵직했다.

……

저녁을 함께 하기 위해 그가 우리집앞으로 찾아왔다.

밖에 나가기 전 보여줄 게 있다며 말없이 그를 거실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에게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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