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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기생뎐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9월
평점 :
이 책은, 2005년이었는지, 2006년이었는지 그해의 동인문학상 후보작품 10편 중 하나였다. 그 시기에 나는, 문학상 수상작은 물론 후보작품들을 아주 열심히 독파해 나가던 중이었던 관계로 이 책도 읽었다. 열심히.
이 책 읽고, 첫 생각은, 이런 작품까지 후보로 넣어주다니 동인상도 다 됐군, 이었다. -_-(아아, 난 요즘 리뷰가 거칠어지고 있다. ㅠ.ㅠ)
기생이라니 누구나 혹할만한 소재다. 이 책의 작가는 나름대로는 자료 조사도 잘 했다. 자료조사는 잘 했는데, 그 자료를 자기 것으로 소화해 내지를 못했다. 자료와 이야기가 따로논다. 그건 이 책의 최대 단점이다. 작가가 자료를 자기 것으로 소화해 내지도, 그렇다고 버리지도 못한채 어정쩡하게, 그냥 머물러있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그대들이 하고 싶은 말을 놓치지 않고 쓰겠노라고"(p. 255)하더니 후반부로 갈수록 기생들이 하고 싶은 말을 받아 적느라 이야기는 난맥상이다.
특히 <집사의 사랑>편에서 타박네의 기생들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호통을 치는 대목과, <서랍이 많은 사람> 부분에서 하루코의 난고촌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이거야, 소설을 쓰겠다는 거냐, 말겠다는 거냐. 이럴 거면 사료집을 편찬해야지.
인물은 다들 전형적이고 평면적이다. 이것이 이 소설의 또다른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부엌어멈은 부엌어멈의 전형성을 획득하고 있을 뿐 어떤 개별성이 없다.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이거야, 현대판 장화홍련인 것이다. 각 인물의 개연성도 필연성도 개별성도 없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각자의 역할에만 충실하다. 그러니까, 계모는 계모로서의 역할에, 의붓 언니는 의붓언니의 역할에, 구박받는 전처의 딸은 그 역할에만 충실한 것처럼, 그 외의 어떤 가능성도 없는 것처럼.
소재는 독특하고 발상도 좋았는데,
거기까지가 이 소설의 한계인 건가.
ps. 아, 난 투덜이 스머프가 되어버리고 만 건지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