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도 예쁘고, 제목도 센스 있고, 물론 내용도 알차다. 알라딘 이웃 로쟈님, 대박나시길. 대박나셔서 계속해서 좋은 책 내시길. (ㅋㅋ 나만 아는 이웃, 나 혼자, 나홀로, 나 스스로 로쟈님을 이웃삼다.)

이탈로 칼비노의 말대로 고전이란 ‘나는 ~를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너무도 유명하기에 ‘지금 ~를 읽고 있어’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는 것이 고전이다. 창피하니까. (78쪽)

맞다, 정말 창피하다. 그래서 이 표현은 정말 유용하다.

“나는 ~를 다시 읽고 있어.”

나는 ‘죄와 벌’을, ‘안나 카레니나’를, ‘폭풍의 언덕’을, ‘하얀 성’을, 다시 읽고 있어.

             

 고마워요, 칼비노. 고마워요, 로쟈님.

<모든 것이 끝났다> (푸슈킨, 1824)

모든 것이 끝났다;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너의 무릎을 껴안고,

나는 애처롭게 호소했었지.

모든 것이 끝났어요 - 너의 대답을 듣는다.

다시는 나 자신을 기만하지 않을 것이다,

너를 우수로 괴롭히지도 않을 것이다,

지난 일들은 아마도 다 잊게 되겠지 -

사랑이 날 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넌 젊고, 너의 영혼은 아름다우니,

또 많은 사람들이 널 사랑하게 되리.

넌 젊고, 너의 영혼은 아름다우니,

또 많은 사람들이 널 사랑하게 되리.

아...... 아, 푸슈킨을 깜빡했네.

난 ‘푸슈킨 선집’을, ‘대위의 딸’을 다시 읽고 있어.

   

<미운 오리 새끼>는 마치 안데르센의 인생역전을 보여주는 듯한 동화지만, 현실에서 안데르센의 운명은 ‘미운 오리 새끼’의 운명보다 덜 행복한 편이었다. ... 그의 ‘고향’은 콜린 집안이었지만 그 고향은 그가 끝내 도달할 수 없는 곳이었다. 더불어 안데르센은 자신이 선택받은 부류에 속한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검증 필요성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그가 평생 동안 신경질환과 정신장애에 시달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90-91쪽)

안데르센은 1805년 덴마크 오덴세의 가장 궁벽한 마을에서, 구두수선공인 스물 두 살의 한스 안데르센과 서른 살의 세탁부 안네 마리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하층계급 출신이라는 점을 부끄럽게 생각한 안데르센은 작가로 성공한 뒤에는 하층계급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자신을 후원해주는 ‘콜린’ 집안 사람들과도 물 위의 기름처럼 겉도는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으니, 그가 바로 <미운 오리 새끼>의 ‘오리 새끼’이고, <인어공주>의 ‘인어공주’다.

제일 재미있게 읽은 꼭지는 “세계문학 전쟁이 시작됐다!”였다.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시리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숨겨진 명작 발굴의 대산세계문학총서, 다양성이 장점인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작품 해설이 최고인 펭귄클래식, 거장들의 초역작품을 소개하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9쪽).

열린책들이 빠졌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출간한 열린책들.

어느 책에선가, 진중권씨가 자신의 독서내력을 이야기하다가 어렸을 때 <강소천 어린이 문학전집>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했더니 신랑이 말했다.

“어, 나도 그거 집에 있었는데......”

“세상에..... <강소천 어린이 문학전집>이? 그게 집에 있었단 말이야? 그 시절에? 어? 야~~~ 자기는, 자기는 진짜 진중권씨처럼 훌륭한 사람 되야 돼. 그 때, 그 정도의 문화 혜택을 받았으면, 어? 어쩌구, 저쩌구....”

나는 아니었다. 나도 어린이였는데, 진중권씨가 어린이였을 때, 신랑이 어린이였을 때, 나도 어린이였는데, 우리집엔 <강소천 어린이 문학전집>이 없었다. 중 2 겨울, 우리집에도 세계 문학 전집이 등장하기는 했는데, 그건 책을 엄청 사랑하는 청소년 혹은 역시 책을 엄청 사랑하는 성인용 문학전집이었다. 우리교회 전도사님 사모님이 처녀 시절에 읽으셨던 소중한 책을 내게 물려주셨다. 아주, 아주 두꺼운 책들이었고, 세로쓰기였다.

나는 매일 제목들을 읽고 또 읽었다. 전쟁과 평화, 죄와 벌, 모비딕, 대지, 부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더는 기억이 안 나네. 책 속지는 눈처럼 새하앴지만, 아무래도 세로쓰기는 읽기 힘들었다. 난 그 책들을 다 읽지 못 했다. 그 때, 그 책들을 다 읽었더라면, 읽고 또 읽었더라면, 난 다른 사람이 되었을까. 난 정여울이 되었을까. 신랑은 진중권이 되고, 나는 정여울이 되었을까.

그 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로쟈의 세계 문학 다시 읽기>를 만났더라면, 난 ‘데미안’을,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페스트’를, ‘노인과 바다’를 열 여섯에, 열 일곱에 만났을텐데. 그러면 진심으로, 사실적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텐데.

“난 ~를 다시 읽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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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7-17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저 로쟈님 책 읽어봐야겠네요.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말았는데 말이죠. 저도 로쟈님은 '나만 아는 이웃' 입니다. 으하하하.

단발머리 2012-07-17 06:45   좋아요 0 | URL
우아아, 다락방님도요? 다락방님은 유명하시니, 유명이웃 로쟈님이랑 서로 잘 아시는 줄 알았지요~~ 저, 위로 받은 거 맞겠지요?? ㅋ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