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평을 쓸 때가 가장 행복했다.
서평을 쓰면서 평소 읽고 싶었던 책들을 맘껏 읽고 그에 대한 내 느낌을 말할 수 있어 좋았다. 15년 이상 여러 다양한 일간지에 글을 쓰고 살았지만, 서평을 쓸 때가 가장 행복했다. (5쪽)
서평을 쓸 때, 가장 행복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이 된다. 책을 다 읽은 후의 따뜻한 '감동'과 가벼운 '감상',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구절들을 '인용'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 방금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그에 대해 무언가를 쓰고 있을 때, 난 행복하다. 최재천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다.
2. 취미로 하는 독서예요.
독서를 취미로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 하는 독서도 때론 필요하리라. 하지만 취미로 하는 독서가 진정 우리 삶에 어떤 발전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조금 공허해진다. ... 눈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취미 독서를 해야 하는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독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독서라고 생각한다. ... 하지만 기왕 읽기 시작한 그 분야의 책을 두 권, 세 권째 읽을 무렵이면 신기하게도 책장을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자츰 내 지식의 영역이 넓어지는 가슴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7-8쪽)
중학교, 아니 고등학교 때부터인가, 학기초마다 선생님들은 똑같은 잔소리를 하시곤 했다. "야, 니네 취미란에 제발 '독서'라고 좀 쓰지 마! 독서가 취미야, 생활이지!"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학교에, 집에, 학원에, 다시 학교에, 집에, 학원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는 우리에게 '취미'라는 건 너무 사치스러운 거였다. 그렇다고 취미 옆 '빈 칸'을 그냥 그렇게 놔둘수도 없었다. 선생님이 뭐라 하시든, 우리는 꿋꿋했다. 취미 : 독서
여기에 그 선생님들을 떠올리게 하는 분이 한 분 계시다. 저자는 말한다. 눈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취미 독서를 할 필요가 있느냐. 그렇게 해서 '발전'이 있겠느냐. 독서를 '일'이라고 생각해라. 모르는 분야의 책과 '씨름'해라. 그것이 '가치'있는 일이다. 후에는 '가슴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작은 따옴표 안의 단어들이 모두 마음에 안 든다. 발전, 일, 씨름, 가치 그리고 가슴 뿌듯함. 독서는 그래야만 하는가. '발전'을 위해, '일'처럼 독서하고, 책과 '씨름'하고 (책이 '이만기'도 아니고), 그래서 그 일이 '가치'있다고 평가받고, 그리고 '가슴 뿌듯'하면 된다는 건가. 어떤 사람이 어떤 책을, 어떤 목적으로 읽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위의 방법은 내게는, 적어도 내겐 맞지 않다. 아, 맞다. 저자는 과학자다. 나는 그걸 잊고 있었다. 과학자는 과학자 나름의 독서법이 있기 마련이다. 과학자는 인류의 '발전'을 위해, '일'처럼 독서하고, 책과 '씨름'하고, 그리곤 '가슴 뿌듯'해 할 것이다. 난, 과학자가 아니다. 나에게 독서의 가장 큰 목적과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즐거움. 그렇다. 바로 '즐거움'이다. 내가 읽는 책의 대부분이 '소설'이라서, 내가 '문학'을 좋아하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아니더라도 그렇다고 생각해야만 한다. 내게는 다른 무언가 거창한 이유나 이론 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간단히 생각해봐도 그렇다. '소설'이란게 무언가. '문학'이란 게 무언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공간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 사이를 오가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인물들이 들려주는 하나의 이야기 아닌가. 있지도 않은 일,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을 쫓아가는 일이 어떤 '발전'을 이룰 수 있나. 그 일이 어떻게 '가치'있다고 평가받을 수 있나. 그 일이 무슨 '쓸모'가 있나. 하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세상에는 '쓸모 있는 것'이 필요하고, 또 '쓸모 있는 것'이 많아야 하겠지만, '쓸모 없는 것'도, 가끔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쓸모 없는 것', '쓸데 없는 짓'도 이 세상에는 필요하다.
3. 도전하고 싶은 책
진화학이 모든 학문의 선두에 선 것은 확실해 보인다. 가히 모든 첨단 학문에는 접두어로 '진화'라는 단어를 붙여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과학엔 문외한이지만, 저자의 추천 속에 아래의 책 세권은 읽어봐야겠다, 생각해본다.
다만, '발전'이 아닌 '즐거움'을 위해, '일'이 아닌 '취미'처럼, 책과의 '씨름'이 아닌 책과의 즐거운 '요가'를 하다보면, '가치'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웬지 '가슴은 뿌듯'해질 것 같다.
취미가 독서다.
독서가 취미다.
유전자의 관점으로 보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이기적 유전자>
위대한 사상가 다윈의 자화상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과학시간에 이런 책을 읽히면 어떨까? <거의 모든 것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