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는 파일을 업로드할 때 fakepath 라는 파일명 나올 때 해제하는 법을 연구했다.
화요일에는 오랜만에 엄마랑 둥가둥가하면서 추석썰을 풀었다.
수요일에는 사촌동생들의 귀한 아가들 옷 선물하고 싶다는 엄마 모시고 백화점 한 바퀴 돌고 왔다.
오늘은 인문학 강좌 마지막 시간이라 '내 인생의 책' 소개하고, 다음 모임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이렇게 나의 황금 주간이 모두 끝나버렸고. 아....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은 20분. 이제 다시 온라인 수업의 계절이 돌아온다.
사람의 적응력이란게 참 놀랍다. 새벽에 일어나 등교 준비하던 범생이 1번도 학교 가기 싫어하고, 깨우고 깨우고 깨워야 겨우 일어나지만 등교길에 항상 즐겁게 뛰어가는 범생이 2번도 학교 가기 싫어한다. 인생의 선택은 오직 온클 뿐이라던가. 이 아이들은 모두 다 까먹은 듯 하다. 얘들아, 학교는 말이야, 매일 가는 거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매일. 여름방학, 겨울방학 빼고는 매일 가는 거야. 매일 매일.
인문학 강좌에서 많이 깨닫고 느끼고 배웠지만, 그 중에 새롭게 발견한 건 사람들 마음 속의 '표현'의 욕구다. 나는 2부 토론 시간에도 잘 이야기를 안 해서 (평생을 일관되게 말 많은 삶을 살아온 나로서는 참 신기한 일이다), 강사 선생님은 "**님은 너무 말이 없으셔셔..."라는 말을 하시기도 했다.
독서 모임 & 토론 모임에 참여하고 싶어서, 그런 시간이 좋아서 신청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있는 소중한 경험, 생각, 느낌을 '표현'하고자 하는 회원들의 '열의'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초등학교, 중학교에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정확히는 어머니를 대상으로 하는 '독서 모임'이 여럿 있다. 육아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친목 모임으로 변해가기도 하지만, 책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정확히는 여성들이, 더 구체적으로는 전업주부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말한다는 것, 표현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기본적인 욕구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인문학 강좌가 그런 자리가 되어 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나 자신을 표현하고자 할 때, 노래를 부르자면 타고난 목소리가 있어야 할 테고, 교향곡을 작곡하자면 작곡법을 배워야 한다. 자수도 그럴테고, 아주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면 그림 역시 그럴테다. 조각이나 발레, 설치미술은 뭐 말할 것도 없을 테고. 그에 반해 글쓰기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정말 값싸고 쉬운 방법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일테면, 노트북이 있고 자판을 두드릴 수 있다면.
내가 6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제 경우 아닙니다)
영미는 처음 만날 때부터 내게 살갑게 굴었다. (역시 제 경우 아닙니다)
현학적인 문장, 혹은 아름다운 문장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소박하게 글로 적어내는 것만으로도 자기 표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은 각자 다 다르고, 인생마다 사연이 있고, 또 아픔과 슬픔, 그리움과 아쉬움이 존재하니까. 유명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모든 이야기에는 각각의 진실과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또 한 가지는, 사람은 결국 '인정'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좋은 책을 읽고, 또 다른 작가를 이어서 읽을 뿐만 아니라, 시간을 정해 함께 읽는 모임에 나선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말하기' 위해서라는 걸 쉽게 예상할 수 있으니까. 결국 사람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한다,는 평범하고 쉬운 진실을 말 그대로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책을 링크하지 않으면 아쉬우니까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10월의 책을 링크해 둔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콤플렉스』는 75쪽까지 읽었고, 『프로이트 패러다임』은 책준비 중이고, 『사람, 장소, 환대』는 즐거운 대기중이다. 황금주간이 이렇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