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lla Enchanted] 

 

 

 

 

 

 

지난 달, 우리집 인기 상영 1위에 빛나는 영화다. 뽀뽀신이 몇 장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은것 같아 아이들도 보게 했다. 거의 10년 전 영화라 기술이 조금 어설프게 보이기는 하지만, 여주인공도 예쁘고, 거인도 나오고, 괴물도 나오니 아이들은 좋아한다. 영화 본 김에 책도 읽어보라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줬다. "뉴베리 수상에 빛나는~" 하면서 말이다. 



2. 예쁜 표지 vs 그냥 그런 표지  

나는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는데, 그 때는 이 책이 한글로 번역된 줄을 모르고 있었다. 재미있게 읽어서 책을 사려고 하니, 알라딘에서는 내가 원하는 책을 세트로만 판매하고 있어 다른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입했다. 검색해서 나오는 책들은 이렇고. 

 

 

 



 

 

 

 

 

 

 

 

 

 

 

 

 

내 책은 이거다. 

 

 

 

내가 가진 책의 표지가 3.5배 정도 예쁘다(고 감히 말한다). 

3. 마법에 걸린 엘라 

엘라는 요정 루신다를 통해 '타인의 말에 무조건 복종한다'는 축복 아닌 축복을 받게 된다. 누구의 말이든 복종해야만 하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 떠난 모험은 실패로 끝나고, 엘라는 자신의 약점을 이용하는 새엄마와 언니들 때문에 하녀같은 삶을 살게 된다. 여기까지는 신데렐라 이야기와 매우 흡사하고 왕자님이 슬리퍼 한 짝 덜렁 들고 나타난 것도 똑같다. 

엘라를 찾아낸 왕자님은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인생역전, 지옥탈출, 행복시작의 바로 그 지점이다. 이 때, 엘라는 자신이 왕자님과 결혼했을 때, 일어날 일들을 가늠해보고는 그와 결혼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사랑하는 그를 위해서다.  

왕자가 다시 내 귀에 대고 소곤소곤 명령을 내렸다. 
"엘라, 나랑 결혼해요. 어서 그러겠다고 말해요." 
이런 청혼을 받으면 누구라도 좋다거나 싫다고 대답할 수 있다. 이건 왕자가 백성에게 내리는 명령이 아니었으므로. 샤 왕자는 자기가 명령을 내리고 있다고는 상상조차 못 하겠지. 

하지만, 나는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그리고 기꺼이 그 명령에 복종하고 싶다. 하지만 왕자에게 해를 입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왕자와 결혼하고 싶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내 조국의 멸망을 불러올 것이다. 그들이 위험에 빠지면 아무도 그들을 구해줄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졸지에 몰락의 길을 걷고, 모두 저주받는 운명이 되는 거다. (371쪽) 

Char was too precious to hurt, too precious to lose, too precious to betray, too precious to marry, too precious to kill, too precious to obey. (225쪽) 

나는 케이크를 먹었고, 강장제를 마셨고, 목걸이를 해티에게 줘 버렸고, 새엄마의 노예처럼 힘겨운 일을 했고, 올리브가 나를 달달 볶는데도 묵묵히 당하고만 있었다. 비롯 나는 그들의 말에 꼭두각시처럼 복종했지만, 샤 왕자에게 해코지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 절대로. 절대로. 

복종해. 그와 결혼해. 결혼한다고 말해. 결혼한다고 말해. 결혼한다고 말해. (372쪽) 

샤 왕자는 엘라에게 자신과 결혼하자고 말한다. 자신과 결혼하라고 '명령'한다. 왕자의 청혼은 엘라가 원하던 바다. 왕자의 명령에 엘라는 그저 '복종'하고 싶다. '네'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엘라는 왕자를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파멸시킬 것이다. 왕자를 위해, 자신이 사랑하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엘라는 왕자에게 "No"라고 말해야 한다. 

엘라는 여러 번 자신의 저주를 끊어버리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그녀는 생일 케이크를 먹으라는 멘디에 말에 복종해야했고, 엄마의 유품인 목걸이를 해티에게 줬고, 새엄마와 올리브의 모든 명령에 복종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와 강한 사랑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왕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랑하는 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는 "No"라고 말한다. 자신을 원하는, 자신이 원하는 단 한 사람, 바로 그 사람에게 "No"라고 말한다. 
 
4. 제인 에어 


 

 

 

 

 

 

 

 

 

 

 

 

 

 

 

 

제인과 로체스터는 조금 다른 경우이기는 하다. 아내가 있는 로체스터는 그 사실을 숨기고 제인에게 청혼해 결혼하기 직전까지 이른다. 하지만,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 해도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제인은 그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 지금과 같이, 내 괴로운 인생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보다 높고 보다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주림과 목마름을 이야기하고, 충실하고 깊은 애정으로 나의 사랑에 응해 줄 사람을 충실하고 깊게 사랑하겠다는 나의 결심, 아니 이 말로는 부족해, 나의 거역할 수 없는 진로를 보여주었어야만 했소. 그러고 나서 당신에게 나의 충성의 맹세를 받아주고 또 당신의 충성을 내게 맹세해 주기를 부탁했어야 했소. 제인, 지금 나한테 그걸 해주오."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왜 말이 없소, 제인?" 
나는 괴로운 시련을 겪고 있었다. (156쪽) 

로체스터가, '주인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그가 제인에게 말했다. 나의 충성의 맹세를 받아달라고. 당신의 충성을 내게 맹세해 달라고. 주인과 가정교사라는 간극을 뒤로 하고, 동등한 영혼으로, 동등한 인격체로 그녀를 대하겠다고 말한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영혼의 동반자로 그녀를 호출한다. 

하지만, 제인은 말한다. 그건 안 된다고.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자, 승낙하라! 그의 비참한 꼴을 생각하라. 그가 직면한 위험을 생각하라. 그가 혼자 남게 되었을 때의 상태를 생각하고 그의 앞뒤 가리지 않는 성질을 명심하라. 절망에 뒤따르는 무모함을 생각하고, 그를 달래고 구원하고 사랑하라. 그리고 너는 그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의 것이 되겠노라고 말하라. 세상에 너를 걱정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 너의 행동으로 해를 입을 사람이 누가 있느냐?'
그러나 대답은 여전히 굴복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나를 걱정한다. 쓸쓸하고 고독하고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으면 없을수록 나는 나 자신을 존경한다.... (160쪽)

쓸쓸하고 고독하고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지만, 아니, 의지할 사람이 없으면 없을수록 나 자신을 존중하겠다는 제인은, 자기가 원하던 사람을, 자신을 원하는 사람을 뒤로 하고 손필드를 떠난다. 자신이 사랑하는 그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그에게 'No'라고 말하는 것이다. 
                                
5. 주군의 태양 

드라마 속에서 보여지는 사랑은 현실의 그것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다. 더 자극적이면서도 이야기의 전개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부족한 것 없는 재벌집 아들이 어떻게 고시텔 옥탑방에 사는 가난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는가. 

첫째, 여자가 예뻐야 한다. 이건 시간, 장소, 시대를 초월하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둘째,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울어야 한다. 씩씩하고, 발랄하고, 명랑해야 한다. 셋째, 이제야 서로를 찾은 두 사람이 이 세상 하나뿐인 사랑임을 깨달아야 한다. [주군의 태양]에서는 그 근거를 '귀신'으로 설정했다. 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인 사람, 내게 특별한 그 사람은 같이 있을 때 귀신을 쫓아주는 사람, '대리석으로 만든 방공호'이다.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사람,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 사람이다. 

이제 그 사람이 내가 좋다고 한다. 가지 말라고 한다. 태양도 주군 옆에 있고 싶었을 거다. 안전하게, 편안하게 살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태양은 떠나기로 결심한다. 

 

 

 

자기 손을 잡고 안 보고, 안 들으면 된다는 주군에게 태양은 말한다. 
"어떻게 당신한테만 매달려서 살아요? 나도 내 세상이 있는데..." 

주군에게 "No"라고 하고 태양은 떠난다. 
소지섭에게 "No"라고 하고 공효진은 떠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날 원하는 사람에게, 내가 원하는 이 세상 단 한 명의 그 사람, 바로 그 사람에게 "No"라고 말한다. 나의 가장 절실한 "No"는 가장 사랑하는 사랑에게 말해져야 한다. 나의 가장 절실한 "No"는 내가 가장 원하는 그 사람에게 말해져야 한다. 

 

그에게 "No"라고 말해야 한다. 

"No"라고 말해야 한다. 
"No"라고 해야 한다. 
"No"라고...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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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10-2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페이퍼 엄청 근사하네요, 엄청. 짱멋져요! >.<

단발머리 2013-10-25 11:49   좋아요 0 | URL
에궁.... 부끄부끄. $.$

하늘이 너무 파래요. 높고, 파래요.
아.... 가을이라.....

다락방 2013-10-25 11:51   좋아요 0 | URL
No 라고 말할 수 있는건 어렵고 중요하죠. 특히 사랑하는 사람한테라면 더욱 그러하고요.

하늘이 너무 파랗고 높아서 저는 배가 고파요. ( ")

단발머리 2013-10-25 12:31   좋아요 0 | URL
하늘이 정말 파랗고 높아요. 그리고...
저도 배가 고파요.
아들 후렌치파이를 1개만 먹으려다 지금까지 3개나 먹었어요.
아롱이 돌아오기 전에 얼른 봉지를 치워야겠어요. T.T

단발머리 2013-10-2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한 번 읽어보니, 사진이랑 글이 좀 안 맞는 구석이 있다.

소지섭, 공효진 사진에서, 그림의 장면에서, 소지섭은 이렇게 말한다.

"태공실, 가지 마..."

좀처럼 "No"하기 어려운 멘트다.

2013-10-29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30 0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