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찬란한 나날
조선희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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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참 읽다 문득, 2002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었던 정미경의 《장밋빛 인생》이 떠올랐다. 더 정확히 표현을 하자면, 그 책의 뒤 추천사가 실린 부분에 있던 심사 위원의 심사평이 떠올랐다. 이청준의 평으로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확인해보니 김화영이다. 김화영의 심사평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이 작가의 글 솜씨는 노련하다 못해 눈부시다. 그래서 때로는 이 화려함의 광도를 다소 낮추었으면 싶을 정도다." 

(아니다, 내 기억속의 어딘가에서는 분명, 이청준 선생님이 정미경의 소설에 대해서 지나치게 계산을 해 너무 꽉 짜여 있다는 것이 오히려 단점이라는 말씀을 한 일이 있다고 말한다. 도대체 어느 소설에 대해서 언제 말씀하신거지? 이상 문학상 수상작에 대해서 하신 말씀인가 하고 찾아보니 그것도 아니다. 아 환장해. 이청준 선생님이면 동인상 심사위원이니까 그쪽을 뒤지나... 조선희 리뷰쓰다 말고 웬 정미경 뒤지기냐고. ㅠ.ㅠ 덴당. 일단 다시 조선희로 돌아가자. 자자자자. 

김화영의 정미경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2006년 출간 단편집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에 또 한번 실린다. 정미경의 글에 대한 김화영 선생님의 평가에는 대체로 나 역시도 동의하는 편이지만, 나는 사실 그런 느낌을 정미경의 글에서 보다 조선희의 글에서 더 많이 느낀다. 

조선희, 라는 이름은 일반독자(?)에게는 약간 낯선이름이다. 뜬금없지만, 아주아주 옛날에 이은혜의 만화책 <댄싱러버>에서 주인공 서지우를 두고 연예인들이 "스타들의 스타" 라는 표현을 하는데 그게 조선희에게 가면 딱 맞춤하다는 느낌이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데, 글밥 좀 먹는 다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스타같은 작가. 물론 김훈이나 박완서나 박경리도 작가들의 스타같은 작가이지만, 그들은 일반 독자에게도 충분히 유명한 작가이니까 조선희와는 느낌이 좀 다르고.  

이 책은 소설책으로는 조선희의 두번째 작품이다. 2002년 내가 처음 알게된 조선희는, 소설 그 자체보다 소설을 쓸 것이라는 것으로 더 유명한 사람이었다. 직장에서 한참 문학 관련 신문기사를 스크랩하던 무렵의 한 시기에 조선희의 이름은 거의 모든 신문에서 며칠동안이나 다루어졌었다. 씨네 21의 편집장이었던, 한겨레 신문의 기자였던 그녀가 소설을 쓴다는 것으로, 그녀는 이미 소설 그 자체보다 더 유명한 작가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나온 첫 소설 <열정과 불안>은 오, 꽤나 괜찮았지만, 흠. 

그야말로 "이 작가의 글 솜씨는 노련하다 못해 눈부시다. 그래서 때로는 이 화려함의 광도를 다소 낮추었으면 싶을 정도다." 라고 말하게 된다. 단어하나, 쉼표하나까지도 모든것이 완벽하게 계산되어 딱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있다. 단어와 쉼표가 이럴진대, 인물과 구성과 사건은 말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다시, 작가의 약력을 보게 되는 것이다. 신문기자 시절의 김훈이 소설가 김훈을 만들었듯, 조선희에게로 넘어오면 역시나 언론인 조선희가 소설가 조선희를 만들었다 싶다. 문체는 단정하고 빼어나고, 단순하고 평범할 수도 있었던 소재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솜씨도 훌륭했으며, 기 승 전 결에 대한 부분도 잘 짜여져 흘러가는데, 그래서 좀 답답할 정도다. 

우와, 이건 너무 잘 썼잖아, 싶은. 그 압도. 이건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잖아.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다는 게 흠이라니 이건 너무하다.

어떤 부분 정미경과 닮은데가 있다. 정미경이 좀 더 날카롭고 개인적인 느낌이라는 것이 차이랄까. 작품의 기저에 깔고 있는 냉소나 차가운 관찰자라는 느낌도 닮았다.  

   
 

자신의 현실을 떠나 있는 것은 모두 판타지다. 우주전쟁뿐 아니다. 비참이나 남루도 그렇다. 
 

누구나 자기 동네에 갇혀 살기는 마찬가지다. 울타리 바깥은 그저 책이나 신문이라는 종이 위에 건설된 판타지일 뿐이다.

 
 

<서울의 지붕 밑> p.97, 116

나는 이 말을, 니가 고생을 안해봐서 세상을 몰라,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알아야 니가 복받은 줄 알고 정신을 차리지. 라는 남편의 타박에 대꾸하는 말로 내질러 줬다. 내가 막말로 말이지, 그러는 니는 아느냐고, 그리고 니가 나에 관해 그렇게 잘 아느냐고 안 한게 다행이다. 당신이 아는 내가 나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지. 날 다 알고 있다는 그 오만은 어디서 튀어나오냐, 응?

   
  한국 사회가 좁아서 한두 사람 건너면 아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건 학연과 지연이 엮어내는 범주 안쪽에 살고 있는 사람들 얘기다. 징검돌 몇개로는 건너갈 수 없는 아득한 바다가 K와 정자 씨 사이에 가로 놓여 있었다.  
 

<서울의 지붕 밑> p.114

 

이러한 현실인식, 그것이 조선희다.  

왜 이 작가가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지,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글 진짜 끝내주게 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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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계부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네이버 가계부. 예전에 모네타 가계부 쓰기에 도전했다가 쓰디쓴 실패를 한번 맛봤고, 수기 가계부 쓰기는 매년 초가 되면 시도하던 일이었으나 항상 흐지부지. 그래서 나란 인간은 가계부를 여어어어어어엉 못쓰는 인간인가보다, 했는데, 웬걸, 발등에 불 떨어지니 쓰게 된다. 이 나라는 돈 단위가 너무 커서 한번 장보면 4-50만 루피아씩 펑펑 써대니 오히려 돈 감각이 사라져 버렸다. 도대체 내가 얼마를 썼고 얼마를 남겼는지 알수가 없어서. 결국은 가계부로 돌아간다. 쓰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한달을 잘 채워서 쓰고나면 반드시, 보고하겠습니다.  

ps. 알라딘에서는 가계부 시스템 제공 안하나요? 하면 좀 웃긴가? -_- 원스톱으로 뭔가를 해결하길 바라고 있는... 쩝. 

2. 실바니안을 아시나요? 

원래도 미니어처를 좋아하긴 했지만, 최근 실바니안 시리즈에 목을 메고 있습니다. 옆집 이과장네가 실바니안 2층집을 가지고 있어서 다인씨가 그걸 너무 좋아라 하는 바람에. 9월에 다인씨의 4번째 생일이 있는데 그걸 사 줄까 아니면 플랜 토이즈에서 나온 나무로 된 2층집을 사줄까 생각중입니다. 어느쪽을 선택한다고해도 한국돈 30만원 정도는 깨져야 웬만큼 가지고 놀정도가 될 것 같은데, 어떨지. 사실 다인씨는 실바니안 집을 두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인씨가 아주 어릴때에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거지요. 나름 가구도 많이 갖춰져 있었는데 칠칠치 못한 엄마가 다 잃어버리고 이제는 집과 서랍이 없는 책상, 부서진 사다리 등만 있습니다. 그래도 집은 튼튼하게 갖추어져 있는데 커다란 2층집을 사주는 게 옳은 일인지 작지만 이미 있는 집 두채에 내용물을 챙겨 넣어주는 게 옳은 일인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아무래도 나무로 된 돌 하우스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모양이구요.  

고급스러워 보이기는 아무래도 플랜 토이즈의 나무로 된 돌 하우스 쪽인데, 아기자기 이쁘게 가지고 놀기에는 실바니안 시리즈가 더 좋아보입니다.  

그리고 사실은... 실바니안 시리즈는 아이를 위한 장난감이기 보다는 엄마를 위한 장난감 같습니다.  ㅎ 

3. 문화라는 것. 

새삼 문화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국수주의적 마인드는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에 관해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난감 가게와 서점을 갈 때마다 한국의 그 풍요롭던 환경을 떠올리게 됩니다. 한국이나 이곳이나 장난감은 비슷해 보입니다만, 한국에는 미미월드가 있고 햇님토이가 있지요. 그것 말고도 몇몇개의 질 좋은 국산 장난감 브랜드들이 있는데 이곳은 오직 수입 장난감 브랜드 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브이텍이니 피셔 프라이스니 스텝2 등등. 그리고 이 장난감들은 너무 비싸서 현지인의 월급으로는 사기가 너무 힘듭니다. 어쩌라는 건지. 같은 물건이 한국에서 사는 가격의 1.5배쯤 됩니다. 헐.  

이 나라의 어린이 정서를 지배하고 있는 건 디즈니입니다. 아니, 어쩌면 전 세계의 어린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디즈니인지도 모르지요. 그 디즈니가 오직 한국에서만 뽀로로와 디보와 치로에 밀려서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이곳의 어린이 채널에서 영어로 더빙된 뽀로로와 디보가 나올때면 때때로 살갗에 오소소한 소름이 돋습니다. 올해 14살이 된 제 조카가  지금의 다인씨의 또래 였을때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것은 영국에서 온 텔레토비였습니다. 그때로부터 고작 10년, 한국 아이들은 한국에서 만든 것을 즐기며 놉니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저도 몰랐는데 여기와서보니 알겠어요. 디즈니 일색인 이곳의 장난감들이며 책을 볼때마다, 많은 생각을 합니다.  

특별난 장난감과 책이 없다보니 이 나라는 유난히 미니어처와 피규어가 발달했습니다. 어디를 가든 돌하우스나 피규어가 장난감 가게의 중심에 놓여있지요. 이곳의 동물 피규어는 무척 정교합니다. 물론 이 나라의 솜씨는 아니고, 독일의 유명 회사 제품을 갖다놓고 파는 것입니다. 상상의 여지가 전혀 없는 지나칠만큼 정교한 피규어들과 미니어처와 돌하우스를 보면서 제가 느끼는 것은 문화의 빈곤입니다. 도대체 이 나라는 왜 이모양이 되었을까요? 한국이 대단했던 건지 이 나라가 문제가 있었던 건지 전 정말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한국이 대단한 나라고 어쩌고 한다고 해도 어느정도는 비슷하게 가야하는 거 아닌지.  

4. 점 

저는 점이 잘 생기는 피부입니다. 얼굴에 있는 점은 아마 한 4-5번 뺐을 거예요. 빼도 빼도 점이 다시 올라오는 피부라더군요. 상처가 잘 아물지도 않고, 흉이 잘 지는 피부이지요.  

그런데, 요즘들어 갑자기 선명할만큼 새카만 점들이 팔과 다리에 생기기 시작했어요. 크지는 않지만 색깔이 얼마나 선명한지 깜짝깜짝 놀랍니다. 점이 갑자기 많아지는 건 뭔가 문제가 있는 건가요? 아는 분의 제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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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07-11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그 나라도 20년쯤 흐르면 자기만의 캐릭터가 생겨나지 않을까요. 헐리우드 키드가 자라나 세계적인 한국감독이 된 것처럼요. 뽀로로를 만든 '오콘'이라는 곳을 개인적으로 아는데, 일요일 아침이면 하던 만화극장에서 '톰과 제리'를 보던 세대더라구요. *^^*
아, 점은... 아무래도 자외선이 강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오존층 파괴로 피부암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니 아낌없이 전신에 선크림 바르시길.

아시마 2010-07-11 12:20   좋아요 0 | URL
흠... 제가 생각하는 건 그 부분이예요. 왜 너희는 우리보다 20년이 늦니? 라는 거. 한국인의 빨리빨리는 문화적 성취라는 것도 빨리빨리 이루게 만든걸까요? 톰과 제리를 본 세대는 이 나라에도 있을텐데 말이죠. 이 나라의 이 수많은 인구들 중에서 왜 한국의 오콘같은 회사가 생기지 못했을까요?
아. 회사하니...
우리나라에는 있고 이 나라에는 없는 회사가,
자동차 회사, 전자 전기 회사, 철강회사 등등이 없어요.
이 나라의 자동차는 100% 수입품이예요. TV 냉장고 세탁기도 물론 마찬가지구요. 저희 작은 식모는 자동차를 타고 안전벨트를 할줄 모르더군요. 헐. TV를 식모살이 하면서 처음으로 가져본 애들이 태반일거라고 하고요.
제가 묻는 건 그거죠. 아니 왜?
이 나라가 얼마나 엄청난 자원부국인데요. 석유 매장량도 엄청나죠. 천연가스며 금도 엄청나구요. 하나도 없던 우리나라도 했는데 니들은 왜 못했니, 안했니, 전 너무 신기한 거 있죠.
물론, 우리나라의 그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무시하는 건 아녜요. 삼송 횬대 SK LG 기타 등등등의 대기업 위주의 발전 정책에 그 엄청난 비리와 특혜들. 모르지 않죠. 순기능과 역기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그러니까 우리는 박정희가 있었어도 이만큼 왔는데 너희는 그래도 박정희는 없지 않았냐구요.
물론 이 나라도 다르지 않아요. 여기도 딱 부정부패에 관한 한 박정희 같은 놈 있었거든요. 박정희는 친일파였고, 수카르노는 일제에 대항한 인니 독립군의 우두머리였다는 점은 차이가 있겠지만. 군부 독재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도 아니구요.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에 대한 비리와 부정부패도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예요. 부작용을 무시하고 기업을 키우려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예요. 수카르노니 수하르토니 딱 박정희 찜쪄먹을 인간들이었다는데 말이죠. 여기도 메가와띠라고 수첩공주랑 똑같은 여자 하나 있어요. 수카르노 딸이라나 수하르토 딸이라나. 메가와띠는 대통령까지 해쳐먹었다는. 악.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진짜 한국은 말세가 오는 걸 거예요. (도대체 말이 어쩌다 여기까지 갔죠? -_- 뭐냐.)

에에, 그래서 결론은, 대한민국 만세인거죠. 하하하...

마녀고양이 2010-07-11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계부를 엑셀에 쓴답니다.
온갖 사이트와 프로그램을 사용해보고 내린 결론이죠..
저는 맘대로 할 수 있는 엑셀이 젤 편해여~

문화적 차이... 많이 느끼시겠어요. 신기해요.
아이들 사진 너무 이쁘네요,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절대 안 깨물어여.. ^^)..

아시마 2010-07-11 11:50   좋아요 0 | URL
네, 여러 사이트를 이용해보신 분들 대부분 결국 엑셀로 회귀하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특히 엑셀을 좀 다룰줄 아는 분들은, 웬만한 가계부 프로그램보다 낫다고요. 저는 엑셀에 젬병이라... ㅠ.ㅠ 사실 제가 가계부를 쓰게 만드는데 최고의 영향을 끼친 분도 각종 사이트와 프로그램을 돌고 돌아 엑셀로 안착했다고 하더라구요.
뭐가 되었건 한번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불끈!

ㅎㅎㅎ 깨무셔도 됩니다. 사실 애들 키우면서 많이들 깨물면서 키우지 않나요? 저희 애들은 하나는 찹쌀이고 하나는 밤이지요. 찹쌀떡과 밤토실. 먹는 것과 관련된 별명이 괜히 붙었겠습니까. 하루에도 열두번씩 깨물어요. 특히 작은놈 볼때기는, 아주... 흐흐흐흐흐흐........ 스읍.
빨리 좀 커라, 싶다가도 아이들 크는게 아까워요, 정말!

루체오페르 2010-07-11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접근성이 가장 중요하기에 네이버 가계부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작성만 열심히 하고 다시 보지 않을거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수업시간 노트 필기 열심히 한다음 다시 안 펼쳐보는 것처럼요.

2.실바니안...이라는건 처음 들었는데 찾아보니 미니어처 집 장난감인듯 하군요. 2층집 단면으로 보면서 가구나 인형 가지고 노는거요. 여자아이들이 많이 가지고 놀았던것 같습니다.

3.확실히 문화라는 것은 소리없는 전쟁입니다. 문화가 없는 나라=힘이 약한 나라, 문화가 강한 나라=힘이 강한 나라 죠. 우리도 한류처럼 힘을 키워야 그와 같은 상황이 안되겠죠.

4.예방 차원에서 말씀드려보면 흑색종이란 것이 있습니다. 그건 아니겠지만...
[진단] 검은 점이 새로 생긴다든지 이미 있던 색소 모반의 모양이 불규칙하고 비대칭적으로 변하거나 크기가 0.6cm 이상으로 자라거나 색소성 반의 색깔이 균일하지 않은 경우 의심할 수 있으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리 조직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예방] 자외선 노출과 흑색종 발생의 관련성이 인정되므로 과도하게 햇빛에 노출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ps : 앗 그러보니 아이들 사진이 바뀌었군요! 이번 사진도 참 예쁘네요. 자주 보여주세요. 하핫

아시마 2010-07-11 11:45   좋아요 0 | URL
네이버는 늘 들어가는 곳이니까 편하겠더라구요. 열심히 한번 해 보려구요. ㅎㅎ

네. 실바니안은 미니어처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수제품의 정교한 미니어처류들을 제외하구요. 실바니안의 모든 서랍은 다 열리고 목욕세트에는 갓난아기의 손톱만한 스폰지까지도 포함이 되어 있지요. 물론... 산지 사흘만에 잃어버릴 확률이 89.5%쯤 됩니다만. ㅎㅎ
문화에 관해 생각이 많아요. 얼마전에 진경혜(누군지 아시나요? 미국의 유명한 아인슈타인 남매의 엄마라지요.)씨의 책을 읽다보니 그런 구절이 있더라구요. 한국 사람들은 어릴때부터 어학연수를 보내고 영어를 배우는 것에 목숨을 거는데, 일본은 그러는 대신 일본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집중했다구요. 덕분에 미국의 주요대학 대부분에서 일본어를 주요 외국어의 하나로 취급을 하고 배우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구요. 이건 제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부분하고는 조금 다른 부분이긴 한데요. 한류나 자문화 홍보... 이런것도 일단 문화라는 것 자체가 존재를 해야하는 거잖아요. 한류를 일으키려고 하면 우선 대장금이나 겨울연가가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자문화 홍보라는 것도, 일본으로 치자면 기모노나 사케, 우동과 초밥도 있지만 원령공주도 있고 실바니안도 있고요.(네, 실바니안은 일본겁니다. ^^) 그러니까... 알린다는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문화라는 그 자체가 존재를 해야 한다는 거죠. 길 닦아 놨는데 달릴 자동차가 없으면 그 길조차 무용지물 잊혀진 길이 되어 곧 사라져버릴테니까요.
문학의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작년 연말쯤에 닉혼비의 <런던 스타일 책읽기> 읽고 좀 복잡한 생각이 들었어요. 거의 6개월에서 2년의 차이정도를 두고 미국과 영국의 현대문학이 한국으로 바로 입수되잖아요. 일본 문학도 마찬가지구요. 그들은 그렇게 하는데 우리는 뭐냐... 뭐 이런 생각은 너무 저차원적이지만, 그래도... 우리 다들 알잖아요. 문학이라는게 인간의 정신 기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영어 최고!를 외치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건지 이렇게 되었기 때문에 영어 최고!를 외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뭐 그런...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며 사는 거죠 뭐.

그리고 흑색종 검색했어요. ^^ 저의 점과는 조금 다른 것 같지만 어쨌든 자외선은 조심하겠습니다. 이 나라가 워낙 자외선이 강하다고 하더라구요.

ps. 전 못생긴 건 안낳습니다. 하.하.하.

루체오페르 2010-07-11 12:09   좋아요 0 | URL
실바니안 같은 제품은 성인남성도 즐길 수 있을것 같네요.하핫 요즘은 키덜트 라고 해서 어른용 완구(?)문화도 확산중이죠.

문화에 대한 관심과 식견이 느껴집니다. 공감도 많이 가고요. 그렇죠, 문제는 콘텐츠죠. 왜 우리는 닌텐도, 아이폰을 못만드냐 하는 질문도, 해리포터가 안나오느냐, 전자제품의 하드웨어 아무리 뛰어나도 안팔리는 이유도 소프트가 없으니까겠죠. 그래도 체계적으로 하려고 노력중이니 기대해 볼만합니다.

진경혜씨...이름만으론 몰랐는데 혹시하고 찾아보니 역시 그 남매 어머니군요. 예전에 방송에서 자주 봤던 기억이 납니다. 대단한 남매, 어머니 인것 같습니다,최근 정보들 다시 보니...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그들에 대한 열풍이 분 것에 대해선 한번 더 생각해 봐야할듯 합니다. 먼저, 홈스쿨링 자체가 천재성을 만든 것인지, 원래 타고난 천재성이 그걸 통해 나타난 것인지...홈스쿨링을 통해 명문대에 갔다는 이유로 우리 자녀도 홈스쿨링->명문대 의 희망을 가지고 관심을 가졌을텐데 그들이 명문대를 가지않았더라도 홈스쿨링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찾았다 하면, 하지만 그땐 이정도의 이슈는 없었겠죠. 교육철학은 공감하나 현실적인 면에선 하나의 경우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요.^^;

건강 조심하세요~ 의료환경도 한국보다 좋지 않은것 같은데 병나면 큰일입니다.

따님들의 미모를 보니 어머님의 미모가 궁금해지는데 예전 페이퍼 어디에 있을려나요?ㅎㅎ

blanca 2010-07-1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마님, 저도 모네타 쓰다가 네이버로 옮겨 탔어요. 은근 심플하고 괜찮긴 한데 보안이 조금 취약하다는 얘기가 있어서...비밀번호 복잡한 걸로 변경했어요.

실바니안 ㅋㅋㅋ 안그래도 그거 제가 사라고 자꾸 딸래미한 부추겼는데 정작 관심 안보여서...아직 세 돌이 안되서 그런가.. 제가 좀 사서 갖고 놀라고 했더니 말이에요. 저는 실바니안 추천이요! 실바니안 사진좀 보여주시면 좋겠어요^^

점,, 저도 점순이에요...점이 온 몸에,,,얼굴 점은 엄두도 못내고 있어요...그런데 점이 새로 생기는 것은 별로 안좋다는 얘기를 듣긴 들었는데 로체오 페르님이 잘 적어 주셨군요.

아시마 2010-07-11 11:23   좋아요 0 | URL
엥? 보안이 취약하다는 건, 내 가계부가 통째로 아무데나 돌아다닐 수 있다는 이야긴가요? 남의 가계부 봐서 뭐한대... 일기도 아니고. -_-;; 아, 이 사람 저축액이 얼만가 확인해서 범죄에 이용하는건가요? 오, 뭔가 스펙타클한 이야기가! ㅎㅎㅎ
근데 제 가계부는 보면 너무 웃길거예요. 이나라 돈 단위를 그대로 써서 우유 1000ml 두통에 41000원, 막 이러고 있거든요. 어느날 애 장난감 310000원. 누가보면 갑부인줄 알기 딱 좋은... ㅋ

아, 실바니안 보니까요. 4+ 라고 써놨더라구요. 만 4세 이상을 위한 장난감이라는 거죠. 그리고 제가봐도 특별히 꼼꼼하고 섬세한 아이가 아닌 다음에야 4돌 이전엔 사주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요. 옆집 이과장네 딸은 두돌무렵부터 하나도 흐트리지 않고 잃어버리지 않고 잘 가지고 놀았다고는 하는데, 우리 다인씨를 봐서는... ㅎㅎㅎ 실바니안을 사든 뭘 사든 사진, 꼭 한번 올리겠습니다....... 만, 이 나라 인터넷환경에서 사진 한장 올리기란... 헐.

점은 60살까지는 계속 새로운 점이 생긴대요. 아직 블랑카님네 공주님은 점이 안생겼나요? 아기들 점 하나씩 올라오는 거 보면 신기하죠. 저희는 다인은 아직 클리어한데 해인이가 등짝과 다리에 점이 하나씩 생겼어요. 원래는 없던 점이. 전 워낙에 점이 많아서 신경도 안쓰고 있었는데 최근에 너무 선명한 까만색의 점이 몇개 생겨서, 이건 뭔가 비정상아닐까 생각하던 중이었어요.

덕수맘 2010-08-07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또한 가계부를 액셀로 한답니다. 한번 수식 입력하면 계쏙해서 쓸수있는 장점도 있고..글구 저는 다시 가계부를 기재하조 번거롭기는 해도 그게 나은듯 그러면서 한번더 인지를 하는거죠 제가 얼마나 돈을 쓰나 저는 ...방법이..통장잔고를 맞추어서 가계부를 써여. 그럼 아무래도 돈이 딱 맞거든요 그래서 한햬를 마무리 할떄는 내가 지출과 수입이 얼마구나 하고..ㅋㅋ매일이 적자지만 그래도 이케 해놓으면 나중에 이때는 얼마얼마가 나왔구나..우선 월초가 되면 포스틱에 고정지출을 정리를 해놓고 자동이체될 통장에 돈을 넣어서 안쓰도록 하고요
통장분리를 하죠...돈 빼야할통장은 따로 만들어서..ㅋㅋ여튼 가계부를 쓰는건 참 좋은듯 해여

아시마 2010-08-11 12:15   좋아요 0 | URL
좋다는 걸 알면서 또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별로 없는 거 맞죠? 흑흑. 그렇다고 해 주세요.) 것 같아요. 전 아직도 가계의 돈 흐름을 통째로 파악하는 수준까지는 못가고, 정해진 생활비를 어디에 썼나 기록하는 수준이예요.
뭐, 이것도 제겐 대단하다는. 흑흑흑.

덕수맘님 정말 대단하고 꼼꼼하세요.
 

1. 결핵 

하정훈의 삐뽀삐뽀 119 이 책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결핵 예방접종(BCG)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엔 결핵이 없으니까. 그래서 한국 아이들이 가끔 미국에 입국할때 BCG 양성반응을 보여 입국 거부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반드시 예방접종했음을 고지하라고.  

이 나라 신문에 의하면, 이 나라엔 결핵이 매우 흔하다. 하루 400명의 사람이 결핵으로 죽고, 연간 48만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매년 14만명이 죽어간다. 하루 400명이면. 15세에서 55세 여성 환자가 가장 많다고 한다. 헐...  

옆집 식모 애니가 각혈을 하기 시작했다. 옆집 식모 애니는 우리집 큰식모(그렇다, 난 이제 식모가 둘인것이다. -_-V)암바르와 이종사촌간이다. 그녀들은 같은 날 휴가를 받아 사이좋게 같이 놀다가 같이 들어온다. 오, 암바르양은 최근 집안일에서는 거의 손을 떼시고 내가 외출할때마다 우리 밤토실을 안고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일을 하신다. ㅠ.ㅠ 

옆집 언니도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애니를 병원에 보냈고, 나도 제정신이 아닌 상태다. 애니는 현지 병원에서 폐사진을 찍고 피검사를 했다는데, 피검사 결과는 다음주 월요일에 나오고 폐사진을 찍은 결과로는, 현지인 의사 왈, 결핵은 아니고, 밥을 제때 안먹어서 폐에 염증이 생긴 거라는데, 헐... 폐에 염증이 생긴거면 폐렴이잖어. 폐렴이 각혈을 하냐고오오오오오오! 

2. 의사를 믿을까 말까. 

뒷집 혜원이네 엄마가 해 준 이야기. 혜원엄마는 이 나라에 10년을 살았다. 이제 만 다섯살이 되어가는 그집 둘째 혜원이가 아기였을 때 들인 유모가, 혜원이 7-8개월이 되었을 무렵 갑자기 미친듯이 토하면서 방에 쓰러져서 자기 죽을 것 같다고 눈물만 흘리더란다. 혜원엄마가 볼때 이건 딱 송장칠 상황이더라나. 너무 무섭고 겁이나서 유모를 데리고 현지 병원으로 직행. 

가기 전에, 그래도 애를 둘이나 낳은 사람의 눈으로, 이건 아무래도 임신 초기 입덧이더란다. 물론 유모는 미혼이었으나. 그래서 물었단다. 너 이번달 생리 했니? 너 혹시 휴가가서 남자랑 자고 온거 아니니? 유모는 절대 그런일 없고 생리 했다고 딱 잡아 떼고... 

병원에서도 얘가 왜 이렇게 토하는지 도대체 원인을 알수가 없다고, 온갖 주사 다 맞고(그렇다, 후진국일수록 과잉진료는 빛을 발하고. 이나라 약은 정말 독하다.)약 6일간 입원해 있다가 퇴원하니 병원비가 400만 루삐, 우리돈으로 한 45만원 정도 나왔더란다. 그러나 의사도 원인을 모르겠다고 그러더라나.  

집에온 유모는 동일한 증상을 또 보이고. 알고봤더니. 진짜 임신이었던거지. 더 놀라운 건 상대 남자가 그 유모의 이혼한 형부더란다. 이미 언니와 이혼을 했으니 남남이라는거지. 헐... 

사람이 토하고 쓰러지는데, 병원에서 가장 기초적인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안했겠냐고. 병명이 명확하게 나온 것도 아닌데, 6일 입원을 했으면 당연히 의사가 임신인 걸 알았겠지. 그러나 유모의 부탁으로 이야기를 안한 것 같다고. 더 황당한 건 그 유모는 이미 과거 형부였던 남자로부터 버림받은지 오래고, 임신 초기에 온갖 약물의 투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멀쩡하게 잘 태어났다나. 

결핵 아니고, 폐에 염증 생겨서 각혈한다는 현지 의사의 말을 믿을까요, 말까요. ㅠ.ㅠ 

3. 아들이야 손자야. 

어느 한국사람 집에 있었던 실화. 

그 집에서 일을 잘 하던 식모가 어느날 갑자기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더란다. 왜 그러냐 달래봐도 말도 안하고 그냥 그만두겠다고해서 내보냈는데 몇달뒤, 그 식모가 갓난 애를 안고 나타난거지. 누가봐도 한국 아이임이 분명한 아기를 보고 그집 마나님은 처음엔 남편을 미친듯이 잡았더란다. 애가 남편을 너무 많이 닮았더라나.  

그러나. 그 아기는 이제 19살 된 아들의 아기였단다. 한두달 뒤엔 한국으로 대학 진학을 해야 할 아들의 아내와 자식으로 식모를 받아들일수는 없었던 마나님은 약간의 돈을 주어 식모와 갓난애를 시골로 보내버렸다고.  

사실 나 이 나라 온지 3개월 반, 이 이야기를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다른 사람 3명에게서 들었다. 처음 나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 준 사람이 말하기를 한동안 자카르타 한인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야기라더니. 헐. 이 나라 여자들이 한국 사람 애를 낳는 경우가 흔하다고. 돈을 보고. -_-;;; 

4. 식모를 둘 수 있는 나이의 상한선. 

사춘기에 접어든 사내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절대 어린 나이의 식모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 이 나라의 불문율. 사춘기 사내아이가 덮치는 게 아니라, 식모가 사내아이를 덮친다나.  

5. 결핵과 간염 

물론 우리 아이들이나 나는 항체가 있다. 예방접종을 다 했으니까. 물론 작은놈은 아직 접종이 다 끝나지 않았지만, 적어도 간염과 결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나라엔 그 두가지 병이 정말 많고, 동남아 답게, 에이즈도 많다. -_- 썩을. 

6. 에혀. 내가 지금 이 나라에서 뭘 하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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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07-10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렴으로 각혈해요. 그런데 밥을 제때 잘 안 먹어서 각혈한 거면 폐렴이 아니라 위염이나 식도염으로 각혈하는 가능성이 더 높은 거 아닌가요? 꺄우뚱.

아시마 2010-07-10 17:46   좋아요 0 | URL
아, 폐렴으로도 각혈을 하는 군요. 도무지 이해가 잘 안되요. 밥을 제때 안먹은거랑 폐렴이 생기는 것은 무슨 관계가 있는걸까요? 그 의사는 폐 엑스레이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그렇게 말을 했다고 하니까 위나 식도쪽의 출혈은 아닌 것 같구요.
어휴우우우우우... ㅠ.ㅠ

blanca 2010-07-10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니가 결핵이 아니기를,,,. 아시마님, 그런데 3번은 정말 충격적이네요...

아시마 2010-07-10 17:43   좋아요 0 | URL
차마 못써서 그렇지 더 충격적인 이야기도 몇 가지 있어요. 여긴 한국으로 치면 뒷베란다쪽에 조그만(그야말로 더블베드 사이즈.) 쪽방을 넣어서 식모방을 따로 만들어 놓거든요. 그 옆엔 조그만 욕실겸 화장실도 따로 넣어두고요.
이것도 혜원엄마 아는 집에서 실제 있었던 실환데, 어느날 갑자기 그집 식모가 뒷방에서 애를 낳더래요. -_-;;;
임신기간 열달동안 전혀 몰랐던 그집 마나님이나 말 한마디 안하고 있다가 뜬금없이 애를 낳아버리는 식모나... -_-;;;;;;;;;;;;;;

지금이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2010년은 맞는거죠? 여긴 정말 딴세상 같아요. 특히 이런 부분은.

옆집 식모가 만약 결핵이라면, 저희집 내니도 내보낼 생각이예요. ㅠ.ㅠ
글고 인제 내니 안두고 살까봐요. 내 팔자에 무슨 내니 씩이나. 흑흑.

저절로 2010-07-12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야~! 고생이 말이 아닙니다그려.
이 참에 아이핑계,결핵핑계대며 줄행랑 놓으세요..
혹, 충무공 없음 하루도 못 사는 여인?!

아시마 2010-07-14 11:44   좋아요 0 | URL
ㅠ.ㅠ 줄행랑 놓고 싶은 마음이야 꿀떡 찰떡이오나...
살 집이 없어요. ㅠ.ㅠ 저희 분양권 사 놓고 나온거라, 음, 이제 지하층 공사하고 있다나요. 흑흑흑... 그것만 아니면 당장 갔다, 내가.

덕수맘 2010-08-07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섭네요...식모이야기...

아시마 2010-08-11 12:08   좋아요 0 | URL
ㅠ.ㅠ 무셔워요, 저도. 흑흑흑.
 
외딴집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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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시립 어린이집의 원감으로 있는 친구가 어린이집 선생 초년병 시절에 해 준 이야기였다. 어린이집 선생이 되고부터는 아이들의 손톱을 유심히 보게 된다고. 아이의 손톱이 관리되어있는 정도를 보고 그 아이에 대한 그 아이의 부모나 집안의 애정을 가늠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그리고 그 가늠은 별로, 틀리는 일이 없더라고. 

친구의 손톱이 내게는 이름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이름으로, 그 사람에 대한 그 부모의 애정을 읽는다.

지금은 '지서'라는 단정하고 예쁜 이름을 가진 4살 여자아이의 부모는 한때 00라는 이름을 염두에 두었더라고 했다. 이름만으로는 참 예뻤다. 그러나 그 아이의 엄마가, 말하기를, 어릴때는 그 이름이 얼마나 이쁘냐고, 하지만 할머니가 되었을때 "이00 할머니~" 라고 불릴 그 아이를 생각해 보라고, 도저히 그 이름을 붙여줄 수가 없었다고. 나는 이런 사연들에서 아이에 대한 부모의 역할과 권한 사이의 편안한 균형을 읽는다. 나는 어리고 귀여운 여자아이에게 똑 떨어지게 어울리는 화려하고 요란한 이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이 언제까지나 어리고 귀여운 아이일 수는 없으니까.

고 3때 짝꿍의 이름은 윤경이었다. 정확한 한자가 생각나지는 않는데, 允 자를 썼던 것만 기억이 난다. 아주 흔해빠진 이름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드문 이름도 아니어서 우리반에는 큰윤경이와 작은 윤경이가 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다른반의 윤경이도 둘이나 더 있었다. 그 흔한 이름이 내 짝꿍 윤경이에게 가서는 특별해졌다.  

공부를 잘하고 행동거지가 단정했던 그 아이는 사전의 제일 뒤 표지 안쪽에 자신의 이름 두 글자를 한자로 써 놓고 그 이름의 뜻에 대해 아래에 적어놓았었다. 지나가다 슬쩍 봤는데, 한자가 짧은 내 눈에도 그 아이의 윤경이라는 한자의 뜻과 완전히 일치하는 해석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그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의 이름의 뜻에 대해 설명해 주신 거라고 했다. 그 말을 하던 그 순간 윤경이는 얼마나 특별해 보였는지. 그 아이의 뒤로 아버지의 사랑이 후광처럼 드리워진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 아이를 제외한 내가 아는 어떤 윤경이도 자신의 이름풀이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나중에 윤경이는 그 아버지가 풀이해 주신 이름 풀이대로 정말 좋은 사람이 되었다. 나는 그녀의 오빠에 대해서도 내가 아는 괜찮은 남자 다섯손가락 안에서도 첫째 둘째로 꼽아주었는데, 그녀에 대해서도 역시 그렇다. 나는 그녀가 그렇게 좋은 사람이 된 것에는 이름 속에 숨은 사랑이 큰 역할을 했을거라 생각한다. 신경써서 이름을 지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이름의 뜻을 설명해 주는 그런 애정이라니.  

이 소설은 이름으로 시작하여 이름으로 끝난다. 10살된 여자아이의 이름은, 음은 같지만 한자가 달라진다.  

호. 바보의 호. 하녀의 몸에서 태어난 손녀딸에 대해 분노한 할아버지가 붙여준 이름이다. 글 중간에도 나오지만 "정말 심한 이름" 이다.  

그 이름은 아마도 일본어로는 같은 "호"라는 음을 쓰지만 방향을 뜻하는 方 으로 바뀌었다가 나중에는 보물을 뜻하는 寶 로 바뀐다.  

바보에서, 방향을 아는, 더 이상은 바보가 아닌 사람으로, 그리고 이번에는 보물로까지. 첫번째 이름을 제외한다면 모두 애정이 담겨있는 이름이다.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에서 보면, 에도시대 일본인들은 이름을 바꾼다는 것에 대해 별로 거리낌이 없었던 것 같다. 당장 주인공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름은 1부에서만도 몇번이나 바뀌는지, 결국 충무공은 그 때문에 도쿠가와 이에야스 읽기를 포기하고 말았었다. 넌 정말 그 이름이 다 기억이 나니? 라는 질문과 함께.  

그런데도 가가님은 호의 이름을 바꿀때 음은 그대로 둔다. 한자만 바꾸어준다. 그 배려에서 섬세한 사랑을 읽는다. 그리고 그런 배려를 가진 사람의 삶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슬퍼하게 된다. 고토에의 죽음에 대해서도 그렇고. 아. 정말 세상은 착한 사람이 살기에는 힘든 곳인지도. 

남들보다 한참이나 늦게 미미여사와 열애중이다. 정말 재미있지만, 

난 때때로 미미여사의 글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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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7-07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거 동료에게 빌려놓고 아무래도 손이 가질 않아 내팽개쳐두고 있는데 이젠 좀 읽어봐야겠어요. 게다가 리뷰가 정말 맛깔스러워요. 저도 요즘 이름에 대해 생각하고 있거든요. 물론, 아시마님이 접근한 의미와는 좀 다르지만 말예요. 그래서 이 리뷰가 제게는 조금 더 뭐랄까 특별하게 느껴진달까요.

좋은 리뷰에요. 추천도 기꺼이 하고 갑니다. 그리고 곧 저도 읽어볼게요, 아시마님.

아시마 2010-07-09 12:05   좋아요 0 | URL
전 사실 이 책 1차 시도 했다가 50페이지쯤 읽고 덮어뒀다 다시 읽은 거예요. 치밀하고 잘 계산된 구조는 미미여사의 장점이겠지만, 또한 그게 그대로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더라구요. 특별히 이야기를 꼬아놓는 것도 아닌데 초반 몰입을 약간 방해하는 구석이 있죠. 그러니 결론은, 처음에 안땡겨도 꾹 참고 읽으삼!

이름... 전 이름에 맺힌게 많죠. ㅎㅎ

마녀고양이 2010-07-0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 여사의 글은 추리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자꾸 뒤돌아보게 만들죠.
외딴집은 저두 가지고 있는데, 아직 못 읽었습니다.
그래도 한동안 미쳐서.... 엄청 읽었는데 말이죠. ^^

이름...... 부모님들이 조금더 소중한 이름을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신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진정한 이름은 자신과 지어준 이만 아는거...
저는 그런 생각이 좋습니다. 이름은 힘이 깃들여 있으니까요..

아시마 2010-07-09 12:11   좋아요 0 | URL
네. 미미 여사의 글은 은근히, 꽤나 슬퍼요.
전 모방범이 한창 인기를 끌때 사두긴 하고 읽진 않았거든요. 이번엔 모방범 한번 시도해 볼려구요.

이름에 힘이 있다는 생각은 저도 동감이요. 전 몇번 그런 걸 느꼈거든요. 아마 우리나라 성명학이 발달한 것도 그같은 이유 아닌가 싶어요.

마녀고양이 2010-07-11 09:23   좋아요 0 | URL
재미로만 치면, 모방범이 제일 재미있습니다~

저절로 2010-07-0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의 '화차'를 질러놓고 '예수'에게 계속 순위가 밀리는 바람에 책장에 벌만 세우고 있었네요. 님의 글 보고나니, 책상위에 눕혀 놓고 읽어볼 작정입니다.

님의 리뷰는 제게 '평온'을 주는 것 같아요. 이 책은 말이야.내가..하며 귀밑에서 자근자근 소곤거려 준다고나 할까요. 추천,땡스투 행복하게 꾹 누르고 갑니다.^^

아시마 2010-07-09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화차도 참 좋았어요. 그리고 화차 역시 은근히 슬펐어요. 차라리 주인공이 뭔가 거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거나 한 사람이었다면 덜했을텐데 평범하기가 정말 가장 어렵죠.

과분한 칭찬이지만 기쁘게 받겠습니다. 아마 알라딘을 좋아하는 것도 서재질을 하는 것도 모두 그런 이유 아닐까요. 님의 그 칭찬을 듣고 보니 알겠어요. 책 이야기를 하는 것은 평온의 한 방법 같아요. 모든 책이 다 그런건 아니고, 오히려 평온을 깨는 책들(ex. 지식채널e, 청춘의 독서, 삼성을 생각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등등)도 분명 있지만, 그래도 그 책을 읽고 책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1. 나이. 

나는, 좀 애매한 시기에 태어나 나이 계산이 애매하다. 그러니까, 음력으로는 용이고 양력으로는 해를 넘겼고, 주민등록번호는 양력으로 발부받았고(음력생일로 주민등록번호를 발부받은 사람도 있다, 내 주변에는. 우리 큰언니.) 덕분에 생년월일을 말할 일이 있으면 당연하게 해를 넘긴 양력 생일을 대고, 재수하지 않았고, 덕분에 학령으로 따지던 시기에 내 나이는 내 동기들의 것과 같이 넘어갔고 블라블라블라. 난 그냥 맘 편하게 용띠 나이로 살아가는데, 요즘 내 나이에 최대 태클은 충무공이다. 며칠전 충무공과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그러니까 여보, 우리는 말이지, 같은 날 죽는거야. 내가 4년을 손해보는게 좀 억울하긴 하지만, 당신 죽은 뒤에 혼자 남아 사는 것도 슬플 것 같고, 나 죽은 뒤에 당신 혼자 살 수도 없을 것 같아 보이니까 손잡고 나란히 같이 죽는 거지.  

한참 감상적으로 이런 저런말을 하고 있는데 충무공의 대답은 뜬금없다. 

넌 무의식 중에도 우리 나이차이가 4살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참 이상하네.  
나는 용띠잖아.
너 얼마전에 니가 7살에 학교 갔다고 그랬잖아.
그야 그랬지. 나 7살에 학교 들어갔지.
그러니까. 그때는 용띠 아니다가 지금은 용띠냐? 

그르게... -_- 나 몇살인겨. 글고 이 남자는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4살차인지 5살차인지를 왜그리 따지는거야. 난 당신이 나보다 5살 많다고 생각했으면 절대 결혼안했다고! 

2. 탈모 

이 나라에 와서 갑자기 미친듯한 탈모증상이 보이고 있다. 이건 마치, 아기를 낳고 100일이 지날무렵 빠지기 시작하는 그 산후 탈모수준이다. 머리를 감다가 머리카락이 수채를 막아 물이 내려가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고, 내가 움직이는 곳마다 수북하니 내 머리카락들이 쌓인다. 이마와 정수리 부분은 이미 훤~ 하다.  

큰놈과 작은 놈을 낳고 나서 나의 산후 탈모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원래 머리야 빠진다지만 나는 탈모 정도가 아니라 털갈이 수준이었고, 아이를 안고있는 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반지의 제왕 골룸 이었다. "마이 프레셔어어어어어어쓰! 골룸! 골룸!" 나의 보물이라니~ 대사 또한 절묘하여라. 

그래도 그땐 별로 걱정이 안됐다. 산후 탈모이전에도 나는 머리가 많이 빠지고 많이 나는 편이어서 늘 잔머리가 소복했으니까. 그리고 또 엄마의 말대로 6개월경부터 나기 시작해 돌즈음엔 그럭저럭 다 회복이 되었다. 밤송이처럼 삐죽삐죽한 머리는 보기가 흉했지만, 내가 탈모로 고민할거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헉. 

이 나라는 상하수도 시설이 정말 안좋다. 마시는 것은 커녕 이를 닦을때도 정수된 물을 사서 써야 하고, 설거지를 마무리 할때도 정수된 물을 써야한다. 끓이는 정도로는 해결이 안된다. 기본적으로 화산지형이라(환태평양 화산 지진대에 속해있는 나라다) 물에 석회질이 많고, 정수가 제대로 안되어 있기 때문에 때로는 그야말로 흙탕물이 쏟아져 나온다. 수돗물 정수장에서 당연히 물에 약품처리를 해야하는데 그게 안된다. 왜나하면, 담당 공무원들이 약품을 살 돈을 착복해 먹고 그걸 감시 감독할 사람에게는 뇌물을 주니까. 뇌물은 이 나라의 아주 당연한 관행이다.  

언젠가 MBC W에서 자카르타의 쓰레기 강에 대한 다큐를 해 줬다고 하는데, 바로 그 쓰레기 강이 내가 쓰는 수돗물의 취수원 되시겠다. ㅠ.ㅠ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강 1위란다. 2위가 갠지스라던가.  어쩔수 없이 욕실과 부엌의 수전에 간이 정수기를 설치해 놓고 쓰기는 하는데, 이 정수기를 통과한 물도 아마, 서울의 수돗물 수질을 절대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여튼. 그 더러운 물 때문인지, 환경이 바뀐 스트레스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탈모는 정말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중이고 더 중요한 건, 산후탈모와는 달리 머리가 빠지고 곧이어 머리가 또 나기는 하는데, 그 새로 난 머리도 빠지고 있다는 거다. 헉. 

마이녹실이며 댕기머리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탈모에 좋은 샴푸나 약품 아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 이 나라에서 구할수나 있으려나.  

3. 관세 

이 나라의 부정부패하니 또 생각나는 거 하나. 

어느나라건 이삿짐에 새 물건은 어느정도 규제를 한다. 탈세와 밀수의 혐의가 있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인도네시아로 오는 이삿짐에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음식물 반입이 절대 금지라는 것과 새 책 반입이 안된다는 거. 더 중요한 건 이삿짐을 거의 전수검사 한다는거. 100%는 아니고, 콘테이너에 실린 짐들 중에 코에 걸면 코 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걸려 드는 것이 나올 때까지 짐 검사를 한다.  

그러니까 어떤 짐을 보내든 무조건 관세를 물어야 한다는 거다. 근데 이게 사실은 관세가 아니고, 그러니까 관세를 1000불을 때릴 예정인데, 니가 짐 검사하는 나한테 한 6-700불 주면 관세 안매기고 넘어갈게. 가 되는 거다. 이것 또한 공식적이다. 정말 웃기는 나라지 않은가? 

짐 보낼때, 나는 아주 자신만만했다. 내 짐들중엔 새 물건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으며, 음식물은 죄대 핸드캐리할 생각으로 넣지도 않았으니까.  

그러나 나도 관세를 물었다. 책에 관세가 붙었단다. 내 책은 새 책이 하나도 없는데? 책들 다 펼쳐봐, 내 책엔 죄다 내가 읽었다는 사인에 줄줄이 줄 그어놓은 곳 투성이고 아기 책도 그러니까. 난 관세 못낸다 라고 버팅기려 했으나, 책이 이렇게 많은 개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이해 못하는 민족이고(음, 이 나라 책값은 졸라리 비싸다. 질도 개판인 것이.) 책이 이렇게 많다는 건 내가 중고 책을 판매하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으로 비추어졌다는 이야기라는 거다. 내가 그렇게까지 당당하고, 정 관세를 물기 싫으면 100% 전수검사를 하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아마 이 나라에서는 그렇게 되면 통관에만 1년 넘게 걸릴 거란다. 하루에 책 한권 펼쳐보고 하루치 일 할만큼 했다고 콘테이너 문 닫아두고 다음날을 기다리는 것에대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들이라니까.  

그래서 세금 냈다. 피같은 내돈 60만원. 정확히는 세금도 아니고 뇌물 줬다.  

니들이 그러니 후진국이라는 거지. 내 책 때문에 억울한 돈을 줘야 했다는 걸 아는 순간에 나는 인도네시아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무시당해 마땅하도다, 지. 

4. 네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나는 사실 지금. 꽤나 혹독한 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인데, 그야말로, 이것또한 지나가리라, 라고 중얼거리지 않는다면 이렇게 멀쩡한 정신으로 견디기가 힘든 일이다. 사실 내 정신의 절반 이상이 그일에 팔려있고, 나머지 절반으로 기를 쓰고 내 생활을 챙기고 있다. 그러니까, 내 아이들을 챙기고, 내 남편을 챙기는 일만으로도 이미 어떤 한계상황에 다다른 거다.  

주변에 대해서, 원래도 별로 살갑게 누구를 챙기고 한다거나 하는 걸 못하는 인간이었는데, 이제는 친구의 안부를 챙긴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나에게는. 음.  

그런 나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연락 없는 나를 원망하고, 네가 무슨 걱정이 있니, 라고 말하는 그녀.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랬을테지. 그리고 앞으로도 어쩌면 그녀와 똑같은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네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너는 결코 알지 못할것이고,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또한 나는 결코 알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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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7-05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탈모..... 이 글귀를 보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쿵 했습니다!
아, 미치겠어요, 요즘. 아무래도 댕*머리를 사서 써야할거 같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새책 반입이 안되나여? 헐라. 이유가 뭐래여? 굉장히 궁금해여.

멀리 계시니,, 건강 조심하세요. 특히 물이 안 좋고 더운 나라이니 더욱.
그런데.... 아시마님 글 참 이쁘게 쓰시네요. 자주자주 들리겠습니다~

아시마 2010-07-05 23:17   좋아요 0 | URL
헉, 한국 계시는 마녀고양이님도 댕기머리를 생각하신다는 말에 내 가슴은 더욱 미어집니다. ㅠ.ㅠ 그러니 저의 탈모는, 수질의 탓이 아닐수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흑흑흑... 정말 진지하게 말씀드리건데, 제가 가진 외모의 몇가지 특질 중 그나마 남들앞에 부끄럽지 않은것이 머리카락이었건만, 이것도 없다면 전, 전... 어허허허허허허허허헝.......

네, 인니는 새책 반입이 안돼요.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몇개 있죠. 어느 회사에서 신년 선물로 해외 파견 주재원들에게 새책을 서너권씩 싸악 선물로 돌린일이 있대요. 다른 나라는 다 잘 들어갔는데 인니 주재원만 못받았대요. 세관에 걸린거죠. 고작 책 세권 우리돈 3만원인데 관세를 5만원인가 때리고는 3만원에 흥정하자고 하길래 열받아 관세 못낸다 했다가 결국 그 책 못받았다는 이야기.

더 웃긴건 항상 못받는 것도 아니구요, 그냥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예요. 상식이나 원칙이라는 게 전혀 통하지 않는 나라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도저히 모르겠어요. 저도. 월급이 너무 적으니까 이렇게라도 착복하지 않으면 생활이 안되고, 이렇게 착복하는 것을 아니까 월급을 올려주지 않는 그런 이상한 시스템이죠.

더 웃긴건 우편 시스템이예요. 한국에서 물건을 보낼때 분명 배송료를 100% 다 지불하고 물건을 부치는데도, 여기서 물건을 받으려면 인니 우체국에 또 돈을 내야해요. 돈 안주면 물건 안줘요. 그거 내 거잖냐, 왜 안주냐, 따지는거 안통해요. 정말 사람들이 특이한 게, 화도 안내고 미안한줄도 모르고 창피해하지도 않아요. 빙긋이 웃으면서 돈을 달라고 해요. 보통 물건 가액을 적잖아요. 한 50만원짜리라고 적으면 30만원을 요구해요. 화를 내도 상대방이 왜 화를 내는지를 이해하지 못해요.

이 나라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고 말을 많이 해요. 일단 기본적으로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막아놔요. 예를들면 공항내에서 음식물을 반입하는 건 주스 한병도 안된대요. 원칙은 금지예요. 그리고는, 뒷돈만 주면 청국장에 김치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시켜줘요.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을 하자면, 뒷돈을 받기 위한 금지라고 보시면 되요. 세관이나 공무원 경찰들의 뒷돈 수입을 원칙적으로 보장하기위한 법률적 조치라고 보는 거죠.

새책 반입이 안된다는 것도 그 맥락에서 보시면 되요. 새책 반입이 안되는 게 아니라, 금지를 시켜놓고, 법률을 어기기 위한 뒷돈을 받아 챙기는 것을 보장해 주기 위한 법률. 이 나라는 아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말 미래가 없을 거예요. 그런데, 해결이 참... 멀어 보여요.

마녀고양이 2010-07-06 08:54   좋아요 0 | URL
아 글쿤요.
외국에 잠시 나가 사시는 분들이 부러울 때도 종종 있지만,
힘들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도
인도네시아 아름답지 않나요? 한번씩 거기 풍경도 올려주세염~ 궁금궁금~

고양이는 호기심이 많아서여. ^^

아시마 2010-07-07 12:05   좋아요 0 | URL
아름답대요.
전 아직... ^^ 자카르타에서도, 한국으로 치면 강남지역만 뱅뱅 도는 형국이라서요. 맨날 malling이 유일한 외부활동이라... ㅠ.ㅠ
치안이 한국만큼 완전하지가 않아요. 보도도 잘 되어있지도 않고, 차가 없이는 한발짝도 못나가는 감옥살이라... 그나마도 차 운전도 제가 하지도 못하고 반드시! 기사를 써야만 하는... (외국인이 운전하고 있으면 일부러 와서 사고를 낸대요. 경찰은 무조건 현지인 편만 들고, 외국인 너는 돈 많으니까 무조건 나눠줘라. 뭐 이런 마인드.) 그래도 차창으로 보이는 도시의 뒷골목들은, 음, 독특한 풍광이 있죠. 전 또 그런건 좋아하거든요. 언젠가는 탐험해 보리라, 꿈만 꾸는데요, 글쎄, 말이죠. ^^

2010-07-05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5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체오페르 2010-07-06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 말씀처럼, 아시마님 글을 참 재밌고 감칠나게 잘 쓰시네요.
머릿속에 상상이 잘 되면서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수많은 고생과 수고로움을 글로 접하는 이런 재미(그걸 재미라고 하니 표현이 이상하지만; 삶 이란...이런것이 느껴져서요) 덕분에 계속 보게 되네요.^^

아시마 2010-07-07 12:08   좋아요 0 | URL
ㅎㅎㅎ 뭐, 원래가, 세상에서 젤 재미있는게 불구경이고 쌈구경이고, 남들 고생담이고.. ^^ 웃자고 쓰는 글이지, 사실 뭐 그렇게 고생스럽고 그렇지도 않아요. 아마 그러니까 재미있게 보시는 걸 거예요.
재미있게 봐 주신다면야, 저야 뭐 칭찬으로 알고 감사할 따름이죠. ^^

blanca 2010-07-06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마님, 책에 관세라. 완전 절망인데요....머리는...저는 하도 애 낳으면 머리 빠진다고 해서 난 예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머리 감으면 욕조가 막힙니다.--;; 주로 앞머리가 빠지니 사람이 더 빈티가 나 보이는 것 같아요.

친구는....저는 원래 친구 많은 걸 자랑처럼 착각하고 살았는데 다 허당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일부러 안 챙기고 있습니다.==;; 사람이 서로 다른 얘기들을 허공에 뱉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참 씁쓸하더라구요...이제는 안 챙길랍니다. 불끈!

아시마 2010-07-07 12:32   좋아요 0 | URL
책에 관세라. 절망적인 나라죠. 그런데 더 끔찍한 건, 책이 아예, 없다는 거예요. 이 나라의 어린이 책은 도라와 디즈니가 독점하고 있어요.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그림형제나 샤를페로가 번역되지 않는 나라죠. 물론 당연히 자국 어린이 문학도 거의 전무하다 시피하구요. 그러다보니 언어가 점점... 문어와 구어가 완전히 분리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달까요. 어느나라나 어느정도의 문화적 성취가 이루어져야 어린이 문학쪽에도 눈을 돌리나봐요.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서야 국산 그림책이 많이 나오는 것처럼요.

친구는... 그냥 그런것 같아요. 서로 모르는 거죠. 저도 사실 이야기 하지 않았고, 제가 이야기를 했다면 같이 슬퍼해줬을 친구니까... 정말은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그 친구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나에게 80% 이상의 책임이 있는 거죠. 제가 씁쓸했던 건, 친구에게 이야기 하지 않은 나 자신에 대한 부분이 가장 커요. 모든 것을 다 털어놓고 공유해야 친구라고 생각하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지만, 이야기 하지 않는 심리의 절반 이상이 허영심이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내내 잘 살고 있는 것으로만, 내 주위는 항상 행복한 것으로만 보이고 싶은, 그 마음이 문제인 거죠.

저절로 2010-07-0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이것도 지나가리라~ 여기세요.
글구 힘내세요(전 탈모에 흰머리꺼정..미칩니다 아주)

아시마 2010-07-07 12:36   좋아요 0 | URL
네. 그 구절에 매달리게 되리라곤 생각해보지 못했는데요. ^^ 그래도 옛말 틀린 거 없다니까 많이 위로받고 있답니다.

흰머리. -_- 저 염색해요. 전 사실 제 탈모의 원인이 염색에도 있는게 아닐까, 조심스레 의심하고 있어서 이번달 염색을 넘겼지만, 염색하지 않으면 이젠 너무 보기 흉할 정도예요. 얼굴은 멀쩡하게 생긴애가 말이죠. 머리는 반백이라니, 누가봐도 흉하죠.

전 사실 둘째놈을 낳고, 산후탈모 이후에 머리가 새로 날때, 새로나는 머리의 절반은 흰머리였어요. 어흑어흑어흑... ㅠ.ㅠ

친정쪽 내림같아요. 친정할머니도 정말 눈처럼 새하얀 백발이셨고, 친정엄마도 30대 중반부터 염색을 해야만 했거든요. 소설가 고 이청준 선생 집안도 그렇게 머리가 빨리 희어지는 내림이었다고 하던데요. 에혀.

염색을 하자니 탈모가 문제고, 안하자니 백모가 문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