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암, 바람의 노래 - 팔만대장경을 둘러싼 역사 무협 팩션
손선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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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구로부터 팔만대장경을 지켜낸 그의 이야기, 『소암, 바람의 노래』

 

 

 

 

 

『하나, 책과 마주하다』

 

바다에 이순신이 있었다면, 땅에는 소암대사가 있었다.

 

해인사하면 번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국보 제 32호인 팔만대장경이다.

팔만대장경은 고려 시절, 몽골군을 부처의 힘으로 물리치기 위해 만든 불교 경전을 종합적으로 모은 것을 말하며 경판(經板)의 수가 무려 8만 1258판에 이른다.

 

조선 선조 때, 임진왜란이 발발하게 된다. 당시 왜구들은 조선을 침략한 동시에 소중한 문화재들까지 약탈해갔다.

그러나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은 예외였다.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님이 조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면 땅에서는 소암 대사와 승병들이 팔만대장경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소암, 바람의 노래』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저자의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이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팔만대장경을 어떻게든 손에 넣기 위해 가져오라 명한다.

임진왜란의 필두를 맡았던 선봉장인 고니시 유키나카는 교섭 결렬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부산에 당도했고 빠르게 조선을 침략하기에 이른다. 부산성이 함락되는 데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상인 출신이었던 그는 대마도 도주인 소 요시토시와 사돈 관계를 맺고 정권을 잡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고니시 유키나카는 1군, 가토 기요마사는 2군이었는데 2군의 병력은 무려 이만이천 명에 달했다. 그 둘의 목적은 바로 단 하나, 한양의 함락이었다.

제 1군은 조령을 거쳐 한양으로, 제 2군은 죽령을 거쳐 한양으로 향하는 길을 택했다. 그렇게 전쟁이 발발한 지 이십 일만에 수도 한양이 왜군에게 함락되었다.

노략질하는 왜구의 습성에 따라 승리에 만취하여 이것저것을 주머니 속에 넣기 시작했다.

승리에 취한 기쁨을 만끽할 새 없이 고니시는 그림자 무사를 내세워 도요토미의 밀명을 이행하기 위해 따로 일만 명의 군사를 선박에 주둔시켰다.

카게무샤를 세우고 남하하던 고니시는 의지를 다졌다. 별동대가 해인사를 함락시킨다!

조선관군은 말그대로 추전박살이 났다. 일단 나라의 임금이 수도인 한양과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갔다는 사실부터가 맥빠지게 하는 대목이었다.

임금의 도망 소식을 들은 백성들은 분노하여 노비 문서 등이 보관된 장례원을 제일 먼저 태웠다.

당시 임금이 도망쳤는데도 나라의 백성들은 항복하지 않았다.

일본의 전쟁은 성을 공격하면 공격받은 성주가 수성을 했기에 왕이 도망쳤는데도 나라가 항복하지 않는 사실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드러냈다.

 

서경덕의 외아들인 서응기가 해인사를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는 소암을 만나게 된다.

이전부터 아버지는 부모를 잃은 아이를 보면 언제든 집으로 데리고 왔다. 서응기가 열여섯 살이 되었을 무렵 어린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 아이는 서응기를 형님이 아니라 아버지처럼 따랐다. 그렇다. 그 아이가 바로 소암이다.

"아니, 이게 뭔가?"

"팔만대장경입니다. 이 손 안에 있지요."

…… 밤을 샜던 게 분명했다. 손가락 하나하나에 대장경 판전의 글자를 느끼며 장경판을 지켰던 것이다.

"형님, 아직 성불하시려면 멀었습니다."

"예끼, 이 사람아. 그러면 자네 손은 부처의 손인가?"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부처의 손을 잡을 마음이 되었나 싶어서."

서응기는 소암의 손을 맞잡았다. 힘을 빼려던 소암이 손에 힘을 주었다.

 

그렇게 서응기가 소암대사와 담소를 나누던 중 그의 가르침에 따라 수련중이던 승병들을 보게 된다.

자신만의 특기로, 무기로 훈련중인 승병들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별한 게 있다면 주작, 청룡, 백호, 현무가 등장한다.

대장경은, 상징이다. 그저 불교, 폄훼하기에는 다른 것이 도사렸다. 도사림 속에 사람이 들었고 소암이 섰으며 아이들이 커갔다. 보전하고 지켜야 했다. 내가 아니라 이 땅에 살아갈 보통을 위해, 서응기는 생각과 사찰, 과거와 사람을 아울렀다. 유도와 불도는 지금을 지킨다. 응축이 대장경이다. 미래는 모른다.

그렇게 감탄하는 와중에 멀리서 뿔나팔 소리가 울렸다. 뿔나팔 소리, 바로 침략이었다.

왜군의 침략을 알게 된 해인사에서는 주지스님부터 원로스님, 소암대사 그리고 서응기까지 어떻게든 팔만대장경을 지키기 위해 대책을 세운다.

소암대사는 다짐한다. 팔만대장경은 꼭 지켜내겠다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팔만대장경에 집착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조선의 보이지 않는 심장은 해인사, 즉, 팔만대장경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암대사는 결국 팔만대장경을 지켜낸다.

일천 명의 병사를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게 한 자.

살수를 재현하여 아무렇지 않게 병사를 수장시켰던 자.

살수에 살수를 더해 병사들을 무력하게 만들었던 자.

가짜 일주문으로 유인해 가두고 불태웠던 자.

팔만대장경 판전을 불태우겠다 큰소리 치며 남은 병사의 사기를 꺾어버린 자.

고니시가 바라본 소암대사의 모습이었다. 그도 느낀 것이었다. 전쟁의 신이 있다면 바로 소암대사가 아닐까하는.

일본은 참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내 기준에서 가깝다는 것은 지리적인 것을 의미한다.

멀다는 것은 마음의 문제인 것 같다. 과거 그들이 우리에게 한 짓들로 인해 깊어진 마음의 골.

징병·징용제, 위안부 문제부터 약탈된 문화재까지. 노략질한 것도 모자라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간 일본인들의 만행을 곱씹어보면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건 당연하다.

사과의 기미는 커녕 군함도를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것만 봐도 일본 정부는 스스로를 무개념 정부라고 각인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이끌고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님이 조선을 지켰다면 땅에서는 소암 대사가 조선의 보이지 않는 심장인 팔만대장경을 지켰다.

임진왜란에 대해 공부했을 때 의병과 승병들이 목숨을 바쳐 전투에 임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읽으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저자의 상상력이 가미되었다. 그래도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쓴 글이니 전부 허구적인 내용은 아니다.

아마 읽고나면 마치 할머니, 할아버지가 옛날 아주 먼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역사라 하면 대개 학교에서 배운 한국사, 근현대사가 전부일 것이다. 허나 그것은 너무 단편적이다.

생략하거나 축약한 내용이 참 많기에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 역사 분야의 책과 다큐는 꾸준히 보고 읽는 게 좋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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