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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라이크 헤븐
마르크 레비 지음, 김운비 옮김, 권신아 그림 / 열림원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생각해보면 프랑스 소설가 중 좋아하는 작가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드뭅니다.
턱하니 기억나는 작가는 단 둘. 아멜리 노통브와 기욤 뮈소 정도.
그런 나의 목록에 한 명이 더 추가될 것 같습니다. 바로, 마르크 레비.
최근에 후배에게 읽지도 않은 책인 '행복한 프랑스 책방'을 권해주었더니,
아주 재미있게 읽고, 마르크 레비에게 푹 빠져버렸습니다.
휴가 때 마르크 레비의 전작을 읽겠다고 큰 소릴 치면서 그의 책을 모두 사들인 다음,
자기가 읽고 나서 나에게 한 권씩 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 '저스트 라이크 헤븐'은 바로 그 두번째 책입니다.
사실 오래 전 나는 이 영화를 친구와 보았습니다. 한참 우울해져있을 때였기에
그저 밝은 분위기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영화로 기억에 남아 있는데,
실제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아서 책 역시 읽는 내내 새로웠고, 이런 내용인가 싶었습니다.
그래도 그 때 그 영화만큼 이 책은 힘든 내게 비현실적인 것도 가치 있다고...
이렇게 인생은 행복한 거라고... 일깨워준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내용을 살펴보면...
잘 나가던 의사 로렌은 여행을 떠나던 길에 사고를 당하고, 코마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집에는 새로운 입주자 아더가 세들어 오게 됩니다.
아더는 그녀의 집에 들어가는 순간 욕실에서 그녀를 발견하게 되고...
그 누구도 그녀를 볼수도, 들을 수도, 만질수도 없었는데,
아더가 유일하게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전혀 믿기지 않을 법한 그녀의 이야기를 아더는 믿게되고, 그들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책의 원제는 'Et si c'etait vrai...'
직역을 하면... '그리고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라는 뜻이예요. (아주 직역입니다)
그리고 사실 원제가 훨씬 마음에 들었던 책입니다. 물론 '천국같은'이라는 제목도 나쁘진 않지만.
책 내용을 생각하면 원제가 훨씬 맞는 것 같아요. 직역을 안하고 의역을 한다면... 더더욱.
마르크 레비의 책을 읽는 내내 한 생각은 그가 참 여성스러운 글을 쓴다고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글에 공감도 많이 하고,
무덤덤해진 마음이 조금쯤 움직인단 느낌을 받곤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여성 캐릭터에는 참 많이 공이 들어갔구나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행복한 프랑스 책방'의 소피가 그러했고, '저스트 라이크 헤븐'의 로렌도, 그리고 아더의 엄마도...
모두들 어쩜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잘 표현했을까 싶습니다.
그의 책을 읽으면 지금 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가 일에 치여 하찮게 여기는 감성이라던지, 사랑이라던지...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해줍니다.
"이봐, 누구도 행복의 집 주인은 아냐. 간간이 임대 계약을 하고 세입자가 되는 행운을 잡을 따름이지.
아주 착실하게 돈을 치러야 한다구. 아니면 곧바로 쫓겨나는 거야." P.120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감정을 죽이고, 그냥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행복이 어떤 것인지 까먹고 있었나봅니다. 대금을 착실하게 치르지 않고 있었나 봐요.
그에 비해 희망도 없어 보이는 사랑에 로렌과 아더는 최선을 다 합니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서- 미래도 생각지 않고, 현재에 최선을 다 합니다.
"따지고 계산하는 동안, 찬성할 것과 반대할 것을 분석하는 동안,
삶이 흘러가며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야." P.116
읽는 내내, 아무것도 분석하지 않고, 따지지 않던 그들이 마냥 부러웠습니다.
어느덧 따지고 계산해버리는 바람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내 삶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천국처럼 아름답고 달콤한 사랑 이야기인데,
인생 전체에 대한 이야기... 그러한 감상으로 흘러가 버렸네요.
어느날 저에게도 이렇게 믿겨지지 않을만큼 달콤하고 천국 같은 이야기가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전에 따지고 계산하는 버릇도 좀 버리고, 행복을 잡기 위해 저 역시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사랑은 경이로운 감각을 지녔어. 받으려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
사랑할 수 있으려면 우선 온전한 자신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고.
내 아들아, 항상 너의 본능을 믿고, 너의 의식과 감정에 충실하고, 네 삶을 직시하면서 살아.
하나밖에 없는 삶이란다. 너는 이제부터 너 자신과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지는 거야.
의연하게 행동하고 사랑하고. P.202
P.S. 후배덕분에 저도 드물게 마르크 레비의 전작을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난 저에게 후배가 이 책의 후속이라며 '그대를 다시 만나기'라는 책을 쥐어주었습니다.
언젠가 그의 책을 모두 다 읽고, 주르륵.... 그의 이야기를 늘어놓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