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를 사 주시는 어떤 분이 있어, 딸롱이랑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보러갔다.
주초만 하더라도, 책을 미리 읽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서관에서 검색을 해보니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다섯 권짜리였고, 게다가 첫 번째 책은 이미 대출 중이었다. 대강의 줄거리를 읽어 보고, 주요 테마곡을 몇 번 들어보고는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 4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커피숍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배가 고프다는 딸롱이는 치킨베이크를, 나는 까페라테를 주문했다.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 가자고 딸롱이랑 같이 일어섰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이 됐다. 공연을 보러 온 나도 이렇게 긴장되는데, 배우들은 얼마나 긴장될까.
오늘의 캐스팅, 몬테크리스토 백작 임태경, 메르세데스 윤공주.
팜플렛을 보며 딸롱이에게 더블 캐스팅에 대해서 이야기 해 주었다. 이 사람이 이 사람이랑 할 때도 있고, 저 사람이랑 이 사람이랑 할 때도 있고. 딸은 작게 말했다.
“그런 이 언니가 이 사람이랑 저 사람이랑, 다 뽀뽀해야 되는 거야?”
@.@
응.
나는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하기를 좋아하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고, 노래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노래를 듣고 있는데, 임태경과 윤공주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거다.
‘아, 저 마이크는 무슨 마이크냐. 원래 소리가 좋아서 저런 소리가 나는 거야, 아니면 마이크가 무슨 특수 마이크냐. 무슨 마이크야. 나도 소리 좀 내 보자. 아, 아, 아~’
물론 에코가 들어간 소리기는 했지만,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남녀 주인공의 노래 소리는 정말, 최고였다.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받을 만 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저렇게 예쁘게 화장을 하고, 저렇게 예쁜 옷을 입고, 이렇게 큰 환호를 받으면서, 무엇보다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자신의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일까. 돈을 내야 할 쪽은 내가 아니라, 저 쪽인데.
또 생각했다.
영화의 주제와 표현이 우리의 ‘현실’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데 비해, 현실에 비해 훨씬 더 과장된 감정과 표현이 이루어지는 ‘뮤지컬’ 무대에 서는 배우들의 일상은 어떨까. 화려한 무대 뒤, 화장을 지우고, 눈부신 의상을 갈아입은 후의 생활은 어떨까.
클래식 연주 공연이나 다른 공연은 재미없다던 딸롱이도 어제의 공연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나도 즐거웠다.
임태경과 윤공주의 ‘언제나 그대곁에’를 찾아봤지만, 영상이 없는 듯하다.
여러 배우들의 버전이 있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버전은 신성록 & 옥주현.
가장 최근 버전은 김승대 & 정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