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ㅣ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이현우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평점 :
올해의 책, 올해의 작가에만 집착하느냐. 물론 아니다. 나는 최고의 문장, 최고의 문단에도 집착한다.
로쟈님과 출판사에서는 최고의 문장, 이 책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문장으로 이 문장을 뽑은 것 같다.
“정말 제대로 살아보고 싶었어요!”
그림으로는 표지 그림을 최고로 뽑았지 싶다.
내가 뽑은 이 책 <최고의 문장>은 “어떻게, 어떻게?” 이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머리를 맞대고 상의했다. 사람들을 속여가며 숨어서 만날 수밖에 없고, 서로 다른 도시에 살면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참을 수 없는 속박에서 어떻게 하면 해방될 수 있을까?
“어떻게, 어떻게?” 자신의 머리를 감싸쥐며 그는 물었다. “어떻게?” (57쪽)
함께 있어서 행복했던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구로프.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사귀고 헤어졌지만 단 한 번도 사랑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 그랬던 그가 정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다. 머리가 세기 시작하는 지금, 지금에 와서야 진짜 사랑을 하게 된 것이다.(57쪽) 남편이 있는 안나, 아내가 있는 구로프. 머리를 맞대고 상의해도 방법이 없다. 두 사람이 함께 할 방법이 없다. 깊은 탄식. 어떻게, 어떻게 해...
그림 하나하나 모두 느낌 충만하지만, 내가 뽑은 <최고의 그림>은 이렇게 세 장이다.
<최고의 문단>은 48쪽. 안나를 만나기 위해 구로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간다. 오페라 초연 공연을 보러 온 그녀를 발견한 구로프. 상층 입구라고 쓰인 좁고 어두운 계단에서 두 사람은 재회한다.
“뭐하시는 거예요, 지금 뭐하시는 거냐고요!” 그녀가 겁에 질려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 “우리 둘 다 제정신이 아니에요. 오늘 당장 떠나세요. 지금 당장이요....... 제발 부탁이에요, 제발........ 누가 오고 있어요!” (48쪽)
제.정.신.이라고 쓰고 보니, 내가 추구하는 정신 상태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야, 제정신이 아닌 걸 좋아하는 사람. 제정신이 아닌 상태를 추구하는 그 어떤 제정신의 소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