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가장 핫한 드라마 <상속자들>의 수업시간이다. 선생님이 칠판에 아래의 다섯 작품을 써 놓는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안나 카레니나], [위대한 개츠비], [레미제라블], [오만과 편견]
읽고, 감상을 적어오라는 숙제다. 일명 독후감 숙제. 이 때, 유라헬이 말한다.
"저런 건 초등학교 때 다 읽었어요."
"니가 달라졌잖아. 읽는 사람이 변하면 작품도 변해."
나는 궁금했다. 유라헬에게 말이다. 내가 묻는다.
"너는 어느 출판사 책으로 읽었니? 축약본으로 읽었니, 아님 완역본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마지막 잎새>, <톰 소여의 모험>, <오만과 편견>, <레미제라블>, <위대한 개츠비>
위의 책들은 초등 4학년 딸롱이가 근래에 탐독하는 책들이다. 사실 '아이세움'이라는 출판사를 잘 모른다. 책 날개를 펼쳐본다. 두꺼운 고전을 얆게, 그리고 어린이들이 이해할만한 용어로 풀어쓴 엮은이가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풍의 그림을 그린 화가가 있고, 책임 감수한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있다. 읽어보지 않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줄거리 요약으로 그친 책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 가지 좋은 점이라면, 아이세움 <오만과 편견>을 완독(^^)한 딸롱이가 오만과 편견 완역본에 도전해보겠다고 한 것이다.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는데, 그 날 밤, 바로 주문해 그 다음 날, 책이 도착했다. 하루에 10장씩 읽겠다는 결심은 어디로 가고, 그 책은 내 책더미 사이에서 잘~ 지낸다.
4학년 때 읽는 고전, 축약본으로 읽는 게 나을까, 아니면 조금 어렵더라도 완역본으로 읽는게 나을까. 축약본으로 먼저 읽으면 줄거리를 알고 있으니, 더 큰 흥미와 재미를 가지고 완역본에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로, 줄거리 요약의 축약본만 읽을 경우 독서의 참 재미는 느끼지 못하고, "나, 그 책 읽었는데. 그러니까 패스!" 이런 식의 반응도 나올 수 있다. 어떤 게 더 나은 방법일까.
<상속자들>의 선생님은 '읽는 사람이 변하면 작품도 변해."라고 말했다. 고전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10대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20대, 그리고 30대의 그것은 다를 수 밖에 없을테니까.
재벌 자녀들만 다니는 학교라 그런가, 세계에서 제일 바쁜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게 '고전'을 읽으라하고, 학생들은 숙제를 하고 그렇다. 위안이라면, 반정도 읽고 반납기한이 꼬여 포기한 <안나 카레니나> 빼고는 다 한 번씩은 읽어 봤다는 것인데. 이 정도로 위안을 받는 나는, 나는 참 뭔가.
나는 <상속자들>의 하일라이트 영상 몇 개만 봐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은상이의 가방 속에서 <오만과 편견>이 나왔던 거 같은데, 그럼 김탄도 그걸로 숙제하는 건가?
난 책도 새로 샀고, 아이들 방학도 아직 안 해서 시간 여유가 좀 있는데.
탄아,
잠잘 시간도 없이 밤샘 촬영하느라 많이 힘들지?
내가 숙제 도와줄께.
나랑 조별과제 같이 하자.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