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은 술자리에서 아끼고 사랑하는 친한 동생들에게만 들려준다는 경제학자의 ‘생활밀착형 조언’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전해주는 고급 정보다.

작가 선택에 있어,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유머’가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소비가 불편한 ‘일상’을 만들어라> 같은 진지한 챕터에서도 나는 이런 구절에 밑줄을 긋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아내에게 이번 달에는 쓸 데가 많으니 용돈 좀 더 달라고 하고, 아내는 이번 달은 정말 돈이 없다고 안 넣어주는, 그런 삶을 산다. (131쪽)

 

교육에 대한 부분은 많은 부분,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게다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수는 있지만, 실제로 이렇게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불안하니까, 답답하니까,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다. 이 학원, 저 학원 돌리고, 돌리고 돌린다. 아쉬운 건, 학업 때문이 아니라, 보육 내지는 안전의 이유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수 밖에 없는 가정에 대해서는 대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석훈씨가 책임지실 일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아래는, 우석훈이 말하는 ‘학원 안 보내고 공부 잘하게 하는 법’이다. 

 

<교육비를 줄여야 자녀가 똑똑해진다>

경제에서는 적절한 투자가 줄면 그에 따른 손실이 발생한다고 전제한다. 교육도 일종의 투자라고 하면 마찬가지 분석이 가능한데, 사교육에 대해서만은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사교육 지출을 줄이면, 오히려 자녀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 일단 행복해지고, 편안해지고, 그리고 다른 것들을 더 해볼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으면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만약 지금까지 계속해서 사교육을 받았다면 이 과정이 고통스럽기는 할 것이다. (223쪽)

국어를 공부하는 방식에서.... 한 가지 요령이라면, 굳이 양서를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줄이고 흥미 위주로 읽어도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걸 ‘난독’이라고 부르는데, 어려운 책을 읽어냈다는 뿌듯함보다는 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 보는 게 더 중요하다. 참고로 선진국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가장 많이 읽는 책은 소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는 책은 수험서다. (234쪽)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말 어휘력의 일부가 외국어 어휘력의 총합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말 단어보다 더 많은 영어 단어를 알 수는 없다. 우리말로도 모르는 고급 단어를 영어로 알기를 기대하는 것, 미안하지만 그런 일은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종합적으로 본다면, 국어 실력의 하위단계가 영어 실력이다. (237쪽)

 

 

2.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극한의 상황에서 어떻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 수 있는지, 육체적 고통보다 더 인간을 힘들게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말한다.

그는 말한다. 어떤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은 ‘내적인 선택’의 결과라고 말이다. 

 

 

 

수면부족과 식량부족 그리고 다양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환경이 수감자를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적으로 분석을 해보면 그 수감자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은 그 개인의 내적인 선택의 결과이지 수용소라는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121쪽)

 

하지만, 한계를 뛰어넘는 불굴의 정신력보다 더 내 주의를 끌었던 것은 ‘인간은 자신의 생과 사를 결정하는 이 중요한 일에서조차 한 치 앞도, 단 5분 뒤의 일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운명이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결정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책에서 얻은 가장 강한 메시지다.

트럭이 도착하자 주치의가 열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그런데 그 중에 우리 둘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뽑힌 열세 사람은 트럭에 올라타고 우리 둘은 뒤에 남아야 했다. 놀라고 화가 나고 실망해서 우리는 주치의에게 따졌다. 그는 너무 피곤하고 정신이 없어서 그랬노라고 변명했다. ... 그로부터 여러 주가 지난 후, 우리는 이 마지막 순간에도 운명의 신이 우리를 우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얘기를 듣고 우리는 인간의 결정이 얼마나 불확실한 것인가를 깨달았다. 그것이 특히 생사와 관련된 문제일 때에는 더욱 그렇다.

나는 우리 수용소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수용소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았다. 그날 밤 자유를 향해 간다고 믿었던 우리 친구들은 트럭에 실려 그 수용소로 이송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막사 안에 갇힌 채로 불에 타 죽었다. 사진으로도 군데군데 불에 탄 동료들의 시신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또 다시 테헤란에서의 죽음을 생각했다. (114-5쪽)

 

3.

인문학 열풍은 열풍 단계를 넘어, 이제는 계절풍의 양상이다. 여러 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다. 나도 2년 전쯤에, 수유너머 등에 인문학 강좌와 글쓰기 수업등을 알아보았으나, 곧 포기했다.

1) 아이들이 학교에서 너무 일찍 돌아오니 낮 시간은 불가능하고 2) 밤수업은 신랑 스케쥴과 줄다리기를 해야 하고 3) 한자 까막눈이라, 중국 고전 수업이 막막하고 4) 수업 뒤풀이의 술자리가 부담스러웠다. (나는, ‘모든 것’에 ‘자유’를 외치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 자유‘에 대해 극렬 반대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았다.)

 

이 책은 세 명의 엄마, 평범한 전업주부들이 어떻게 공부를 시작하게 됐는지, 공부를 시작하고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말한다.

오기가 생겼다. 자기 계발서 실천 방법의 하나부터 백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시도했다. 새벽 5시, 알람 소리에 잠이 깨면 비몽사몽인 뇌를 세뇌했다. “아, 행복해!”라고 세 번 읊조린다. 외계인을 보듯 황당해하던 남편도 좀 지나자 그러려니 했다. 충분히 세뇌되었다 싶으면 누운 채로 가볍게 체조를 하며 오늘의 할 일을 머릿 속에 띄웠다. 이불의 유혹을 떨치고 일어나, 일정표에 할 일들을 꽉꽉 채우며 예상 소요 시간까지 꼼꼼히 계산해 넣었다. 삶은 점점 바쁘게 돌아갔다. (홍미영, 84쪽)

 

나는 실제로 이런 식으로 살아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홍미영씨가 다람쥐 쳇바퀴에서 탈출한 것에 대해서는 환영한다. 자기계발서가 계속 팔리는 이유는, 자기계발서가 하라는 대로 해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노력하는 개인을 속이는 사회가 문제다.

이제, 자기계발서를 내려놓고, ‘진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진짜 공부, 아무도 강제하지 않으나, 스스로 원해서 하는 공부. 그런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목표가 있든 없든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아무튼 공부하다 보면 기회는 얼마든지 옵니다. 지금은 그냥 소박하게 공부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손자에게 좋은 책을 골라 주는 할머니가 되고 싶고요.” (131쪽)

 

4.

문학과지성사의 대산세계문학총서는 오직 [초조한 마음], 그 아름답고 위대한 소설 한 권으로 고마운 시리즈다. 랭보 시집을 읽으려 했다기보다는, 대산세계문학총서의 최신간을 손에 쥐기 위해 이 책을 대출했다. 아름다운 시가 많은데, ‘첫날밤’의 일부를 옮겨본다.

 

 

 

 

- 나는 그녀의 가냘픈 발목에 입 맞추었지.

그녀는 부드럽고 당돌한 웃음을 터뜨렸지,

맑은 트릴로로 연달아 터지는

명랑한 수정 웃음.

 

작은 두 발이 속옷 아래로

얼른 도망쳤지. “그만 좀 해요!”

처음으로 허용된 대담함을,

웃음으로써 벌주는 척했던 것! (운문시 ‘첫날밤’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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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9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0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4-11-19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석훈씨가 책임지실 일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모든 것’에 ‘자유’를 외치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 자유‘에 대해 극렬 반대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았다.)
ㅋㅋ
유머코드가 있는 저자의 책에 유머코드가 종횡무진하는 독자분 되시고, 진지한 책에서 그러하네욥니다~ ㅎ

단발머리 2014-11-20 12:02   좋아요 0 | URL
저는 유머에 대한 강박이 좀 강한편이예요.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예를 들어, 아이의 반모임에 나가더라두요.
5분 내에 엄마들 다섯 명을 웃기겠다, 뭐, 이런 결심을 숱하게도 합니다.
저, 우스운 사람이예요. ^^

다락방 2014-11-20 12:03   좋아요 0 | URL
5분 내에 엄마들 다섯 명을 웃기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4-11-20 12:04   좋아요 0 | URL
ㅍㅎㅎㅎ 첫 모임에 못 웃기면, 다음을 기약합니다.
두번째 모임에서, ˝** 엄마, 유머코드 특이한데.... 하핫!˝ 하면 식구들한테 1박 2일 자랑합니다.
저, 소박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