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시가 좀 지났을 무렵부터 민주당 본부의 닉에게서 걸려오는 전화가 점점 비관적이 되었고, 열한시가 되기 십오 분 전쯤에 걸려온 전화에 그들은 낙심했다. “출구 조사라는 게.” 전화를 끊고 빌리가 우리에게 말했다. “정확하지 않나봐요. 오하이오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고, 아이오와나 뉴멕시코에선 케리가 이기지 못할 것 같대요. 플로리다에선 졌고.”

... “하룻밤만 지나면 모든 게 더 끔찍해질 거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어!” 반면 나는 생각했다. 언젠가는 타협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때까진 그동안 품어온 승리에의 환상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겠어. 그전까진 고통으로 몸부림치거나, 상처 입은 짐승처럼 숨어버리겠지. 내 집으로 숨겠지.

... “, 세상이 너무 암울해.” 제이미는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를 질렀다. “지난번 선거는 요행 같았어. 플로리다가 있었잖아. 네이더도 있었고. 하지만 이번 선거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믿을 수 없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야! (115-6)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펼쳐지는 세상, 말 그대로 박진감 넘치는 하루 하루다. 사건 사고는 소설 속이 아니라 신문 속에서 일어난다. 일주일은 정치사회면이었고, 오늘은 국제면.

김영하가 그랬다지. 쏟아지는 뉴스보다 재미없는 소설을 쓰겠다고 책상 앞에 앉아 있자니, 내가 이러려고 소설가 되었나 자괴감 들고 괴로운 나날입니다.

옳은 말이다.

이런 시시한 이야기나 쓰겠다고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자니, 내가 이러려고 이 시간까지 잠 안 자고 있었나 자괴감 들고 괴롭다.

그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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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 2016-11-10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이러려고 놀러가지 않고 투표하고 야근해서 세금내고 그랬나 , 순실일가 럭셔리 하게 상대하려고 ㅠㅠ

단발머리 2016-11-10 10: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내가 이러려고 이 나라 국민하나, 정유라 좋은 말 타면서 편히 살라고 ㅠㅠ

cyrus 2016-11-10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병신년‘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낀 2016년으로 기억될 겁니다. 그런데 내년이 더 암울해질 것 같습니다. ㅠㅠ

단발머리 2016-11-15 10:24   좋아요 0 | URL
암울한 건 올해로 다 끝냈으면 좋겠네요.
나쁜 건 그냥 2016년에게 다 주고 싶어요. ㅠㅠ

2016-11-21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1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