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범주는 남성이 여성의 재생산과 생산을, 결혼 계약으로 실제 여성 개인을 전유하는 이성애 사회의 생산물이다. (51)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주장에 모니크 위티그는 반대한다. 보부아르에 따르면, ‘여성이라는 이 본래 존재한다는 것인데, 위티그는 누구도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여성이라는 원형에 대한 생각이야말로 여성과 남성 이분법에, 이성애 사회=’정상이라는 생각에 힘을 실어 줄 뿐이라고 말한다.

 

성이 계급으로 존재한다고 했을 때, 계급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표식이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쉽고 간단한 표현 양식. 자켓, 정장바지, 짧게 자른 머리카락, 블라우스, 미니스커트, 긴 생머리, 화장, 하이힐. 남성 혹은 여성으로서의 구별이 확인되면, 그에 적합한 대우가 가능하다.

 

여성이 젠더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남성적인 것은 일반적인 것으로 이해되기에, 성의 표식 대부분은 여성에게 주어진다. 여성은 여성다운옷차림으로 여성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일시적으로 그리고 평생에 걸쳐 여성으로서의 을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 출산, 양육, 육아, 가사의 책무가 모든 계층의 여성에게 동일하게 부여된다.

 


여성이 국가 최고 자리에 올랐을 때도 마찬가지다. 독일수상 메르켈에게 따라붙는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별명의 의미는 명확하다. 여성은 국가 수반이라 하더라도 여성적이어야 하며 여성적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쪽 면에서는 세간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켰다고 볼 수 있다. 국가 원수들간의 일대일 환담 자리에서조차 여성성의 상징인 핸드백을 포기할 수 없는 그 극한의 여성성’.

 


여성이 쉽게 마녀로 변할 수 있는 건, 흑인이 쉽게 도둑으로 오해받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난 생각한다. 농노 계급만큼 구조화된 계급인 여성 계급이 그의 제안대로 이성애 질서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 것인가.

 

















제일 먼저 클릭 경험click experience이 필요할테고, 자신만의 개인적 경험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연대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의식화consciousness를 위한 자발적 학습 과정은 더 큰 변화를 위한 필연 조건이 될 것이다.(73) 자발적 학습이 어려운 경우에는 친구 찬스도 괜찮은 선택지다. 이를 테면,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같은.

 




젠더는 성별 사이의 정치적 대립에 대한 언어학적 색인이다. 젠더는 여기서 특이하게 사용된다. 왜냐하면 실제로 두 개의 젠더는 없기 때문이다. 젠더는 하나뿐이다. 여성. ‘남성’은 젠더가 아니다. 남성적인 것은 남성적인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것이다. (<관점: 보편적인 혹은 특수한?>, 143쪽)

나는 항상 여성은 농노 계급만큼 구조화된 계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그들이 한 명씩 도망쳐서 이성애 질서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사회계약에 대하여>, 100쪽)

여성은 자신들이 남성에게 완전히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마침내 그 사실을 인정했을 때 여성들은 그 사실을 "믿지 못한다." 그리고 종종 그 날것의 잔인한 현실 앞에서 마지막 의지를 다해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고 있다고 "믿는 것"을 거부한다. (억압은 억압하는 자보다 억압당하는 자에게 훨씬 더 끔찍한 것이다). 반면 남성은 자신들이 여성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앙드레 브르통이 말하길, "우리는 여성의 주인이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지배하도록 훈련되었다. 남성은 그 사실을 항상 표현할 필요가 없다. 인간은 자신이 소유한 것에 대한 지배를 거의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의 범주>, 47쪽)

여성은 오직 성, 그 성이다. 그리고 성이 여성의 마음, 몸, 행동, 제스처를 만든다. 심지어 살인과 구타도 성적이다. 정말로, 성 범주는 여성을 꽉 옭아매고 있다. (<성의 범주>, 53쪽)

‘여성’은 우리 각자가 아니라 ‘여성’ (착취 관계의 산물)을 부정하는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형태다. ‘여성’은 우리를 헷갈리게 하고 ‘여성들’의 현실을 숨긴다. 우리가 계급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계급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가장 강력하게 유혹적인 측면(나는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 작가의 첫 번째 임무는 "집 안의 천사"를 죽이는 것이라던 말을 생각한다)을 포함해서 ‘여성’ 신화를 없애야 한다. (<누구도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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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7-16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단발머리님의 글을 읽으니,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해당도서에 대한 글을 읽으니, 이제야 뭔가 막혔던 게 풀리는 것 같고 제자리를 찾은 것 같고 막 그런 기분이 듭니다. 사랑해요 단발머리님. 제 사랑 여기에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 또 살포시 놓고 갑니다. 아니야, 오늘은 쿵- 떨어뜨리고 갑니다.

단발머리 2020-07-16 12:26   좋아요 0 | URL
‘계급‘에 대한 자세하고 적확한 설명은 syo님의 글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전, 이 글 쓰기전에 한 번 더 정독했더라지요.
다락방님의 사랑이 변함없이 입금된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부자가 됩니다. 사랑부자!! 😘😍🥰

비연 2020-07-16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 있는 글들이. 쉽게 와닿진 않아도 상당히 대단한 생각이라는 느낌에 조금 콩닥거리는 중입니다.
단발머리님 글 읽으니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고... 강남순 교수의 글도 읽고 계신가요? 좀 현학적이라 사놓고도 망설이고 있는데 펼쳐봐야겠습니다. 요즘 심란하고 우울하여 책이 손에 수이 안 잡히는 세월에 단발머리님이 청량한 종을 울려주시는^^

단발머리 2020-07-16 15:03   좋아요 1 | URL
어렵기는 하지만 전 나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이 무척이나 많았지만요.
네, 근래 강남순 교수님 책도 읽고 있어요. 전에 읽었던 책[페미니즘과 기독교]에 비하면 이 책은 좀 더 쉽게 쓰여진것 같아요. 망설이지 않으셔도 될듯 합니다. 제가 종을 울렸나요. 댕댕댕!!! 청량하게 울리려면 어쩌야지요? 디이우웅~~~~~!!!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7-16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안의 청사진으로서의 레즈비어니즘. 치열한 사유의 흔적들을 읽으며, 그간 얼마나 이성애적 사고에 전유되어 있었는 지 생각해보게 되요.

단발머리 2020-07-16 19:26   좋아요 0 | URL
이성애적 사고가 사회, 문화, 예술에 폭넓게 자리하고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한 번에 이 모든 걸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일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예상보다 더 어려웠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어요. 그죠~~~~ ㅎㅎㅎㅎㅎㅎㅎ

수연 2020-07-16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재독해야하는데! 재독해야지! 얼른!!

단발머리 2020-07-16 21:38   좋아요 0 | URL
재독합시다! 재독재독재독!!!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