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리 테일 1~2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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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테일by 스티븐 킹

 

읽은 날 : 2025.8.20.

 

2020-2022년은 정말 이상한 해였다. 중국 발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모든 일상이 멈췄다. TV를 켜면 오늘 발생 확진자 몇 명의 뉴스가 뜨고, 등교와 출근이 멈추고, 하얀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가득한 병원에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길게 늘어섰던 줄, 봉쇄되었다고 소문난 중국의 도시와, 그 도시의 입출구를 지키고 서 있던 군인, SNS를 통해 중계되던 참상과 괴담들. 방역복을 구하지 못해 쓰레기 비닐을 뒤집어 쓰고 진료를 보던 미국(그때나 지금이나 세계 최고로 부유한 나라, 그 미국)의료진의 사진과 뉴욕 거리에 줄줄이 늘어놓았던 바디백들. 냉동탑차에 가득차 있다는 시신의 소문. 이태리 신문의 1면을 빼곡이 채웠던 사망자의 명단들.

 

그 와중에 대한민국은 그나마 이 코로나 19라는 낯선 전염병을 잘 콘트롤 했다. 몇몇의 영웅이 탄생했고,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거하게 끌어올랐다. 그 틈새를 뚫고 개신교는 여전히 지랄염병(이건 지랄염병이라는 표현 이외에는 쓸 말이 없다. 이런 때 쓰라고 지랄염병이라는 단어가 나왔나 싶기도 했다)을 떨었다. 그들이 믿는 신은 얼마나 무능하기에 그들이 다니는 교회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인가를 생각했다. RNA 백신이라는 것에 대하여, 바이러스와 세균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하여 전 국민이 공부를 하던 때이기도 했다. 바이러스가 과연 생명체라고 할 수 있는가 아닌가에 대하여, 인류가 바이러스에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하여, 정보가 곧 생명체가 되는 현상을 실시간 목도하며 세상은 실시간으로 변화해 나갔다. 아직은 한참이나 멀었으리라 했던 온라인 수업이 급히 도입되었고, 재택근무도 빠르게 정착되었다.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하는데 학원에서는 대면 수업을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흔했다.

 

20217, 충무공이 덜컥, 밀접 접촉자 판정을 받았다. 졸지에 한 집에 같이 살던 나와 중학생 딸아이 둘도 자가 격리 2주 판정을 받았다. 한창 코로나 변이 델타가 위용을 부리던 시기였다. 구청에서 자가 격리 키트가 왔다. 햇반과 3분 카레, 소독제 등등이 들어있던 박스가 네 개. 남편과 둘이 엘리베이터도 타지 못하고 계단을 걸어내려가 보건소로 갔다. 기나긴 줄의 끝에 붙어서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그렇게, 자가격리 13일만에 충무공은 증상이 발현되어 생활치료시설로(그나마 증상이 경미하단 이유로) 구급차를 타고 갔고, 집엔 방역복을 입은 소독요원이 들이닥쳐 남편이 있던 방에 소독제를 들이 붓다시피 뿌리고 갔다. 그리고 남은 나와 아이들은 추가로 다시 14일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전의 13일을 포함하면 한 달에 가까운 격리였다. 성동구청에서는 자가격리 키트를 또 보내주었다. 이번엔 시리얼도 들었던가. 격리 20일이 다 되어갈 때쯤 낯선 전화도 받았다. 성동구청 직원이란다, 니가 자가격리를 충실히 하고 있는지 보러왔으니 현관문을 열고 얼굴을 보이란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직원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고개만 내밀고, 우리 셋도 현관문을 빼꼼히 열어 얼굴만 보였다. 이후 유해진 격리 지침들을 생각해 보면(격리 일수가 10, 7일로 줄었고, 증상이 나와도 경미한 경우 가정 요양이 가능해졌다. 어떻게 아느냐면, 이후에 큰놈이 학교에서 또다른 변이 코로나 오미크론에 걸려왔고, 이어 충무공 회사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등등) , 그러고 어떻게 버텼나 싶게. 코로나는 그야말로 전 지구적 사태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은 너무나 익숙한 단어였다. 4인 이상 모임금지. 크리스마스와 명절이 사라진 몇 해였다.

 

14세기,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흑사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쓰여졌다. 피렌체 공화국에서 발생한 흑사병을 피해 교외로 피신한 10명의 남녀가 열흘간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형태의 소설이다.

 

그리고 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은 이 전지구적인 사태를 맞아 집에 들어앉아 혼자 소설을 썼다. 질병이 만연한 나라를 구하러 가는 찰리 왕자의 이야기를. 카뮈가 페스트를 쓰고, 다니엘 디포가 전염병 연대기를 쓴 것처럼. 코로나 시기에 쓰여진 페어리 테일이 질병으로 몰락해 가는 나라를 구하러 가는 페어리 테일인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소설은 스티븐 킹의 이야기답게 박진감 넘치고 섬세한 묘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정말로 딱 스티븐 킹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

 

결국, 인간이 어쩌해 볼 수 없는 사태를 구원하는 것은 이야기인 것이다. 찰리 왕자는 우물 속 동화의 세계를 구했고, 스티븐 킹은 코로나 속 인류를 구했다. 그 이야기의 힘으로.

 

2025.8.21. by ash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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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21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초반에 확진 판정 받아 고생하셨어요. 저는 거의 끝날무렵이어서 상대적으로 좀 편하게 격리했었는데요. 이 책이 코로나시절에 질병으로 몰락해가는 나라를 구하러 가는 왕자 얘기라니 설정은 좀 유치한데 스티븐 킹이니까요
당연히 재밌을거같아요

아시마 2025-08-21 19:11   좋아요 1 | URL
그 유치한 설정마저 이겨내는게 스티븐 킹이죠. 재미있습니다. 이 작가 이세계 탐험물을 곧잘 쓰잖아요? <리시 이야기>의 ‘부야문’ 도 떠오르고.

초창기 감염이라(전 감염 안됐습니다만 ㅎㅎ) 자가 격리 지원금도 꽤 쎘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4인가족기준 14일 상한으로 140쯤 받았어요. 이듬해 오미크론에 큰놈이 걸려왔을 땐 100만 주고 그 뒤론 안주더라고요. ㅎㅎㅎ 저 제 주변에선 코로나로 나랏돈 젤 많이 받은 여자.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