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양장본)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성공한 독재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러한 의문은 일단 국내적으로, 박정희 국외적으로 리콴유 혹은 더 나아가 카이사르 등을 떠올리게 될 지 모른다. 사람에 따라서 이들의 성과는 다르게 받아들일 터이지만.

 

하지만 오히려, 오늘날 같은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 상징적인 성공한 독재자는 바로 기업들의 CEO이고 그 중에서도, 바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물이다. 오늘날 민주주의라는 시스템 속에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라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사람들은 이제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중심'과 이의 외피로서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존재한다. 적어도 2013년 한국의 상황은 그렇게 보인다.

 

이러한 때, 잡스의 전기는 그의 신화적인 성공을 그의 비젼과 그의 독재적 스타일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이를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잡스는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밀어붙이고, 남들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면 이를 자기의 아이디어라고 우기고, 욕을 하고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고, 이기적이다. 그러나 사람들을 그를 칭송하고, 애플이 세상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하다. 잡스가 없었다면, 애플이 가능했을까?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가 가져다 준 혁명. 픽사의 영화들. 이의 바탕에는 잡스의 비전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잡스의 전기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편향성이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철학과 비젼이 독재적인 방식으로 기업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 조직에서 의사결정방식, 민주주의와 철인통치 등의 전통적인 주제를 던진다.

 

어쩌면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대로써의 역사는 허구일지도 모르고, 점점 '스마트'한 독재자들-엘리트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가는 역사를 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날 기업들이 정치에 미치는 절대적 영향력을 생각해본다면, 기업들의 CEO가 이렇게 독재적이며 동시에 성공했고 또 대중들의 칭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지금-여기'에서의 민주주의란 무엇인지를 묻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물론 이는 박근혜의 당선과도 무관하지 않는 주제이다.)

 

그리고 이는 오래된 물음인 '철인'이 통치하는 사회와 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라는 이분법을 불러일으킨다. 오늘날 성공한 기업의 CEO만큼 '철인'이라고 칭송되는 인물은 드물다. 특히 스티브 잡스는 그러하다.

 

우리는 역사책을 수정해야 될지도 모른다. 역사는 자유와 민주주의 확대가 아니라, 늘 민중과 엘리트들 사이의 알력이었다. 엘리트와 '다중' '대중지성'과의 알력의 역사. 그리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지식인들이 상찬했던 '촛불'과 '다중'과 '대중지성' 담론은 어느새 쏙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와 같은 '글로벌 리더'라는 담론이 횡행한다.

 

역사는 정말 '쪽수'일까? 아니면 엘리트들은 그렇게 사람들이 믿었으면 하는 것일까.

 

지금-여기에서 민주주의를 묻는데, 기업이라는 요소가 핵심적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스티브 잡스를 통해 과연 성공한 독재자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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