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맥파든의 일곱 번째 책이다. 원제는 『The Locked Door』이고, 한글책은 『핸디맨』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제목과 깔마춤으로 원서는 빨간 문이 표지이고, 『핸디맨』은 조금 자극적인 손 모양, 손의 모습을 정중앙에 배치했다.

희대의 살인마 애런 니어링의 딸, 노라 니어링은 이름을 노라 데이비스로 바꾸고 과거를 감추고 살아간다. 실력을 인정받는 의사가 되었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극도로 경계하며 혼자 살아간다. 단출하고 반복적인 생활에서 노라가 기쁨을 얻는 장소는 퇴근길에 들리는 작은 바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Old Fashined'를 그녀의 취향에 딱 맞게 만들어내는 바텐더가 있는데, 몇 번의 마주침이 있고 나서야 노라는 그가 대학 때 잠깐 사귀었던 브래디라는 걸 알게 된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외톨이로 살아가는 노라. 그녀의 작은 즐거움인 Old Fashined. 그 음료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오가는 길에 그녀의 삶을 위협하는 새로운 위험이 다가온다. 그 위험은 전혀 다른 두 명의 남자로부터 온다.

프리다 소설 속 남자들은 완벽하다. 대다수가 그렇다. '완벽한'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을 밀어내고 밀어내도, 다시 끌어안고 싶을 정도로 '완벽하다'. 사회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남자, 다정한 남자, 압도적인 외모의 어떤 남자가 다른 여성들의 무수한 플러팅을 뒤로하고 그녀에게 다가온다. 그녀들에게 접근한다. 그녀들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다.


노라의 차가 정체를 모르는 사람의 공격으로 타이어가 펑크 난 상황에서 브래디는 자신이 노라를 대신해 차를 수리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정신적으로도 혼란했던 시기에 시간마저 부족했던 노라는 그 일을 브래디에게 부탁한다. 브래디가 노라의 차를 수리한 이후에 그녀를 찾아온다. 바로 이 장면.




나는 브래디가 좋았다. 과하지 않아서 좋았다. 노라를 압박하지 않으면서도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히, 나는 브래디가 범인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기를 바랐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노라에게 접근한 게 아니기를 바랐다. 복수를 위해 노라를 노린 게 아니기를 바랐다. 나는 그가 좋은 사람이었으면 했다. 외롭고 쓸쓸한 노라의 삶의 단 하나의 가능성으로서의 그가 부디, 성공하기를 바랐다. 노라가 한 사람을, 그를 이해하는 한 사람을 찾아내길 바랐다.

하지만, 노라의 비밀을 알게 된 이후 뒤로 한 걸음 아니 두 걸음 물러서는 그의 모습에 나는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바로 '그 사람'이 될 수 없다 하더라도, 어깨를 토닥여주는 한 사람이 되어주길 바랐는데. 괜찮을 거야,라는 틀에 박힌 말이라도 그녀의 편에 서서 해주는 사람이길 바랐는데....

반전과 그다음의 반전에 대해서라면 여기에 쓰지 않는 게 좋겠다. 무해한 듯 보이는 사람의 내면에 자리 잡은 악마성과 허울 좋은 웃음이 사실은 진심이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 이 책에는 있다.


킨들을 구매하니 킨들 언리미티드가 한 달간 무료라고 해서 프리다 책을 계속해서 읽고 있다. 책의 물성을 사랑하는 1인으로서 손에 책을 탁! 잡아보는 그 순간이 한없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래도 굳이 꾸준히 사진은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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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08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리다의 책 중에서도 이책은 반전의 반전이랄까? 인물에 대한 기대를 여러번 뒤집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우스 메이드가 처음이라 깜놀한 효과가 아니었다면 핸디맨이 제일 좋았을거 같아요. 표지는 영문판이 훨씬 좋네요. 한국어판 약간 싸구려스럽지 않나요? ㅠㅠ
킨들과 쿠키와 커피 사진으로 힐링합니다

단발머리 2025-08-08 19:05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저도 여러 권 중에 이 책이 조금 더 좋았던 거 같아요. 그래도 저는 하우스 메이드에 1등을 ㅋㅋㅋㅋㅋ 주고요. 둘이 경합이 심하군요.
저는 한국어판 표지가 언뜻 보아도 자세히 보아도 별로인지라 왜 이렇게 표지를 만들었는지 좀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시선을 끌었다는 점에서는 성공한 것 같고요.
쿠키와 커피는 다 먹고, 이제 킨들만 남았습니다. 또 먹고 싶네요^^

망고 2025-08-08 1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술은 모르지만 미드 매드맨에서 주인공이 즐겨 먹는 칵테일이 올드 패션드라 저건 무슨 맛일까 궁금하긴 했어요 분명 쓰겠지만😆
프리다 맥파든 소설을 계속 쭈욱 읽어 나가시는 군요 저는 한권도 읽은게 없어 궁금하긴해요 얼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읽을까 했는데 대출중이더라고요 인기소설이란걸 실감했어요
커피랑 쿠키 사진 따스하고 좋아요

단발머리 2025-08-09 21:30   좋아요 1 | URL
아~~ 그렇다면 올드 패션드라는 건.... 칵테일을 마시는 사람들이라면 잘 알만한, 널리 알려진 그런 맛이 아닐까 싶어요. 저도 그 세계는 잘 몰라서 추측할 뿐이지만요.
맥파든 소설은 영어책 같이 읽는 모임에서 <하우스 메이드>로 시작했는데, 쉽게 책장이 넘어가는 스타일이라서 여러 권 읽게 되었어요. 설정이 비슷한 면이 많은데도 작품마다 조금씩 달라서 아직은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읽어가고 있습니다.
커피랑 쿠키 사진 찍을 때 협조적인 사람과 비협조적인 사람이 있거든요ㅋㅋㅋㅋㅋㅋ망고님이 좋게 봐주시니 협조적인 사람과 함께 기뻐하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5-08-10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리다 맥파든을 킨들로 읽는 여자!
그리고 멋진 디저트와 함께 카페에서 읽으니 제가 저 군중 속에 있었다면 몰래 훔쳐 보며 하트 뿅뿅을 날렸을 것 같아요.ㅋㅋㅋ
맥파든 이 작가는 도대체 어떤 작가일까요? 늘 핸섬가이가 등장하고 멋진 여성도 등장시키는 걸 보면 외모 지상주의인가? 싶지만 그 인물들에게 반전을 취하게 만들어 버리니 또 그건 아닌 것 같고…책을 읽을 수록 묘한 느낌을 받아요. 인물들의 심리전은 페이지 훅훅 넘어가구요. 아. 물론 전 번역서를 읽고 있기에..ㅋㅋ
더코워커를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는데 지금 후반부 막바지거든요. 근데 낭독 목소리 속도가 넘 느리게 들려 뒷내용들이 궁금해 죽겠는 거에요. 내털리가…돈이…갈수록 헉! 했네요. 뒤에 또 반전이 더 있을까봐 계속 듣는 중입니다.
네버라이는 답답해서 글로 읽는 중이구요.ㅋㅋ
다음엔 핸디맨을 읽던가 듣던가 해야겠습니다.
책 표지를 보구선 건너띄려고 했었는데 그러면 안되겠군요.ㅋㅋㅋ

단발머리 2025-08-11 19:24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의 하트뿅뿅은 거기서 보내셔도 제가 여기에서 샤사삭 잘 받을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언제 어디서든 마음껏 날려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외모에 대한 묘사가 좋기는 합니다ㅋㅋ 사람에 대한 호감에서 시각적 부분이 차지하는 걸 모른척 할 수 없고요 ㅋㅋㅋㅋ그런 극호감의 외모 뒤에 숨겨진 그 무엇을 찾아가는 과정이 제게는 재미있습니다.
<네버 라이> 다 읽으시면 어떠셨는지 페이퍼를 꼬옥~~ 부탁드립니다. 범인 못 맞추는 사람 저 뿐인가 하노라^^
<핸디맨>이 저의 맥파든 랭킹 2위입니다. 1위는 역시나 파란책이구요. 표지를 살포시 감추시고 1독 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다락방 2025-08-17 22:53   좋아요 1 | URL
오 핸디맨은 제가 프리다 맥파든의 소설 중 가장 먼저 읽은 책이었는데, 단발머리 님께 그 책이 랭킹 2위란 말입니까? 저는 사실 지금 아주 굵직한 줄거리 말고는 잘 기억나지 않아서 하우스메이드 바로 다음이다! 하지는 못하겠거든요. 그러면 다음은 무엇이냐, 하면 그것도 사실 잘...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