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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 제22회 스바루 소설 신인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1
아사이 료 지음, 이수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영화를 보고 나서 계속 기억에 남아 소설도 보게 되었다.
둘 다 좋지만 그래도 영화 편이 더 좋다. 다른 점도 있고 같은 점도 있다.
영화에서는 영화라는 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시각적인 효과를 최대한 살린 결말이 있었고, 소설에서는 소설이라는 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심리 묘사가 더 자세하다. 영화를 보며 저건 대체 왠 갑툭튀야? 하는 부분도 소설에서는 설명이 되어 있다. 양쪽에서 전부 등장하지 않는 기리시마에 대한 마음도 소설 쪽이 조금 더 명확한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완전히 모호하게 처리한 영화 쪽이 좀 더 마음에 든다.
10대들을 보며 좋을 때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커온 것일까? 평범하고 무난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생각이 들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나에게도 중, 고등학교 시절은 아슬아슬하고 아찔하고 불안한 시기였다. 지나와서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박제된 순간들도 많지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면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시기이다.
소설이 참 좋았지만, 2프로 부족한 느낌을 받은 독자라면 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를 권한다.
야구부, 기쿠치 히로키
아마 기리시마도 그랬을 거다, 그냥 콱 그만둬버릴까 생각했고, 그 생각을 무심코 입에 담았고, 또 우연히 이 녀석이 옆에 있다가 들었고, 그리고 지금 이 녀석이 나한테 서슴없이 툭 던진 것뿐이다.
배구부, 고이즈미 후스케
기리시마는 무엇 하나 틀리지 않았다.
어쩌면 무엇 하나 틀리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스케의 초조감이 멤버에게 옮은 것도 아니고, 히노의 답답함이 전염된 것도 아니다. 아마 하루에 1밀리씩이나, 정말로 느끼지 못할 만큼, 마치 저녁 하늘이 밤하늘로 변하듯, 어느새 기리시마 혼자 붕 뜨고 말았다.
감독에게 기리시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삐걱거리며 조금씩 깎여나가는 체육관을 기리시마가 과감히 버린 것이라고 나는 판단했다. 아무도 진짜 이유를 눈치채지 못한 척했지만,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 기리시마까지 포함하여 팀을 가장 잘 볼 수 있었던 건 바로 나였다.
나만이 건넬 수 있는 의견이 있었고, 기리시마는 항상 그 의견을 들으러 왔다.
브라스밴드부, 사와지마 아야
인간관계는 유리 공예를 닮았다. 외관은 예쁘고 아름답다. 태양광을 반사하면 여러 방향으로 빛을 발한다. 하지만 너무 쉽게 깨지고, 또 빛이 닿으면 주위에 일그러진 그림자가 생긴다.
영화부, 마에다 료야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기쁜 일, 즐거운 일을 큰 소리로 외치면 전부 빨아들여줄 것만 같은 하늘.
이 하늘만큼의 땅이 있다. 세계는 이렇게도 넓은데, 우리는 이토록 좁은 장소에서 도대체 무엇을 겁내는 걸까?
세계가 이토록 넓은데, 우리는 이 학교를 세계처럼 느끼며 생활한다.
괜찮아, 축구 영화를 찍고 싶으면 나와 함께 규칙을 공부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돼. 그러니 조금만 더 어깨를 펴고 달리자.
세계는 이렇게 넓으니까.
소프트볼부, 미야베 미카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하는 것과 꾹 참는 것, 어느 쪽이 어른일까? 이렇듯 좁은 세계에서 살다 보면 알 수 없게 된다. 가스미처럼 “그보다 창작 무용할 때 무슨 곡으로 할까?”라고 슬쩍 다른 이야기로 유도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제일 어른다운 방법일까?
다시 야구부, 기쿠치 히로키
멋진 남자랑 예쁜 여자가 나란히 걸으면 누구라도 보겠지? 게다가 고등학교라는 좁은 세계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두려웠다.
열심히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깨닫게 될까 봐.......
괜찮아, 넌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라고 기리시마에게 말해주자.
배드민턴부, 히가시하라 가스미(14세)
내가 좋아하니까.
틀림없이 즐거울 것이다. 그렇게 단순한 일인데, 왜 여태까지 한 걸음 나서지 않았을까?
신발 끈을 단단하게 맨다. 내일 방과 후로 하자, 말 거는 것. 발이 조이면서 머리를 스친 자그마한 결의도 확실한 형태를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