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모세와 유일신교 부클래식 Boo Classics 64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이은자 옮김 / 부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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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모세와 유일신교』는 <이집트인 모세>, <모세가 이집트인이었다면>, <모세, 모세의 백성과 유일신교> 세 개의 논문을 묶은 책이다. 프로이트는 모세가 이집트인이라는 증거로 J. H. 브레스티드(Breasted)의 저서를 인용하며, 그의 이름, 모세가 이집트어라는 사실을 언급한다. 모세의 추종자들로서 이스라엘 종교 의례의 수행자들인 레위인들에게서 이집트 이름들이 나타났다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 증거로 제시한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집트의 젊은 파라오 아멘호테프 4세가 집권해 한 나라 한 민족에게만 국한되지 않은 보편신이자 유일신인 아톤을 섬기는 종교를 주창했는데, 그의 사후 아톤교는 폐지되고 이집트에서는 다시 다신교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 이크나톤(아멘호테프 4)의 측근 중 토트메스(Thothmes)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그 이름이 중요한 것은 이름의 뒷부분이 모세(mose)이기 때문이다. 그는 몇 세대 전 이주해온 셈족과 접촉해 그들을 자신의 백성으로 삼아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고, 이집트의 풍습인 할례를 징표로 삼고 유일신 사상을 주창하며 그들과 함께 이집트를 탈출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모세는 이집트의 고위층 중의 한 사람이며, 이집트의 종교와 풍습을 유대인들에게 이식한 사람이다.

 


성서도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모세의 특징을 그리고 있다. 성서는 모세를 화를 잘 내고 성미가 급한 사람으로 묘사한다. 유대인 노동자를 학대하는 잔인한 감독관의 행위에 분노한 나머지 그를 때려죽이는가 하면 백성의 배교에 격분하여 시나이 산에서 가져온 율법 판을 깨뜨려버린다. 결국 하느님은 모세의 어떤 조급한 행동에 벌을 내리지만 어떤 행동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48)  

 

 

프로이트가 정말 모르고 있는지, 어쩌면 알고 있는데 모르는 척 하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내가 알기에 모세의 어떤 조급한 행동은 바로 이 사건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를 건너던 그 순간, 즉 이집트를 탈출하던 그 시점부터 모세와 하나님을 원망하고 불평을 쏟아냈다. 모세 역시 인간인지라 불편한 감정이 쌓여가던 찰나, 한 번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 물이 부족하다고 불평을 했다. 사막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냥 물이 필요하다고 불평한 게 아니라, 너 때문에 우리가 죽게 생겼다, 곡식도 무화과도 포도도 석류도 자라지 않고 마실 물도 없는 이 곳으로 왜 우리를 이끌어냈냐, 하면서 한참 불평의 피치를 높여가고 있었다. 하나님이 모세와 아론에게 모든 사람이 보는 데서 이 바위에게 물을 내라고 명령하여라. 이 바위에서 터져 나오는 물로 회중과 가축을 먹일 수 있으리라하셨다. 이제 모세는 하나님의 능력을 백성에게 보여주면 될 일이다. 하지만 모세도 이번에는 단단히 화가 났었는지 백성들을 모아 놓고는 이 반역자들아, 들어라. 이 바위에서 물이 터져 나오게 해주마하고 바위를 치는데,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쳤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하나님이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서 내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고로, 너희는 이 회중에 내가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고 하셨다. (민수기 20 1-12) 모세의 어떤 조급한 행동으로 하나님께 책망을 듣는 장면은 바로 여기다.

 


 

첫 번째 머리글을 쓸 당시 나는 가톨릭교회의 보호를 받으며 오스트리아에 있었고, 이 논문을 출판하면 교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정신분석학을 지지하는 동료나 제자들에게 작업 금지령이 내려지는 것은 아닐까 내심 두려웠다. 그러던 중 독일이 갑작스럽게 침공해왔고, 가톨릭교는 성서 용어로 말하자면 흔들거리는 갈대임을 보여주었다. 나의 학문적 신념뿐만 아니라 이제는 내가 속한 인종이 문제가 되어 박해받는다는 사실이 확실해지자 나는 많은 친구들과 함께 어릴 적부터 78년이라는 세월 동안 살던 고향 도시를 떠났다. (84)

 

논문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류의 책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 보통 논문을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쓰는 것인지, 아니면 이것은 프로이트 문체만의 특징인지. 새로운 주제에 대해 연구자들이 갖는 불안감이라면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겠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껴 고향을 떠날 정도의 압박 속에서도 계속 연구에 정진하는 노령의 프로이트를 상상할 때 정말 대단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아쉬운 점은 이런 대목.   

 


다른 민족보다 자신들이 전지전능한 신에 의해 총애를 받는 민족이라는 믿음과 자신들의 슬픈 운명의 지독한 체험을 융합하는 것은 이 민족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의심하며 괴로워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죄책감을 강화함으로써 신에 대한 의구심을 억눌렀다. (94)

 


유대인 선민 사상에 대한 서술이 그렇다. 최근에 아주 인상적으로 읽었던 Falstaff님의 <요셉과 그 형제들> 리뷰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거처를 빼앗기고 오랜 시간 동안 뿔뿔이 흩어져 세계를 떠돌았던 이스라엘인들에게 선민 의식이 그들만의 공동체 존속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나,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이스라엘의 모습은 똑똑하나 철없는 요셉을 떠오르게 한다. 



알라딘 리뷰를 살펴보다가 에드워드 사이드가 이 책을 읽고 반박하기 위해 쓴 『프로이트와 비유럽인』이라는 책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는 절판된 책이라 중고책을 주문해야 하는데, 『오리엔탈리즘』을 반밖에 읽지 못한 1인은 고민이 크다고 한다.    






고로 오늘의 선곡은 <When you believe from The Prince of Egypt>. 1998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는데, 영화 속의 모세는 이집트 궁전에서 미래의 파라오와 형제로 자랐으나 자기 민족의 해방을 위해 출애굽을 이끄는 지도자로 그려진다. 물론 그는 유대인이다. 하지만 당대 최고 제국의 왕자였던 그의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 '이집트 왕자'라는 제목을 사용한 듯 한다. 프로이트는 모세가 이집트의 왕자였던,이 아니라, 진짜 이집트의 왕자라고 말하고 있지만.

 





난 오랫동안 머라이어 캐리를 좋아했고 또 지금도 좋아하지만, 이 영상에서는 휘트니 휴스턴이 너무 좋다. 머라이어 캐리를 바라보는 휘트니 휴스턴. 언론은 끊임없이 두 사람의 불화설을 만들어냈지만, 글쎄. 난 저 눈빛에 더 신뢰가 간다. 머라이어 캐리를 바라보는 휘트니 휴스턴의 눈빛. 지지와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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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9-15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람세스] 읽을 때 모세 얘기 나왔었어요. 파라오의 절친인 모세가 그러나 파라오가 믿으라는 신을 안믿고 자기 신을 믿는거에요. 그래서 파라오가 ‘내가 믿으라는 신을 믿으라니까?‘했지만, 모세는 자기 사람들을 데리고 이집트를 떠나는 장면이었죠. 바다가 갑자기 갈라지는 걸 성경에서는 기적이라 하지만, 제 기억으로는 람세스에서, 그걸 제부도 물 때가 되면 빠지듯이 그렇게 빠졌던 거라고 설명햇던 것 같아요. 물론 책에서는 제부도 안나옵니다... 갑자기 람세스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폴스타프님 서재에서 단발머리님이 요셉 이야기 하신 거 읽었었는데요, 여기에도 나오네요? 요셉과 저는 좀 특별한 인연이 있어요. 뭐냐하면, 국민학교 4학년 때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연극을 할 때, 제가 아기예수 임신한 마리아 역이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셉이 제 남편이었답니다? 그 때 6학년 오빠가 요셉 역을 했었는데, 연극 연습을 하다가 그만 우리는 서로 좋아지고 말았어요......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

그리고 저도 이 책, 되게 어려울 것 같지만, 성경도 안읽어봤지만, 그래도 읽어볼래요!

단발머리 2020-09-15 13:53   좋아요 0 | URL
[람세스] 시리즈잖아요! 5권짜리지요? @@ 다락방님은 이미 읽으셨군요. 모세의 기적과 제부도 이야기는 참 기막힌 연결입니다. 우리나라에 그런 해안이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거기가 제부도군요. 저도 가서 함 체험해보고 싶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요셉은 진짜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라서 웬만하면 폴스타프님 읽으신 <요셉과 그 형제들> 읽고 싶거든요. 집필기간만 13년에 토마스만이 자기 인생 최고의 작품이라 했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아, 순서를 기다리는 책들 때문에 아무래도 당장은 어려울 듯 합니다. 다락방님과 요셉은 진짜 특별한 인연이에요. 전 그렇게 오래 교회를 다녔는데 성극에서 마리아는 커녕 목동 역할도 한 번 맡아보지 못했습니다. 저도 마리아가 됐더라면 다락방님처럼 요셉 오빠와의 알콩달콩한 추억을 되새길텐데.... 저의 모든 크리스마스가 안타깝네요.

참고로 책 뒷부분에 제가 리뷰로 옮기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요. 프로이트가 모세 살해 가설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의 연결을 설명하는데, 전 그 부분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 부분은 설렁설렁 읽기만 했답니다. ㅎㅎㅎㅎㅎ 다락방님 모세 읽기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