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의 만찬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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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추리소설은 정말 읽을때마다 재미가 있다.이 소설은 에르큘 포와로가 활동하는 소설로 유명 여배우 에지웨어 경의 부인(제인)이 한밤중에 집으로 와서 남편을 살해하고 사라지는 이야기다.하지만 그녀는 그 시간에 13명이 모인 만찬에 있어서 살인자에서 제외되고 만다.
 
에르큘 포와로는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알리바이를 하나하나 들추어 나간다.의문점은 에지웨어 부인이 만찬과 남편이 살해되던 시간에 똑같이 있었다는 것과 그녀가 만찬장에서 확인전화를 받았다는 점,에지웨어경의 죽음을 파헤치던중 에지웨어 부인역을 똑같이 소화해내던 연극배우(캐롤타)가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한다. 그녀의 가방에 있던 금빛 작은 지갑과 안경. 포와로는 그녀의 죽음을 에지웨어 경과 비슷한 시간에 놓는다.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 들면서 혹시나 그녀가 남편이 이혼을 해 주면 결혼을 하려던 파리에 있는 머튼 공작이며 에지웨어 경의 딸과 조카 그리고 비서에 이르기 까지 모든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놓인다.에지웨어 경을 살해 했다고 여겨지던 캐롤타의 가방에서는 제인의 가발과 화장도구등이 발견되어 그녀가 제인으로 변장을 하고 집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을 한다.
 
소설은 헤이스팅스가 이야기를 해 나가듯 하고 포와로의 날카로운 직관과 의문점들이 빛을 발하며 점점 풀어나가는듯 하면서도 계속 의문점을 남긴다.크리스티 여사의 소설은 읽다가 그만둘 수가 없다.손에 잡는 순간부터 놀라운 속도로 읽어나가게끔 독자를 그녀의 완전환 트릭에 걸려들게 만든다.그러면서 범인이 누군가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연기자 브라이언 마틴인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에 조카인가 하게 하고 딸 마시인가 하게 의심을 하게 만든다.그러면서 큐브는 돌고돌아 하나씩 맞추어 가며서 포와로가 풀어내는 해답에 걸려들면 정말 완벽하게 들어맞는 큐브처럼 살인사건은 독자가 생각지도 못한 살인자를 지목하며 살인자가 빠져 나올 수 없게끔 그의 올가미에 가두고 만다.처음부터 살인자에서 완벽하게 제외 되었던 제인,에지웨어 부인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13인의 만찬에서 제일 먼저 나간 도널드 로스의 죽음과 그의 말에서 사건을 완전하게 맞춘 포와로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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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토벨로의 마녀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두빈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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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산을 오르는 자처럼 춤을 추라.지쳐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추라.너무 숨차서 몸이 다른 방식으로 산소를 공급받으려 할때까지.그래서 네가 누구인지,언제 어느 곳에 와 있는지조차 잊을 때까지 춤을 추라. 오로지 북소리에 맞춰 춤추라.그것을 매일 반복하라.그러면 어느 순간, 두 눈이 자연스레 감기고 내부에서 쏟아져나오는 빛을 보게 되리라는 것을 기억하라.그 빛이 네 질문에 답하고, 숨겨진 네 능력을 드러내리라. ㅡ p83
 
파울로 코엘료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연금술사를 먼저 접하고 이 책을 읽었다면 좀더 작가와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것을 연금술사는 사놓고도 읽어보지 않았기에 작가의 명성으로 이 책을 골라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주인공 아테나(셰린)를 기억하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 형식에서 주인공을 들어내고 엮어 나간다. 어떻게 보면 그녀를 단위에 세워 놓고 멀리서 바라보는 형식을 취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그녀는 집시의 딸로 태어나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아 고아원으로 향하고 중산층의 불임부부에게 입양되어 가족을 이루다 자신의 존재를 알아 버리며 운명처럼 만난 남자 페테르센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혼을 하면서 자기의 뿌리를 찾기 위하여 어머니를 찾아 떠나는 도중 라이언 기자와 의사 에다를 만난다.어머니는 그녀를 버리고 혼자서 바느질을 하며 가난하게 살고 있었지만 그녀가 돌아올 것을 예감한다.어머니를 만나면서 더욱 뚜렷해지는 그녀의 정체성.
 
춤으로 좀더 가까이 신에게 다가가던 그녀는 서예와 명상으로 자신을 다져 나간다
'스승이라,그게 뭐요? 스승은 무슨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제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사람이오. 제자가 지닌 최선을 다하는 힘을 고취시키는 사람이지' ㅡp118
 
'나는 항상 미친 듯이 살아왔어요.일도 많이 하고 아들을 키우는 데 온 신경을 다 쏟아부었죠.미친 여자처럼 춤을 췄고 서법을 배우고 마케팅에 관한 것도 배우고 끊임없이 책을 읽었어요 그 모든 것이 내게 공백으로 남아 있는 시간들을 돌아보지 않기 위해서였어요. 내 삶에 공백으로 남겨진 그 부분 때문에 아주 작은 사랑조차 담겨 있지 않은 철처한 공허를 느꼈거든요.양부모님은 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 주셨지만 나는 언제나 그분들을 실망시켰어요.' ㅡp183
 
신이 모든것을 다 다스리지 못하여 어머니를 내려보냈듯이 어머니는 모든 것을 포함하며 그 자궁에서 잉태한 것은 어쩌면 사랑이다. 그녀를 받아 들이지 못하고 돌아선 남편마져 미워하지 못하고 아들의 아버지로 받아 들이며 자신의 어머니가 자기를 버린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하여 한 방황을 어머니를 만남으로 다시 가득 채우고 아들을 사랑으로 보듬어 안는 그녀 아테나,아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모든것을 버리고 순수한 어머니로 돌아가는 이야기.
 
포르토벨로의 마녀라기 보다는 그녀는 단지 한 아이의 어머니였다.남편은 잃어도 자신의 핏줄이며 자기의 자궁에서 태어난 아들을 지키기 위하여 모든것을 포기하고 모성으로 돌아간 여인,세상은 그녀를 마녀라 하여도 내겐 어머니로 성장하는 몸부림으로 다가왔다.어머니에게 버림받아 사랑이 담겨지지 않았다고 여겨졌던 정체성을 집시인 어머니를 만나 체움으로 인하여 진정한 어머니,모성으로 거듭난 여인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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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시간 나남시선 27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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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대추나무 밤나무 잣나무
잎새들 다투어 떨어지고
하마 오늘 밤은 서리 내릴라
 
낙엽 쌓인 밭고랑 누비며
살며시 정답게 배추 보듬어
짚으로 묶어 준다
 
목말라 하면 물 뿌려 주고
푸른 벌레들 괴롭히면
돋보기 쓰고서 잡아 주고
떨어진 낙엽 털어 주고
폭폭 흙 파서 거름 묻어 주고
 
배추의 입김
살아 있는 것의 가냘프고
때론 강한 입김 느끼며
기르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여름 한철 나는 외롭지 않았다
 
 
이 시를 읽으며 언제가 사진에서 보았던 작가의 사진이 생각났다.초가집 앞 텃밭에서 손에 호미를 들고 밭을 일구던 모습이 이 시를 더욱 가슴에 와 닿게 만들었다.
자신의 텃밭을 일구며 소설이 아닌 시로 일상을 정리한듯한 정감어린 시에서 우리내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이 들어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욕심없는 작가의 삶이 부럽기도 했다.작가의 정성으로 일군 채소들은 그의 밥상에서 음식이 되고 가족들의 삶을 지탱해 주는 영양분이 되었을터 소박함이 묻어나는 시가 소설과는 다르게 소설속에서 놓쳤던 작가의 행간의 읽는듯한 느낌이 있어 좋았다.
 
 
눈꽃
 
 
느티나무에 실려 있는
앙증스럽고 섬약한 눈꽃들
포근포근한 눈밭에
폭폭 찍혀 있는 고양이 발자국
 
아아 좋타!
두 팔을 벌리는데
팔 내리는 순간
쓸쓸해진다
찬란한 눈꽃의 비애
 
 
작가가 등단이전에 습작지도를 받기 위하여 김동리 선생을 찾아간 것은 소설이 아닌 시였다고 한다.시심이 본바탕이 되었기에 그의 소설들도 진실되게 쓰여지고 소설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듯 하다.시는 좀더 작가와 친숙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작가의 숨김없는 감정을 엿볼 수 있어 좋고 시어 하나에서도 작가의 섬세하면서도 거짓없는 마음과 그 순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하여 좋다.'찬란한 눈꽃의 비애' 금방 사그라질 눈꽃에서 작가가 느낀 쓸쓸함-비애 함축된 의미가 이 겨울을 붙잡을 듯 하다.
 
 
우리들의 시간
 
 
목에 힘주다 보면
문틀에 머리 부딪혀 혹이 생긴다
우리는 아픈 생각만 하지
혹 생긴 연유를 모르고
인생을 깨닫지 못한다
 
낮추어도 낮추어도
우리는 죄가 많다
뽐내어본들 도로무익
시간이 너무 아깝구나
 
 
자연과 함께 벗삼아 살면서 낮추는 자세를 작가는 몸소 실천하며 사는것 같다.그러면서도 작가의 시에서도 그 낮춤의 자세가 잘 들어나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속이 꽉찬 사람일수록 자신을 낮추는 자세가 우리에겐 필요한것 같다.주머니가 두둑하면 할수록 그 많음의 크기만큼 우리는 목에 힘을 주고 사는 세상인데 우리들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죄가 많은 우리들에게는 낮추어도 낮추의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야 함을 좌우명처럼 얻으며 소설속에서 다 읽지 못한 작가의 행간을 시집에서 만나 잠시 작가의 詩 속에서 행복했음을 시간이 얼마 지난후에 다시 느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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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온 여인 - 합본 나남창작선 55
박경리 / 나남출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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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다른 소설들과는 다르게 이 소설은 추리소설적 기법과 인간본능을 탐하며 인간 군상들의 처절한 사랑과 적의를 다르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생활의 빈곤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가정교사 일을 해야만 했던 성표에게 의문의 집 '푸른 저택'은 그에게 처음부터 물음표 투성이로 다가온다.저택의 여주인인 신비의 오부인,비서 일을 담당하는 영희 그리고 다리는 저는 어린 소년 찬이.
 
가정교사 자리를 얻기 위하여 첫날 저택을 방문하며 받은 이상한 기분과 그 여인을 탐구하기 위하여 찾아온 그의 친구 영태로 부터 그 여인에 대하여 조금씩 베일을 벗듯 전해 듣는 이야기와 의문의 일들,그리고 그의 여동생 정란의 동거남 세형의 일로 인하여 엮이게 되는 영태와 푸른 저택의 사람들과의 일들 속에서 영태는 정란을 첫 만남에서 그녀를 맘에 두고 가수로 데뷔 시키기 위하여 추천한 작곡가인 나성구씨가 찬이의 외삼촌이며 그의 여동생이 오부인이 사랑한 사람을 빼앗아간 나의화이다.
 
오부인은 강사장 동생과의 사랑에서 그 사랑마져 의화에게 빼앗기고 둘은 서로 어쩔 수 없는 결혼이란 관계로 엮여지지만 밤마다 강사장은 오부인이 아닌 영희를 찾아가 사랑을 나눈다.그런 둘의 관계를 알면서도 영희라는 아가씨를 내보내지 않고 감싸며 한집에서 생활하며 자기만의 사랑을 이루려는 오부인은 성표를 택하지만 성표는 받아 들이지 않는다.
 
찬이의 엄마가 나성구씨의 누이동생 의화라는 것을 안 성표는 나성구씨를 동생의 일로 찾아 갔다가 둘의 음악적 교감이 통해 오페라에 출연하게 된다.의화는 오랜 외국생활을 접고 드디어 고국으로 돌아와 찬이와 해후를 나누는데 그의 음악선생님인 성표에게 마음을 둔다. 그런 사실을 알고는 오부인은 더욱 의화에게 감정을 품는데 강사장의 사업은 기울어 모든것을 잃게 된 상황이 되었다. 오부인은 모든 재산을 현박사 앞으로 해 달라며 그녀의 교묘한 살인을 알고 그녀를 사랑하는 현박사에게 부탁하지만 그는 거절한다.
 
한편 정란은 가수로 약간의 성공도 하고 감옥에 들어간 세형도 무사히 나오고 엄마가 돌아와 찬이도 푸른 저택에서 나와 엄마와 살게 되어 성표도 푸른 저택을 나와 친구와 함께 생활을 하며 지낸다.그러던중 오부인은 강사장의 사업이 완전히 기울자 '마지막'을 현박사와 구상하지만 현박사는 그녀의 청을 들어주지 않자 성표에게 꼭 한번 자기에게 와 달라고 부탁을 한다.
 
'혼자 하시오,혼자. 입은 다물어 드리지.오부인의 입도 막아두어야 하니까 내 입도 자동적으로 다물려질 것 아닙니까? 내가 할 일을 오부인이 그 시각에 하면 되잖소? 장갑을 끼고 말입니다.' ㅡp514
 
그녀는 마지막 ,그녀가 짜 맞추어 놓은 각본에 어긋났지만 그녀의 손으로 직접 강사장을 총으로 쏴 죽이고 자신도 성표와 운전수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미간에 권총을 쏘아 자살을 하고 만다.
 
"시간이 좀 빨랐구먼. 신성표 씨가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에 이 총성이 났어야 했으걸. 살인범 신성표! 연극의 차질이요.그것은 내 두뇌의 실수가 아니구 심장의 잘못인 것 같구먼.악마의 동반자는 신성표가 아니고 오세정이었던 모양이오." ㅡp516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마치 액자에 넣어 놓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산과 하늘과 잎 떨어진 수목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죽음으로 인하여 모든것은 막을 내리고 정지한듯 멈추어 섰다.성표가 지나온 일들도 한 폭의 풍경화처럼 멈추어 진듯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에 나도 정지하고 말았다.베일에 감추어져 있던 것처럼 신비한 여인 오부인이 정체는 사랑한 남자를 다른 여인에게 빼앗겨 그를 죽이고 마는,그러면서 그녀를 택하고 그의 형과 결혼을 하는 아이러니.잘못된 사랑으로 인하여 모든것을 잃고 사랑을 소유하려는 그 소유욕에서 잘못은 빚어진듯 하다.가을에 온 여인 의화로 인하여 모든 잘못의 답은 풀어지고 성표에게 작은 흔들림이 된 '가을에 온 여인' 읽는 내내 작가의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약간의 스릴감을 맛보게 하여 흥미를 가지며 읽었던 작품이다.사람사이에서 애증의 골이 깊어질 수록 그 광기의 끝은 절망과 죽음으로 치닫는 그 마지막을 보여준 작품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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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 - 개정판 나남창작선 58
박경리 / 나남출판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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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작가의 고향 통영을 배경으로 쓰여 더욱 정감있게 다가온다. 전쟁으로 부모형제를 다 잃고 조만섭씨를 따라 낯선 땅 통영에서 정착하는 수옥,뭇남자들의 시선을 끄는 그녀의 외모때문에 그녀는 더욱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것 같다.수옥을 보고 첫눈에 반한 서영래는 아내와의 사이에 아이가 없음으로 인하여 수옥을 탐한다. 결국엔 그의 수중으로 들어가 갇힌 삶을 살다가 학수에 의해 그녀의 삶은 다시 자유를 찾지만 그가 군대에 끌려가기에 임신한 몸으로 그녀를 받아 들여주지 않는 학수 부모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 명화는 조만섭씨의 외동딸로 그녀의 엄마는 남편이 외지에 나가 있는 사이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미쳐서 자살을 하고 만다.엄마의 죽음은 그녀의 결혼에 커다란 걸림돌로 자리하여 박의사는 응주와의 결혼을 반대한다. 응주와 명화의 결혼을 반대하는 박의사는 사실은 그녀의 엄마의 죽음이 결혼에 문제가 된것이 아니라 아들의 연인을 사랑했기에 며느리로 받아 들일수 없음을 그녀에게 고백하고 만다.
 
명화와 결혼을 하기로한 응주는 아버지가 며느리감으로 내세우는 죽희와 명화와의 사이에서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왔다갔다 하다가 명화를 택하게 되지만 명화는 그와 하룻밤을 함께 하며 하룻밤을 인생의 전부인듯 허물어져버리고는 일본으로 밀항을 한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완전한듯 하면서도 한가지씩 문제점을 안고 있다.완벽할것 같던 박의사가 아들의 애인을 사랑한다는 점이며 돈을 가졌지만 자식을 갖지 못한 서영래,누나들의 치맛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 편력증처럼 방탕한 생활로 자신을 망쳐버린 문성재며 잘살던 집안이 망함으로 인하여 자신을 학대하듯 웃음을 팔면서 자기만족을 얻듯 하는 학자나 여린듯 하면서도 불의를 보면 주먹이 먼저인 학자의 오빠 학수, 그리고 서울댁등 모두가 어부의 어망에 걸린 갖가지 고기처럼 다양한 삶을 보여준다.
 
작가의 작품은 여인이 주인공이듯 이 작품도 명화와 수옥의 대조되는 삶이 주를 이룬다. 완벽하진 않지만 가정의 울타리에서 부성애를 한몸에 받으며 부족함 없는 명화와 전쟁으로 가족이며 울타리를 모두 잃고 노리개처럼 남자의 목표물로 마음이 닫혀 있던 수옥은 학수를 만나 닫힌 마음의 문이 열리고 말의 문도 열리듯이 두 여인들의 대조적인 삶은 통영을 배경으로 잘 들어나 있다.학수를 만나 안정을 찾은 수옥은 통영에서 안착하는 대신 사랑을 잃은,포기해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사랑에 도피를 하는 명화의 삶은 너울처럼 출렁인다.
 
한편에서는 속에 불을 품고 있는것처럼 쓴소리를 서슴없이 뱉어내는 학자의 거침없음이 소설을 더욱 맛깔나게 해준듯 하다.
"나는 젊어요! 박 의사는 늙었어요! 누가 더 잘사나 두고 봅시다! 아들은 미치광이 딸하고 결혼하고, 뭐가 남아요? 마음대로 계산대로 되는 줄 아세요? 뭐가 남아, 벙어리 딸하고 청승맞게 늙어서 그 꼴 부럽지 않아요.조금도 부럽지 않단 말이예요!"
ㅡ202p
그녀는 그렇게 박의사에게 가슴에 묻어 두었던 말들을 모두 쏟아내고는 박의사 병원에서 간호원이 되겠다던 꿈을 저버리고 독설가가 된듯 술집에서 웃음을 판다.
 
 
파시,사전적 의미로는 물고기가 한창 잡힐때 바다에서 열리는 생선시장이지만 이소설은 살아남기 위하여 파닥파닥 대지위에서 뛰는 인간들의 시장같다.절망과 아픔을 간직한채 살아가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숨을 쉬듯 생명이 느껴진다.작가의 소설은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활력있게 소설속을 누비고 다니며 마치 재래시장에 온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살아 있음을,진솔한 삶을 질박하게 잘 보여준다.시장만큼 삶의 다양성과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 또 있으랴.아름다운 통영의 앞바다와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명화 응주 학자 학수 수옥 순이 서울댁 조만섭 박의사 경주 죽희 윤선생 서영래 용주 문성재 선애 닻줄 김서방등이 있기에 소설은 더욱 생명력이 느껴진다.독자의 입장에서는 명화와 응주가 잘 되었으면 바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런 명화를 이해하면서도 안타까움이 여운처럼 남겨졌다.작가의 소설은 해피엔딩보다는 비운의 결말이 더 많은듯 하다. 독자의 바람을 저버리면서도 어쩌면 새로운 삶을 독자 스스로 연장해 보길 바라는 마음이 복선처럼 깔린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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