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전집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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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그를 처음 떠 올릴때 입에서 선뜻 나오는 한구절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로 시작하는 기형도의 빈집.첫 마디부터 구구절절 무언가 사연이 있을듯 하여 그 공허함으로 빨려들다 보면 한번 읽고는 그 여운을 감당하지 못해 다시 읽고 다시 한번 더 읽어야만 직성이 풀리고 다시 눈으로 마음으로 읽어야만 가슴에 박힐듯한 시어들.
 
그의 짧은 생애가 말해주듯 정말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듯 하다. 그의 유작시에 담겨진 시어들 하나하나 묻어나는 절망 죽음 무언가 안개가 뒤덮은 듯한 암훌함이 베어 나온다. 그의 죽음마져 한편의 시가 된듯한 착각에 빠져 그의 연보를 먼저 흝어보고 시들을 읽어 나갔다.희망을 찾아보려 했지만 희망은 빈집에 갇히기라도 한듯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죽음을 알고 있었나.
 
엄마 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시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난 이 '엄마 걱정'이란 시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몇십리 길을 걸어가야 겨우 오일장을 만나고 돈이 될만한 것이라고 해야 텃밭에서 농사지은 콩이며 깨 시에서 언긋한 열무며 마늘등등을 머리에 짚으로 만든 또아리 위에
보자기 보자기 싼 것들을 이고 오일장을 가시면 난 엄마 손에 들려줘 올 번데기며
눈깔사탕을 빈집 툇마루에 해바라기 하고 앉아 기다리곤 했다. 그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해준 엄마 걱정, 벌써 내 나이가 그 시절 엄마 나이만큰 걸어 왔으니 내게도 시인의 유년의 윗목만큼 유년시절은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전집에는 그의 시들뿐만 아니라 새로 찾아낸 시뿐만이 아니라 소설과 산문 일기등이 있어 그를 좀더 가깝게 들여다 볼 수 있어 좋다.소설에는 그의 가족적이면서도 자전적인 이야기가 나오는듯 하면서 기행문은 한번쯤 나도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훌쩍 땀에 쩔어가면서 여행을 하고 픈 생각도 든다.그의 발자취를 따라.. 언뜻 기행문을 읽다보니 그 짧은 여행도 그의 생의 마지막 불꽃같은 것 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죽음을 알고 읽는 시와 그의 글들은 죽음이라는 벽과 늘 마주친다.그리고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안개
 
 
아침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이 읍에 처음 와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주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
.
.
.
 
아침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
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안개란 시를 읽다보면 안개속에 빠져들었다가 나와야 할듯 한 분위기다.긴 방죽에 서 있을듯한 느낌에 안개에 젖은 축축한 풀들을 밟고 서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 안개속을 지나서 가는 여공들의 얼굴은 밝고 깔깔 웃음소리까지 내며 간다.전혀 안개를 의식하지 못하는듯 하다.안개도 그들의 일상이 된것이다.그 읍의 명물이듯이.
 
그의 전집은 짧은 생을 살다 갔다는것을 떠나서 한번 읽고 지나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시간이 날때마다 다시금 들추어 시를 한구절 한구절 낮게 읊조리면서 읽어봐야 겠다. 그의 사진속 웃는 얼굴처럼 그에게서 희망을 찾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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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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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심각한 일들에 비하면
작가의 고민 따위는 모래알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사라진대도 상관없다.바람에 날려가도 괜찮다.
그때그때 한군간만이라도 반짝일 수만 있다면.ㅡ305p(여류작가 이야기)
 
야쿠자의 중간보스이지만 뾰족한 물건만 보면 오금을 펴지 못하는 세이지는 이라부의 병원을 찾는다.신경정신과 의사인 이라부는 환자들에게 비타민을 주사놓기 좋아하며 그의 간호사인 마유미는 미니만 입는 엽기 간호사이다.처음 병원을 찾을때는 믿지 못하였지만 그에게 이끌려가는 자신,그러면서 그와 똑같은 증세를 앓고 있는 요시야스를 보면서 자신의 병에서 탈출을 한다.
 
베테랑 곡예사 야마시타는 공중그네에서 자꾸만 떨어진다.그는 자신의 손을 잡아 줄 상대 우치다의 잘못이라며 날마다 그를 비난한다.그러던중 그도 신경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찾아가 비타민 주사를 맞고 그가 곡예사라는 말에 이라부는 곡예를 하고 싶다며 그가 일하는 곳에 찾아와 공중그네를 타기 시작한다. 뚱뚱한 그가 공중그네를 타는것을 지켜보며 상대 우치다가 어쩌면 자신을 속일지도 모른다며 아내에게 비디오로 자신의 곡예를 찍을것을 당부한다.어느날 자신의 비밀을 발혀 내기라도 하듯 비디오에 담겨진것을 확인하던중 자신의 자세가 이상이 있음을 확인한 야마시타는 우치다와도 맘을 나누고 병을 치료하게 된다.
 
장인의 가발만 보면 참을 수 없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벗기고 싶어 그의 모든 행동마져 이상하게 되는 다쓰로,장인인 노무라의 가발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쉬쉬 하는것 같기도 하고 그의 가발이 벗겨진 모습을 상상하면서 벗기고 싶은 충동에 그는 창문에 커튼까지 치면서 방어를 해보아도 자신의 행동을 억제할 수가 없어 이라부를 찾는다. 그들은 악동들처럼 글자에 점을 찍어 다른 뜻을 전달하는 장난으로 병을 고쳐나가다가 드디어 점심시간 낮잠을 자는 노무라의 가발을 벗기는데 성공을 하고 만다.억제된 행동은 한번 행함으로 그의 병은 고쳐진다.
 
3루수 이야기도 여류작가 이야기도 자기들의 억제된,강박관념을 털어 내면서 자신의 병에서 탈출을 하듯 병을 이겨낸다. 의사 이라부는 악동 같으면서도 어쩌면 강박관념을 털어낼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 주어 그의 비타민 주사보다도 더 강하게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독자에게도 웃음을 선사한다. 모든 병은 마음의 병처럼 현대인들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병도 자신 스스로 만들어 가는것 같다.행복과 불행은 생각하기 나름처럼 병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것 같다.의사 이라부가 놓는 비타민 주사는 그 속에 포함된 약물보다 더 크고 소중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비타민을 선물해 주는듯 하다.웃으면 엔돌핀이 나오듯 삼십분 운동보다 더 값진것이 1분 웃는 것이라고 공중그네는 읽는 내내 웃음을 주었으니 엔돌핀이 마구마구 솟아나 비타민 주사를 맞은듯 한해동안 건강할 수 있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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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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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야, 껍질을 벗어라, 나비로 탈바꿈해라.
나비야,날개를 펴고 빛을 향해 날아라.>
 
발명가 이브 클라메르와 항해 전문가 엘리자베트 말로리,그리고 그들의 꿈이 현실이 되게 이룰 수 있도록 자본을 댄 억만장자 맥 나마라,생태학 전문가 바이스,마지막 그들의 배와 함께 <마지막 희망>을 찾아 떠난 14만 4천명을 태운 '파피용'호 결코 웃긴 이야기가 아니지만 가끔 가끔 웃게 만드는 묘미가 있는 베르나르의 파피용호에 나도 함께 승선을 하여 세 별 속에 있는 목적지를 찾아 1251년을 여행하게 되었다.
 
이브와 말로리는 우연한 교통사고로 인한 악연으로 처음 만남을 시작한다. 발명가인 이브의 태양광을 이용한 우주선으로 우주로 갈 수 있다는 꿈이 담긴 프로젝트가 우주국에서 퇴짜를 맞았지만 운좋게도 억만장자인 맥 나마라의 눈에 띄어 시한부 삶이었던 나마라는 <마지막 희망 D.E> 프로젝트를,그의 마지막 꿈처럼 실행에 옮긴다.처음 생각한 계획이 수정을 거듭하며 파피용호는 거대한 모습을 들어낸다.
 
이브와 말로리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프로젝트를 함께 이행하면서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고 그들은 꿈을 향해 함께 항해할 동지로 거듭난다. 이 프로젝트에 반신반의 하던 사람들도 점점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정부는 마지막까지 우주선을 제지하고 나선다.하지만 그들의 꿈은 고양이 도미노가 누른 버튼으로 인하여 우주로 나아가게 된다.
 
천년을 계획하고 몇세대가 될지 모르지만 마지막 세대는 세 개의 별이 빛나고 있는 곳에 위치한 행성에 안착할 수 있다는 논리하에 파피용호는 순조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함께 승선한 14만 4천명은 각자 자기의 일을 하며 집도 짓고 다음세대를 위한 아이도 낳고 하며 위성으로 보내지는 지구티비를 보며 생활을 한다. 평화로운 시간도 얼마가지 않아 갇힌 공간에서의 사람들은 점점 변해가 첫번째 살인이 일어나고 내부는 많은 변화를 겪는다.죄인을 위한 감옥도 생겨나고 법도 생겨나고 통치를 위하여 시장도 뽑는다. 우주선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지구에서온 '지구인'들이 전해주는 모든것들을 답습하며 새로운 유행도 만들어 가지만 우주선안은 점점 악으로 변해간다.
 
그런 가운데 처음 파피용호 프로젝트에서 일을 하다가 떠난 사틴이 사람들을 선동하여 백여명이 무슈롱호를 타고 다시 지구로 돌아가고 그 무리와 싸우던중 사틴의 칼에 찔려 맥 나라마는 암이 아닌 다른 것으로 사망을 한다. 엘리자베트는 첫째를 낳고 둘째 쌍둥이를 낳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우주선 안에서 세대는 계속 교차되어 초창기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 멤버가 모두 죽음을 맞이하고 다음 세대가 이어 받았지만 처음 세대와는 너무 다른 악순환으로 변해가며 식량도 점점 고갈되어 간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끝까지 세 개의 별이 있는 목표지점을 향하여 끝없는 항해를 거듭한 끝에 1251년의 항해 끝에는 여자 한명에 남자 다섯명,하지만 무슈롱 2호에는 두명분의 산소와 두명만이 승선할 수 있어 아드리앵-18과 엘리자베트-15만이 승선을 하여 마지막 목표지점을 향하여 날아간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지구와 비슷한 곳처럼 물도 있고 나무도 있고 공룡이 살고 있다. 아직 인간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둘은 생존을 위하여 이브가 남긴 거푸집에서 생명에 필요한 생명체들을 탄생시킨다. 개미도 쥐도 뱀도 그리고 다른 식물과 동물들을 만들어 내었지만 그들이 필요한 2세는 생기지 않아 둘의 관계가 나빠져 함께 살던 둘은 엘리자베트가 집을 나가게 되어 서로 따른 집에서 살게 되었지만 엘리자베트에게 사과를 하러 찾아간 순간 임신을 하고 있는것을 알았지만 이미 그녀는 뱀의 공격을 받아 싸늘한 시신이 되어 있다. 혼자 섬에 남게된 아드리앵은 자신의 골수를 채취하기 위하여 갈비뼈에 상처를 내고 신선한 골수로 거푸집에서 여자아이,에야를 만들어 낸다.아드리앵은 그녀에게 자신들이 어떻게 하여 이 섬에 오게 되었는지 그동안의 이야기를 모두 에야에게 이야기를 해주며 <영원히 탈출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다.
 
이야기는 무거운듯 하면서도 중간중간 웃음을 자아내게 하기도 한다.우주선이 발사가 되지 않다가 고양이 도미노가 잘못 누른 버튼으로 인하여 우주선이 발사 되는가 하면 엘리자베트가 펴지지 않는 돛을 펴기 위해 나갔다가 죽을 순간을 맞이 한 가운데 그녀의 맥박이 제로인 상태에서 고양이가 그녀의 귀를 물어 뜯어 살려 내는가 하면 첫번째 살인자가 제빵사 였는데 이브는 그를 죽인다면 더이상 맛있는 빵을 먹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던가 1251년 동안 파피용호가 14만4천명과 항해를 하면서도 어느 누구하나 목적지가 어딘지도 그리고 묻는 사람조차 없다. 하지만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꿈>을 잃지 않고 있었기에 지구와 똑같은 어쩌면 다른 지구일지 모를 마지막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엉뚱한 상상처럼 여겨지던 이야기가 점점 겁잘을 수 없이 진행되는 동안 지구를 떠난 지구인들은 지구에서 답습한 것들을 우주선안에서도 그리고 그 다음 다음 세대에도 전해주며 어쩌면 지구인을 벗어날 수 없음을,그리고 떠나온 지구가 행복했음을 암시해 주면서 그들이 마지막에 찾은것도 또 다른 지구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떠나온 곳이,처음 살았던 지구가 아름다웠음을 말해준다.  
 
ㅡ우리가 현재 상태에 절대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같소.인간은 지구에 있을 땐 우주로 떠나고 싶어하지.그리고 우주에 있으면 다시 지구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고.ㅡ266p
 
인간은 태어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선택되었지만 화살이 이미 시위를 벗어나 달리고 있음을 알아차렸을땐 화살이 꽂힐 장소가 더 가까우면서도 그 짧은 시간동안 <꿈>이 있기에 어쩌면 생존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비록 우주로 나아가 또 다른 행성을 찾아가는 꿈은 아니지만 날마다,아니면 십년에 한번씩 이룰 아주 작은 <꿈> 이 있기에 인생이 아름다우면서도 애벌레에서 껍질을 벗고 나비로 탈바꿈하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읽는동안 <꿈>을 잃지 말고 간직해야 겠다는,올해 작은 소망이라도 하나 하루빨리 간직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삶의 목표가 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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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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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 해가 저무는 서천 서역에 가믄 세상 끝에 약숫물이 있다구 그랬지비. 병든 나라 지나 물 건너고 산 넘고 가는 동안에 신령님들이 도와주고, 왼갖 사람 빨래 해주고, 밭 매주고, 시키는 천한 일 다해주고, 귀신 물리치고, 지옥에두 다녀오지. 지옥에 갇힌 죄인들 구제해주고 서천에 당도하니 장승이 기달리구 이서. 장승하고 내기 시행에 져서 살림해주고 아 낳아주고 석삼년을 일해 주어야 약수를 내주갔다구 허는 거이야. 저어 세상 끝이서 온갖 고난을 겨끄다가 돌아오는데 저승 가는 배들을 구경하지. 황천으로 흘러가는 배 위에 가즌 업보를 걸머진 혼백들이 타구 있대서.
할마니 생명수 얻은 거는 빠쳈다.
오오 기래, 할마니가 깜박했다. 생명수 약수를 달랬더니 그놈에 장승이가 말허는 거라. 우리 늘 밥 해먹구 빨래허구 하던 그 물이 약수다.
기럼 공주님이 헛고생 한거라?
바리야, 기건 아니란다. 생명수를 알아볼 마음을 얻었지비.
거 무슨 말이웨?
이담에 좀 더 살아보믄 다 알게 된다. 떠온 생명수를 뿌레주니까니 부모님도 살아나고 병든 세상도 다 살아났대. 그담부턴 바리 큰할미는 우리 속에 살아 계신다누. 내 속에 네 속에두 있댄하지.’ 
 
청진에서 태어난 소녀 바리는 위로 딸만 여섯이라 태어나면서 숲에 버려진것을 집에서 키우던 흰둥이가 데려와 개집에서 데리고 있어 살아났다.이름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가 할머니가 '바리공주'에서 바리라고 짓게 되었다. 늘 할머니가 들려 주던 이야기 '바리공주'처럼 소설속 주인공 바리도 바리공주와 똑같은 여정을 걷듯 그녀의 삶도 생명수를 찾아 헤매이듯 험난한 삶을 산다.
 
청진에서 살다가 무산으로 옮겨 와 미꾸리 아저씨 박소룡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살다가 외삼촌의 행방때문에 식구들은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현이 언니와 흰둥이의 일곱째 새끼 칠성이와 할머니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소룡아저씨가 소개해준 과수원의 창고에서 지내다 아버지와 재회를 하지만 그도 잠깐,아버지는 나머지 식구들을 찾아 북으로 들어가고 현이 언니는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고 할머니 마져 산에서 죽고 만다. 주인집에 준 칠성이를 마지막처럼 한번 보고 북으로 떠나려는데 칠성이가 줄을 끊고 바리를 따라 나선다. 한편 바리는 어려서 앓고 일어난후 집안대대로 내려오는 신기를 물려받듯 영혼들과 대화를 한다.
 
그들이 살던 무산의 집과 예전에 살던 청진으로 식구들을 찾아 떠나며 겪는 칠성이와의 험난함 속에 핏박 속에서 죽어간 슬픈 영혼들과의 만남이 현실과 환상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도 북한의 어려운 실상이 잘 들어난다.영혼들과의 만남에서 식구들이 모두 죽었음을 알고 청진으로 향하던 중 산불현장에서 칠성이마져 잃고 바리는 중국으로 향한다. 그녀의 곁에는 늘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 중국에서 샹언니를 만나 발마싸지를 배워 마싸지를 하던중 샹언니네가 따로 가게를 차려 나간다 하여 함께 가서 일을 하던중 동업자의 배신으로 모두를 날리고 바다를 건너 뱀단에 의해 영국으로 가게 된다.
 
나이가 어려 업소에서 일을 못하여 식당으로 가게된 바리는 식당에서 마음씨 좋은 루아저씨를 만나 식당에서 일하는 것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기술인 발마싸지 기술을 쓸 수 있는 통킹네일숍으로 일자리를 옮긴다.그곳에서 만난 탄 아저씨와 루나언니와 압둘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안정을 되찾던중 네일숍의 손님인 사라 아줌마의 소개로 에밀리 아줌마를 만난다. 그녀의 삶은 다 가진듯 하면서도 젊은 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겨 고난의 삶을 살고 있음을 알고는 그녀에게 마사지를 해주며 안정을 되찾아 주던중에 남편의 애첩이 남편에게 세 방의 총을 쏴 남편을 죽이고 감방에 가게 되어 그들의 아이를 데려다 키우게 됨으로 해서 에밀리 아줌마는 어둡던 삶이 아이와 함께 함으로 생명수를 찾듯 삶이 밝아진다.
 
한편 압둘 할아버지의 손자인 알리와 바리는 결혼을 하게 되는데 바리가 임신을 한것도 모르고 알리는 파키스탄으로 동생을 찾으러 떠난다. 모두가 죽었다고 여겼지만 바리만은 남편이 살아 있고 동생이 죽었다는 것을 영혼들과 대화를 함으로 알게 된다. 하지만 남편은 고초에 시달리고 있어 그녀도 괴로워 하던중 중국에서 함께 영국으로 온 샹언니가 바리처럼 자리를 못잡고 마약에까지 손을 댐으로 그녀의 삶은 구겨질때로 구져진 상태로 바리를 찾아 온다. 바리에게 돈도 얻어가지만 그때뿐이고 다시 바리를 찾은 그녀는 바리가 세탁소에 간 후 집안을 뒤져 돈을 가지고 달아난다.그 시간 집에 혼자 있게 된 바리의 딸 홀리야는 집을 나서다 굴러 변을 당한다.딸의 죽음으로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바리에게 딸을 알라신에게 보내라는 할아버지의 말처럼 바리는 딸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동생을 찾아 떠났던 알리도 거짓말처럼 다시 바리에게 돌아오고 그들은 작은 가게를 차려 새로운 삶을 산다.
 
삶에 필요한 생명수는 무엇일까? 우리가 늘 밥해 먹고 빨래허구 하던 그 물이 약수이듯이 생명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 늘 함께 존재한다.험난한 삶을 살면서도 주인공이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현실에 맞게 대처하면서 이겨 내었기에 자신에게 맞는 생명수를 찾지 않았나 싶다.현실이 고통인데 그 고통은 욕망에서 오는것,모든 것들을 '용서'함에서 진정한 생명수를 찾아가듯 그녀의 딸을 죽게한 샹언니를 용서함으로 그녀는 생명수를 얻게 되는지도 모른다.
 
바리와 함께 한 여정이 할머니가 늘 이야기 해주던 바리공주의 이야기와 겹치듯 험난한 길을 걸으면서도 영혼들과 만나는 환상의 세계와 우리말만이 가지는 진솔한 사투리의 맛이 어우러져 소설은 더욱 재미를 주는듯 하다.아시아에서 분단국으로 사회체제의 어려움에 처한 북한의 실상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파키스탄의 만남이 사상과 신을 떠나 하나가 되어 새로운 삶으로 거듭나 그 속에서 죽어간 불쌍한 영혼들을 달래듯 바리는 진혼굿을 하며 여정을 펼친듯 하다.그러면서도 그녀가 마지막 까지 놓치 않은 '희망'이 있어 생명수를 찾을 수 있지 않나 싶다.
 
 
희망을 버리면 살아 있어도 죽은 거나 다름없지.네가 바라는 생명수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만,사람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한다.어떤 지독한 일을 겪을지라도 타인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ㅡ286p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희망'이다.이 소설에서도 희망이 없었다면 바리의 험난한 여정도 영혼들과의 대화도 모두가 무의미 했을터,그들을 용서하면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음으로 인해 바리의 생명수도 온전한듯 하다.우리가 살아 가면서 희망이 없다면 그 삶은 죽은거나 마찬가지일터 실낱같은 희망마져 밝게 키워 가짐으로 바리의 삶 또한 더욱 빛날 수 있었고 <바리데기>를 읽은 독자들 뇌리속에 '바리'는 영원히 숨쉬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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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세트 - 전2권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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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 이정명을 만난 것은 <바람의 화원>으로 였다.치밀하면서도 사실에 가까운 스토리와 인물묘사,한번 책을 손에 잡으면 놓치 못하게 하는 마력을 지닌듯 하여 책을 다 읽고도 무언가 더 이야기가 전개될 듯 하여 머뭇머뭇 해야 했던 그의 소설이었다.첫만남에서 그에게 매료되어 바로 <뿌리 깊은 나무 1,2>를 샀다.책이 배달되고 내게 전해지던 뭔지 모를 전율.다른 책들은 책꽂이에 꽂아 놓고 <뿌리 깊은 나무1>를 펼쳐 들었다.
 
첫페이지부터 내 오감을 사로 잡는 그의 소설,뿌리 깊은 나무.
"진실은 어둠 속에 있다." "어둠은 진실을 감출 수 있지만 없애지는 못한다."
첫 시작부터 무언가 심오한 뜻을 내포하고 내게 이야기 하듯 하며 생각을 하게 한다.
첫 번째 죽음부터 무언가 암시되는,그물에 걸린 고기 한마리가 무수한 이야기를 하듯 겸사복 채윤은 첫 번째 죽음에서 부터 시작되는 무언가 거대한 벽과의 싸움에 들어간다.
 
첫 희생자 장성수의 팔에 있던 문신과 마방진,그리고 금서 <고군통서>.시대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급변하는 시기였던 세종이 집권하던 문화 대전환기.집현전 대제학 최만리와 부제학 정인지의 팽팽한 대결속에서 첫 번째 죽음에 대한 열쇠를 풀기도 전에 이어지는 두 번째 죽음 윤필,세 번째 의문의 죽음 허담에서 그들의 팔에 있던 문신과 마방진의 열쇠를 쥐고 있듯 하던 말 못하는 무수리 소이와 정초 대감의 사인에서 비전의 살인법을 전수 받은 대전 호위감 무휼을 의심하지만 점점 파헤쳐 갈수록 풀리는 마방진의 신비와 그 속에 감추어진 훈민정음의 정체와 금서 <고군통서>의 원본의 실체와 작가.
 
얼키고 설킨 의혹과 긴장속에서 한치도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하면서도 향원지,집현전,경회루 등 경복궁 구석구석에 숨은 수수께끼와 그시대에 부흥한 수학 천문학 철학 역사등도 흥미로우면서도 천인처럼 여겨지던 겸사복 말단이면서 추리력이나 문제를 풀어나가는 해박함을 갖춘 채윤, 백정이었으나 누구보다도 해부학이며 인체학 의술에 뛰어 났던 반인 가리온,말 못하는 벙어리 였지만 마방진,수학에 뛰어 났던 무수리 소이등 그들의 재주를 남다르게 보았던 세종이 있어 더 흥미로운 소설. 
 
소설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있어 더 흥미롭다.마지막까지 늦출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과 트릭이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진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우리 역사의 한부분으로 이렇게 멋진 팩션을 이루어 냈다는 것이 정말 경이롭다.등장 인물마다 실제 역사의 한부분에 함께 존재하는 듯한 사실감과 해박한 역사에 대한 지식이 함께 빠져들게 만드는,겸사복 채윤이 되어 함께 살인현장에서 범임을 찾기 위하여 발빠르게 뛰어 다니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인물 한명 한명 살아 움직임과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그러면서 그시대에 발명품이 잘 배치됨과 우리가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되집어 보게 만들면서도 요즘 인터넷 문화때문에 파게되어 가고 있는 우리 국어,한글에 대한 애착을 더 가지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 바로 이정명의 <뿌리 깊은 나무>인듯 하다.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묄새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새 내히 이러 바랄에 가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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