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 -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우울, 불안, 공황 이야기
제시카 버크하트 외 지음, 임소연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회피, 나는 다음 날로 도망치기 위해 하루를 산다. 그리고 그것이 부끄럽지 않다. 나는 살고 싶다. 내 뇌가 왜 내 피로 그림을 그리고싶어 하는지는 모른다. 그 생각은 내 안에서 밀려오고 물리적인 힘이 있는 것처럼 나를 몰아붙인다.

양쪽 창문을 내리고 속도를 낸다. 세찬 바람이 선글라스 아래까지 들어온다. 붉게 충혈된 눈이 시원해진다. 다시 참을 만한 세상이다.
아이폰을 스피커에 연결하자 프랭크 시나트라 Frank Sinatra의 오래된 노래가 흘러나온다. 날카로운 바이올린 소리가 고막에 꽂힌다. 시나트라의 중저음이 부드럽다. 이제 다시 세상이 제대로 보인다.
깜빡이를 켜고 브레이크에서 액셀로 발을 옮긴다. 타이어가 요란하게 돌고 자갈이 사방으로 튄다. 나는 도로에 진입해 속도를 내면서 몸을 운전석 깊숙이 묻는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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