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김미량 지음 / SISO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 순례길을 통해 얻은 그녀의 깨달음, 『올라!』

 

 

 

 

 

『하나, 책과 마주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산티아고 순례길'은 약 800km이며 스페인의 수호성인인 성 야곱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길이다.

이전에 순례길을 주제로 한 여행 에세이를 두 권 정도 접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 모두 그런 말이 적혀있었다.

온전히 '나 자신'을 찾기 위해 그 길을 떠난 것이며 인생에 한 번쯤은 꼭 해 볼만한 일 중 하나라고.

문제는 문제일 뿐, 언제나 답은 있다.

옳거나 틀리거나, 지금 답을 알거나 나중에 알게 되거나, 어렵거나 쉽거나, 정답에 가깝거나 조금 먼 경우가 있을 뿐이다.

오리건 주정부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실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지 않는 동료들을 보며 의욕을 상실하게 되고 나악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일을 계속 다닐지 마음 속 확신마저 사라지게 된다. 그러다 4주 휴가를 내어 길을 나서게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말이다!

그렇게 여행 날짜가 다가오자 동료들이 사뭇 진지해졌다고 한다. 단순히 '여행'이라는 것에 부러워서 그렇다 생각한 저자였는데 한 동료의 말을 듣고선 부러워서가 아님을 느끼게 된다.

"순례자들이 자연을 벗삼아 동화되어 얼마간의 시간을 보낸 뒤에 그들이 정말 삶의 의미를 깨달아 간다는 얘길 들었어. 너에게도 그런 아름답고 훌륭한 일이 일어날 거야."

저자의 여행길이 그저 순탄하게 흘러가는 여행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와 함께였기 때문이다.

순례길 첫날에는 큰 물통에 든 물만 마시며 앞만 보고 걸었다고 한다.

그러다 숙소에서 나와 슈퍼에 들렀는데 누군가 말을 건다. 순례길에 온거면 마을에 샘물 틀지 않는 곳이 많으니 물을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음 마을에 숙소가 있는지 현지 주민에게 꼭 물어봐야 한다는 팁과 함께!

그렇게 숙소에서 잠을 청하는 저자는 며칠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자기를 자청한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불편한 것 투성이어도 말이다.

간혹 언어를 하지 못해 이해가 부족할 때도 있고, 문화가 달라 오해가 생기기도 하겠지만 이번 여행은 그 낯섦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마음이 찡한 순간들을 경험하고, 그래서 스스로의 삶을 더 사랑하고, 모두와 함께 나누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여행이고 싶다. 아무것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왔지만 그래서 더 많은 것들을 규정이나 순서 속에 끼워 넣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고 싶다. 내가 언제나 그렇게 타인들에게 비춰지기를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저자는 순례자가 되어갔다.

순례길에 동행하며 낯선 이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었고 성당에 가 샐러드와 파스타를 대접받고 미사를 들으며 쉼을 얻었고​ 무엇보다 특별한 생일을 보내게 된다. (아마 저자도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그 생일 파티는 가장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저자는 걷다가 힘이 들면 속도를 늦추고를 반복하며 결국 순례길 끝에 다다르게 된다.

그녀가 과연 순례길을 통해서 얻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책을 보면 알겠지만 저자는 알아주는 겁보였다. 그런데 무슨 용기로 혼자서 순례길 여행을 택한 것일까?

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순례길을 택한 것이다. 오롯이 '나'를 위하여.

그런데 책 속에 유난히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누군가' 그리고 '함께'였다.

두 단어만 들어도 감이 잡히는가? 그렇다.

누군가와 함께했기에​ 갈 수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했기에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다가가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주었고 누군가가 그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었다.

책을 보며 딱 이런 문구가 생각났다. '사람에게 치유받았다.'라는 말이.

스트레스로 얼룩졌던 그녀의 삶이었지만 결국 순례길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치유받았고 순례길의 끝에는 깨달음이 있었다.

우리네 인생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의 삶은 주체가 '나'이기에 당연히 나 스스로가 이끌어간다는 말이 맞지만, 누군가가 이끌어주고 밀어줘야 인생의 고비가 찾아왔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 쓰러진 나를 위해 손을 내민다면 그 손을 꼭 붙잡아 일어나자.

그리고 누군가 쓰러져 있다면 그 또는 그녀를 위해 누군가가 나에게 해줬던 것처럼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보자.

나는 그들이 내게 베풀었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이제 세상으로 가져가서 모두와 나누려고 한다.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까미노의 천사들이여, 이제 안녕! 부엔 까미노! 산티아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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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량 2019-08-11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나님께,
안녕하셔요? 김미량입니다. 제가 사는 태평양 바닷가 작은 포구마을은 일요일 아침입니다. 늘 하던대로 커피를 마시며 여기저기 인터넷을 기웃거리고 있다가 올라!의 리뷰를 남겨 주셔서 고맙다는 말씀드리려구요.

저야말로 최근 몇달 동안 직장에서 받았던 인종차별 문제로 퍽!하고 쓰러져 일어설 기운조차 없이 헤매고 있었는데 역시나 삶이 그렇듯 이번 고비에는 그 ‘누군가‘가 올라!였네요. 제가 써 놓았던 글들을 다듬으면서 아주 힘든 시간들을 조금씩 삼켜 버릴 수 있었고, 책이 나온 지금은 글을 읽으신 분들이 남긴 그들의 이야기가 혼자가 아닌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임을 보여줘서 마음이 따뜻해 지네요. 누군가 함께 울어주고, 공감해 주고, 손내밀어 주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25일간의 순례길이 길고 먼 여행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가 아마도 하루하루 걷다보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지금‘에 충실했던 순간들이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들의 삶처럼 말이죠.

좋은 꿈 꾸시고요.

그럼 또.
김미량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