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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온 여인 - 합본 ㅣ 나남창작선 55
박경리 / 나남출판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작가의 다른 소설들과는 다르게 이 소설은 추리소설적 기법과 인간본능을 탐하며 인간 군상들의 처절한 사랑과 적의를 다르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생활의 빈곤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가정교사 일을 해야만 했던 성표에게 의문의 집 '푸른 저택'은 그에게 처음부터 물음표 투성이로 다가온다.저택의 여주인인 신비의 오부인,비서 일을 담당하는 영희 그리고 다리는 저는 어린 소년 찬이.
가정교사 자리를 얻기 위하여 첫날 저택을 방문하며 받은 이상한 기분과 그 여인을 탐구하기 위하여 찾아온 그의 친구 영태로 부터 그 여인에 대하여 조금씩 베일을 벗듯 전해 듣는 이야기와 의문의 일들,그리고 그의 여동생 정란의 동거남 세형의 일로 인하여 엮이게 되는 영태와 푸른 저택의 사람들과의 일들 속에서 영태는 정란을 첫 만남에서 그녀를 맘에 두고 가수로 데뷔 시키기 위하여 추천한 작곡가인 나성구씨가 찬이의 외삼촌이며 그의 여동생이 오부인이 사랑한 사람을 빼앗아간 나의화이다.
오부인은 강사장 동생과의 사랑에서 그 사랑마져 의화에게 빼앗기고 둘은 서로 어쩔 수 없는 결혼이란 관계로 엮여지지만 밤마다 강사장은 오부인이 아닌 영희를 찾아가 사랑을 나눈다.그런 둘의 관계를 알면서도 영희라는 아가씨를 내보내지 않고 감싸며 한집에서 생활하며 자기만의 사랑을 이루려는 오부인은 성표를 택하지만 성표는 받아 들이지 않는다.
찬이의 엄마가 나성구씨의 누이동생 의화라는 것을 안 성표는 나성구씨를 동생의 일로 찾아 갔다가 둘의 음악적 교감이 통해 오페라에 출연하게 된다.의화는 오랜 외국생활을 접고 드디어 고국으로 돌아와 찬이와 해후를 나누는데 그의 음악선생님인 성표에게 마음을 둔다. 그런 사실을 알고는 오부인은 더욱 의화에게 감정을 품는데 강사장의 사업은 기울어 모든것을 잃게 된 상황이 되었다. 오부인은 모든 재산을 현박사 앞으로 해 달라며 그녀의 교묘한 살인을 알고 그녀를 사랑하는 현박사에게 부탁하지만 그는 거절한다.
한편 정란은 가수로 약간의 성공도 하고 감옥에 들어간 세형도 무사히 나오고 엄마가 돌아와 찬이도 푸른 저택에서 나와 엄마와 살게 되어 성표도 푸른 저택을 나와 친구와 함께 생활을 하며 지낸다.그러던중 오부인은 강사장의 사업이 완전히 기울자 '마지막'을 현박사와 구상하지만 현박사는 그녀의 청을 들어주지 않자 성표에게 꼭 한번 자기에게 와 달라고 부탁을 한다.
'혼자 하시오,혼자. 입은 다물어 드리지.오부인의 입도 막아두어야 하니까 내 입도 자동적으로 다물려질 것 아닙니까? 내가 할 일을 오부인이 그 시각에 하면 되잖소? 장갑을 끼고 말입니다.' ㅡp514
그녀는 마지막 ,그녀가 짜 맞추어 놓은 각본에 어긋났지만 그녀의 손으로 직접 강사장을 총으로 쏴 죽이고 자신도 성표와 운전수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미간에 권총을 쏘아 자살을 하고 만다.
"시간이 좀 빨랐구먼. 신성표 씨가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에 이 총성이 났어야 했으걸. 살인범 신성표! 연극의 차질이요.그것은 내 두뇌의 실수가 아니구 심장의 잘못인 것 같구먼.악마의 동반자는 신성표가 아니고 오세정이었던 모양이오." ㅡp516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마치 액자에 넣어 놓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산과 하늘과 잎 떨어진 수목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죽음으로 인하여 모든것은 막을 내리고 정지한듯 멈추어 섰다.성표가 지나온 일들도 한 폭의 풍경화처럼 멈추어 진듯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에 나도 정지하고 말았다.베일에 감추어져 있던 것처럼 신비한 여인 오부인이 정체는 사랑한 남자를 다른 여인에게 빼앗겨 그를 죽이고 마는,그러면서 그녀를 택하고 그의 형과 결혼을 하는 아이러니.잘못된 사랑으로 인하여 모든것을 잃고 사랑을 소유하려는 그 소유욕에서 잘못은 빚어진듯 하다.가을에 온 여인 의화로 인하여 모든 잘못의 답은 풀어지고 성표에게 작은 흔들림이 된 '가을에 온 여인' 읽는 내내 작가의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약간의 스릴감을 맛보게 하여 흥미를 가지며 읽었던 작품이다.사람사이에서 애증의 골이 깊어질 수록 그 광기의 끝은 절망과 죽음으로 치닫는 그 마지막을 보여준 작품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