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뺀 세상의 전부 - 김소연 산문집
김소연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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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과 함께 완성하는 나의 삶, 『나를 뺀 세상의 전부』

 

 

 

 

 

『하나, 책과 마주하다』

 

근심, 걱정은 접어두고 다시 나를 일으키게 한 원동력 중 하나가 책이라고 했는데 어제 저녁에 읽었던 책이 바로 『나를 뺀 세상의 전부』였다.

인간의 사랑할 만한 점, 겨울이야기부터 봄 이야기, 여름 이야기, 가을 이야기 마지막으로 다시 겨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짤막한 단편 동화들을 읽은 것 마냥 작가님의 산문집을 정말 순식간에 읽어냈다.

 

어느 날, 작가님이 가르치던 수강생 한 분이 있었는데 그 수강생이 자신에게 정녕 재능이 있는건지 확인하고 싶다고 물었다고 한다.

그녀의 대답은 이랬다.

"저편으로 건너가는 것도 위험하고, 건너가는 도중도 위험하고, 뒤돌아보는 것도 위험하고, 덜덜 떨며 멈춰 서는 것도 위험하다. 인간의 위대한 점은, 인간이 다리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의 사랑할 만한 점은, 인간이 건너감이고 몰락이라는 데 있다. 나는 오로지 몰락하는 자로서만 살아가는 이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저편으로 건너가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항상 빈손이 아닌 자구마한 선물 하나를 챙겨 만나야 할 때면 그림책을 챙긴다고 한다.

단순히 아무 그림책이 아닌 용감하게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모험심 가득한 내용을 밝게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익살스러운 내용을 말이다.

받는 이가 부담느끼지 않고 씨익 웃을 수 있게 그림이 가득한 책을.

나도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에게는 꼭 책 선물을 한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좋아서, 베푸는 성격 탓에 거의 빈손으로 나가는 일이 없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받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책'이란 결론을 내렸고 나는 그림책을 선물하지는 않지만 내가 읽던 책 중에서 그 사람의 상황이나 성격에 맞는 책을 선물한다. 나도 작가님처럼 그림책을 선물해봐야겠다.

내가 건넨 책으로 독서를 하는 표정을 그 자리에서 지켜볼 수가 있다.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이 되어서 만남을 시작한다.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이 된다는 걸 가장 짧은 시간에 경험할 수 있다.

 

그녀는 어린 시절 다락방이 비밀기지였다고 한다. 비밀 일기를 적어 아무도 찾지 못하게 구석에 숨겨놓는 짜릿함까지 경험했다고 한다.

우리집에는 다락방이 없었지만 외할머니집에 다락방이 있었다. 항상 외가집에 가면 안방으로 들어가 다락방부터 올라갔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닌 돌리는 전화가 있었는데 매일 그걸 꺼내서 놀았다. 엄청 오래된 멧돌부터 골동품들이 다양했다.

외가집 옆에 뽑기를 하는데가 있었는데 뽑기를 잔뜩 하고선 다락방에 몰래 숨겨놨었다.

예전에는 여름 방학, 겨울 방학에 한 달씩 머물러 있어서 일부러 거기다 숨겨놓았는데 지금은 리모델링을 한 후라 다락방이 없어진지 오래다. 가지고 놀던 오래된 골동품도.

하지만 언젠가부터 비밀 기지를 가지지 않게 됐다. 따로 비밀한 시간을 보낼 이유와 여유가 없기 때문이었을까. …… 어른들은 어쩌다 그런 감각을 상실하게 된 걸까. 원하던 것들을 하나둘 소유할 수 있게 된 이 어른의 시간. 진심을 드러내어 비밀 일기를 쓰는 시간과 비밀한 장소는 어쩌다 잃어버리게 된 것일까.

 

인생이라는 게 원하는 대로만 흘러갈 순 없다. 그렇다고 꼭 어두컴컴한 일만 가득하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완성형 인간이 아니기에 언제나 시행착오를 겪고 또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서 움직이려는 이유는 딱 하나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싶어서이다. 단지 그뿐이다.

삶이란 두 번, 세 번이 아닌 단 한 번의 주어진 삶이기에 그냥 단지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다시 달릴 뿐이다.

그러니깐...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앞으로도 으쌰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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