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소설을 읽지 않고 소설가의 에세이를 먼저 읽는다. 위화의 소설은 아직 읽어보지 못 했고, 위화의 책으로는 첫번째다. 제일 흥미로운 부분을 옮겨본다.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 결심하게 했던.
매큐언은 다른 작가들이 자기에게 미친 영향을 조금도 숨기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당신이 5, 6주 시간을 들이면 필립 로스를 모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가 나쁘지 않다면 그다음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흉내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전에 나는 문학은 마치 길과 같아서, 양쪽 방향으로 모두 향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람들의 독서 여행은 이언 매큐언을 거쳐 나보코프와 헨리 밀러, 필립 로스 등의 정거장에 이른다. 반대로 나보코프와 헨리 밀러, 필립 로스 등을 거쳐 이언 매큐언의 정거장에 도착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이언 매큐언의 서사가 우리의 독서와 여러 가지로 교차되는 이유다. (121쪽)
5, 6주 시간을 들여 필립 로스를 모방하는 게 가능한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필립 로스라는 길을 거쳐 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겠다는 매큐언의 말은 한편으로는 결연하고 또 한편으로는 웬지 모를 편안함을 준다. 매큐언이 열어둔 길로 필립 로스에게 갈 수 있고, 필립 로스와 함께 있다 보면 매큐언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겠다.
위화의 말이 옳다. 문학은 마치 길과 같아, 양쪽 방향으로 모두 향할 수 있다.
매큐언에게서 필립 로스로, 필립 로스에게서 매큐언에게로.
<속죄>, <칠드런 액트>, <첫사랑, 마지막 의식>
<유령 퇴장>, <포트노이의 불평>, <에브리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