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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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엄기호 선생이 가르친 문화이론 수업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의 글과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들이 교차되어 제시된다. 나도 대학에서 가르치는(쳤던)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내용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대학이라는 교실이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게 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사유하게 한다면 학생들은 놀라운 능력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는 내 수업 때도 늘 확인했던 바였다. KAIST, 서울시립대, 한국방송통신대학이라는 전혀 다른 세 곳에서 강의를 해봤는데, 모두 스스로 사유하도록 하는 것이 내 목표였다. 나는 늘 대학이란 '비판적 지식인' 육성이 목표인 곳이라고 수업을 시작한다. 뻔한 말이고, 어쩌면 공허한 말로 들릴 수도 있으나, 비판적 지식인이란 스스로의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표현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본질이다. 지식의 전달은 책을 보고 습득하면 된다. 우리가 귀한 시간을 들여 이렇게 한 곳에 모인 것은 다르게 활용되어야 한다. 서로 대화하고 비판하고 배우는 것.

이것과 내가 가르쳤던 '시'의 이해나 비판적 글쓰기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시를 중고등학교의 정답을 외우는 식이 아니라, 시를 같이 생각해보는 것을 목표로 해서, 우리는 최남선에서부터 시작해서 문태준까지 읽는다. 그러면서 나는 많이 배웠다. 아, 그렇게도 이 시를 읽을 수 있구나. 이 시가 이런 지점에서 감동적이구나. 등등.. 학생들을 이 시의 화자가 어떤 사람인지, 이 은유는 왜 재미있는지에 대해서 열성적으로 토론해서 늘 나를 놀라게 했었다. 많은 대학의 수업들이 이렇게 변화되기를, 이 책을 계기로 다시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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