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였는지, 중순이었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아무튼 수도권 4단계 조치로 방학 이전부터 시작되었던 기나긴 여름방학이 드디어 어제 끝났다. 1인 개학하고, 대체 연휴 마치고 1인 출근하니, 이제 집에 남은 건 2인. 온라인 학습인과 알라딘인 뿐이다.
차근히 『소설의 정치사』 페이퍼 한 개 올리고 알라딘 구경하는데, 미국의 아프칸 철수와 관련된 레삭매냐님의 글이 있어 여유로운 마음으로 읽는다. 후세인 혼내주겠다며 시작된 걸프전이 힘의 공백 상태를 오랫동안 허용함으로써 오히려 탈레반의 탄생과 성장에 도움을 주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레삭매냐님 글 읽으면서 쏟아부은 돈에 비해 미국의 헛발질이 얼마나 정교하게 멍청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다 읽을 계획은 없지만, 우리 정희진 선생님이 기획하신 책이니 해제나 읽어볼까 싶어서 도서관에 희망 도서 신청해서 받아둔 책에 이런 구절이 눈에 띈다.
페미니즘의 주장은 평화를 대상화하거나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존의 전쟁과 평화는 반대말이 아니라 같은 말이다. 침략과 정복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전쟁은 없다. 모든 전쟁은 정의justice에서 출발한다. ‘텔레반으로부터 이슬람 여성 같은’ 약자를 보호하고, ‘악의 축인 북한과 같은 깡패 국가로부터’ 평화를 지킨다는 설득력 있는 명분이 따른다. 미국의 (우익) 페미니스트들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지지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18년 한국의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난민 수용을 거부한 명분 역시 한국 여성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여성주의‘였다. (12쪽)
만듦새에 대해 말하자면, 튼튼한 양장에 표지도 근사하다. <메두사의 시선 01>이고, 2권 『남성됨과 정치』도 출간되었다. 이어서 계속 나올 것 같기는 한데, 그래서 오늘 이 책을 읽어야 하나 어째야 하나 싶다. 쌓아두고 미뤄두는 나쁜 버릇을 딱히 오늘 고칠 수는 없을 것 같다. 개학 날에는 수업도 안 하던데, 오늘은 말 그대로 개학 날 아닌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