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들 먼로의 책은 이렇게 3권을 대출해 보았다. 위험한 과학책은 미국에서 2014년에 출간되었는데, 다독가 빌 게이츠의 이 사진으로 더 유명해진 듯하다. 우리나라 책도 이 책과 비슷한 표지에 노란색이었는데, 최근에 리커버 된 듯 하다.
큰애도 남편도 나도 거시기(?)하다 보니, 아롱이도 또래 남자아이들보다 인문, 사회, 역사 관련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좀 신경을 써서 과학책을 골라주려고 하는데, 사실 이 책은 아롱이가 아니라, 내가 보려고 대출한 책이다. 코로나 방학으로 공부는 하지 않고 시간은 무한대인 아롱이가 아무 생각 없이 내 책상 위의 이 책을 집어 들더니, “엄마, 이 거 내(가 읽을) 책이야?”하고 묻기에, 사실은 아니었지만 나는 “응, 맞아.” 대답했다. 내내 큭큭거리며 책장을 넘기는 아롱이. 그래, 재미있는 책 읽으면 시간이 잘 가, 그렇지? 여느 때와 똑같이 이런 중요한 말씀들은 자막으로만 처리한다.
나는 『더 위험한 과학책』을 읽었다. 기상천외한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변이 이 책이 추구하는 바인데, 번뜩이는 질문에 꼼꼼한 계산이 더해져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이 책에서 거의 유일한 ‘인문학적’ 질문이 있다. <누군가와 부딪힐 확률과 친구를 만날 확률>에 대한 챕터인데, 그냥 걸어가다가 ‘누군가’를 만날 확률은 도시마다, 장소마다 이렇게나 다르고, 만난 사람이 친구일 확률은 훨씬 더 낮다고 한다(당연한 말씀).
친구는 어디에서 만나나? 모든 나이대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친구의 20퍼센트를 가족, 친구의 친구, 종교 기관 혹은 공공환경을 통해 만난다고 한다. 나이에 따라 사람들이 친구를 만나는 곳을 조사해보니 처음에는 학교가 우세하다가 나중에는 직장이 된다고 한다. 그런 다음 은퇴할 나이가 다가오면 이웃과 자원봉사 기관에서 친구를 만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257쪽) 일단 누군가를 만났다면 아는 사이에서 어떻게 친구 사이로 변하게 될까? 그림을 보시라. 이 기계를 보일러처럼 집에 하나씩 들이면 되겠다.
이마누엘 칸트의 말을 인용해 저자는 말한다. “인간을 이런 방식으로 대우하도록 행위하라. (…) 절대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언제나 동시에 목적이 되도록.”(258쪽) 이를 저자의 말로 풀어보자면, ‘우정은 사람의 기분을 배려하는 것’이고, 친구의 기분을 항상 알 수는 없으니, ‘그냥 직접 물어보세요’가 그의 답변이다.
나 같으면, 어디에서 어떤 이름으로 만났는가도 중요한 것 같다. 어떤 관계로 만남을 시작했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아무래도 좋아지기 어려운 관계이고, 두렵고 무서운 시작을 함께 했던 동지들, 모든 세계의 1학년, 입사동기, 산후조리원 동기 역시 끈끈한 우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결국은 ‘그냥’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냥, 좋은 사람이 있다. 그냥, 옆에 가면 좋고, 재미있고, 이야기를 듣는 게 행복하고, 부끄럼 없이 나를 보여줄 수 있고. 만나면 즐겁고, 헤어지면 보고싶고. 그런 사람과 친구를 해야한다. 우주의 섭리나 원칙, 작동 기준 같은 것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결론은 이렇다. 그냥, 좋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