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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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24


어디서 읽은 글인지 모르겠다. 최근에 읽은 글이긴 한데(아마도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 중에서 읽었거나 이만교의 글쓰기 책에서 읽은 것일 수도) 여튼 거기서 보면 1970-80년대의 소설가들이 현대의 소설가들에 대해 놀라워? 신기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소설을 쓰기 위해 평범한 일상을 버리고 비범한 일상을 경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거나 자신을 유폐시켜야만 하는 현대의 소설가들에 대한 연민? 또는 부러움을 느끼는 그런 이야기. 하긴 1970년생 김영하도 (71년생인가..) 자신은 소설을 쓰기에는 너무 평탄한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열등감을 느낀다 하니 뭐.


확실히, 20세기 초중반에 태어난 사람들은 이야깃 거리가 풍부하다. 그들은 20세기 중후반에 태어난 사람들은 죽었다 깨나도 겪지 못할, 때로는 겪지 못해서 행복할 사건들을 온 몸으로 직접 겪어가며 살아온 사람들이니까. 1931년생 박완서 선생님이 자신은 평생 토악질을 하듯 글을 썼다는 말이 이런 대목에 가면 실감이 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소설은 주요 무대를 이제 6.25시절이 아닌 그 이후 한국 경제 발전기로 옮겨가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의 김만수씨는 1960년쯤에 태어난다. 큰형 백수씨가 6.25 동란 중에 태어나고 그 위로 금희와 명희 누님이 태어난 뒤에 태어났으니 터울을 대충 계산해보면 그쯤 되겠다. 그는 똑똑한 장남을 위해 희생하던 당시 전 국민의 70%가 넘는 농가 차남의 대표적 인물쯤 되어 보인다. 그러니까 유별날 것도 없는 인간이 되겠다. 그때 한국에는 수많은 만수씨가 있었으니까. 그러다 김만수씨의 가족은 그 당시 흔했던 서울로 서울로 옮겨가는 가족중의 하나가 된다. 잘난 큰 아들은 우골탑을 쌓아가며 대학에 다니고 딸들은 공장에 다니며 대학생의 뒷바라지를 한다. 그러다 큰아들은 당시의 상황에 발맞추어 베트남 파견장병이 되고, 거기에서 어이없게도(그러나 흔해 빠지게도) 고엽제에 희생당해 죽는다. 큰아들이 죽은 집, 아버지가 부양의 의무를 파기한 집에서 만수씨는 당연하게도 집안의 가장이 되어 동생의 학교 뒷바라지를 하고 가족을 돌본다. 그는 존재하되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투명인간이 되어간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누구보다 선했으나 그로 인하여 그는 점점 투명해지는 것이다. 심지어 그의 가족들까지.  


지난 일요일, 아홉살 먹은 첫째에게 일곱살 먹은 둘째를 맡겨두고(미국이었으면 우리 부부는 잡혀갔다. ㅎㅎ) 집 근처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갔다. 지난 추석에 언니 부부의 도움으로 봤던 타짜 2를 제외한다면, 우리 부부, 아이를 낳은 뒤 처음하는 영화관 나들이였다. (타짜 2를 보고 있던 도중 고등학생 조카가 데리고 마야를 보러 들어갔던 둘째놈이 울어서 ㅠ.ㅠ 영화는 보다 말았다.)축포는 이런 때 터져야하는데 말이지. 


남편이 고른 영화는 국제시장이었다. 함흥에서 태어난 윤덕수씨는 아마도 1940년생쯤 되겠다. 6.25때 함흥에서 그는 동생을 잃어 버리고, 그로 인해 아버지와 헤어지게 된다. 아버지 없는 집안의 장남이 그렇듯, 그 역시 가장이 되어 가족을 부양한다. 선장이 되고 싶어서 검정고시 공부를 하던 그는 서울대에 붙어버린 미친 동생놈 때문에 파독 광부가 된다. 해양대학교에 합격을 했지만 아버지와 만나자고 약속했던 가게를 지키기 위해 파월 장병이 된다. 그는 투정부리지 않고, 왜 내가 해야하느냐고 묻지 않는다. 마치 만수씨 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덕수씨와 만수씨가 겹쳐보였다. 


책은 성석제 특유의 유머와 정교함을 잃지 않는다. 빠르게 교체되는 화자들을 통해서 인물의 입체성과 구체성도 생생하게 살아난다. 소설 소개글에서 우울하고 구질구질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잠깐해서 사 놓고도 읽기를 미뤄두었는데, 전혀 우울하거나 구질거리지 않는다. 성석제가 가장 잘 쓸수 있는 분야의 글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성장하는 작가를 보는 것은 즐겁고도 경이로운 일이다. 성석제는 언제나 이전 글보다 조금, 때로는 아주 많이 나아진 차기작들을 내놓는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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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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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국 현대사를 직접 겪었고, 때로는 그 현대사를 직접 만들기도 했던 한 지식 소매상의 담담하면서도 현실적인 필치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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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2-15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게 얼마만입니까!

blanca 2014-12-29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아시마님이다!!!!

아시마 2014-12-29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여러분 방가방가~~~ 저 귀국했어요!!!!!!

2014-12-31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2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도네시아에 나와서도 한동안 알라딘 플래티넘을 유지했었다. 받는 방법이야 다양하다. 출장자 편에 받기도 하고, 친정에 모아놨다가 누가 이삿짐을 싼다 그러면 그 편에 부탁하기도 하고, 누군가 한국에 다니러 갔다 오는 길에 가져다 주기도 하고. 이도 저도 여의치 않을 땐 알라딘 해외배송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알라딘 해외배송은 안할거다.  

물론 알라딘의 문제는 아니다. 알라딘의 해외배송 시스템은 꽤 편리하고 요금도 개인이 발송하는 것보다야 조금 저렴하다. 문제는 인도네시아에 있다. 아무런 원칙도 규칙도 없고 그것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이 나라. 알라딘에서 도합 예닐곱번을 주문했다. 매번 물건의 금액은 50-100 달러 선이었고, 처음 몇번은 문제가 없거나 있어도 납득 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였다. 예를 들면, 이미 한국에서 배송료를 다 지불한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나라 우체국에서 잡아둔 채 한화로 치면 1-2천원의 배송료를 요구하는 수준의 어이없지만 애교로 봐 줄 수도 있을 정도.  

문제는 그 이후에 일어났다. 

얼마전 남편 회사에서도 회사로 물건을 발송하고 (DHL) 나도 알라딘에서 DHL로 발송 주문을 넣었다. 내용물은 한치 틀림 없이 똑같았다. 둘다 비슷한 가격의 책이었고, 둘다 똑같이 책 외에 사소한 물건이 들어있었다. 알라딘에서 보낸 것에는 얼마전 알라딘의 사은품이었던 여행용 백이 들어있었고, 남편 회사에서 발송한 것에도 책과 원단 한마(90cmX120cm)가 들어있었다. 알라딘에서 집으로 발송한 것은 아무 문제없이 집까지 잘 도착했고, 회사에서 회사로 발송한 것은 무려 한화 3만원에 해당하는 세금을 물렸다. 같은 날 발송해 같은 날 도착한 물건이었다.   

헐. 이건 뭐지. 아마 회사에서 회사로 보낸 물건이라 그런가보다, 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집으로만 보내자, 했다. 다음 주문을 넣었다. 알라딘에서 집으로, 그나마 조금 싼 EMS로 주문을 넣었다. 물건 가액은 120 달러가 조금 넘었나보다.  

같은 날 옆집 사는 언니와 같이 물건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언니는 150 달러라고 물건 가액을 써 넣은 박스였고, 나는 120 달러라고 써 놓은 박스였으나, 그 언니는 세금을 물지 않았고 나는 한화 5만원에 육박하는 세금을 물었다.  

헐. 그래, EMS라 그랬나보다. 나름 우체국은 국가 기업이니, 이놈의 나라는 정부가 썩을대로 썩었으니까, (옆집 언니는 왜 세금을 내지 않았을까?) 그럼 그나마 사기업이고 국제적인 기업인 DHL을 비싸더라도 이용해주마. 했다.  

다시 알라딘에 주문을 넣었다. 집으로 발송, DHL 이용. 물건 가액은 하나는 70달러 하나는 90 달러.  

풋. 70 달러 물건은 50달러 세금, 90 달러 물건은 55달러 세금을 매겼다.  

알라딘에 전화를 하고, 한국 DHL에 전화를 하고 인도네시아 DHL에 전화를 했다.  

알라딘에서는 이런 컴플레인은 처음이란다. 전혀 모르는 사실이란다. 이런 일이 있으니 공지에 올려달라 말했다. 인도네시아로는 웬만하면 보내지 마세요! 그렇게.  

한국 DHL에서는 알고 있단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항상 일어나는 일이란다. 심지어 입던 옷이라 목깃에 때가 꼬질꼬질 묻어서 간 옷 조차 세금을 물린 경우를 본 적이 있단다.(전 세계적으로 중고물건에는 세금 안물린다.) 

인도네시아 DHL에 전화를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살 수 있는 물건을 해외에서 사서 들여왔기때문에 세금을 메긴 거라고 했다. 니네 한국말 책도 만들어내니 했더니 우물쭈물, 바로 말을 바꾼다. 라이센스가 없기 때문이란다. 무슨 라이센스? 물으니 대답을 못한다. 인도네시아 거주 외국인이 자국의 책을 받으려면 라이센스가 있어야 된다는 말이니? 그랬더니 바로 그렇단다. 그 라이센스 어디에 가서 받니? 했더니 대답 못한다. -_-;;; 

두번째 물건은 못받는다 했다. 열받은 남편 님하, 그 책 새로 사 줄테니 걍 버린셈 치란다. 그래 그러마, 했다.  

 

 

 

 

 

 

ㅠ.ㅠ 

 

 

 

 

한국에 살때, 기분이 꿀꿀해지면 책을 샀다. 책을 주문하고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도착한 책을 읽는 순간들의 즐거움이 나를 지탱했다. 그걸 아는 남편은 가끔, 내가 정말 우울해 보일 때 책 사줄까? 묻곤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이 나라에 산다는 게 너무 힘들어 투정을 부리면, 남편은 한번씩 책 사줄까? 출장자 있는데. 했다.  

헌데 이 나라에서는 책을 사는 것이 더 스트레스다.  

dhl 과 싸우고 패닉 상태로 누워서 오늘도 하루키의 먼북소리를 꺼냈다.  

 

 

하루키가 이탈리아에 체류하며 쓴 이 책에는 <이탈리아의 몇가지 얼굴>이라는 챕터가 있고, 그 안에 <이탈리아의 우편 사정>이라는 챕터가 있다. 그 챕터는 이렇게 시작한다.  

만약 이탈리아란 나라의 특징을 40자 이내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나는 "수상이 매년 바뀌고, 사람들이 큰 소리로 떠들며 식사를 하고, 우편 제도가 극단적으로 뒤진 나라."라고 답할 것이다.
p.377 

그리고 많은 페이지를 이탈리아의 우편 제도에 대한 놀라움을 토로하는데 할애한 하루키는 "아무튼 이 나라의 공공 기관은 치명적으로 번잡하고 비능률적이고 불친절하고 관료적이다. 그런데다 자잘한 규제가 많고 그런 규제가 또 반년마다 제멋대로 바뀌니 거의 아무도 규제 따위 기억하지 못하는 꼴이 되고 만다. 그런 연유로 도처에 제도적 블랙홀이 생긴다. (p.380)"라고 말한다. 그리고 영리한 하루키는 "하나 그런 일로 화를 냈다가는 이탈리아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p.381)"고도 잘라 말한다. 왜나하면 "매일이 이런 일의 반복(p.381)"이기 때문에.  

그리고 또다시, "내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감탄하는 것은, 그들이 이런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을 조금도 개선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p.382)"라는 진지한 감탄까지 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 한 줄은 그지없이 인상적이다. "아무리 내가 열심히 이런 일을 써본들, 어차피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p.386)"라고.  

내가 이 책을 읽은 2009년 무렵에 하루키의 이 이야기는 재미있는 우스개였다. 지금 나는, 하루키의 분노와 체념 뒤에 오는 그 허탈한 심리를 너무나 절절히 이해한다. 이건 정말이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테니까. 아, 정말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만 이해하는 존재로구나.  

하루키의 책으로도 도저히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가 없을 때는 움베르토 에코 아저씨의 책을 꺼낸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석학(아 이 식상한 표현이라니.)이신 이 분, 정말 끝내주는 소설가이자 기호학자인 이 분 말이다. 이분이 어느날 암스테르담을 지나오다 운전면허증을 도둑맞으셨단다. 그리고 그 도둑맞은 운전면허증을 이탈리아에서 재발급 받기 위해 겪으신 일들을 글로 남겼다. 이름하여 

<도둑맞은 운전 면허증을 재발급받는 방법>챕터다. 이건 도저히 요약도 안되고, 어디를 뽑아낼 수도 없다. 배를 잡고 깔깔깔 웃을 수 밖에 없는 코메딘데, 이 깔깔깔 웃는 코메디가 읽는 사람에게만 그렇다는 걸 이제야 나는 안다. 그간 웃었던 일들이 너무 미안해지는 거 있지. 이 일련의 일들에 대해 이 뛰어난 두뇌를 가지신 분은 이렇게 요약을 해 낸다. "한마디로 말해 불법의 대량화 또는 합법의 허구화(p.81)"라고.  

이 나라에 살려면 한국으로치면 외국인 등록증 같은 걸 받아야 한다(이름은 KITAS다). 이건 여권과 함께 항상 소지하고 있어야 하고 매년 갱신해야 하며, 심지어 이민 당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집으로 불심 검문을 나와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당해본 적은 없지만, 꽤 흔한일이다.) 이 중요한 것이 말이다. 크하하, 나는 지금 없다. 일년에 절반은 내가 가지고 있지를 못한다. 절반이 뭐야. 2/3 정도는 이 나라 정부에서 들고 있는 것 같다. 꼭 가지고 있으라고, 안가지고 있으면 안된다고, 벌금을 물린다고 추방을 하겠다고 난리지만 실제로는, 아니, 줘야 가지고 있지. 나는 매년 7월에 이 거주 허가를 갱신해야 하는데 5월경에 이민국 브로커를 통해 이민국에 여권과 끼따스를 비롯한 부속 서류들을 넘겼다. 그리고 7월도 지나서 8월에(푸하핫!) 이민국에 가서 갱신을 하기는 했다(뭐, 이 갱신 과정으로 이 나라에 불법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을 걸러낼 수 있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자 갱신을 하기는 했는데, 아직도 여권과 끼따스와 기타 등등의 서류는 10월이 된 지금까지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디 있는지는? 누가 알라나. 아마 브로커는 알겠지.  

이민국에 가보면 이민국 직원이 좀 있고, 외국인이 있고, 그 이민국 직원 전부와 갱신을 위해 와 있는 외국인 전부를 합한 수의 세배쯤 되는 브로커들이 있다. 서류에 사인하라는 말조차, 눈 앞의 외국인에게 하지 않고 바로 옆의 브로커에게 한다. 나름대로는 이 나라의 고용창출이라나. 푸하하하하핫. 하긴 뭐, 이 나라는 도로는 좁고(10년째 도로는 확충되지 않고, 자동차는 10배가 늘었다.) 교통 체증은 심화되니 도로를 건설하는 게 아니라 3 in 1 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도심으로 들어오는 차는 무조건 3명 이상이 타고 있어야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자 조끼(joki)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도심으로 들어가는 도로 근처에 손가락 하나를 내밀고 하릴없이 서 있는 사람들. 말하자면, 한국에 예전에 남산 터널이 3명 이상이라야 무료 통과할 수 있다는 제도를 만들었을 때 전설처럼 들려오던 그 앞에 서서 차를 타고 같이 터널을 지나주는 알바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똑같은 거다. 그게 정상적인 직업이 되고(장인자리가 사윗감에게 "자네 직업이 뭔가?" 하면 "네, 저는 조끼 일을 합니다." 가 되는) 나름 고용창출을 했단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아아 웃고 있어도~ 나는 눈물이 난다~~~

하루키 말대로 "어차피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이고, 에코의 말대로 "불법의 대량화 또는 합법의 허구화" 인 것이지.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남편이 DHL과 통화를 다시 했다. ㅠ.ㅠ 남편은 그 책을 폐기처분하라 말했다. 아아아아아아아. ㅠ.ㅠ 내가 이 그지같은 나라에 왜 날 끌고 왔냐고, 나는 도저히 못산다고 발작을(종종 일으킨다. -_-;;) 할 조짐이 보이자 미리 선수를 친다. "새로 사 주께! 똑같은 거 사서 출장자 편에 받아다 주께!!!" 아. 마음에 좀 안정이 온다. 

마지막으로 은희경의 책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곳. 아니 모든 인간이 가진 개인성을 다양함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고 그리고 배려하는 사회는 규칙이 많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
p.244

규제가 많은 것, 좋게 보자면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사는 이민의 나라이기 때문에 필요하겠지요.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함게 살자면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 불만을 최소화하려면 규칙과 규제가 많아질 수밖에요. 사회의 우선 가치는 물론 공정함fair이고 말이죠. (걸핏하면 소송, 그러니 변호사가 그리도 많고...)
p.250 

미국은 이러하군.  

저는 이 나라에서 아직 2년 남짓 더 살아야 한다. 뜻밖에 모범생 기질이 다분하고 규칙에 어긋나는 것을 못견뎌하는 나에게 이 나라는 참 견디기 힘든 나라.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고, 법과 규칙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나라.  

ㅎㅎㅎ 운전 면허증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 나라에서는 면허를 돈을 주고 사거든요. 그리고 그것또한 갱신을 해야 하는데, 뭐 면허증이 없으면서 운전을 해도 교통 경찰에게 뜯기는 돈이 있을 때보다 세배쯤 많아진 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_-;;; (참고로,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어도 돈은 뜯긴다. 단 벌점이나 기록은 전혀 없다. 걍 돈만 주면 된다. 교통경찰하면서 돈 구하긴 참 쉽다, 이 나라는.)

살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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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맘 2011-10-27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속상하셨겠어요..ㅜ,ㅜ그래도 열심히 책읽는님의 모습을 보면 제모습에 반성이 되네요..책을 편하게 살수있는이곳에 살고 있으면서도...요즘은 뭐가 그리 바쁜지 책을 못읽고 스트레스만 읽어야지 하는...ㅋㅋ직원이 한명 있었는데 어렵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시켰거든요 얼마나 서로 무등켜안고 울었는지...사실 정말 어려워서 그렇다면 할말이 있는데 그건 아니었으니까.요...한명의 직원이 그만둔 빈자리는 고스란히 제가 다 일로 전해주네요...
덕수와함께 놀시간도 괜히 피곤하다는 이유는..여튼 힘내세요...

아시마 2011-11-10 22:44   좋아요 0 | URL
열심히 읽죠. 후진국이 괜히 후진국이 아니라서 한달 이십만원 정도 되는 돈에 식모 둘을 부리고 있으니, 닉 혼비가 말했듯, 저녁 먹고 설거지 거리를 미뤄두고 책을 읽는 거죠.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없고.

근데 참... 이 나라가 싫어요. 진짜로.
 

얼마전 곽재구의 신작 에세이집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을 읽었다. 판단은 일단 보류. 이 사람 글은 좋을 땐 참 좋은데, 음. 뭔가. 싶을 때가 있어서. 그래도 별 세개 반은 일단 주고. 

그 책에 그런 말이 나온다. 세상에서 네번째 아름다운 학교 라는. 정확한 문장을 옮겨보면 이렇다.  

이 학교는 지상에서 네번째 아름다운 학교입니다.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첫째와 둘째 셋째 학교를 알지 못합니다. 빠따바반이 지금까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학교의 모습이지만 이보다 더 아름다운 학교가 이 세상 어딘가에 세개쯤은 더 있어도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곽재구, <우리가 사랑한 1초들>, 톨, 2011, p. 47  

요즘 나는 남편과 곧잘 페이스 타임으로 노는데, 약간 사오정끼가 있는 이분(실제 신체검사에서 청력 약화 소견이 나왔음!)에게는 정말 딱 맞는 소통의 방법이 되셨다. 그 전까지 우리의 대화는 보통 거의 동일한 단어들을 사용하게 되는데, 대부분은 이러했다. 

"뭐해?"
"책 봐."
"무슨 책?"
"블라블라블라...(책제목, 또는 저자 이름 등등등)"
"뭐라고?"
"블라블라블라... 라고."
"몰라몰라몰라?"
"아니, 블라블라블라!"
"아, 울라울라울라... 무슨 책 제목이 그러냐?"
"울라울라울라 아니고 블라블라블라아아아아!!!"
"니가 아까는 줄라줄라줄라 라며."
"됐어! 이 사오정!!" 

요즘은, 똑같은 질문에 그냥 화면으로 비춰준다. 그럼 그나마 노안은 안 오신 이분, 책 제목이랑 저자명이랑 잘 읽어주신다. 그러고는 묻는다. 

"무슨 책인데?
"뭐 이러쿵저러쿵 하는 책이야."
 

그럼 반드시 하시는 말. "무슨 그런 책을 읽냐." -_-;;; 

이번에 읽던 책은 다이애너 개벌든의 <아웃랜더>와 <호박속의 잠자리> 7권을 사흘간 달렸다. 2004년에 마지막으로 읽고 덮어뒀다가 다시 꺼내 읽었는데 여전히 완전 재미있음. 역시나 남편님하와 같은 질문을 반복한 끝에, 

"내 인생의 10대 소설 안에 들어가는 책이라 할 수 있지." 

라는 말을 무심코 덧붙였더니 그런 말 절대 놓치지 않는 이분, 바로 질문한다. 

"그 10대 소설에 들어가는 다른 책은 뭔데?" 

그래서 꼽아본 내 인생의 10대 소설들. 

 

이런 이야기 나올 때마다 영원한 1순위. 

토지.  

p.s 문득 자랑질. 나 토지 1번에 박경리 선생님 저자 싸인 받아놨다아아아아!!! 

 

 

빠질 수 없는 2순위  

빨간머리 앤.  

빨간머리 앤이랑 토지는 내가 몇번이나 읽었을까 곰곰 생각중. 각각 10번은 넘지 않았을까? 뭐가 날 이리 매료시킨 걸까.  

p.s. 문득 추가, 앤 번역 판본 모으고 있음. 

그리고 이번엔, 

 

 

 

박완서 선생님의 책은, 음, 뭔가를 딱 하나 찝어서 말을 할 수는 없고, 그냥, 박완서 선생님의 책들, 이라고 넣어줘야 할 것 같은. 

이래서 목록은 무한대로 길어지고 있음. 이건 뭔가 반칙같지만, 뭐 어쩌라고, 어느 한권을 뽑아낼 수가 없는데. 3순위에 놓는 것도 이건 뭔가 아닌듯. 에세이를 뺀 것도 죄송스러움. 내 인생관 사고관 가치관에 너무나 지대한 영향을 주신 분이신 관계로다.

 

 

 

드디어 나온 단행본. 이 책 이후로 김훈 선생은 많은 글들을 써 냈지만 여전히 이 책의 아우라를 벗어나지 못하셨다는 느낌. 

p.s. 나 또 자랑질. 이 책이 동인문학상을 타기 직전 2001년 생각의 나무에서 은빛 장정으로 나온 적이 있다는. 그 책 되게 예쁜데, 나 가지고 있다눈!!!  

 

그리고, 5,6,7,8,9는 여전히 블랭크인 상태로. 

다이애너 개벌든의 <아웃랜더>랑 <호박속의 잠자리>(둘다 아웃랜더 시리즈.) 

이 책은 나에게 영어공부에 대한 열망... 이라기 보다는 어쩔수 없는 필요성을 자극하는 책.  

현대 문화센터가 다음 시리즈들을 번역해 주기만을 정말 간절히 바라고 있건만... 

2006년에 출간되리라던 시리즈 3편 번역본은 여전히 감감 무소식임. 현대 문화센터는 각성하라! 

음, 그리고 순위 외지만 11번쯤엔. 

<앰버 연대기> 넣어주겠음. 

 

 

 

ps. 문득, 

서재 식구님들, 잘 계셨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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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9-15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인생의 10대 소설이라... 재밌어요.

아시마 2011-09-16 16:4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런 줄세우기 좋아하는 저는 .... 좀 쫌스럽고 많이 촌스럽고 꽤나 편협하지요.ㅎㅎㅎ 그러나, 이런 줄세우기, 재미있죠?

다락방 2011-09-15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마님! 왜이렇게 오랜만에 오셨어요.
저 이 페이퍼 클릭하기 전에 막 두근두근 했거든요. 뭐가 있을까, 나랑 겹치는게 있을까, 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한권도 겹치지 않아서 좀 놀랐어요. 생각해보니 아시마님은 주로 국내소설을 애정하시고 저는 번역소설을 애정하지요. 겹칠 이유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토지]는 좋았어요. 한번 밖에 읽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아시마님도 아웃랜더 읽으셨군요! ㅎㅎ 젊은 청년 제이미 ㅎㅎㅎ
좀 자주 오셔서 글 좀 써주세요, 아시마님!! 네?!!(안그러면 즐찾 빼버릴거에욧! 흥!)

아시마 2011-09-16 16:52   좋아요 0 | URL
젊은 청년 제이미는 겨우 23살. 그러나 최고의 남주여요.

즐찾 빼신다는 말은.... 열심히 써 보렵니다 ㅎㅎㅎ 잘좀.

Ps. 또 문득 자랑질, 저 지금 아이 패드로 서재질 중!!!

blanca 2011-09-16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저도 모르게 기다렸나 봐요. 아시마님의 강추 리뷰를 읽고 <토지>를 읽은 게 올해의 유일한 의미 있닌 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칼의 노래>의 아시마님 평에 동의해요. 얼마전 이런 생각도 했어요. 김훈에게 이순신이 임해서 ^^;; 김훈이 받아 쓴 것 같다고.

아시마 2011-09-16 16:53   좋아요 0 | URL
김훈이 이순신에게 임햤단 말엔 저도 격하게 공감가요.
 
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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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부터 29살까지, 꼬박 4년간, 나는 대여섯명의 소년들의 국어 선생님이었다. 우연히 시작된 중3, 16살 남자 아이 대여섯명의 그룹과외는 꾸준히 이어져 대학 입시를 마치고나서야 끝이났다. 열여섯살부터 열아홉살까지, 그 나이대의 소년들은 청년과 소년이 혼재된 상태로 한없는 예민함과 지독한 둔감함이 엉망으로 뒤엉켜 있었다.  

소년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여자형제밖에 없는데다 여중 여고 출신인 나에게 그 전까지 소년이란, 내가 알지못하는사이 환상만을 잔뜩 가지게 된 괴 생명체와 비슷했다. 익스트림한 스포츠를 즐기고, 냄새를 잔뜩 풍기며, 말은 할 줄 아나 싶게 말을 안하고,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화를 내는 단순하기 그지 없는, 뭔가 인간 같기는 한데 동물 쪽에 더 가까워 보이는 뭐, 그런 존재였다. 나에게 그런 환상(?)을 가지게 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남자 형제를 가진 여중 여고 친구들의 하소연이었고.  

그러다 내가 만난 16살 소년 여섯은, 16살 나의 여중 3학년 시기와 별 다를 것 없는 아이들이었다. 상냥해 보이는 눈을 가진 아이도 있었고, 음침한 표정의 아이도 있었지만, 스물 여섯이 봐도 열여섯의 아이들은 그냥 아이였다, 사실은, 성별이 거세된 '아기'라는 느낌이 훨씬 강했다. (음, 동네 분위기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얌전한 아이들이기는 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열일곱살이 되면서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자신이 남자라는 것, 그것도 여자와 대비되는 남자라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에게 무엇이 씌워지는지를 느끼는 듯 했다. 여자보다 용감해야 하고, 나중에 아내와 자식들을 부양해야 하니까 여자보다 공부도 잘 해야 했다. 혹시나 여자친구가 생기면 남자니까 당연히 돈도 많이 부담해야 하고, 혼자 돌아오는 밤길도 무섭지 않은 척 해야 했다. 무엇보다, 위로 따위는 필요없는, 씩씩하고 용감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은 그것자체로 짐이었다.  

한때 아기 같았던 그 아이들은 어느새 '가오'를 잡으면서 소년이 되어갔다.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착하거나 아니거나 순진하거나 발랑까졌거나 다 상관없이 그 아이들을 설명할 수 있는 단 한단어가 '가오' 였다. 그놈의 '가오'는 Y유전자에 별책부록도 아닌 합본부록으로 딸려오는 모양이었다. 열일곱살인 그 애들은 스물일곱살인 내 앞에서도 가오를 잡고 싶어했다. 가오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애들은 남자고 나는 여자니까.

   
 

-낸시 스미스라는 여자가 쓴 시에 이런 대목이 있어. 
재욱 형이 시를 읊기 시작했다.
-스스로는 강한데도 약한 척해야 하는 게 지겨운 여자가 한 명 있는 곳마다, 상처받기 쉽지만 강하게 보여야만 하는 게 피곤한 남자가 하나 있다. 항상 모든 걸 다 알아야 한다는 기대에 부담을 느끼는 소년 한 명이 있는 곳에, 자신의 지성을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지쳐버린 소녀가 하나 있다. 그리고.......
시는 술 한모금을 마신 뒤에 다시 이어졌다.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게 지겨운 소녀 한 명마다, 자신의 연약하고 흐느끼는 듯한 감성을 숨겨야 하는 소년이 한 명 있다. 

-p. 341 

 
   

부들부들, 열일곱 소년이 잡는 가오는 뭔가 애처로운데가 있었다. 한순간에 무너져 버릴 게 뻔해서도 그랬고, 스스로가 자신의 가오에 확신을 갖지 못해서도 그랬고, 자신이 왜 가오를 잡아야 하는지를 확신하지 못해서도 그랬다. 그 가오에 속아주면 끝까지 가오를 잡아야 할 그애들의 어깨가 안타까웠고, 가오 그만 잡지, 좀? 이라고 그 어깨를 두드려 주려 하면 자존심을 송두리째 침해받은 듯 펄펄 뛰어 어려웠다. 가오를 건드리지 않으며 위로를 해 준다는 건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였다.  

그놈의 '가오'가 '갑빠'로 옮겨가면 그나마 다루기가 좀 낫더라는 게, 열여섯부터 열아홉까지, 그리고 다시, 그 아이들이 대학생과 군바리, 복학생이 되는 것을 간간히 지켜본 나의 경험담이고. 그리고, 올해 마흔을 찍으신 분을 데리고 살면서 보니 그놈의 '가오'는 평생을 잡고 사는, 몸 속에 y 유전자가 존재하는 한 계속 되는 것이더라는 거, 그리고, 가오를 잡는 한, 소년들은 죄다 위로가 필요하더라는 거. 그게 나의 결론이기도 하고. 

다시, 소년의 이야기와 이 소설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청소년기의 우리가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였다. 그리고 실제로 청소년기에 했던 대부분의 고민들을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정말 별 것도 아닌 것이었다. 그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아픔이었는데 어른이 된 지금 들여다보니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는 그런 고민들이었다. 그런 일들 하나하나에 그리 울고 웃었다니 정말 대단한 열정이었다고밖에.  

그런 대단한 열정에 감탄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대단한 열정으로 했던 그 많은 고민들, 그것들이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또한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아무리 하찮은 것들이었다고 해도, 당시의 나에게는 생사의 기로와 세상의 존폐위기와 맞먹는 것들이었던 것이지. 그것또한 진실.  

이 책은 그 하찮은 것들에 대한 소년들의 고민을 보여준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한낱 '가오'로 보일 뿐인 그것이 소년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은희경은 놀랍도록 잘 그려낸다. 와. <새의 선물>에서의 진희와 이 소설 연우는 본질적으로 다른 인물로 느껴질 정도다. 은희경, 많이 컸구나!!!(이런 건방진 말이라니...;;;;) 

보너스 트랙은 없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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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3-0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종종 느끼는건데,
아이에게도, 같이 있는 어른에게도 가장 힘든 시기가 중학교 시기인 듯 해요.
남자아이들이 더 심하고, 여자아이들도 성격에 따라서는 참 어렵게 보내죠.
극과 극을 달리고... ^^

제 딸 코알라가 벌써 초등학교 5학년에 되면서, 참 생각이 많아요!

참...... 제가 아시마님의 전에 페이퍼를 보고 재봉이 너무 하고 싶어졌거든요.
그래서 요즘 배우면서, 재봉틀도 사고, 내친 김에 오버록 기계도 샀어요!
아시마님, 그때 그 페이퍼 다시 감사드려요!

아시마 2011-03-10 13:45   좋아요 0 | URL
헉, 오버록까지 사셨군요!
제가 저희 충무공에게 맨날, 누가 나한테 와서 "야옹아 '오바로꾸(오버록이라는 건 아실테고. ^^)' 사주께 따라가자." 그러면 냅다 따라갈거라고 협박질 중인 그 오버록! ㅠ.ㅠ 아아, 부럽슴다.

전 지금도 그렇지만, 중학교때는 많이 둔감하고 많이 예민한 아이여서, 혼자 힘들었어요. 엄마가 굉장히 둔한 성정이라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얼마전에 사춘기를 호되게 앓고 있는 옆집 애를 보고 혼자 에구... 너도 크느라 욕본다, 중얼중얼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애도 한국 학년으로는 중학생이네요. 전 중3-고2까지가 많이 힘들었던듯.

그나저나, 재봉틀은 뭐 사셨어요?

따라쟁이 2011-03-1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다보니 저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생각나네요. 남녀 공학이거든요. 네. 그녀석들도 가오를 잡으면서 이제 남자가 됐어요. 그래서 애처로울 때도 있어요. 최근에 한녀석 아버님이 장기 이식수술을 받으신 경우도 그랬고요. 일은 다 치루고 나서.. 그랬더라.. 하면서 지난간 옛이야기 하듯이 이야길 건내더라구요.
너는 결혼도 했고, 신경쓰게 하기 싫었다고 하면서.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내려놓지 못하는 그놈의 가오는... 어디에서 풀고 좀 쉴 수 있으려나..싶네요.

양철나무꾼 2011-03-19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 아들이 중3이 되었죠.
전 이 책을 아줌마의 마음에서 읽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아직 아이가 소년의 한가운데 있지 않아서 비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 이땅의 소년, 소녀들 좀 안됐어요.
성정을 발현할 시간 따윈 없으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