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000원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그 강사 선생님은 연거푸 말했다.
그 때 내게, 돈 5,000원은 그렇게 큰 돈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맘 편히 쓸 수 있는 돈도 아니어서, 나는 잠자코 강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전공 필수는 아니었지만, 교양수업도 아니었으니, 전공과 관련된 수업일 거라 추측되는 그 수업을 그렇게 한 달 정도 들은 후, 난 5,000원짜리 시집을 하나 샀다.
과연 거기엔 또 다른 세계가 있었다. 시인의 삶과 시인의 시가 똑닮아 있는 시가 여러 편, 아주 여러 편 있었다.
2. 오늘 책을 반납하러 아파트 마을문고에 가서는 ‘제목’을 보고
이 시집을 대출했다.
정확히는 ‘제목’과 ‘지은이의 이름’을 보았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동시집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딸롱이에게 21쪽의 시를 읽어 주었다. 같이 듣던 아롱이까지 셋이서 “하핫!“하고 크게 웃었다.
콩, 너는 죽었다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3. 그 선생님의 말이 맞다.
시인의 영혼을 담은 시집이 5,000원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이 시집은 물가를 반영해 현재 7,5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