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소설을 읽지 않고 소설가의 에세이를 먼저 읽는다. 위화의 소설은 아직 읽어보지 못 했고, 위화의 책으로는 첫번째다. 제일 흥미로운 부분을 옮겨본다.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 결심하게 했던.

 

매큐언은 다른 작가들이 자기에게 미친 영향을 조금도 숨기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당신이 5, 6주 시간을 들이면 필립 로스를 모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가 나쁘지 않다면 그다음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흉내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전에 나는 문학은 마치 길과 같아서, 양쪽 방향으로 모두 향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람들의 독서 여행은 이언 매큐언을 거쳐 나보코프와 헨리 밀러, 필립 로스 등의 정거장에 이른다. 반대로 나보코프와 헨리 밀러, 필립 로스 등을 거쳐 이언 매큐언의 정거장에 도착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이언 매큐언의 서사가 우리의 독서와 여러 가지로 교차되는 이유다. (121)

 

5, 6주 시간을 들여 필립 로스를 모방하는 게 가능한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필립 로스라는 길을 거쳐 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겠다는 매큐언의 말은 한편으로는 결연하고 또 한편으로는 웬지 모를 편안함을 준다. 매큐언이 열어둔 길로 필립 로스에게 갈 수 있고, 필립 로스와 함께 있다 보면 매큐언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겠다.

위화의 말이 옳다. 문학은 마치 길과 같아, 양쪽 방향으로 모두 향할 수 있다.

매큐언에게서 필립 로스로, 필립 로스에게서 매큐언에게로.

 

<속죄>, <칠드런 액트>, <첫사랑, 마지막 의식>

 

 

 

 

 

 

 

 

<유령 퇴장>, <포트노이의 불평>, <에브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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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08-25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에 관한 책인줄 알고 골랐다가 위화작가의 에피소드가 많아서 잠깐동안 놀랐던 책이에요. 절반정도 읽다가 뒀는데 마저 읽어야겠어요. 책 읽게 만들어주는 책 이었어요~

단발머리 2016-08-25 10:01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절반 정도 읽고 이 페이퍼를 썼어요.
위화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소개를 읽어보니 중국에서는 아주 유명한 작가인것 같더라구요.
전 아직 작품을 안 읽어봤지만, 기억하고 싶은 이름이네요. 위화^^

기억의집 2016-08-2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상하게 이언 매큐언도 필립 로스도 불편해요. 특히 저는 이언 매큐언의 소설은 재밌기는 한데, 소설속 장면이 이게 뭐지 하는 게 간혹 있어요. 예로 칠드런 액트 읽는데, 맨 마지막 장면에서 그 청년이 백혈병 재발로 죽음을 선택했을 때 남편이 부인에게 그 아일 사랑했냐고 다그치는 장면에서 이게 뭐지 이랬다니깐요. 저도 나이 사십 후반 좀 있으면 오십 바라보지만, 주인공이 육식 가까이 되는 나이였나 그럴 겁니다.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 나지 않지만, 보통 그 나이에 그 아일 연민으로 바라보지 사랑의 대상으로 바라보진 않지 않나요? 그 장면 정말 웃겼어요. 너무 오버해서. 나이가 젊든 늙든 저런 관계조차 사랑으로 보다니, 이언 맥큐언의 남자의 심리가 늙던 젊던 그렇다는 걸 보여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나 싶더라구요. 분명 그 판사가 그 소년을 바라보는 시선은 연민이 맞는데... 이건 뭐지 싶었어요. 제가 읽었던 책중에서 아마 최악의 장면이지 않나 싶습니다.

다락방 2016-08-25 14:32   좋아요 1 | URL
크- 기억의집님께서 말씀하신 그 마지막 장면, 저는 참 좋아했어요. 좋아하고요.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었거든요. 저는 기본적으로 연민이 아닌 사랑이 찾아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래서 그 질문이 있을 수 있다고 여겨지거든요. 무엇보다 그 아이에 대한 얘길 남편에게 다 했다는 것, 그 얘길 다 해도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 이야길 다 듣고 잠드는 아내 곁에 있어주는 남편이라는 게, 그전에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바닥까지 친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함께한 시간이 오래된 관계라는 건 다시 이런 식으로 회복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저는 이언 매큐언 소설을 네 권정도 읽었는데, 그 중에 [칠드런 액트]가 제일 좋았어요. 병이 재발하고 다시 죽음을 선택하는 장면에서는 `와 이 아저씨 정말 세구나` 생각했고, 자신에 대한 연민일지도 모르는 감정에 소년이 집착하는 걸 보면서 `인간이란 정말 너무나 불안정한 존재` 이며 `서투른 연민은 정말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구나` 라고도 생각했거든요. 종교와 사회와 개인과 사랑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그 한 권에 썼다고 생각했어요.

단발머리 2016-08-26 16:09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님.... 안녕하세요^^

저도 이언 매큐언과 필립 로스가 불편해요. 불편해요. 그런데도 좋아요. 자꾸 끌리고.
저는 제가.... 더 정확하게는 필립 로스에게 매혹되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저를 불편하게 하는 필립 로스를 좋아합니다. ㅎㅎㅎ

제가 어제.... 기억의 집님 댓글을 봤을 때 도서관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기억하고 있는게 맞는 건가 책을 찾아 확인해봤어요.

˝입술을 완전히 맺댄 채로 담백한 키스가 가능하다면 바로 그런 것이었다. 한순간의 접촉이지만 키스의 개념을 넘어서는 것, 어머니가 장성한 아들에게 하는 입맞춤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이 초 정도, 아니 어쩌면 삼 초 정도의 접촉, 말랑한 입술의 부드러움 안에서 두 사람이 떨어져 있던 모든 세월, 모든 삶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

저는 피오나가 그 아이에게 가졌던 감정이 연민이 다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연민에 근거한 감정이지만 연민만은 아니었고.... 일부러 피오나가 그 아이를 피하는 과정 전체가 두 사람이 갖게 될지도 모를 관계의 위험성에 대해 미리 감지한게 아니었나...
저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좀 더 정교하게, 세련되게 그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랬다면 남편의 버럭도 이해될 수 있었을 테고요.
그런 면에서는 저도 최악의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단발머리 2016-08-26 16:19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안녕하시어요~~^^

저는 피오나가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꼭 하지 않아도 됐었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자기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이잖아요... 나쁜.... 그런데도 피오나가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한 건, 피오나가 그 키스의 위험성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가벼운 키스가 아니라, 서로의 삶과 시간을 꿰뚫은 키스라는 걸 피오나는 느꼈던 것 같구요. 남편은 피오나랑 함께한 시간이 기니까, 피오나가 짧게 말했을 때 본능적으로 알아챘던 것 같아요.
당신.... 진짜로 그 애를 사랑했던 거구나.... 그래서 버럭!! 했던 거고요.

저는.... 그 아이도 약간은 느끼고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 아이도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피오나가 연민 이상의 감정으로 자신을 대하고 있다는 것을.
그 아이는 더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이니까 어디까지나 피오나의 반응을 살필수 밖에 없는데,
피오나는 말하지요... 넌 가야돼....

그래서, 자살이라고 생각해요. 피오나처럼 저도, 그 아이는 자살한 거라고 생각해요.
보답받지 못한 사랑의 무게 때문에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매큐언의 작품은 <속죄>예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