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여론 조사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대선 후보 세 명에 대한 지지도가 추석을 즈음하여 변동이 있을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서울에서 내려온 자식들과 지방의 부모들 간에 의견 충돌이 예상된다고.

많지 않은 식구에, 제사도 없고, 손님도 없었지만, 나는 전을 부치느라, 설거지를 하느라 다른 사람들과 충돌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 생각했다. 추석엔 철수 생각.

올해 대선에서 여성이자, 30대이자, 수도권 거주자인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 어떤 후보가 복지에 관심이 있는가.

2. 어떤 후보가 한반도의 평화에 관심이 있는가.

3. 어떤 후보가 교육제도의 근본적 변화에 관심이 있는가.

여기에서 관심이 있다 함은, 일어날 수 있는 최소한도의 변화가 내가 바라는, 내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즉, 복지에 대한 관심은 실생활에서 구체적으로 느껴지는 복지 혜택을 비롯해 복지 제도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고,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관심이라 함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북한과의 대화를 중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과 실제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교육제도의 변화라 함은 매우 복잡한데, 학교에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각 개인의 개성을 발현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함과 동시에,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기업 환경 및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기에, 여기엔 사회 구조의 변화도 포함된다. (아, 대통령에게 이렇게까지 기대하는 것, 너무 무리다. 수퍼맨도, 배트맨도, 스파이더맨도 아니고, 아주 사회를 통째로 바꿔야 가능한 일이다.)

<안철수의 생각>에서 말하는 복지/정의/평화는 많은 부분이 내가 바라는 방향과 일치한다.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보통의 사람들이 그의 의견에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1. 복지

만 0~2세 영유아에 대한 무상교육 지원안이 시행되고 있는 요즈음, 많은 수의 엄마들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전업주부 엄마들도 모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어, 현실적으로 그 혜택이 절실하게 필요한 직장맘의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고 한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게 되는 걸까? 이는 아이들에 대한 지원금 수혜자가 “영유아의 부모”가 아닌 “영유아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이기 때문이다. 즉,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어야만 그 아이에 대한 지원금이 지급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엄마랑 집에 있으면? 당연히 아무것도 없다.

일정 연령 이하의 자녀를 둔 가정에 매달 소정의 현금을 지급하는 아동수당제의 도입이 필요하다(101쪽)는 의견은 그래서 매우 반갑다. 집에 엄마랑 있는 아이들에게도 아동수당이 지급된다면, 엄마가 전업주부인 경우 굳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도, 엄마는 경제적으로 혜택을 보면서, 아이는 엄마와 함께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10살된 딸롱이와 7살된 아들롱이를 두고 있다. 아직까지는 특별한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있어서, 우리 가정에서 교육비의 지출은 매우 미미한 편이다. 둘째를 가졌던 때 몇 개월첫째를 집 앞 어린이집에 보냈던 것을 제외하고는 둘 다 여섯 살때까지 기관에 보내지 않았다.

(설명이 필요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슈퍼우먼이다. 나는 친정이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시댁도 가깝다. 큰애는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일주일에 이틀씩 시어머니가 봐 주셨고, 둘째를 낳고 나서는 친정엄마가 많이 도와주셨다. 전폭적인 지원이었다. 상황이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집앞 어린이집에 애들을 보내야만 했을 거다.

나는 첫째가 18개월 때 회사를 그만두었다. 양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그만두었다. 아기는 엄마가 키워야한다는 신랑의 간곡하고도 끈질긴 설득에 3개월만에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난 집에 있는 엄마, 전업주부였지만, 육아와 살림에 양가 부모님들의 도움을 받은 특별한 케이스다.)

그러다, 첫째 아이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교육비 안내지를 받고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기본 교육비에 기타 비용까지 합치니 한 달에 50만원, 석 달치를 한 번에 결제하란다. 150만원. 정말 억!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다른 유치원도 알아보았으나, 원비는 거의 비슷비슷했다. 일년만 다니는 것이라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첫째를 유치원에 보냈다. 아이들 교육비가 아깝다고 말하기 조금 그렇지만, 매우, 많이 아까웠다.

둘째는 초등학교 부속 단설 유치원에 보냈다. 첫째는 10대 1의 경쟁률을 뚫지 못 했다. 둘째는 대기번호 8번으로 추첨되었고, 후에 자리가 생겨 입학할 수 있었다. 한달 원비가 3만원에, 우유값까지 포함한 급식비가 3만 5천원 정도이다. 한달에 6만 5천원. 석달에 20만원정도이다. 그것도 올해부터는 모두 정부 지원으로 바뀌어서, 요즘엔 한 달에 만원꼴이다.

일찍 끝난다. 방학이 길다. 버스 운행을 안 하니, 아침, 저녁으로 데려다 주고, 데리고 와야 한다. 하지만, 교육내용이 좋고, 시설도 좋고, 선생님들도 너무 친절하시고, 마지막 특장점으로 교육비가 화끈하게 저렴하다. 어떻게 마다할 수 있겠는가.

저출산의 위험성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들 말한다. 2011, 2012 미래 보고서에서도 인구 감소가 각종 산업의 존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거라고 예견했다. 국가 경쟁력에도 빨간불이 켜짐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낳으라고만 하지 말고, 아기를 낳았을 때 국가에서 직접적으로, 가시적으로, 효과적으로, 재정적으로 뒷받침 해줘야 한다.

그래서! 아동수당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한 달에 30만원씩 주는 거다. 누구에게? 당연히 아기 보는 사람에게. 아기 엄마면 엄마, 친할머니면 친할머니, 외할머니면 외할머니, 기관에 맡기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지급하는 거다. 둘째를 낳으면 누진율 적용해서 40만원. 셋째는 50만원. 그럼 아이가 셋 있는 집은 아이들 때문에 생기는 수입이 한 달에 120만원이다. 엄마가 일하러 가는 것만큼은 못 되도, 가정 경제에는 큰 도움이 될 거다. 노르웨이에 사는 친척 언니도 말하기를, 아이가 셋 정도 되는 집의 전업주부에게 아이들 명목으로 지급되는 돈이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납세 후 실소득과 거의 비슷해서 굳이 직장생활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 말인즉슨, 일을 하지 말라거나, 집에서 애를 봐야한다는 뜻이 아니다. 애를 낳아서 맡길 곳이 없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거나, 맡길 곳은 있는데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거나, 집에서 애들을 건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할 때, 국가가 도와줘야 한다는 거다. 이 아기는 나의 소중한 아기이기도 하지만, 국가의 미래이기도 하니까.

점진적으로는 고등학교 의무교육 도입, 대학 등록금 인하 (104쪽)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철수 생각에 찬성.

2. 정의

이제는 법이 가진 자들만 편들지 않고 누구에게든 공정하게 적용된다는 정의를 회복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절망과 분노를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의 하나죠. (141쪽)

여전히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가 반복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처벌이 미약하고 특별사면 등을 통해서 형 집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죠. 기득권층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법집서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요. (145-6쪽)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는 ‘법원의 독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법원은 어떤가.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위해 애쓰려고 하나. 아니, 최소한 중립이라도 지키려고 하나. 기득권층, 재벌, 가진 자들, 이들 1%에게 너무 관대하지 않나. 기득권층, 재벌, 가진 자들 빼고는 모두 이 물음에 대한 답이 같을 것이다. 아, 알고 보니, 이들 1%가 법원에서 판결 내리시는 분들과 친척 분들 아니신가? 아니면, 가족?

3. 평화

단기적으로는 중단됐던 남북대화와 경제협력을 재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강산, 개성관광 등을 다시 시작하고 개성공단은 확대하며, 개성공단과 같은 협력모델을 다른 지역에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154-5쪽)

북한과의 대화와 공존만이 우리의 살 길이다. 통일이 이루어지기까지 지루하고, 고단한 과정이 이어지겠지만, 결국엔 우리가 풀어야할 우리의 문제다.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제 나라보다 우리나라의 존립과 이익에 더 큰 관심을 가질리 없다. 물론 제일 걱정스러운 사람들은 ‘국민이 허락한다면, 3일간 전쟁을 해보겠다’라는 선동에 워~~하고 동요하는 사람들이다. 서울이 불바다 되어도 그들은 병커 속에서 안전하단 말인가. 난 병커 없는데. 아니면 ‘너죽고 나죽자‘인가. 갈 길이 멀다.

4. 일자리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유럽식으로 일자리를 나누면 현재 세계에서 최장 시간을 일하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근로 여건이 개선되면서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 거예요. (170쪽)

일자리 나누기, 임금피크제 찬성이다. 사회의 잠재적 불안 요소 중 가장 주요한 것이 낮은 취업률이라 생각한다. 할 일이 없을 때, 자신이 쓸모 없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가장 겁이 없어지기 마련이니. ‘일자리 만들기’, ‘일자리 나누기’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본 받침대이다.

5. 가정

요즘도 가끔 다툴 때가 있는데 결국 제가 야단맞고 반성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웃음) (73쪽)

천하의 안철수 교수도 집에서는 와이프에게 야단맞고 반성한다니, 이것 참. 안철수 부부 참으로 훌륭하다.

마지막으로.

MBC, 진짜 자꾸 이런 식으로, 기본을 무시하면 안 된다. 어디까지 가려고 이러나. 취재하는 태도나, 보도하는 태도나, 사실관계는 감추고, 논문쓸 때의 기본원칙은 말하지 않고, 설명은 뒤로 뺴고, 앞에 ‘의혹’이라는 말에만 굵은 글씨체하면 어떻게 하나. 이러다 대선직전에 또 파업하는거 아닌가. 추석 후 몸살 기운에, 컨디션도 안 좋은데, 이 놈의 MBC 때문에 쉴 수가 없다.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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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10-03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어제 놀러오신 이모부가 무조건 ㅇㅇㅇ 찍어, 라고 말하는 바람에 아연실색했다는... 그런데 그 말에 다른 어른들은 별 말씀이 없으시더라구요. 확실히 세대 차이라는 게 있는 건가 싶어요. 어지쩌찌해서 추석은 지나갔고, 이제 찬바람이 달겨들 시기네요. 단발머리님, 모쪼록 컨디션 잘 회복하시길!

단발머리 2012-10-07 07:58   좋아요 0 | URL
네. 말없는 수다쟁이님. 컨디션은 잘 회복했어요.ㅋㅎㅎ 감사합니다요~~~ 오늘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시월의 어느 날이네요. 여유로운 휴일 되세여~

순오기 2012-10-0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설득력 있고 공감되는 페이퍼네요.
특히 유아들에게 지급되는 혜택을 받기 위해 무조건 어린이집에 보내는 현상, 이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아요.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에 적극 찬성하는 엄마에요, 나도!^

단발머리 2012-10-08 22:2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제 근처엔 18개월 귀염둥이도 기저귀 차고 어린이집 차를 탑니다. 아침 9시에 가서 3시 반에 돌아와요. 저는 엄마들을 이해합니다. 저도 엄마이고, 그 또래 아이들을 돌본다는게, 아니 같이 있어만 주려 해도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니까요. 그런데, 요즘 주변의 모습은 좀 아닌 것 같고요. 자기 아이지만,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들에게 10만원이라도 격려금이 지원된다면, 커피라도 한 잔 하면서 노고를 잠시 잊을 수 있을 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