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00쪽이 넘는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고 술술 읽힐 줄이야.

소설의 가장 큰 덕목이자, 사실상 유일한 덕목은 재미이다.

소설은 교과서도 아니고 문제집도 아니다.

작가가 어떠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든 어떤 주제를 독자에게 던지든 어떤 설을 풀고 싶든

무조건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 소설은 재미있다.

소설의 재미 안에 감동도 있고, 눈물도 있고, 웃음도 있다.

소설의 재미 안에 역사가 흐르고 사람이 살고 나의 감정도 춤을 춘다.

 

제정 러시아에서 소련, 다시 러시아로 이어지는 러시아의 역사에 대해

물론 알면 더 좋겠지만 몰라도 이 소설을 읽는 데에 큰 지장은 없다.

소설을 읽으면서 비슷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 닥터 지바고가 떠오르기도 했고,

역사적 파도에 때로는 저항하고, 때로는 그 파도를 타며 살아가는 주인공을 보다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떠올리기도 했다.

한정된 공간, 영원과도 같이 느껴지는 시간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 주는,

무의미해 보이는 삶에 의미있는 점을 점점점... 찍어서 앞뒤와 좌우가 구별되는 것처럼

로스토프 백작에게 소피야는 어느새 삶의 희망이자 이유이자 목적이 된다.

이 부분은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가 연상되기도 했다.

 

내 의지나 노력과는 상관없이 삶이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더라도 위엄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그러면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백작에 매료되지 않기란 쉽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