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응원하고, 지적으로 동경하며,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유시민 작가님이 KBS 열린토론 <인물토론, 유시민에게 묻는다>에 출연하셔서, 문사철이 대답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과학이 답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작가님이, “그거 뭐죠. 여성 식물학자가 쓴 그거는, 제가 읽으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이 부분이다.
이 가루가 오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는 이 우주에 단 한 사람, 나뿐이었다. 상상할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는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나, 작고 부족한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이다. 나는 나만의 독특하고 별난 유전자들이 모여서 생긴 존재일 뿐 아니라 창조에 관해 내가 알게 된 그 작은 진실 덕분에, 그리고 내가 보고 이해한 그 진실 덕분에 실존적으로 독특한 존재가 되었다. 모든 팽나무의 씨를 강화하는 광물질이 바로 오팔이라는 확실한 지식은, 누군가에게 전화하기 전까지는 나만 알고 있는 진실이었다. 그것이 알 가치가 있는 지식인지 아닌지는 오늘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느꼈다. 인생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그 순간 나는 서서 그 사실을 온몸으로 흡수했다. (105쪽)
패널로 참석한 세 명의 교수님들이 알면서 대답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찌되었든 그 중 누구도 그 책이 『랩 걸』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들 겸손해서 그러신 거라 추측한다. 나는 아니다. 유투브로 방송을 보고 있던 나는, 온 가족이 들으라고 크게 소리쳤다. 랩걸이야. 그 책은 랩걸이라고!!!
작가님에게 지적 자극을 줬던 책 중에서, 2009년도판 『종의 기원』 이야기도 하셨다. 찾아보니 올해에 <드디어 다윈> 시리즈 1권으로 재출간되었다. 하릴없이 그 책을 대출했고, 『종의 기원을 읽다』를 이북으로 사두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서 『종의 기원을 읽다』를 먼저 읽고 있다.
욕심 내지 말고, 차근차근 차례차례 읽었으면 좋겠다, 내가. 『글쓰기가 뭐라고』 두 번째 읽으면서 세상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강준만 교수님이었는데.
나는 또 이렇게 책 사이를 서성인다. 하릴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