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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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기대를 했었나. 이런류의, 그러니까 소박한 삶에서 힘을 얻는 힐링소설의 전형인데. 홍보가 너무 시끄러워서 기대가 컸다는게 이 책엔 마이너스 요소가 되었다. 흠. 너무 많아. 이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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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헤어지는 것은 성장했기 때문이다 - 상처 입은 치유자 공지영이 보내온 오랜 질문과 답
공지영.지승호 지음 / 온(도서출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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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헤어지는 것은 성장했기 때문이다by 공지영

 

읽은 날 : 2025.12.13.

 

종종 그런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어떤 고민에 대한 답을 얻고자 굳이 그 책을 찾아 읽은 것도 아닌데 무슨 마법처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에 대한 답이 그 책에 떡하니 있을 때. 물론 합리적인 설명을 찾는다면 아마도 내 신경이 온통 거기에 쏠려 있으니 그 책에서 딱 그에 맞는 부분이 도드라지게 튀어올라 보이는 그런 것일테지만(이것도 일종의 확증편향이라고 할 수 있을 거다) 이런 경험은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를 확인하게 만드는 일 중의 하나다. 추가로 말하자면, 그 답이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다.

 

나이를 먹을수록 너그러워지는 나를 느낀다. 그와 동시에 참을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느껴진다. 이제는 무언가를 참고 견디는 데 기력을 소비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분노하지 않는 것과 견디지 않는 것은 서로 연관되지 않을 수도 있더라. 화가 나지는 않는다. 순간순간 황당하고 어처구니없기는 하지만 그게 분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이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음을 더는 견디고 싶어지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나쁜 사람 아니고 나쁜 뜻도 없고 심지어 나를 좋아하기까지 한다는 거 알아요. 근데 그 사람은 나를 보면 화가 나는 지점이 있고 그걸 참을 수가 없는 거예요. 나를 보면 화가 나는 사람을 내가 왜 만나야 해요?”

p.46

 

공지영의 이 명쾌한 답이라니. 나는 종종 상대방의 선의에 대해 생각하는데, 실은 상대가 무슨 의도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내게 중요하지도 않다. 그저 잘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그랬겠지, 그 사람은 이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라고 생각하면 내 맘이 편하니까. 그런데 50을 코앞에 둔 이 시점에서는, 상대가 선의든 악의든 그저 거슬리는 걸 참는 데서 오는 감정의 소비를 더는 안 하고 싶어진다. 에너지가 점점 떨어져서 그런데까지 쓸 기력이 없는 거다. 그냥 심플하게 물리적 거리를 두고 싶은데, 아아, 그게 쉽지가 않네.

 

어느날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그 운명과 맞설 수 있다는 답을 얻었어요. 어떤 경우든 자긍심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 자긍심은 내가 룰을 어기지 않았고 노력을 하며 살아왔다는 데서 오는 거예요. 굉장히 중요한 덕목입니다.

p.114

 

예전에는 사람들의 뒷말에 귀를 쫑긋 세웠었다. 내가 뒤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고, 남들이 나를 뭐라고 말하는가가 나를 쉽게 흔들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나는 남들이 내가 듣지 못하는 곳에서 나를 뭐라고 말하는지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고, 룰을 지켰고, 남의 험담을 하지 않았으면 됐다. 내가 했던 언행이 뒷말이 되어 돌아온다 한들, 그 언행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내 스스로 부끄럽지 않다면 누가 뒤에서 무슨 말을 한들 내가 뭘 어찌할 수 있겠나. 이 생각은 나를 구했다.

 

때로 사람들은 참 집요하게도 남의 입질에 오르내리는 나의 이야기를 굳이굳이 내 귀에 넣어 주고 싶어 했다. 그걸 단호하게 거절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기보호였다. 명확하게 말했다. 저는 궁금하지 않아요. 듣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제게 중요한 것은 제 뒷이야기를 했다는 그 사람을 지금 만나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거예요. 설사 제가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한들, 그건 그때 저의 최선이었을 겁니다. 저는 제게 부끄럽지 않아요.

내가 나 스스로를 이렇게 긍정하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렸다. 남의 뒷말에 너덜너덜해진 심장으로 제 3자에게 나를 변명하게 되지 않기까지. 이 이야기를 공지영이 했다.

 

룰을 지키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살아온 것이 결국 자긍심을 갖게 해준 거죠. 이는 제가 어떤 책에서도 읽어보지 못한 이야기예요.

p.115

 

공지영도 자긍을 통한 자존을 지키기까지 참 많이 아팠겠다.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공지영의 답은 알겠다. 그런데 나의 답은 어떻게 내리지.

 

2025.12.14. by ash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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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두는 게 나 자신을 존중하는 방법과도 연결이 됩니다. 타인들이 육박해오면 내가 존중받지 못하거든요.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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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참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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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있다는 것의 의미. 이름을 지어 주는 의미,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이 가지는 힘.

"산에 있는 동안에는 그냥 산토끼지만, 우리랑 같이 살려면 이름이 필요하다. 그건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하나의 목숨이라는증거잖아요? 하쓰요라는 내 이름도, 마쓰에라는 어머니의 이름도, 나랑 어머니가 나랑 어머니라는 증거예요." - P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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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참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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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보기에는 보름달처럼 빠지는 데가 없는 행복을 얻은듯 보이는 사람도, 마음속 밑바닥에는 어떤 상처를 안고 있을지알 수 없다. 가볍게 입 밖에 내지 않고, 얼굴에도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살아가고,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웃고, 계절의 꽃과 달을 즐기고, 삶을 즐기는 듯 보이는 사람의 마음에도 어떤 상흔이 있을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사람은 누구나 상처투성이인지도 모른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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