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은행업무로 나 섰다 흠뻑 젖었다. 훅훅 턱밑까지 차오르는 열기에 이런 날은 지중해 인근 나라의 시에스타(낮잠)가 부럽다. 시원한 그늘 밑에서 머리 끝까지 짜릿하게 식혀주는 개울가에 발 담금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런 폭염 속에서도 아스팔트 보수작업이 한창이다. 먼 발치에서도 사우나의 아찔한 열기처럼 연신 더위는 기승을 부린다. 겪어 보지 않아도 숨이 막힌다.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사람은 달라진다. 그네들이 굵은 땀방울로 더위와 맞서 싸우는 동안 난 겨우 성가신 벌레에 물린 마냥 역겨워 했으니 민망스럽다. 타인의 수고스러움을 더 나아가 고통을 무덤덤하게 받아 들이는 것이 문제다. 편안한 것에만 길들여져 나부터 살자는 식이 된 것 같다. 그런데 그네들의 지금 심정은 오죽할까? 오아시스라도 떠 올려야 헤치고 나갈 힘이 될려나... 이놈에 오지랖은...^^

 

어쨋든 휴가가 절정이다. 지난 주말 아이들과 모처럼 해운대 나들이를 했다. 부산 토박이들에게는 해운대가 단순한 지명이나 바다가 펼쳐진 모래사장정도의 감흥이랄까? 오메가메 들르는 곳이다 보니 휴가철 마다 넘쳐나는 인파에 오히려 던적스럽다. 하지만 사람 보는 재미도 그렇고 파도에 몸을 내맡기며 오르락내리락 하는 흥겨움도 그렇고 해서 늦으막에 출발했다. 아니나 다를까 넘쳐난다. 급하게 나오느라 카메라를 챙겨 놓지 못 해 이미지를 올릴수는 없지만 물반 사람반이다. 딱 미아되기 십상이겠더라.

 

예전에는 해운대가 이렇게까지 붐비지는 않았다. 개발이 정체되었던 시절에는 고만고만한 낮은 호텔과 해송(海松) 우듬지가 쭉 이어진 배경이 나름 잘 보존되던 곳이었으나, 몇 해전부터 버섯 웃자라듯 쑥쑥 올라 선 고층 빌딩에 가려 정겨움은 실종되고 현기증만 인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해안의 경계를 높이고 제방을 쌓아 올리더니 데크로 된 방부목을 덧대어 인위적인 색깔과 모습으로 덧칠해 놓았다. 나는 자연에 보태진 그 길을 볼 때마다 썩지 않는 부패된 냄새가 떠도는 착각을 한다.  

 

4대강도 파뒤집고 입맛에 맞게 맞추는 판에 해수욕장 하나 손질하는게 뭐 대수겠는가. 그래도 아쉬운 건 여전하다. 어디든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지만 해운대는 나름의 포스트가 있다. 그 자리 그대로 다독거려 주며 사랑도 원망도 모두 함께 해 주었으니 말이다. 줄어 드는 모래사장만큼 정서적 진폭도 주는 모양이다. 조만간 다 사라져 버리면 난 어디다 속풀이를 하지?

 

그래서 이날은 해운대는 과감히 포기하고 달맞이 고개를 지나 청사포를 넘어 송정해수욕장에 안착 신나게 놀다 왔다는 짧은 휴가의 되돌림이다. 여기서 팁은 송정은 해수욕장이 곱고 물이 차지 않으며 한참을 나아가도 어른 무릎께 밖에 물이 오지 않아 아이가 있는 집은 놀기에 딱이다. 아쉬운 것은 해수욕 후 샤워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온수가 제공되지 않아 샤워 도중 울부짖음에 시달린다는 사실. 뭐 그래도 해가 뉘엿뉘엇 폐장 직전이 아니라면 참을만 하다. 샤워장에 공급되는 물이 민박집 주인장 왈, 천연 자연 암반수를 뚫고 올라온 지하수입니데이. 조금 찹습니더...^^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0-08-06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6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0-08-06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 사는 분들은 해운대보단 다들 송정이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조금 찹습니더~~~ ㅋㅋㅋ

穀雨(곡우) 2010-08-06 19:40   좋아요 0 | URL
붐비는 것 보담 훨씬 낫거든요. 정감있고...^^

비로그인 2010-08-06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곡우님~~부산에 계신가요?
글쿠나아~~~

穀雨(곡우) 2010-08-06 22:11   좋아요 0 | URL
넵, 나고 자라고 먹고 사는 곳도 부산입니다. ^^

라로 2010-08-07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이번에도 휴가를 해운대로 가려고 해요. 저희 가족은 다 파도 타기를 좋아하거든요,,,저 같은면 막내아이 데리고 송정으로 가고 싶네요~.^^;;
그런데 이번 휴가엔 아직 숙박할 곳을 못구했어요,ㅠㅠ
저희가 가고 싶은 날짜엔 다 찼더라구요,,ㅠㅠ
아무래도 16일이 지나서 가야할지,,ㅠㅠ
제 남편은 한국에서 가장 살 고 싶은 곳이 부산이라는데,,,정말 좋은곳에 사시는군요!!^^

穀雨(곡우) 2010-08-08 22:11   좋아요 0 | URL
맞아요. 파도타기 너므 재미나죠....^^ 제가 여태껏 살면서 해운대를 숙박의 장소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미쳐 생각해 본적이 없네요. 제 집이 스테이할 수 있는 곳이 된다면 기꺼이 모시고프나
사정이 여의치를 못 하네요...쩝
조금 더 지나면 비수기에 접어드니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곳이 부산이라는 남편님의 생각은 맞습니다...^^

미지 2010-08-1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곡우님 부산에 사시는군요? 제가 부산이 고향이라.. 글 반갑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해운대에는 저도 이따금 갈 때마다 상실감을 느낍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학교 끝나면 주로 해운대로 귀가하여^^ 밤이 되도록 파도소리 듣고 했는데.. 그땐 몰랐는데 해운대가 망가지니 그 때의 해운대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하는 회환이 듭니다. 수영만 매립하며부터 망가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제작년에 한번 갔었는데, 좀 놀란 건 해수욕 인파의 한 30퍼센트 정도가 외국인이었다는... 아마 한류? 때문인지, 해운대 관광 패키지 상품이 잘팔리나보더군요.. 이래저래 낯설어 그 이후 못 내려갔네요.
이제 사대강까지 망가뜨리고 나면 얼마나 모진 마음 먹으며 살아가야 하나.. 울적해지네요. 어쨌거나 해운대 이야기 재미있게읽었습니다.^^

穀雨(곡우) 2010-08-10 11:26   좋아요 0 | URL
은근 부산분들이 많으시네요. 수영만은 이제 괴물이 되었습니다. 콘크리트 덩어리로 둘러싸인 괴물. 한 번씩 괴물근처로 갈일이 있어 들르지만 도회적인 이미지는 강하고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어색함이 지배적이지요. 그런데도 좋아하는 분들은 또 좋아하더군요, 그 땅을 자연을 닮은 공원으로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쉽습니다.

세실 2010-08-10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해운대가서 달맞이고개 산책길 따라 걸으며 부산에 사는 사람들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 했는데,
님도 그중 한분이시네요. 부럽습니다^*^
청주는 바다 보려면 2시간은 가야 해요. 아이들은 댐이 바다인줄 알며 컸다는. ㅎㅎ

穀雨(곡우) 2010-08-11 15:29   좋아요 0 | URL
댐이 바다라...^^ 천혜의 자연환경을 곁에 두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겠으나 가까이 있으니
소원해지는 것은 사실이더군요. 그래도 달맞이 고개는 좋은 곳은 분명합니다. ^^
 

 
덥다 덥다 소리가 하루에도 몇번을 엉킨다. 일하는 동안에는 그래도 서늘한 에어컨 밑에서있지만 외근길이나 퇴근후에는 영락없다. 덥다는 핑계로 밀려 넘치는 책들이 책장 가득 꽂혔다. 서평을 써야 하는 책, 읽고 싶어 구입한 책, 갈피를 잃다 덩달아 굴러 온 책. 많기도 하다. 어지간해서는 서평약속을 펑크 내는 일도 없건만 소가 된 게으름뱅이처럼 딱 그 짝이다. 그렇다고 대충 아무렇게나 끼적일수도 없는 노릇이고 작정하고 처리해야 되겠다. 더 이상 미루면....ㅠ.ㅠ
 

출판사 올에서 가제본 책을 며칠 전 보내어 왔다. 아직 완성본이 아니므로 책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는 없지만 제목은 <컬러 오브 워터>, 유태계 백인 어머니가 12명의 흑인 뮬라토(흑인백인혼혈인)를 키운 인생 역경을 8번째 아들인 제임스 맥브라이드가 자전적 실화를 다룬 이야기다. 어머니에 대한 위대함은 국경을 초월하고 시공을 무너트리는 도화선처럼 그런 소재다. 문고판의 300여페이지 남짓의 분량에 비해 빠르게 읽힌다. 


  

 

 

 

 

 

 

  

몇달전부터 심심찮게 올라 오던 리뷰와 포스팅에 읽어야지 하고 책장 한켠에 고이 모셔두고만 있다. 다 접고 이것부터 보리라 마음 먹었건만 애만 태우기를..... 책장 한 켠 오롯이 앉아 어서 날 안아 주세요 하는 자태가 교교하기도 하건만 내용은 비인간적인 삶과 수용소의 냉혹함이 죽음과 생을 오고가는 경계를 강렬하게 그린 절박함이 담긴 이야기란다. 오랫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하루키에 대한 나에 대한 썰은 불필요하다. 한창 젊은 혈기로 들끊던 대학시절 <상실의 시대>를 만나 나를 위무하였으며 누구나 아프고 힘든 과정을 겪는다는 아픔을 공감했던 책이다. 그런 하루키에 대해 지금 소용돌이처럼 불어 닥치는 열풍에 대해 한 자락 보탠다는 것이 어째 어설프기만 하다. 전편의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옆지기가 읽고 있다는 사실.....^^ 

신경숙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외딴방>에서다. 그미의 감수성 풍부한 필체와 사람을 흔들어 놓는 무한공감의 힘에 넋을 놓았던 때이기도 하다. 그 뒤 <엄마를 부탁해>로 다시 만나 흠뻑 빠져 버렸다. 담담하게 그려 나가는 심리묘사가 압권이며 무엇보다 그 속에서 떠 오르는 공감대가 좋았다. 이번 신작도 사랑에 관한 청춘보고서인 만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영하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아주 우연이다. 몇 해전 업무에 바빠 책을 등한시하던 시절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에서 걸려 들었다. <퀴즈쇼>의 현란한 이야기의 전개와 참신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의 매력의 틈바구니에 걸려 내처 <빛의 제국>으로 내달렸다. 두 작품의 성격이 비교의 대상이 안될만큼 전혀 다른 소재와 재료를 이용한 김영하 작가의 광범위한 포커스에 혀를 내둘렀더랬다. 그렇게 기억되는 그의 작품이기에 리뷰대회를 떠나 관성처럼 끌린다.
 

마이클 샌던의 정의가 서점가에 봇물을 이루듯 후끈후끈하다. 드문드문 책을 읽어 내던 지기조차 이 책을 턱 하니 구입하고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의에 대한 정의가 다시 호불호에 따라 관점에 따라 나뉘고 뭉쳐 지겠지만 정의롭다는 그 단어의 속 깊은 뜻처럼 세상이 좀 더 정의롭기를 바란다. 매번 정의, 인권, 평등의 개체가 마주칠때면 떠오르는 의문 하나.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아님 악한가. 실체없는 개념 앞에 망연해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10-08-06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Q84는 궁금해서라도 읽어 봐야겠어요^^나머지들은 다 강추예요. 곡우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신경숙에 대하여는 말랑말랑하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외딴방을 뒤늦게 읽고 정말 선입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김영하는...이 사람은 정말 재능이 넘 많아서 절로 부럽다,는 찬사가 나오더라구요. 이제는 곡우님의 독서를 뱃속의 보물이 함께 함께 하겠어요^^

穀雨(곡우) 2010-08-06 15:27   좋아요 0 | URL
1Q84는 하루키가 일본문단을 뛰어 넘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해요. 신경숙작가의 글은 엄마를 부탁해가 처음이라 그 이전의 외딴방이나 리진은 리뷰로만 접했거든요. 엄마를 부탁해의 임팩트가 강해서 내처 구입했죠. 김영하는 블랑카님처럼 부러운 1인입니다. ㅎㅎㅎ
 

며칠 새 큰 아이가 열이 40도를 오르내리는 편도선염으로 고생했다.
수줍음 많고 순수한 아이인데다 처음 우리에게 온 아이라 늘 마음
한 구석이 짠하기만 하다.
 
어느 새 훌쩍 자라 버려 지 엄마의 가슴께까지 자라 올랐지만
여전히 마음은 안쓰럽다. 무엇이든 다 때가 있고 시간이 흐르면
스스로 잘 하리라는 믿음은 변함이 없건만 깍쟁이 지 동생보다
여린 심성을 보고 있노라면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때론 내가 가진 것을 비우고 또 비우기를
반복해야 되는 것이 아닌지 싶다. 나에게 담긴 것을 아이에게
채워주고 그 채움으로 인해 세상을 살아가는 자양분으로 무럭무럭
자라는 게 아닐까. 그런데 내가 비운 모든 것이 요즘은 사랑으로
행복으로 채워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비운것보다 몇곱절 되돌아
온다. 사랑이다.  


 
이 아이가 자라 날개짓 하듯 훨훨 날아갈지라도 그것은 사랑이
채워준 힘으로 세상을 향한 비행이 되리라 믿는다. 

 

 

편견없이 키워내고 싶다는 바람은 변함이 없다.

두 녀석이 보다 먼 세상을 향해 헤쳐 나갈 안전판이

되어 줄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이들이 있어 세상은 정화되고 순수해 지리라

믿는다. 저 티끌없는 맑은 표정에서 근심을 덜어낸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0-08-06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보물들^^

穀雨(곡우) 2010-08-06 11:19   좋아요 0 | URL
가끔 말썽도 피우고 애도 태우지만 이 녀석들만 보면 즐겁습니다.^^

blanca 2010-08-06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이뻐요.사랑스럽고...

穀雨(곡우) 2010-08-06 15:28   좋아요 0 | URL
고슴도치 지 자식 자랑입니다.ㅋㅋㅋ
그래도 이쁩니다. 그죠...ㅎㅎㅎ

순오기 2010-08-06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이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사진이 예술입니다. 비상~~~~~~~

穀雨(곡우) 2010-08-06 19:40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말이 필요없어야 되는데, 말이 자꾸 많아지니 큰일입니다.^^

라로 2010-08-07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에서 곡우님의 모습을 찾아보며(뵌적은 없지만) 혼자 미소지어 봅니다.^^ 아이들이 참 해맑아요~~.^^

穀雨(곡우) 2010-08-08 22:12   좋아요 0 | URL
울 아이들을 보면서 저를 떠올리면 안됩니다.ㅋㅋ 업그레이드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ㅎㅎㅎ
그리고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2010-08-07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8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08-14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네요. 어쩜 이리도 맑을수 있는지....예뻐요^*^
손님 대하는 자세로 아이들을 대하라고 하는데 맘처럼 되지 않아요.

穀雨(곡우) 2010-08-14 13:3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손님 대하는 자세, 멀고도 험합니다...^^
 

 
"우하하하......."

 

옆지기의 때 늦은(?) 소식에 웃음이 앞섭니다.

두 아이를 연년생으로 키워 이제 학교에 들어 갈

나이가 되었으니 아기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 졌습니다.

 

그저 지나치는 상큼하고 젊은 부부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불쑥, 정말이지 불쑥 찾아 왔습니다.

 

세속에 때 묻은 아비로서 왜 고민을 하지 않았겠냐만은

이제라도 감사한 기쁨으로 고마움을 배우겠습니다.

 

잠시 사악한 마음을 품은 아비를 용서하기를 바라며

행복으로 축복으로 키우겠습니다.

 

팔불출 아비의 무지렁이 전언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pjy 2010-08-05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그럼요~~ 그 막내가 얼마나 애물단지인데요 ㅋㅋㅋ

穀雨(곡우) 2010-08-05 23:44   좋아요 0 | URL
애물단지를 알토란처럼 키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0-08-05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5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6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6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8-06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축하드립니다. 저는 11살 딸아이 하나라서, 요즘 아기들이 너무 귀여워요.
엄두는 나지 않지만,, 부런 맘 안고 갑니다.

穀雨(곡우) 2010-08-06 09:42   좋아요 0 | URL
아이들 둘이 7,6살인데, 터울이 좀 벌어져서 초큼 당황했더랬죠.
두녀석과 모여 가족회의(?)를 해 본 결과, 큰 녀석은 축구할 수 있는 남동생이...
둘째는 함께 놀 여동생이... 결과는 낳아야 되는 필연적인 합의점 도출...ㅋㅋ
아이는 사랑임을 겨우 알만할 쯤 복덩이가 굴러와서....감사합니다...^^

blanca 2010-08-06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곡우님, 정말 축하드려요. 그리고 부러워용. 딸이 태어난지 2년 6개월이 지나가니 다 주변에서는 동생을 안고 다니더라구요. 생명을 내어놓고 키워내는 일 그 일만큼 힘들고 환희에 찬 일이 있을까요. 저도 꿈은 한 셋 정도 낳는 거였는데 하늘이 점지해 주셔야 할 텐데요^^;;

穀雨(곡우) 2010-08-06 15:28   좋아요 0 | URL
음...이제 점지할 시간이 임박했네요. 블랑카님의 어여쁜 딸래미에게 동생을....^^

2010-08-06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6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7 0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8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7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8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 1~6권 세트 - 전6권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죽음 너머의 세상은 불확실의 영역이다. 하나의 유기체로 숨을 쉬고 오감을 사용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지금 이 시점에도 나는 불안하다. 그 불안은 두려움이라는 피할 수 없는 외피처럼 막연하기만 하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 존재의 상실에 대한 불안, 알 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 불안의 요소들은 어디에든 산재한다. 인간은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초월적인 신을 영접하고 기대었는지 모른다. 신과의 만남. 그것은 불안의 제거를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불안의 정체가 신과의 소통으로 모든 것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신의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 그것은 우주의 존재에 대한 원초적 질문으로 되돌아  온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인간이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규명작업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미지의 영역에 대한 불안의 제거는 인간을 이해하는 첫 번째 시도인지 모른다. 죽음에 맞서는 타나타노트의 순항처럼 말이다. 인간에게 죽음과 신은 밀접한 관계다. 죽음을 관장하는 섬뜩한 세계는 불안을 두려움으로 바꾸고 두려움은 다시 털어낼 수 없는 공포로 만든다. 그러나 종교는 말한다. 신을 받아들이고 사후세계에 대한 존재를 믿는다면 그 또한 인간을 움직이고 이끄는 동인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신은 존재하는가? 신은 다양한 모습으로 출현한다. 때로는 토템의 형식으로 때로는 정신으로 인간을 지배하고 의식을 고양시키는 방편으로서 존재한다. 이것은 종교에 대한 짧은 나의 단견에 불과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 단지 신의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에 앞서는 서투른 끼적임에 불과하다. 나는 신의 존재를 믿는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존재를 합리적으로 규명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본다. 기실 그 합리성이라는 잣대도 인간이 만든 기준에 불과하다는 오류를 생각한다면 어디에도 존재에 대한 마땅한 근거를 찾을 수는 없다.




        그래서 신은 이 땅의 모든 이를 관장하고 의식을 이루는 모든 유기체를 지배한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뒤따른다. “신, 그 이전에는 무엇이었는가?” 바로 이 물음에 대답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생경한 해답이 대신한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개미>를 통찰하던 그의 놀라운 사유의 흔적과 비범한 능력을 보았을 무렵부터다. 그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보편적이고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이야기를 한다. 그러므로 이 책 <신>에 담긴 이야기의 줄기와 근간은 그가 이전에 써내려간 모든 것의 총합이다. 지옥을 탐사하고 죽음에 대한 본질을 파헤치던 <타나타노트>, 천사의 세계를 장엄하게 연출해 낸 <천사들의 제국>, <개미>에서 덮쳐 오던 숨 막히듯 개미세계를 열어젖힌 그의 모든 지식의 총아가 이 책에 담겼다.




        베르나르의 이전 작품인 <파피용>은 인간의 본질, 즉 협력하고 대립하고 무시하는 것에 대해서 본질적인 연구를 하였다면 <신>은 그것의 존재적 완성이라 할 만 하다. 베르나르는 인간이 무리를 이루면 반드시 협력하는 이, 대립하는 이, 무시(중립)하는 이로 나뉜다는 분열의 D, 중성의 N, 협력의 A의 인간의 본성에 렌즈를 맞추었다. 그것은 DNA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이해하였으며 이와 같은 단순한 체계로 모든 복잡한 것에 대한 기초를 이룬다는 의미다. 기실 <신>의 곳곳에 포함하고 지탱하는 지지대는 이것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이 인간을 추동하는 핵심요소인 것처럼 더 나아가 모든 것은 DNA의 과정을 답습한다. 단순함이다. 단순함은 허무로 싸여 있지만 확고하다. 베르나르가 천재적 영감을 마음껏 이용하며 신선한 발상을 뱉어 내는 주요한 이유 또한 단순함에서다. 단순함은 분명, 모든 것을 명료하게 만든다.




        그래서 베르나르의 주파수는 항상 열려있다. 닫힌 편견의 시선을 기존의 사고를 딛고 올라선다. <신>에서 드러난 모든 신들의 역사는 이미 인간의 의식세계에 깊숙이 침투한 모든 것이다. 올림피아의 12신들을 비롯해서 유명 짜한 신들의 일화를 모두 녹여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밝혀진 신들을 재료로 새로운 행성을 건설하고 다시 그 모든 것들을 담아내는 발상의 신기원을 이루었으니 창의적이라 할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무지의 이전의 세계에서 피어 올린 작은 호기심의 열망이 과학의 세계로 다시 가상의 세계를 달리는 동안 베르나르는 한데 뭉치고 버무렸다. 수직, 수평의 세계, 시공간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한 곳에 동시에 분출하는 새로운 존재의 중심. 평행세계에 대한 체계적이고 진보한 생각의 창출이다.




        <신>은 천사들의 제국에서 상승한 미카엘 팽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모험 가득한 이야기다. 신후보생으로 아에덴(Aeden)에 오른 미카엘과 다른 143명의 후보들과 겨루는 인간 사회의 운명적 만남은 여태껏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상상력이 뿜어내는 아우라다. 현재 지구 위에서 펼쳐지는 모든 역사의 기록들이 순환되고 영향을 받아 나가는 모습을 그린 그의 내러티브는 치밀한 기록의 재해석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역사적 진실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이 책을 이어가는 스토리텔링의 산실이며 그의 방대한 지식의 분출에 놀랍기만 하다. 마치 마인드맵의 얼개를 짜 나가듯 넓혀 가는 경우의 가지가 모두 망라된다. 그리스신화를 중심으로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토속종교에 이르기까지 신화적 존재는 거의 터치되고 드러난다. 베르나르가 더욱 천재적인 작가라는 표상은 이러한 종교적 패러다임을 통해 하나의 조합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조합의 중심은 인간은 순회하고 내세는 존재하며 선과 악으로 나뉘는 본성의 접근에 부합한다는 윤회설에 가 닿는다.




        결국 <신>은 신을 통해 인간을 보는 이야기다. 진화의 단계를 거치면서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진실의 순간은 모두에게 열려 있으며 모든 것은 순간처럼 돌고 도는 수레바퀴라는 의미다. 베르나르가 3부작으로 총6권에 걸친 방대한 서사구조를 이어가기 위해 스토리의 지지대를 점검하고 흐트러진 알고리즘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곳곳에 보인다. 결과는 완벽할 수 없다. 완벽하지 않기에 베르나르가 독자에게 던지는 화두 또한 그곳에 있는지 모른다. 다소 황당무계한 결말에 이르는 베르나르의 종착역이 그의 끝없이 다다랐을 고민을 감내하는 구실이 되었으니 말이다. 기지와 재치가 넘치는 그의 핵심적 가치는 편견의 무덤 속에서 피어난 투명한 결정체다.




        아울러 <신>에 등장하는 신들의 배경을 기록된 사실과 가미되고 조정된 의견을 함께 고민해 보는 것도 이 책을 보는 묘미다. 신들의 전쟁을 통해 제우스와 그의 형제들이 세상을 나누고 구획하는 배경,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강박적인 결핍증상, 하데스의 악마적 본질은 인간이 빚은 허상 등은 이전의 지식체계를 흔들어주는 고무적인 장치들이다. 또한 베르나르는 인간 심리에 관한 본질적 접근을 통해 인간을 추동하는 가치들이 무엇인지를 미카엘과 에드몽, 라울 등을 통해 현란하고 다채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베르나르는 이를 위해 신후보생으로 명명된 인물들을 역사에 존재했던 철학자, 과학자, 수학자, 정치인, 아나키스트, 배우 등으로 채워 보완해 나간다. 이렇게 집결된 그들의 생각은 하나의 빛이 되고 그 빛은 더 높은 차원의 세계를 드려다 보는 프리즘으로 작용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신>에 갈마드는 생각의 총아들은 인간이 밝힌 결과물과도 부합한다. 다층적인 심리세계를 기반으로 평행세계를 넘나드는 기반을 제공한 “초끈이론“에 이르기까지 건강하고 다양한 생각들로 붐빈다. 베르나르는 미카엘을 통해 끊임없이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란 의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며 현자의 돌을 찾아 나서는 연금술사처럼 비존재를 존재로 바꾼다. 마치 과거에 일어난 시간적 배경을 밝히는 학문인 크로노스(연대학)를 대하는 기분이다. 시간의 학문을 이용해 자아를 찾는 또 다른 여정의 산물인 셈이다.




        코스모스로 유명한 유작 <에필로그>에서 칼 세이건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죽는 순간 다시 살아나 나의 일부를 기억하고 생각하고 느끼면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라 믿고 싶다. 그러나 그러한 소망이 강렬한 만큼 나는 그것이 헛된 바람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 사후 세계가 있다면 내가 언제 죽음을 맞이하든(…)나의 호기심과 갈망은 충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이 세계는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우며, 크고 깊은 사랑과 선으로 가득한 곳이기 때문에, 증거도 없이 예쁘게 포장된 사후 세계의 이야기로 자신을 속일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약자 편에서 죽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생이 제공하는 짧지만 강렬한 기회에 매일 감사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칼 세이건의 생의 도정道程과 베르나르의 그것과 사뭇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미지의 세계를 알아 가고 깨달음으로서 궁극에는 우리 자신을 알아간다는 필연의 작업이 아니겠는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10-08-05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신론자입니다. 그런 입장에서 곡우님 글을 읽으니 더 와닿습니다. 존재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베르나르의 책은 접해 보지 못했는데 칼 세이건의 얘기와 더불어 곡우님의 리뷰만으로 그저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 수많은 종교와 신에 대하여 다 고민해 보고 이야기에 녹여낸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더운데 이런 좋은 공들인 리뷰를 읽고 가니 절로 시원해집니다.

穀雨(곡우) 2010-08-05 17:03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엔 베르나르는 천재입니다. 공통된 코드를 골라 붙이는 상상력도 대단하지만 방대한 분량을 하나의 줄기로 이어가는 그 치밀함이 더욱 대단합니다. 블랑카님께 조금이나마 청량감을 들였다니 기분 좋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