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황경신의 프로방스 여행기를 읽었다. 그 책의 서문에 이런 말이 나온다.  

 

 

애초에 나는 독일이나 스페인으로 가고 싶어 했는데, 그쪽으로 갈 사람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그 다음에 떠올린 곳은 그리스였는데, 생각해보니 그리스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이나 살다가 돌아와서 『먼 북소리』라는 훌륭한 여행서를 낸 곳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3년이나 살 수도 없을뿐더러 살다 온다고 해서 하루키보다 재미있는 책을 낼 자신도 없기 때문에 마음을 접기로 했다.  

p. 15 

그때, 내 책장에는 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가 꽂혀 있었다. 그것도 한 10년전에 사다 꽂아 둔 책이었다. <먼 북소리> 읽기를 시도해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난 책을 읽다 덮어두는 일을 별로 하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먼 북소리는 두어번 시도해서 50페이지를 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곤 했다. 특별히 글이 재미가 없어서라기 보다는 내가 가진 일종의 징크스 같은 거다. 첫판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번에도 쉽게 되지가 않는거. 하지만 황경신의 말은 그런 징크스마저 깨버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몇달 뒤, 드디어 나는 하루키의 먼 북소리 읽기에 성공한다. (정확히 3개월 뒤였다.) 읽고나서 알았다. 이 책이 <상실의 시대>와 더불어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하루키의 책이 된 이유를. 

하루키의 책을 읽고 곧 이어 김영하의 시칠리아 여행기(체류기?)를 읽었다.  

하루키를 의식해 그리스를 피해 간 황경신과는 달리, 김영하는 하루키를 의식하지 않았던 것인지, 둘의 체류지는 많은 부분이 겹치고 있다.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도 비슷하고, 비교해 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마흔 살이 되려하고 있었다는 것. 그것이 나를 긴 여행으로 몰아낸 이유중의 하나이다. p. 16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너무 지쳐 있다는 것이다. 참 내, 어쩌다 이렇게 지쳐버렸지? 그러나 아무튼 나는 지쳐있다. 적어도 소설을 쓰기에는 너무 지쳐있다. 그것이 내가 껴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였다.
나는 마흔 살이 되기 전에 두 편의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니, 생각하고 있다기 보다는 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아주 확실하다. 하지만 나는 그 일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무엇을 쓰면 좋은가, 어떻게 쓰면 되는가, 그런 것도 대충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쓸 수가 없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대로 영원히 스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기분조차 든다. 그리고 머리 안으로는 벌이 붕붕 날아다니고 있다. 너무 시끄러워 나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p. 30 

이런 이유로 하루키는 일본을 떠나 그리스 로마로 떠난다. 그럼, 우리의 영하씨는(사실은, 내사랑 영하씨, 라고 쓰고 싶지만, 김영하의 아내님이나 충무공이 보면 기분 나쁠 것 같아 참는다. 뭐, 어쩌면, 김영하씨가 보고도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더욱 큰 이유다. 쳇.) 그 멀고먼 시칠리아, 마피아들의 섬으로 왜 떠나셨나.  

 

나이 마흔에 나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국립 예술대학의 교수였고 네 권의 장편소설과 세 권의 단편소설집을 낸 소설가였고 라디오 문화 프로그램의 진행자였고 한 여자의 남편이었다. 서울에 내 이름으로 등기된 아파트가 있었고 권위 있는 문학상들을 받았고 서점의 좋은 자리엔 내 책들이 어깨를 맞댄 채 사이좋게 놓여 있었다. p. 19 

이것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고전적인 저주의 형식을 닮았다. 너는 소설가가 되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마음껏 소설 쓰기에 대한 얘기를 해도 좋다. 그러나 절대로 그 시간에 네 자신의 소설을 써서는 안된다. 너는 다른 사람의 예술에 대해 얼마든지 말해도 좋다. 신나게 떠들어라. 하지만 그 시간에 네 소설을 이야기 하거나 그것을 써서는 안된다. 나는 그 저주의 대가로 월급과 연금을 보장받고 꽤 쏠쏠한 출연료를 받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뒤통수 어딘가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기분이었다. 쉬익쉬익, 기분 나쁜 바람소리가 들렸다. p. 21

 

두 사람의 작가는 놀랍도록 동일한 이유로 각자의 생활터전을 포기하고 모국을 떠난다. 오직, 글을 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서.  

김영하는  로마를 거쳐 라파리 섬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섬에서 그는 스무살적의 자신을 만난다. 그 부분은, 이 책 전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2007년 겨울, 나는 시라쿠사와 타오르미나에서 한동안 기시감에 사로잡혀 먹먹해지는 마음을 다잡느라 애를 먹었다. 그것은 전적으로 이 그리스식 극장때문이었다. 20년 전의 그 노천극장이 거기, 시칠리아에 있었던 것이다. 나는 시라쿠사의 퇴색한 석회암 계단에 앉아 저 멀리 희붐하게 빛나는 지중해의 수평선을 보며 열아홉 살의 봄에 경험했던 찬란한 행복을 회상했다. 모두 같은 색의 티셔츠를 입고 손을 높이 쳐든채 <젊었다>를 부르던 그 날을. 그럴 때 여행은 낯선 곳으로 떠나는 갈데 모를 방랑이 아니라 어두운 병 속에 가라앉아 있는 과거의 빛나는 편린들과 마주하는, 고고학적 탐사, 내면으로의 항해가 된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타오르미나의 그리스식 극장에 앉아 나는 그때의 노래를 소심하게 웅얼거린다. 간단한 가사를 계속하여 반복하던, 그래서 신입생들도 쉽게 따라 배울 수 있었던 그 응원가는 이렇게 끝난다. 그대여, 그대여어어, 너와 나는 태양처럼 젊었다.
김영하,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랜덤하우스, 2009, p. 87-88 

이 구절을 읽는데 왜 갑자기 울컥했었을까. 이 글을 쓰느라 다시 이 책을 펼쳐서 이 구절을 보는데도 여전히 울컥한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젊었다>를 그리스식 극장에 앉아 흥얼거렸을 김영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그 생각을 한다. 이유는 알수 없지만, 그냥, 그렇게 흥얼거리고 있었을 김영하는, 사랑해 줘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로마를 거쳐 들어간 라피나를 시작으로, 김영하는 두달간, 시칠리아 지역에 머문다. 여행기의 나머지 부분은 평이하다. 그렇다고 평범한 여행기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무려 김영하가 쓴 여행기이니까. 여행기도 위트있다, 이 친구는.  

그리고 그렇게 떠난 김영하는 아직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 책에 의하면, 2008년 8월부터 캐나다 밴쿠버의 UBC대학에서 1년동안 머물러 있었을테니, 2010년 8월인 지금, 그는 어디를 흘러다니고 있을까. 그는 오지 않고 그의 책만 물결에 밀려 한국에 왔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으나, 소문에 의하면, 그의 새로운 단편집은 썩 괜찮은 모양이다. 다행이다, 그가 그의 재능을 허비하지 않아서. 조금더 욕심을 부린다면, 

그와 같은 나이에, 그와 같은 이유로 모국을 떠났던 하루키가 그 여행에서 그 자신의 최고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상실의 시대>를 써냈던 것처럼, 김영하도 무언가를 들고 돌아오기를, 그리고 하루키가 60이 넘은 지금까지도 철딱서니 없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젊은 글을 써 내는 현역으로 남아있는 것처럼, 김영하도 그럴수 있게 되기를. 사실 나는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다 좋아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뺄 수 없을만큼 사랑하지만, 그래도 노년문학으로 접어든 것은 슬펐다. 그것은 그것대로 가치가 있겠지만, 나는 김영하가 노년문학으로 가는 건 정말 바라지 않는다. 80이 되어서도 김영하는 김영하였으면 한다.  

상대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는 여행기라기보다는 체류기 또는 생활기에 가깝다. 김영하의 책이 여행기답게 자신이 방문한 지역의 특산물과 명소를 소개하고 그 지역에 얽힌 문학이나 고전의 이야기를 끌어오는 것 과는 달리, 하루키의 책에서는 관광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이사를 했으니 옆집 사람은 이런 사람이 있고, 나는 이런 생활을 하고 있어, 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실 그럴거면 뭐하러 굳이 로마까지 가냐 싶기도 하지만, (로마, 그 복잡하고 물가 비싼곳!) 그거야 하루키 마음이고, 그는 거기서도 콜로세움에 가는 대신 영화관에 가고, 트레비 분수에 가는 대신 마라톤을 한다. 이 글 역시 하루키답게 재미있다.  

하지만 글 어디에서도 그의 내면은 드러나지 않는다. 속마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그 외부 풍경이 건드린 자신의 내면을 펼쳐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라피나 섬의 원형극장이 김영하의 내면을 어떻게 건드렸는지, 김영하는 고스란히 펼쳐보인다. 하지만 하루키는 어디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 면이, 일본인의 특성인건지도 모르겠다. 민족성이라는 게 전혀 없을수는 없을테니까. 일본인을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하루키지만, 읽어보면 가장 일본적인 감성을 다루는 작가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작년 하반기, 김영하의 여행기를 읽고서, 써보면 재미있겠다, 생각한 글을 이제야 쓰고 있는 나는 뭔가. -_-;;; 지금까지도 안쓰고 있던 내가 게으른 건지, 1년 전의 생각을 끝까지 지켜낸 내가 집요한 건지 잘 모르겠다.  

ps1. 요즘 나는 꿩대신 닭을 하고 있다. 박완서 선생님의 신작 에세이집을 읽고 싶은 나머지 박완서 선생님의 다른 책들을 세권이나 읽었고, 김영하의 신작 단편집을 읽고 싶은 나머지 김영하의 다른 책들을 차례로 독파해나가고 있다. 하루키도 마찬가지. 사실 이 글은 그 꿩대신 닭의 결과물이다. 흑흑. 불쌍하다, 나.  

ps2. 충무공의 사랑이 식었다. 예전엔 다섯권씩 갖다주고 그러더니, 이번엔 딱 두권만 주문하라고 해서 김영하와 박완서의 신작을 선택했다. 하루키와 영원의 아이와 김이설은 또 뒤로 밀렸다. 에혀. 사랑이 식었어어어어어어어어어! \ 

ps3. 여튼, 며칠만 기다리면 김영하도 박완서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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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8-10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봤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작가들에 대한 다른 분들의 생각을 알수있어서 이런 글이 좋습니다.

아시마 2010-08-11 11:33   좋아요 0 | URL
리뷰를 쓰고 읽는 재미가 그런거 아니겠어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욕하면 막 열받기도 하고, 취향이 같은 사람 만나면 막 열렬히 찬양하기도 하고(제 취향은 열렬한 찬양쪽. ㅎㅎ) 서재질이 그래서 재미있나봐요.

그리고, 한 작가에 대한 리뷰를 꾸준히 쓰다보면, 그 작가의 변화도 느껴지지만 글을 보는 나의 눈이 달라진다는 것도 느껴져요. 예전에 읽었던 글을 새로 읽고, 예전에 읽고 써 뒀던 리뷰를 읽으면, 막, 남이 쓴 것 같을때가 있다니까요! 전 그런게 좋아요.

stillyours 2010-08-10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유월, 높은 곳에서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를 읽었어요.
아무리 높은 곳에 올라도, 떠나지 않는 한 결국 여기구나, 싶었던 기억이 나네요.
오래 전에 읽은 <먼 북소리>가 새록새록 떠올라 두근거렸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

아시마 2010-08-11 11:41   좋아요 0 | URL
달님 안녕하세요. (문득 울 딸들이 환장하는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 달님 안녕이. ^^ 저도 무척 좋아하는 책입니다. 대부분 유아들의 '훼이보릿'북이라지요.)

높은 곳에서라면, 어디에서 읽으셨던 걸까요? 설악산이나 한라산 같은 산? 아니면 63빌딩 스카이 라운지?(아. 이 빈약한 상상력.)

떠난다고 해도 똑같은 것 같아요. 중심에 대한 구심력이 강한 사람들은, 떠나도 떠나지 못하고 늘 한쪽발을 걸쳐두죠. 때때로 저는 장 그르니에 식의,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고, 어쩌면 지금 그런 상황인지도 모르겠지만, 결국은, 뭐. 귀환을 염두에 둔 떠남이라는 건, 결국은 떠나지 않았다는 것과 같은 말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먼 북소리, 네, 저도 참 좋았어요. 그렇게 살면 좋겠다, 싶더라구요. 마음 나눌 배우자랑 단 둘이, 우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밥 지어 먹고, 영화보고, 글 쓰다가, 때때로 아는 사람들을 만나러 돌아가고. 그런데 이렇게 쓰고보니, 참 무책임한 삶 같기도 해요. 아니, 자기 인생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책임을 지고 있지만, 나머지 것들, 예를 들면 관계라는 것에 대한 책임은 정확히 반반이 있는데, 배우자와의 관계 이외의 관계는 맺지도, 맺더라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태도 같아요. 책임지기 싫으니까 관계 맺지도 않는, 아, 그러고 보니, 하루키 문학의 쿨함의 배경이 이것인지도.

-_-;;; 저 지금 달님 댓글에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걸까요. 아. 이건 정말 하루키 식의 총체적 난국이군요. 흠.

LAYLA 2010-08-1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 북소리는 베스트이고, 김영하씨 책은 바로 장바구니로! 좋은 페이퍼 감사합니다 :) 근데 김영하씨 한국에 계시지 않나요? 6월에 뵈었는데.. ','

아시마 2010-08-11 11:43   좋아요 0 | URL
헉, 한국에 계신가요? 음, 작가 사인회나 출간 기념 등등해서 잠깐 들어온 거 아닐까요? (이건 뭔가, 들어오면 안된다고 막 우기고 있는듯...;;;)

내 맘대로 막, 외국에 보내버렸군요. 흠...

blanca 2010-08-10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마님. 저도 김영하를 스토킹하기로 했습니다. ㅋㅋㅋ 사생활도 집요하게 파구요 ㅋㅋ 사실 그리 관심없을 때부터 아내가 참 궁금하기는 했답니다.

너무 신기해요. 저 막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었거든요. 그리고 그 담에 또 김영하의 <호출>을 읽을까 했었는데. 아시마님의 리뷰가 기다려져요. 제가 홀릭해 있는 두 작가의 근간을 연대기처럼 읽어내는 리뷰 정말 기대됩니다. 젊음. 저 그기분 알 것 같아요. 김영하님, 아시마님, 저. 찬란한 젊음. 그 시간을 동시에 떠올려 봐요.

<먼 북소리>는 읽으려다 빽빽하고 두꺼워서 안읽으려고 결심했었는데...방금도 도서관에서 빼보고는 말았어요. 아시마님의 리뷰로 갈음할래요^^

아시마 2010-08-11 11:5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열아홉 살때의 그 찬란한 행복감이라고 하니까, 음, 대학 신입생이 되었을 때, 그때의 그 기분이 막 살아나면서, 뭔지 알것 같아요. 저도 대학 신입생때 들었던 노래들은, 여전히 특별하거든요. 그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감정이 막 그대로 살아나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괜찮기는 한데, 하루키의 에세이는 뭐랄까, 동어반복이 심해요. 어떤거 하나만 읽으면 정말 독특하고 재미있는데, <달리기>랑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이라든가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이런걸 읽으면, 맨날 하는 그 말이 그말이다, 싶어요. 이건 예전에 김훈 에세이집 <밥 벌이의 지겨움>보면서도 했던 생각이기는 한데, 그런거 있잖아요. 글을 잘 쓰고, 인지도 높고 잘 팔린다 싶으니까 여기저기서 청탁이 막 쏟아져 들어오고, 그럼 그 청탁 받아 글 다 써주고(물론 다 써주지는 않겠지만) 그러다 보니까 동일한 시기에 너무 많은 글을 써냈다, 라는 느낌? 김훈이나 하루키보다 훨씬 더 많은 글을 써내는 박완서 선생님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별로 하지 않게되는 걸 보면, 참 희한해요. 하긴 김훈 선생도 <밥벌이의 즐거움>을 마지막으로 그런 동어반복이 좀 줄었다 싶긴 하지만요.

자자, 작가 스토킹에 일가견이 있는 제가, 작가 스토깅 방법을 말씀드리겠는데 말이지요, ㅎㅎㅎ 작가 스토킹을 하려면 일단, 작가의 에세이집을 읽으셔야 해요. 반드시. 젊은 김영하를 만나고 싶으시다면 2002년에 출간된 에세이집 <포스트 잇>을 읽으세요. 그리고 좀더 자라면 2006년에 출간된 <랄랄라 하우스>가 있지요. 물론 영화 에세이도 두권 <굴비낚시>와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 이야기>가 있는데 작가가 쓰는 영화 평론이란 늘 딴소리를 하게 마련인지라, 읽으면서 이것저것 정보를 모아들어 조합하면 김영하가 됩니다. 물론 김영하의 아내도 만들어 낼 수 있고, 심지어 장모님도 가능합니다. 좋아하는 음식과 사는 지역 등등은 뭐, 껌이죠. 침고로 김영하 아내는 부산 사람이고 장모님은 부산에 살고 계십니다. 네네네. ㅎㅎㅎㅎㅎㅎㅎㅎ

이 글 쓰다가 또 생각이 났는데, 그러고 보면 말예요, 박완서 선생님은 그렇게 많은 에세이를 써 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극단적일 정도로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소설에서는 이리 저리 변형해서 나오지만 그나마도 남편에 한정되었고, 자식이 글에 등장하는 건 정말 보지 못한듯.

하긴, 나중에 <한말씀만 하소서>로 모두 말씀하시긴 하셨지만요.

마녀고양이 2010-08-10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블랑카님의 서재에 이어 아시마님이 서재에서도 김영하 님을 보는군요.
한번 읽어봐야 할까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그나저나.. 인도네시아는 덥지 않나요? 한국 너무 덥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여행기, 또는 사는 얘기 부탁드려여, 아시마님 글이야 워낙 이쁘니.. ^^

아시마 2010-08-11 12:06   좋아요 0 | URL
김영하는 한번쯤은요. ㅎㅎㅎ 읽다보면 빠지십니다. 단편으로 시작하셔요~
그렇지만 막 중독성있는 매니아적 작가는 아니예요.

인도네시아 덥죠. 전에도 말했지만, 한국은 가을이라는 희망이 있잖아요! 벌써 8월도 중순이고 입추도 지났고, 처서만 지나면 덤불밑이 훤해진다는 말도 어른들은 하시던데. 저희 외할아버지 기제가 처서거든요. 그래서 외할아버지 제사만 지내고 나면 여름도 다 갔다고, 그런 말씀하시던 기억이 나요.

여행기는, 여행을 하지 않으니... -_-;; 사는 이야기는 그렇잖아도, 흑흑, 식모가 바뀌고 기사가 바뀌고(사실 이 나라 아줌마들 화제의 90%는 식모와 기사라는 말을 듣고 설마~ 했는데, 설마가 설마가 아녜요. 워낙에 어이없는 사고를 퍽퍽 쳐주는지라,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정말 버라이어티한 며칠을 보냈는데 말이죠. ㅎㅎ 기대하시라~
 
인숙만필
황인숙 지음 / 마음산책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고종석의 황인숙에 대한 찬사는 부럽기 그지없다. "황인숙은 기품있는 여자다" 라니. 고종석은 이 말을 황인숙의 책 <인숙만필>의 발문으로 쓰는 것으로 모자라, 그의 책 <고종석의 여자들>에서 또한번 황인숙에 대해 말을 한다. 기품있는 여자라고. 기품이라니, 기품이라니! 그 얼마나 우아한 찬사인가 말이다. 그렇게 우아한 찬사를 듣는 황인숙이 과연 어떤 여자인지 정말 궁금해지지 않는가? 

며칠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아, 이 상투적인 표현이라니. ㅠ.ㅠ) 서정희의 쇼핑몰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피식피식 웃다가, 누군가의 댓글에서 "서정희씨 우아하고 기품있게 사는 것 같아 좋아했는데," 운운 하는 댓글을 읽고서 불현듯 황인숙이 떠올랐다. 황인숙은 서정희와 정확한 대척점에 서 있다. 기품이라는 단어를 아무데나 갖다붙이면 안된다.

그녀는 미혼이고, 가난하며, 크리스천이 아니고, 친구가 많고, 솔직하다. 인테리어하고는 상관 없는 남산 어귀의 옥탑방에 살고 있고, "내" 고양이를 기르고 있지는 않지만 동네 고양이를 거둬먹이는 일도 한다. 이 책은 그런, 고종석의 표현을 빌자면 "기품있는 황인숙 아씨"의 소소한 일상에 관한 이야기다. 특별난 일도 없고, 그냥 어제 만난 친구 오늘 또 만나 따뜻한 아랫목에 발묻고 고구마라도 까먹으며 도란도란 하는 이야기다. 이야기들은 전혀 두서없이 흘러나온다. 그야말로 꼭 친구들간의 수다처럼. 어린시절의 이야기, 날씨 이야기, 가족 이야기, 나이 이야기, 건강 이야기, 체중 이야기, 하고 있는 일에 관한 이야기, TV 이야기도 나오고, 만난 사람들 이야기. 그런거 있지 않은가. 친구들끼리 만나서 또는 전화로 막 이야기하다 문득 시계를 보고, 어머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어! 우리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또 하자, 라고 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  

끓인 물을 큼지막한 사발에 붓는다. 잠시 식힌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에 분유를 넣고 젓는다. 평화롭고 달콤한 냄새가 김을 타고 올라온다. 사발 가장자리에 잘 풀어져 녹은 분유의 순한 거품이 자디잔 레이스처럼 둘러쳐진다. 뜨거운 물에 탄 분유는 데운 우유와 또다른 맛이다. 우윳빛 맛, 유순하고 무구한 맛, 따듯하고 바보같은 맛이다.
p. 57 

사실 나는 황인숙 선생님을 직접 뵌 적이 있다. (이럴때는 차마 '황인숙을'이라고 말을 못하겠다.) 직접 뵈고 말을 해 본 황인숙 선생님은 바로 저 글의 분유같은 분이셨다. 유순하고 무구한 눈매의 따듯하고 좋은 의미의 바보같은 그런 분이셨다. 이런 친구 하나 있으면 참 좋겠구나, 싶은. 가식이 없고 솔직하니까 사람을 깊이 끌어당긴다. 한편으로는 한없이 천진한 느낌이기도 했다. 아마도 고종석이 말한 기품이란 여기서 온 것 아닐까. 아무런 꾸밈이 없이도 매력적인 그 천부의 무엇. 서정희에게 기품이라니... 말도.

특별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 책이다. 무언가 대단한 곳, 유명한 곳에 여행을 가지도 않았고, 스스로도 말하는 바 글쓰는 것 외에는 직업도 없고 산책을 취미로 가지고 있는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가난한 노처녀의 일상인데도, 마치 분유처럼 그렇게 그리운 무언가가 있다.  

아랫목에 발을 묻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친구가 없거나, 지금당장 만날수 없는 곳에 있다면,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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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2010년 8월 3일) 있었던 일.  

다인과 차를 타고 이동을 하는데 차에서 나오고 있던 노래는 얼룩송아지. 다인이 갑자기,  

"엄마, 내가 이야기 하나 해 줄게. 잘 들어 봐. 옛날 옛날에 송아지랑 젖소가 살았거든. 송아지는 해인이고, 젖소는 다인이야. 엄마 젖소는 엄마고, 아빠는 송아지래. 끝." 

-_-;;; 도대체 무슨 이야길까 한참 생각하고 있는데 곧 이어, 

"그런데 엄마, 내가 이번에는 돼지 이야기 해 줄게. 옛날에 돼지 5가족이 살았거든.(느닷없이 왜...) 엄마 돼지 아빠 돼지 오빠 돼지, 다인 돼지랑 아기 해인 돼지가 살았어. 그런데 오빠 돼지는 집을 나갔대. 엄마는 슬퍼?" 

뭐 어쨌든, 다인이 처음으로, 이야기를 만든다 라는 것을 인지하고, 창작해서 들려주신 이야기이므로 기록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마는!!! 모짜르트는 만 4세에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다는데. 내 딸은 왜 이런 이상한 이야기만 만들고 있는 것일까. 

 

2. 오늘(2010년 8월 4일) 있었던 이야기. 

역시나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차에서 나오는 노래는 독도는 우리땅. 

다인 : 엄마, 이건 무슨 노래야?
나 : 응, 이건 독도는 우리땅 이라는 노래야.(대꾸하기도 귀찮아 대충 말함.)
다인 : 아...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끄덕. -_-;;; 도대체 뭐가 그렇다는 거냐.) 그런데 엄마, 그게 무슨 뜻인데? 

아이가 호기심을 보일때 교육을 하랬던가. 게으른 엄마였음을 급 반성하고, 읽고 있던 황인숙의 인숙 만필을 탁 접어서 들어올렸다. 

나 : 다인아 이거봐, 우리 옛날에 한국에 살았었잖아, 그치? 이게. 다인이가 4살때 살았던 한국이거든? 그럼, 여기 아랫쪽에(주먹을 쥐어서 책 아래로 접근 시킴.) 있는게 제주도고, 여기 오른쪽에 있는게 "독도" 거든?(주먹을 쥐어서 책 오른쪽에서 멀찍히 떨어뜨려 놓음.) 이게 말야, 원래, 우리나라 땅이거든. (마침 노래는 신라장군 이사부 어쩌고 저쩌고~ 나오고 있고, 말하던 중 급 흥분한 나는 순간 일본에 분노.) 이게 원래 신라시대부터, 아니지, 넌 신라를 모르니까, 여튼 2천년전부터 우리나라 땅이었는데 갑자기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거야. 남의 걸 자꾸 자기네 꺼라고 우기면 되게 나쁜거지? 그지? 일본 되게 나쁘지, 응? 

다인 : 응, 엄마, 되게 나빠.  

나 : 그래, 그렇게 하면 안돼지. 그래서 이 노래는 일본이 자꾸만, 

다인 : (중간에 말 끊어주시고.) 그런데 엄마, 이본은? 

나 : 응? 어? 

다인 : 엄마, 일본은 되게 나쁜데, 이본은 안나쁘지? 일(1)본은 나쁘고 이(2)본은 착해, 그치? 

 

 

나쁜 일본과 착한 이본 되시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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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08-04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 따님이 정말 귀여워요. 착한 이본이라니. ㅋㅎ

아시마 2010-08-07 13:23   좋아요 0 | URL
네, 이 맛에 아이 키우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ㅎ
남편하고도 한참을 웃었네요.

꿈꾸는섬 2010-08-05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다인이 너무 귀여워요.ㅎㅎㅎ이본이 그 이본이었던거군요.ㅎㅎ

아시마 2010-08-07 13:24   좋아요 0 | URL
처음엔 저도 이본이 뭔 소린지 못알아 들었어요.

애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 거겠죠. 애 사고 수준에서.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0-08-05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살된 우리 딸은 아직도 비슷한 수준의 이야기를 제게 지껄여댑니다. 좀더 정교화되어 있긴 하지만..... 옆에서 내내 재잘재잘...

다인이 너무 귀엽네여~
그런데 나쁜 일본과 착한 이본... 어쩐지 뼈가 있다눈~

아시마 2010-08-07 13:41   좋아요 0 | URL
오, 11살이 되어도 그러는 군요. 저는 이 시기가 지난다는게 너무 아쉬워서 때로는 자라는게 아까운데요. 희망이 생깁니다. ㅎㅎ

다인의 말에 뼈가 있는게 아니라, 일본을 되게 나쁜나라라고 아직 만 네돌도 안된 아이에게 가르치는 제게 저의가 있는 거겠죠.
참... 일본이라는 나라는 여러모로 딜레마예요.

루체오페르 2010-08-0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만의 순수함과 천진함이 느껴집니다. 귀엽네요.^^

한국은 지금 최절정 더위로 너무 힘든데 그곳은 더 하겠죠? 힘드네요.ㅠㅠ

아시마 2010-08-07 13:43   좋아요 0 | URL
네, 여긴 뭐 사철 더운나라니까, 그렇긴 해도, 지금은 건기라 공기가 보송보송해서 오히려 견딜만 한 것 같아요. 게다가 에어컨이 모든 곳에 설치... 에어컨 없는 곳은 제가 갈수 있는 곳이 아니고 뭐.. 그런거죠.

한국은 그래도, 가을이라는 희망이 있잖아요.

곧 소슬한 바람이 불어올 거예요. 오늘이 입추라던데요 뭐.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그 시기가 문득 그리워요. 아. 한국 가고 싶다.

2010-08-05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7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9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시마 2010-08-09 18:24   좋아요 0 | URL
오늘 기사를 보내서 찾아와야 했는데, 망할 기사님하가 오늘 결근. -_-;;
그래서 내일로 또 미뤄졌어요. ㅠ.ㅠ
 

내가 옷을 만든다고 하면, 사람들이 다들 묻는다. 양재 전공했어요? 아니요. 국문과 나왔는데요. 그러면 또 묻는다. 옷 관련 회사를 다녔나요? 아니요. 전공 살려 취직했었는데요. 그럼 학원을 다닌건가요? 아니요. 그냥 책보고 만드는 건데요. 그럼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가 비슷하다. 원래 손재주가 있으셨군요! 

글쎄, 내가 원래 손재주가 있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나는 내가 손재주가 전혀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 하며 30년 가까이 살았고, 막상 양재를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이렇게까지 잘 하리라고는(음하하하하하!!! 자화자찬이 내 삶의 모토닷!) 나 스스로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손재주가 없어서 하고 싶어도 못해요, 라고 말하는 당신, 당신도 양재의 달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인터넷과 블로그의 발달이 각종 취미생활의 활성화를 만들어 냈다는 건 굉장히 특이한 역설같다. 인터넷은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불러들여 현실과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로 되돌려 보내고 오프라인의 인맥과 취미를 강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게 알라딘 서재. 서재질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책을 읽는다. 원래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재질을 하는 거지만, 서재질을 통해 더 많은 책을 알게되고 더 많이 읽게 되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눈다. 이건 참, 특이한 역설이다.(나중에 누가 이와 관련하여 책 한권 써줬으면 좋겠다. 만약 이미 나와있다면 추천바람.)  

독서라는 취미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취미들이 블로그와 인터넷을 통해 강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핸드메이드다. 여인네 규방의 개인적인 취미가 햇살아래 드러났다. 취미는 빠르게 전파되고, 새로운 동호인들을 끌어들인다. 모든 취미는 유행처럼 번져가는 것이다. 한때 십자수가 그렇게 유행을 했던 것처럼. 요즘의 유행은 바느질같다.  

자아. 아이 옷을 만들려 마음먹은 당신,   

당신은 반드시! 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들 옷은 그냥 사입혀라. 여아선호 미안하다. 부럽나? 어쩔수 없다. 사회가 다 그런거다. -_-;;; 

재봉틀은 준비해야 한다. 가정용과 공업용이 있는데, 초보는 당연히 가정용. 모든 사설 양재전문가(?)들이 말하기를 다들 가정용을 5년 이상 쓰다가 공업용으로 바꾼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싱거 미싱 추천. 내가 쓰는 건 싱거 7462 모델인데, 40가지 이상의 바느질 패턴이 있지만 실제로 쓰는 건 직선 박기와 지그재그(오버록 대신 사용한다), 단춧구멍 만들기 셋 밖에 없다. 모든 가전이 그렇지만 기능이 단순할수록 고장이 안난다.  

원단 구입은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각종 부자재들도 인터넷 쇼핑몰이 잘 되어있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주의해야 할 점은 초보가 동대문 원단상에 뛰어가는 일이다. 가지 마라. -_- 나도 아직 원단사러는 안 가봤다. 나중에 귀국하면 한번 가보고 싶기는 하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딸도 적어도 하나쯤 낳았고, 재봉틀도 구매 또는 할 예정이며, 원단 및 부자재 구입처도 알아두었다. 이 셋 중 준비 안된 것이 있다면 백스페이스 누르시라. 특히, 또 한번 말하건대, 딸!!! 딸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딸은 없는데 옷은 꼭 만들고 싶다면 컴퓨터와 불을 끄고 침대부터 가시라. 물론 배우자와 함께. 음, 나는 아직 결혼을 안했지만 딸을 낳고 싶으니 미리 공부해두겠다, 라고 한다면... 음. 뭐, 괜찮을 것 같은데, 딸은 아무나 낳는게 아니라는 사실도 명심. 그대의 팔자에 딸이 없을수도 있다. 서러워도 어쩔수 없다. 인생이란 원래 공평한 게 아니다. 훗. 내 말을 무시했다간 내 아들 옷은 사다 입히고 옆집 애, 조카, 친구 딸 옷 만들어 선물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괴로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 이제 책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사실 이 페이퍼는,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양재관련 서적들의 폭탄에서 알짜를 골라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만 나 딸 가지고 있다는, 그것도 둘이나 가지고 있다는 자랑질로 치닫고 있음을 깨닫고 반성.............은 안한다!  

 

2004년에 처음 나온 책.  

아직까지도 아이옷 만들기 분야에서는 최고의 책이다. 저자 배효숙은 이 책을 포함 모두 4권의 양재 관련 책을 펴 냈는데 초보를 위해서는 가장 적합한 책이다. 배효숙 본인도 양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 오히려 비 전공자들에게 적합한 설명을 한다.   

자상한 설명과 28종의 다양하고 실용적인 옷들이 실려있다. 다른 양재관련 책과 비교해 본다면 디자인이 독보적으로 예쁘다. 전공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사이즈는 100-110-120 세가지 종류.

단점은, 실물패턴이 7종밖에 들어가 있지 않다. 요즘 나오는 양재관련 책들이 거의 대부분 실물 패턴을 수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설명대로 패턴을 그리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이 책은 무조건 사야한다. 이 책의 옷들을 만들다보면 기본적인 옷만들기의 테크닉을 두루 섭렵할 수 있다. 사계절의 옷이 다 들어가 있으나 여름 옷이 좀 더 많은 편. 

저자 홈페이지 : www.jom.pe.kr 

    

 

 

2002년에 나온 이 책은 현재 절판상태다.  

저자들이 운영하던 홈페이지도 현재는 사라져서 접속 불능상태.  

아주아주 기본적인 옷이 많다. 남방셔츠나 7부바지, 고무줄 치마나 반바지 끈원피스 같은. 그래서 추천. 나도 이 책을 알라딘 중고샵에서 구했다. 구할 수 있으면 한권쯤 구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4계절 옷중 여름옷에 집중되어 있다. 설명이 아주 자세하진 않아서 이 책으로 양재를 처음 시작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역시나 실물패턴은 6종밖에 없다.  

 

 

 

이 책 역시 절판상태. 2002년에 나왔다.  

이 책의 저자 성자은은 실제 경희대 의상학과를 졸업한 의상디자이너이고, 홈메이드 패션 전문회사를 설립 운영했다는데 지금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저자 홈페이지 역시 사라지고 없다.  

이 책은 대부분 겨울옷이다. 그리고 초보를 위한 책은 아니다. 총 38종의 옷들이 있고, 역시 실물패턴은 3종밖에 없다. 혹시나, 혹시나 혹시나 나의 경고를 무시하고 난 아들만 있지만 그래도 옷 만들기는 꼭 한번 해 보련다 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이 책은 그나마 좀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아들옷이 좀 있다. 어느정도 옷을 좀 만들어 봤고, 원단도 다룰줄 안다, 하면 이 책의 옷을 만들어도 될듯. 만드는 과정 컷이 아예 없어서 초보는 이 책보고 옷 만들기 불가.  개인적으로 말해선, 절판도 되었는데 굳이 구하러 다닐 필요는 없지 않은가...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신생아 용품과 배냇저고리로 시작한다. 첫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할만 하다. 옷보다는 육아용품이나 장난감 관련된 것들이 많다. 3-4세 이상의 아이를 둔 엄마라면 글쎄, 별로 유용하지는 않겠다. 수록작품들이 대부분 돌 이전의 아이를 타겟으로 했다. 장난감과 옷 모두가.

모든 수록 작품의 실물패턴이 실려있고 만들기 과정도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라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초보가 보고 따라하기 무난하다. 옷보다는 용품들이 예쁘다. 옷은 사실 디자인도 실용성도 별로. 하지만 보통 실물패턴 한장을 따로 구입할 경우 5천원에서 1만원이 훌쩍 넘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책을 사는 것도 그다지 손해는 아니다.

저자 윤아영은 의상디자인을 전공했다고 한다. 에코와 유기농을 강조하는데, 흠.  

 

 

 

이번에도 배효숙의 책. 

이 책은 사실 아이옷 만들기만 전문으로 하는 책은 아니다. 실제로 아이 옷은 두세벌 밖에 수록되어 있지 않다. 그것도 앞치마와 투투 정도. 물론 돌 이쪽 저쪽 아기를 위한 모자나 목욕가운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이 책은, 양재 초보가 바느질을 연습하기에 알맞다. 자잘한 소품을 하나씩 완성해가면서 양재에 자신감을 붙여가고,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을 만들어 주변에 선물하다보면 어느새 전문가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할수도. 이 책의 최대 강점은 그거다. 양재가 실용적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는 거. 사실, 이 책에 실린 작품이 실용적이라는 건 아닌데 (필통, 수건 만드는 것보다 사는 게 훨씬 싸다.) 선물로서의 양재를 새로이 발견하게 된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이런 선물을 주고 받는다는 건 굉장한 감동을 주니까.  

모두 42작품이 실렸고, 그 중 32개가 실물패턴으로 수록되었다. 배효숙의 책답게 만들기 과정도 자세하고 꼼꼼해서 따라하는 것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실려 있는 작품들의 디자인 센스도 대단하고. 정말이지 이 사람이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는 놀랍다.  

 

 

 

사실 이 책 때문에 이 페이퍼를 한번 쓰기는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저자 판명희는 80년대 패션 유통업계에서 디자인과 경영을 배웠다고 한다. 그런것에 비하면, 옷의 디자인이 너무 형편없다. 원래 평범한 옷이 실용적이지만, 이 책에서 건질만한 옷이라고는 표지의 저 원피스 하나가 전부. 나머지는 글쎄.  

성안당이라는 새로운 핸드메이드 관련 출판사가 등장을 한 모양인데, 음. 역시 책이라는 건 저자에 대한 믿음과 출판사에 대한 신뢰가 동시에 가야 하는 것 같다. 특히 이런 실용서에서는.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도 너무 허술하고, 과정컷도 허술하다.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도 이 책 살라구? 진짜?  

ps. 난 이 책을 출장자 편에 받았다. 진짜 얼마나 힘들게 받은건데, 내용이 이렇다니 어찌나 분하던지. 내가 이거 한국에서 걍 편하게 산 책이기만 했어도 이런 앙심 안품는다. 하여간 좀 팔린다 싶으니 죄다 그쪽에 뛰어드는 거, 이거 좀 안했으면 싶다.  

 

 

언제부턴가 리넨이 엄청나게 각광받는 소재가 되었다.  

덕분에 리넨 전문 쇼핑몰까지 등장하고, 이 책은 그 리넨 전문 쇼핑몰의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세명의 작가가 자신의 작품들을 실은 책이다. 대부분이 소품과 침구류들이고, 아이 옷은 두벌 정도만 실려있다.  

이 책은, 취향을 탄다. 리넨 특유의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럭저럭 괜찮은 책일수 있겠지만, 사실 실려있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디자인이나 바느질쪽 보다는 리넨이라는 소재 그 자체를 강조하는 것들이라, 특별히 양재책으로 보기는 어려울듯 싶다. 굳이 말하자면 리넨 브로슈어 정도? 사진을 공들여 잘 찍었다. 사진 보는 재미에 그냥그냥 볼만하다. 양재북이라고 하긴 2% 아쉽고, 인테리어쪽으로도 살짝 발을 걸치고 있는 느낌.  

실물 패턴 수록되어 있고, 바느질 과정 설명도 그럭저럭 무난하다.  

관련 홈페이지 : www.nesshome.com   리넨 전문 쇼핑몰이다. 들어가면 커뮤니티로도 연결된다.  

 

 

자, 양장만 만들수는 없다. 한복에도 도전해 보자.  

서울시 무형문화재 침선장 박광훈 선생의 책이다. 배냇저고리와 두렁치마 만들기부터 삼회장 저고리와 당의 털배자 만들기까지 할 수 있다. 장식소품 만들기도 자세히 실려있다.  

한복 옷감의 종류와 바느질법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고 옷을 만든후 보관하는 법도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도움이된다. 특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어린 아이의 격식갖춘 복식에 대한 설명이 자세해서 우리 문화 이해에도 도움을 준다.  

실물패턴은 2가지만 실려있고, 나머지는 본뜨기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어 전혀 어렵지 않다, 물론 본 뜨는 것만. -_-;;; 재봉틀로 하기는 어렵고, 손바느질로 하자니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도전해 볼 만하다. 아직 제대로 만들어 본 건 하나도 없다. 언젠가는 꼭.  

 

 

 

구라이 무키 여사는 일본에서 유명한 핸드메이드 작가 되시겠다. 

사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양재열풍이 불기 전에 이미 일본과 유럽쪽에서는 옷을 만들어입기가 일반화 되었던 것 같다. 월간 잡지 또는 계간 잡지가 있고, 양재관련 책도 많이 나와있다. (한국에서 일본이나 유럽의 잡지를 구하려면 원단쇼핑몰에서 가능하다.)  

이 책은 이 책대로는 나쁘지 않다. 양재는 하나도 모르고, 임신은 했고, 아이 태교도 할 겸 배냇저고리는 하나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 하는 임산부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은 책. 말 그대로 아기 옷 책이라는 점을 꼭 명심할 것.  

 

 

핸드메이드는 추억이다. 추억을 담기에 핸드메이드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이 책은 특별한 옷이 있지는 않다. 사실 양재책이라고 분류를 하기는 애매하다. 양재를 하기 위한 책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 책은, 양재가, 엄마와 딸을 어떻게 이어주는지, 엄마와 딸이 핸드메이드와 바느질을 매개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흐흐흐흐흐흐 나는 딸이 둘이나 있다네, 자랑하게 된달까.  

 

 

대충, 여기까지.  

다음번엔 어른 옷 만들기로 포스팅 할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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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8-0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 엄마, 특히 딸을 둔 엄마들에게 아주 유용한 페이퍼겠네요.^^
나도 딸 둘이지만 너무 커버려서 이젠 손주가 태어나면 해주는게 좋을 듯.ㅋㅋ

반가워요~ 아시마님.
은근 드나들면서 인사는 처음이네요.^^

아시마 2010-08-02 15:45   좋아요 0 | URL
우와. 저 순오기님 팬이여요. 저도 한때는 마을도서관을 꿈꾸었던지라.
혹시,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라는 책 읽어보셨어요? 느티나무 어린이 도서관 관장 박영숙씨가 쓴 책인데. 순오기님 페이퍼 보면서 박영숙씨 생각을 많이했더랬지요.

특히 딸을 둔 엄마가 아니라 오직 딸을 둔 엄마에게만 유용한 페이퍼랍지요. 모녀특권.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0-08-02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전제 조건이 "딸 하나가 있어야 한다" 에서 그만 빵 웃어버렸다눈.

저는 뒤늦게 퀼트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중입니다.
손으로 무엇인가 만든다는게 정말 행복해여. 머리도 맑게 해주고. 맘도 편안하게 해주고.

아시마님,, 만든 옷 사진도 올려주세염!! 플리이즈~~~

아시마 2010-08-02 15:51   좋아요 0 | URL
뭔가를 손으로 만들어 낸다는 데서 오는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분명히 있죠. 그건 정말 만들어 본 사람만이 느끼는 건데.
전 사미인곡적인 옷만들기를 하죠. 님 안계신 기나긴 밤, 비단천 풀어내어 금자로 겨누어서 만들죠. 솜씨와 격식을 모두 갖춘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뭔가 하나를 만들어 놓으면 뿌듯해요. 만들때 집중하면서 잡념이 사라지는 효과도 있고.
사진은, 올리고 싶은데, 이곳의 인터넷 사정이 나쁘고, 제가 사진 리사이징 하는 법을 아직 터득하지 못했어요. 저 DSLR쓰는지라 사진 한장당 사이즈는 얼마나 큰지. -_-;;; 방법만 발견하면 반드시 올리겠사와요.

옷 만들기를 하려면 딸은 반드시! 반드시! 있어야 해요. 입을 사람 없는 옷을 만들때의 허무감이란...

하지만, 음, 사실 배효숙씨는 아들만 하나라는. ㅎㅎㅎ

Joule 2010-08-0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옷 기대하고 있을게요. 저도 요즘 바느질에 재미를 붙여서. 근데 재봉틀은 없고 일일히 손바느질로 해야 하니 시간이 좀 어마어마하게 들기는 해요. 재봉틀 사자니 집도 좁은데 들여놓고 감당할 엄두는 안 나고.

아시마 2010-08-02 15:54   좋아요 0 | URL
재봉틀이 큰 공간을 차지하지는 않아요. 정말로. 저는 결혼할 때 혼수로 장만했던 화장대위의 화장품들을 모두 치워버리고 거기에다 재봉틀을 올려놨어요. 딱 맞아요. ㅎㅎㅎ 화장품들은 거의 없기도 하지만 어쨌든 욕실로 퇴출되었구요. 손바느질로 양재 하는 분들도 있긴 하던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어렵지 않나요?

네, 어른옷 페이퍼도 곧, ㅎㅎㅎ 소개하고 싶은 책이랑, 막 갈구고 싶은 책이 몇권씩 있거든요.

꿈꾸는섬 2010-08-0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너무 좋은 페이페에요. 딸 아이가 좀 더 자라기전에 양재를 배워두면 좋겠단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사실 자신은 별로 없거든요. 손재주가 없어서...하지만 상관없다는 님의 말씀을 철썩같이 믿고 한번 시작해볼까봐요. 우선 재봉틀을 사야겠네요. 재봉틀 사기전에 책부터 사야하는건가요?

아시마 2010-08-02 20:33   좋아요 0 | URL
의지가 굳으시다면, 재봉틀 먼저 사시라고 말씀드리겠지만, ㅎㅎㅎ 저 위에 배효숙씨 명품 아이옷 책 한권 사서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양재의 포인트는 사이즈에 맞는 맞춤옷을 만들기 위한 패턴을 그리는 거라고 하던데, 이 방법으로는 사실 내 사이즈에 맞는 패턴 그리는 건 배울수가 없어요. 이미 만들어진 패턴으로 재봉을 하는 것만 배우는 거죠. 그래도 그게 어딘가 하고 감사해하면서 해요.

옷 만들기를 시작하면 각종 양재 관련 블로그들을 뒤지며, 그 블로그 주인장들이 만들어서 파는 실물패턴을 장당 5천원에서 만원 정도를 주고 구입하게 되는데요, 감히 딱 잘라 말씀드리건대, 살만한 실물패턴을 만들어 파는 사람은 배효숙씨 밖에 없고, 그나마도 초보일때는 책에 있는 옷들을 만들어 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말씀도 덧붙여 드려요. ^^

하세요, 하세요, 하세요!!!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그런데, 따님이 몇살이세요?

꿈꾸는섬 2010-08-03 00:06   좋아요 0 | URL
ㅎㅎ4살이에요. 만 세돌이 되었지요. 진작 시작할걸 싶은 마음이 드네요. 도전해보고 싶어요.^^ 우선 책부터 구입해봐야겠어요.

gomgom 2010-08-0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하, 전 바느질도 못하고, 아들만 있어요. ㅋㅋㅋ 정말 부럽네요. 딸도 부럽고, 바느질솜씨도 그렇고^^

아시마 2010-08-02 20:36   좋아요 0 | URL
바느질은 사실, 솜씨라고 할 것이 못되구요,
곰곰님은 제가 없는 아들이 있군요. ㅎㅎㅎㅎㅎㅎ
















부... 부러우면 지는 거닷!

pjy 2010-08-0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 가진 딸 없고, 조만간 생길리도 없는 노처녀인데다가, 설마 나같은 성질 드러운 딸 낳을까봐 무섭지만^^
이거 참, 땡기는 페이퍼군요ㅋ

아시마 2010-08-07 13:53   좋아요 0 | URL
ㅎㅎㅎ 기대하시라, 다음 페이퍼는 어른옷 만들기!!!

pjy님 반갑습니다.(이건 블랑카님식 인사. ^^)

우리 '노'는 빼고 말하자구요. 처녀이시군요. ㅎㅎ 결혼을 후회하진 않지만 처녀이신 분들이 부럽기는 합니다. 지금 읽고 있는 황인숙의 <인숙만필>에서 그런 시기를 "우리들 노처녀들은 사랑 없이, 결핍감 없이 살아간다. 아련히, 유포리아라는 것에 향수와 궁금함을 갖고." 라고 표현하던데, 저는 그런게 좋아요. 뭔가를 궁금해하고 그리워 할 수 있다는 게. 사실 결혼해보면 그놈의 유포리아라는 게 있기는한데, 음. ㅎㅎㅎ
그 향수와 궁금함을 지켜드리기 위해 그만 말할랍니다.

처녀시절을 즐기세요!!!!!!

라로 2010-08-04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행이 딸이 하나 있고 아들은 둘이나 됩니다.
게을러서 하나있는 딸 옷을 한번도 만들어준적이 없어요.
다른것도 안해요,,,,그나마 퀼트로 가방하나 만들어 준듯,,
그거 떨어질때까지 들고 다니더라는,,^^;;;
만드신 옷들 사진좀 올려주세요~~.^^

아시마 2010-08-07 13:58   좋아요 0 | URL
오, 정말 다행이세요. 딸이 있다니!!! ㅎㅎㅎㅎㅎㅎㅎㅎ

사진은 준비중, 언제나 늘 준비중. ㅎㅎㅎㅎㅎㅎㅎㅎ

근데, 퀼트는 손바느질이니까, 아마, 옷 만들기보다 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데요? 사실 애들 원피스 같은 건 한나절이면 뚝딱 완성되거든요. 본뜨기부터 재단, 재봉질까지 모두다요.

그리고, 옷 만드는 커뮤니티 가보면, 다들 하는 이야긴데, 아이들이 사춘기에 들어가면 대부분 엄마가 만들어주는 옷을 거부한대요. ㅠ.ㅠ (아 이거 진짜 영업비밀인데. 흑흑.) 떨어질 때까지 들고다니는 그 시기가 좋은 것 같아요. 막 애써 만들어줬는데 싫어! 이러면 내 자식이고 뭐고 내다 버리고 싶어질지도.

BurdaLove 2010-08-24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실은 재봉책하나 사려고 들어왔다가 로그인하고 글남겨요...
뭐랄까 재봉에 대한 사랑이 따듯하게 느껴지는 페이퍼네요... 저도 배효숙씨책 좋아해요.^^
저는 아직 아이가 없고, 손재수도 엄청 없지만 꼼꼼한 거 하나 믿고 재봉을 시작했다가 완전 빠져버렸지요.... 몇 달 한게 고작인데 그래도 참 좋네요. 제대로 만들어낸 건 몇개 안되지만... 제 옷을 만드니까 아무래도 하나 하는것도 엄청 시간이 걸려요. 게다가 헐렁한 옷 싫어하고 몸에 꼭 맞는 타이트 스커트 같은 거나 만드니 진도 안 나가죠. ㅋㅋ
하여간.... 전 좀 배우다 보니 아무래도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복식학원에 다닐까도 생각 중인데 문제는 곧 임신을 하려고 생각 중이거든요... 여자아이 둘 낳는게 목표인데(완벽하죠?^^), 아이들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재봉틀 만질 시간이 생길까요? 전 나이도 좀 있어서 둘 낳으려면 빨리빨리 놔야하는데 (ㅋㅋ) 그러면 최소한 3-4년은 정신없을테고 지금 이걸 배우는 게 정말 잘하는일일까? 차라리 그럴 시간에 돈을 벌어서 사입는게 더 낫지 않나? 오만 생각이 다들어요. 이런...밤이라 그런지 괜히 주절주절 말만 많네요... 어른 옷 만들기에 관한 페이퍼 기대합니다! 팬되었어요!^^

zwo 2010-09-0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배효숙씨 책 중 어떤 것이 나에게 맞는 지 요래조래 살피다 인터파크에 올려진 님 글 추천누르고 여기까지 쫒아와보니 세상 참 읽을꺼리가 너무 많아 한국책 주문하기 더럭 겂나는 제게 샛별이 되주시는군요. 히히히 여기는 베를린이고 오늘 제대로 추워 담요덮고 밤새는 중이고 책에 관한 너무 재밌는 글들과 귀여운 두 따님의 이야기를 참으로 감질나게 읽고 있습니다. 고맙구요.
그런데 역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제가 미혼이기에 성인을 위한 옷만들기 책도 좀 평해주시길 바랍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꾸벅 ^^

오랑구 2010-09-1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래전부터 재봉질에 관심이있었지만 재봉틀 살돈이 없어서 한동안 제껴두었다가... 딸아이 생기고 우연히 블로그에서 본 손수만든 여아 원피스가 넘 이뻐서 갑자기 다시 관심이 생겨 여기저기기웃거리다가 님글을 보게되었네요..글재밌게 읽었어요ㅋㅋ 근데 재봉가르치는 학원안다녀도 재봉틀로 옷만드는법 습득가능한가요? 사실은 학원다니고 싶어도 아기가 아직어려서 시간이 안나거든요. 평일엔 직장가고, 아기 잠잘때 겨우 나는 시간에 한번 만들어보려고 하는데...괜히 재통틀사는데 돈만 낭비하게 되는건아닌지 고민중입니다..조언부탁해도 될까요? ^^

레드쥬디 2010-10-22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친절하신 조언 감사합니다. 책을 좀 사볼까 생각중인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글구 전 딸은 있는데 이제 다 커버려서 어릴 때 그냥 제 마음대로 만들어 입히기는 했었는데 어느 틈에 이제 엄마표는 거절하는 질풍노도의 시기가 되버렸어요.... 그래서 요즘 조금 우울하네요....

로시맘 2010-11-08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제 막 옷 만들기에 발딛은 초보입니다.
검색하다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되었는데
국문학도답게(?) 참 잘 쓰셨네요 ^^
저도 두 딸을 가진 딸기맘인데,
님의 글을 읽고 갑자기 어깨에 힘이 막 들어가네요 ㅋ
역시 양재 배우기를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강주혜 2020-10-0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신하고 배냇이랑 턱받이 겨우 만들어봤는데 의외로 재미있고 취향에 잘맞아서 책을 더 찾다가 글을 봤어요 ㅎㅎ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몇권 더 사고 싶네요!!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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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눈을 의심했다. 기사가 아니라 소설처럼 읽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사실을 다룬 기사였다. 
p. 417
 
   

 

아니, 김용철씨, 지금 누가 할 소리를 누가 하고 계신거요... 헐.  

이 책은 너무 황당해서 도무지 사실 같지가 않다. 만약 이 책이 소설로 분류되어 나왔다면 완전 쓰레기 3류라고 종이 재활용통에 던져버림이 마땅하다. 인물은 하나같이 비현실적이며, 사건은 어디 도색 잡지에나 나올법한 1%의 진실에 99%의 부풀림이 더해진 과장기사 같고, 그 진행 추이는 돈 꼴리오네 스럽다. 피가 튀지 않는다는 사실만 다르고. 물론, 실행의지가 없기는 했으나 살해에 관한 논의가 나오기는 한다.(마리오 푸조 님하, 미안.) 

더욱 뒷골 땡기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싸구려 3류 도색잡지 기획기사 같은 이 이야기가 100%의 진실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김훈 선생이 여러번 말씀하셨던 바, 팩트만을 전달하는 기사는 있을 수 없듯, 이 책 역시 팩트에 대한 김용철의 판단과 취사선택이 이루어지긴 했으나.   

이 책에서 가장 '깨는'부분은 2부 10장의 '이건희 일가, 그들만의 세상'과 11장 '황제 경영의 그림자' 였다. 이 장에서 그려지는 이건희와 홍라희의 모습은, 코메디에 등장하는 인물과 거의 흡사하다. 이건 뭐, 과대망상증을 가진 정신병 환자(특히 그 증세를 과장되게 표현해 등장시킨)를 주인공으로 한 코메디적 부조리극의 일종같다. 아니, 정말 미친건 아닐텐데 그런 행태를 보이는 건 미쳤다는 소린지 안미쳤다는 소린지 헷갈린다. 재벌그룹 총수라는 양반이 7년간 단 두번 회사에 출근했다는 기록은 이건 뭐, 어쩌자는 거지? 싶고, 100만원짜리 옷을 만들어서 누가 사입어요? 라고 말했다는 이건희의 차녀 이서현의 발언은 얜 무뇌아일까, 무뇌아인 척 해서 사람들을 웃기려는 걸까, 싶고, 결정적으로, 3명의 통신 담당관을 두고 전 세계의 TV프로그램을 하루종일 시청하신다는 이건희의 이야기는. 음. 육아전문가들에게 데려가서 교육을 시켜야 한다. TV 시청을 너무 오래하면 비디오 증후군에 걸릴수 있습니다. 라고. 가르쳐 줘야 하는데. 아하... 그의 정신병적 행태는 TV 시청을 너무 많이 해서 생긴걸까? 그럼 진짜 치료가 필요한 정신병 환자라는 이야긴데?  

인도네시아에 와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teman(친구)라는 말이다. 이 나라 사람들은 한번만 만나도, 무조건 그 사람이랑 나랑 친구다, 라고 말한다. 이 나라 사람들 발은 또 얼마나 넓은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갖 관공서에 친구를 두고 있다. 그리고 도움(bantu)이 필요하면 요청하면 된단다. 그럼 다 해 준다고 한다. 그러하다 보니, 진짜 친구는 또다시 teman yang terdekat (가까운 친구)라고 표현한다. 이 나라 사람들의 인맥에 대한 집착과 과시는 정말 상상이상이다. 참 신기한 나라일세, 했는데, 이 책의 저자가 그 이유를 풀어줬다. 

   
  평범한 이들까지 '마당발'을 동경하게 된 한 원인은 허술한 사회인전망이다. 개인의 삶에 위기가 닥쳤을 때, 친분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었거나, 병이 생겼을 때 누구나 차별 없이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이런 문화가 생겨날 가능성은 적다. 실제로 사회복지가 잘 돼 있는 나라일수록 인맥관리에 지나친 힘을 쏟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반면, 사회복지가 취약한 나라일수록, 마당발을 동경하는 문화가 두드러진다고 한다.
p. 412-413
 
   

 

그런데, 이런 친구는 그냥 반뚜해 주지 않는다. 한국에서 친구라면, 당연히 해줄만한 일도, 이들은 태연하게 돈을 받는다. 이들의 "도와줄게" 라는 말은 내 도움을 돈 주고 사라, 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러한, 마당발의 인맥은 우정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 어느쪽에서든 아는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권력이 없는 서민의 경우에 안면을 터 놓은 경찰이 있다면 당연히 도움을 받게 될테니 그들과의 인맥에 집착을 하는 것이고, 경찰의 경우에는 인맥이 많으면 많을수록 잠재적 고객층이 넓어진다는 이야기니까 새로운 사람과 뜨만 뜨만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처음에 그 돈은 그저 '급행료'라는 이름이었다. 일 처리를 좀 더 빨리 해 준다거나 약간의 서류 미비를 눈감아주는 대가였다. 그러다 그 급행료는 이제 변질되어 그 돈을 주지 않으면 일을 해주지 않는 수준으로 이르렀다. 세관은 웃돈을 얹어주지 않으면 이삿짐을 통관시켜주지 않고, 주거 확인 도장을 찍어주는 동네 통반장은 돈을 받지 않으면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다. 심지어 우체부는 우편물을 주지 않기도 한다. 이 나라에서 기업을 하려면 자세한 상납목록을 만든 장부를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다. 그 상납 장부에 들어가는 사람은 위로는 관련 관청의 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담당 경찰서의 경찰관들과 그 상부, 동네에 하나씩은 있게 마련인 어깨들, 심지어 종교 지도자들까지도 상납의 대상이 된다. 상납은 한달에 한번씩 돈을 줘야하는 대상부터 6개월, 1년에 한번씩 쥐어줘야 하는 대상들로 분류되고, 한번에 주는 돈도 지위마다 다 다르다. 뇌물공여에 죄책감이 없기 때문에 서로간 자기가 받은 뇌물을 공개하는 것도 예사여서 세심하게 조절해줘야 한다. 이것은 인도네시아의 관행이어서, 주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되지 않는다.  

그러하다보니 나라 전체가 썩어들어간다. 수돗물의 수질은 최악이고, 도로는 10년째 전혀 확충되지 않았다. 평소라면 10분 거리가 차가 막히면 2시간이 보통이다. 도무지 대책이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도로는 비만 내리면 잠긴다. 주거환경은 끔찍하고 빈부격차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교육은 말할 것도 없으며 사회 복지는 없다. 그냥, 간단하게, 없다. 모든 재원은 그 뇌물로 다 들어가는 것이다. 회사는 설립되지 않으며, 대부분의 생필품은 해외에서 수입된다.   

   
 

생필품의 블랙홀이라는 거지. 생각해봐. 그곳에선 하루 다섯 번 시간 맞춰 기도를 하러 가야 하는데, 제조업이란 가능하지가 않아. 
유선전화 시대를 건너뛰고 사막 한가운데서도 휴대폰이 터져. 

정미경, <아프리카의 별>, 문학동네, 2010, p.187

 
   

  

이 상황은 인도네시아에서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러한 생필품의 블랙홀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 나라는 얼마전 지진이 일어났던 칠레였다. 남미의 칠레에 지진이 일어나고, 곧이어 사회는 통제불능에 빠졌다. 세계 각국과의 FTA를 통해 거의 대부분의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했던 칠레는 지진으로 항만과 공항이 마비되고 도로 운송이 중지되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슈퍼마켓이 약탈당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각 나라의 내수를 책임지는 중소기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그걸 보며 생각했다. 대기업의 횡포에도 꿋꿋히 살아남아 제품을 만들어내는 쿠쿠가 참 고맙고, 해피콜도 고맙고, 온갖 잡다구리한 것들을 만들어 내는 각종 중소기업들이 다아 고마웠다.

돈을 기반으로 한 인맥 정치는 나라를 이렇게 완벽하게 망쳐놓는다. 정부가 개판이 되면 국민의 생활이 얼마나 고달파지는지는 살아봐야 실감이 난다. 삼성이 하고 있는 짓이 이것이다. 그리고 김용철이 걱정하는 것도 그것이다. 유전무죄를 실감한 사람들, 그놈의 우정이 아닌 돈을 뿌린 것으로 만들어 진 인맥의 힘을 우리는 두눈으로 확인했다. 그러고 나면 너도 나도 돈을 뿌려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뿌리고 싶어도 못뿌리는 사람들은 둘째치고, 뿌릴 수 있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여기저기 줄을 대서 돈을 뿌리게 될 것이고, 마침내는, 우편물 하나도 웃돈 없이는 받지 못하는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군사정권의 그 각종 리베이트를 어떻게 뚫고 여기까지 온 우린데.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지다 못해, 깔깔깔깔 웃었다. 이건 뭐, 거짓말이 아니라는 건 아는데, 하도 말이 안되니까, 도무지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참, 우습기만 해서, 읽는 내내 깔깔 웃었다.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우스운 건, 이 나라, 인도네시아에서도 삼성 제품군은 그게 무엇이 되었건 모두 최고급으로 취급된다는 거. 특히 TV를 비롯한 가전 부문과 핸드폰은 삼성이 석권해 버렸다.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게 LG고. 에혀. 에혀.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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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마 2010-07-31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s. 이 책은 충무공과 내가 둘 다 읽은 몇 안되는 책 중의 한권이다. 중무공의 반응은 대략 나와 비슷했다. 야~ 코메디다!!!

마녀고양이 2010-07-31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보다 더 믿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지요... ㅠㅠ
예전에 소설은 소설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현실로 일어날 법한 일이다 라고 생각을 바꿨답니다..... 참 슬픈 일입니다. 그져.

아시마 2010-08-07 14:0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예요. 근데 이건 너무 유치해서, 상상을 할수도 없는 일들이었다는 게 그저 기가막힐 뿐이죠. 그럴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인간이란 존재가 너무 고차원적인 존재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는.

삼성 전자 들어갔다고 모가지(여기서는 꼭 목이 아닌 모가지, 라고 해 줘야 함.)에 힘주고 돌아다니던 친구놈이 생각났어요. 에혀.

blanca 2010-07-31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이 책이 제 남편이랑 같이 읽은 거의 유일한 책이었어요. 이건희가 거울을 그렇게나 좋아한다는 대목. 자기들은 냉장 푸아그라 먹고 손님들은 냉동 준다는 대목 등. 진짜 소설도 이런 웃긴 소설이 없더라구요. 그게 현실이니 그리고 그런 기업이 우리 경제의 생명줄을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다들 맹신하고 있으니 너무 슬프죠. 사실 저도 은연중 삼성은 대단하다,는 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니까요. 아시마님, 그래서 저는 삼성 제품 불매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혼자서요 ㅋㅋㅋ 되도록이면 사지 않으려고 해요. 비겁한 타협 정도겠지만요.

생필품. 안그래도 남미에 있는 친구가 공산품 구하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서 토로하더라구요. 치약, 생리대 이런 것들 가격이 엄청나다면서요. 부패가 용인되는 사회는 성장도 결국 정체하게 된다는 걸 다들 좀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아시마 2010-08-07 14:16   좋아요 0 | URL
생필품이요. 여기 식모들이 가장 많이 훔쳐(?)가는 품목중에 하나가, 뇨냐(마님 정도의 의미예요. 기혼 여성에 대한 존칭이라는데, 보통 일본이나 한국인 유부녀들에게 통칭으로 사용되는 단어.)들이 한국에서 공수해 온 생리대라죠. 현지인들이 쓰는 것과 비교가 안되는 품질이라고 그러더라구요.
더 웃긴건, 이 나라는 펄프 생산국가라는 거. -_-
기저귀도 비슷해요. 우리 작은 놈 아직 기저귀를 안떼서 여기서 사서 쓰는데 하기스가 하기스가 아니예요. 현지 생산 하기스는 오줌 한번 싸면 완전 뭉쳐서, 이건... 뭐. -_-;;; 한국선 하기스 쓰다가 여기와서는 군 쓰는데요, 제가 쓰는 군 기저귀는 일본 생산품을 수입해다 파는 거라... ㅎㅎㅎ 한국서 쓰는 가격과 거의 맞먹거나 더 비싸요. 근데 도무지, 현지생산품을 쓸수가 없어요.

그러니 악순환인거죠. 현지 생산 공장이 있기는 한데, 품질이 떨어지니 판매가 되지 않고, 이익이 떨어지니 품질 향상에 돈을 쓸 수도 없고... 뭐 그런 일들의 악순환.

저 대학 1학년때, 삼성이 대대적으로 이미지 재고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나요. 막 대학가를 돌면서 설문을 하는 사람도 있었죠. 몇몇 대기업 이름이 나열되고, 이미지가 가장 좋은 기업은 어디입니까, 운운운. 그때 저도 온통 삼성을 나열했었더랬죠. 같이 했던 동기들도 대부분. 흠. 그러고 보니 그시기는 삼성 이미지 재창조의 거의 마지막 시점이기도 했던 모양이네요. 그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했던 걸 보면. 대국민 사기극이 따로 없죠. 에혀.

2010-08-26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