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dark horse’는 1831년 소설 『젊은 공작The Young Duke』의 출간 이후부터 보편화된 말로서, 주인공이 경마에서 돈을 걸었다가 ‘전혀 예상도 못했던dark(잘 알려지지 않은) 말이’ 우승하는 바람에 큰돈을 잃는 대목에서 유래한다. 표준화 시대의 공식을 거부하고 규칙을 깬 사람들, 개개인성을 활용해 충족감을 추구하며 우수성을 획득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팜코브 천문대에서 10인치 반사망원경으로 1만5천 광년 떨어진 태양계에 있는 미지의 행성을 발견하고, 몇 년 후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한 제니 맥코믹. 그녀는 어떤 대학 학위도 없이 천문학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놀라운 업적을 남겼다.
다크호스들은 공통적으로 충족감fulfillment을 느끼며 살아간다(29쪽). 특이한 점은 우수성을 추구하면서 그 결과로 충족감을 얻는 것이 아니라, 충족감을 추구하면서 그 결과로 우수한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32쪽). 노동과 학습, 교육기관, 커리어의 인생행로가 표준화된 현대 사회에서 정해진 트랙과 코스를 벗어난 사람은 성공에 이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책에서는 정해진 행로를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의 일화를 바탕으로, 다크호스들의 공통점을 파헤치고, 그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다.
사람들의 오래되고 끈질긴 질문. 좋아하는 일과 해야하는 일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해 저자들은 ‘다크호스들은 개개인성을 활용해서 실력과 즐거움을 둘 다 얻었다’고 말한다. 즉, 진정한 자신에게 가장 잘 맞을 듯한 상황을 선택하고, 충족감을 주는 활동에 몰입해 학습력, 발전력, 수행력을 최대화한 덕분에 자신의 직업에서 우수성을 키우기에 가장 효과적인 환경을 확보했다는 것이다(33쪽).
<4장 전략알기>에서는 표준화된 전략에 대항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최상의 방법은 장점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알려면 기발하고 획기적인 전술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장점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점은 동기들이 확실한 지침을 주는 것과는 달리, 파악하기 어렵고, 맥락적이며, 역동적이다. 장점은 불분명하다.(176쪽)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자들은 ‘직접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당신에게 숲에서 트러플(송로버섯)을 잘 찾아내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확신할 수 있는가? 입을 다물고 노래 부르기, 골무를 크기별로 구분하기, 독사 부리기, 검드롭(젤리과자) 빨리 먹기, 메뚜기 키우기, 눈에 공기방울 맺히게 하기, 콧등에 종이클립 올리기, 시계를 안 보고 1분 정확히 맞추기, 두 손을 두 개의 액체에 하나씩 담갔다가 두 액체의 온도차를 정확히 맞추기 등의 재능은 어떤가? 예전에 이런 일이나 비슷한 일을 시도한 적이 없다면 선천적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기 극히 힘들다. 확실히 알아볼 방법은 딱 하나, 직접 해보는 것뿐이다. 장점을 알아보려면 성찰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177쪽)
나는 이 책을 김민식 피디의 책추천 유튜브 <꼬꼬댁>을 통해 알게 됐다. 김민식 피디는 페이스북을 통해 소설가 장강명이 이 책을 강력 추천한 것을 보고 이 책을 읽게 됐다고 말했다. 김민식 피디는 어떤 사람인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도서관에서 영어공부에 매진해 외대 동시통역대학원에 들어갔다. 재미있는 일을 찾다가 MBC 예능 PD로 입사해 드라마까지 제작하게 되었고, 큰 성공을 거뒀다. MBC 파업 사태로 대기발령, 정직의 암울한 상황에서 매일 하루 글쓰기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매일 아침 써봤니?』를 펴냈다. 김민식 피디의 삶 자체가 다크호스다.
장강명은 또 어떤가. 20대 초중반에 신춘문에 여러 곳에서 낙방한 후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기도 했다. 한동안 책 쓰기를 포기하고 지내기도 했다. 술에 취해 들어온 날, 그냥은 못 자겠다는 생각에 소설 한 편을 쓰기 시작한다. 꼭 3년이 걸려 장편소설 원고를 마쳤는데, 졸라서 들은 아내의 평가는 야박했다.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원고를 마치는데 2년 남짓 걸렸다. 그 원고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정식으로 데뷔했다.(한겨레신문 2019. 12. 21) 다른 일을 하면서 밤에 두 세 시간씩 시간을 들여 쓴 원고로 등단하는 작가. 장강명 또한 다크호스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그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그래도(!) 그들은 ‘특별한’ 사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정해진 길 이외의 길로 걸어간다는 것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정해진 코스를 벗어난다는 것, 그럼에도 그 길에서 특정한 성과를 낸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 아닌가.
저번주부터는 아롱이와 같이 <쿵푸팬더>를 보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내내, 학교 밖 시간의 90%를 드럼과 탁구, 배드민턴과 게임으로 보내는 그대를, 더 이상은 눈 뜨고 바라볼 수 없어 ‘이거 한 번 해보자’ 말을 꺼냈다. 학원 갈 생각은 추호도 없겠지만 이젠 우리를 받아줄 학원도 없단다. 이런 말은 자체적으로 자막처리다.
타이렁의 난동에 마을 사람들은 피난을 가게 되는데, 팬더의 아빠 미스터 핑이 국수의 비법을 팬더에게 알려주겠단다. 그게 뭐에요? 아빠만 알고 있는 그 비법 재료가 뭐에요? 미스터 핑이 말한다. 아들아, 그런 건 없단다. 비법 재료라는 건 없어. To make something special, you just have to believe it is special. There is no secret ingredient. 그제야 쿵푸팬더는 깨닫는다. 드래곤 스크롤 속에 아무 것도 없었던 이유를. 드래곤 스크롤을 펼쳤을 때 자신의 모습이 비췄던 이유를. 미스터 핑은 다크호스를 진작에 읽었던 말인가. 특별하게 만드는 건 특별하다고 믿는 것일 뿐. 어쩌면 그것일수도. 다크호스의 저자들이 반복해서 말했던 것처럼.
가장 관심 있는 일을 더 잘하면 된다. 이것이 개인화된 성공에 대한 다크호스식 처방이다. 이 처방은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의 4대 원칙이 모두 절묘히 축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경사 상승을 몇 마디 간단한 지침으로 정리하고 있다. 즉, 더 잘하라는 지침은 곧 개인적 우수성의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것에 해당된다. ‘자신의 전략 알기’와 ‘목적지 무시하기‘를 통해 성취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또한 가장 관심 있는 일은 어떤 산을 오를지 선택하는 문제에 해당한다. ‘자신의 미시적 동기 깨닫기‘를 통해 열정을 설계하고, ‘자신의 선택 분간하기‘를 통해 목표를 설계하는과정이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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