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어디 살아요?'(뉴욕타임스) 중 앨리스 먼로 편을 읽는다. 




사진: UnsplashNathan Shurr (2019)


사진: UnsplashDeb Rousseau(2016)


위 사진들은 캐나다 밴쿠버 키칠라노 풍경이다. 키칠라노에 관한 기사:[밴쿠버 해변에 설치된 플라스틱 쓰레기 조형물들](2021) https://v.daum.net/v/20210607105828996 [네이버 지식백과]키칠라노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80477&cid=40942&categoryId=34127


아래 발췌글에 언급된 먼로 작품집 '선한 여인의 사랑The Love of a Good Woman'은 '착한 여자의 사랑'으로 우리 나라에서 번역출간되었다.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는 이 습기 많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대도시 밴쿠버를 그녀의 뛰어난 여러 단편소설의 배경으로 삼았다. 그녀가 묘사하는 도시 지형은 너무도 정확해서 소설만으로도 도시의 지도를 그릴 수 있을 정도다.

젊지만 대책 없이 멋없고, 욕망은 넘치지만 섹시하지는 않고, 촌스럽게 새하얗지만 아찔한 제 아름다움에는 무심한 그곳, 먼로의 밴쿠버는 새색시들이 빗속에서 눈을 깜박이며 그들의 진짜 삶이 언제 시작될 것인지 의아해하는 외딴 벽지 같은 곳이다.

그것은 스무 살의 신부로 밴쿠버에 도착한 먼로 자신이 한 일이기도 하다. 남부 온타리오 주의 가난한 집에서 자란 예쁜 시골 아가씨 먼로는 1952년에 남편 짐이 밴쿠버 시내의 대형 백화점에 일자리를 얻자 마지못해 밴쿠버로 오게 된다.

"밴쿠버의 겨울은 지금껏 알았던 그 어느 겨울과도 달랐다." 먼로는 단편 「코르테스 섬Cortes Island」에 썼다. 이 단편은 키칠라노에서 보낸 첫 몇 달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1998년 소설집 『선한 여인의 사랑The Love of a Good Woman』에 수록되어 있다. "눈도 없고, 하다못해 찬 바람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소설 속 익명의 화자는(다른 인물에 의해 "어린 신부"로 불린다) 하루 동안 막연히 일자리를 찾아 도시를 돌고 난 뒤 해가 질 무렵 키칠라노 해변으로 돌아온다. "서편 바다 위 간간이 갈라진 구름 틈서리로 석양의 붉은빛이 얼비치었다. 내가 에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공원에서는 키 낮은 겨울나무의 잎사귀들이 불그스름한 황혼 빛을 받아 습한 공기 속에서 반짝였다."

그러나 내가 밴쿠버를 찾은 날 고뇌하는 예술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공원에는 젊고 건강한 여자들이 조깅을 하고, 깔끔한 워터마크Watermark 레스토랑에는 한가득 펼쳐진 과일과 페이스트리가 바깥의 배고픈 영화 스태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밴쿠버는 최근 들어 인기 있는 영화 촬영지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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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어디 살아요? - 뉴욕타임스가 기록한 문학 순례’ 중 보르헤스 편을 찾아 읽었다.

아르헨티나의 작가 보르헤스와 카사레스의 모형인형(부에노스아이레스) 촬영자 미상, CC BY-SA 2.5,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24689840





De la Serie Hilos de agua, (Buenos Aires), 2005 - Cesar Paternosto - WikiArt.org





Serie hilos de agua (Buenos Aires), 2005 - Cesar Paternosto - WikiArt.org


이 글을 쓴 기자 래리 로터는 브라질에 대한 책을 냈다(우리 나라에 번역되어 있다).

보르헤스 숭배자에게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걷는다는 건 그의 맹렬한 상상력이 빚어낸 수많은 산물들과 마주친다는 것을 뜻한다.

"꿈에서 나는 한 번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난 적이 없다." 그는 언젠가 썼다.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제목의 시―같은 제목의 시를 여러 편 지었다―에서 다음처럼 표현했듯이 고통스러운 꿈을 많이 꾸긴 했지만 말이다.

도시는, 지금, 내 수치와 실패가 기록된/지도와 같다./이 문에서 난 황혼을 보았고/이 대리석 기둥에서 난 헛되이 기다렸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선술집 이상으로 카페의 도시이기도 하다. 보르헤스와 그의 친구들은 몇몇 카페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그중 대부분은 사라지거나 유대인 지역 온시(11의 뜻)의 라페를라La Perla처럼 피자 가게 등으로 바뀌었고, 혹은 보르헤스의 밀랍 인형을 위대한 탱고 가수 카를로스 가르델Carlos Gardel과 함께 테이블에 앉혀놓은 엘그란카페토르토니El Gran Café Tortoni처럼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보르헤스가 교류한 부류에는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Adolfo Bioy Casares와 그의 아내이자 시인인 실비나 오캄포Silvina Ocampo가 있었는데, 보르헤스는 비오이 카사레스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배경으로 한 일련의 추리소설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 2006년5월 래리 로터 (Larry Roh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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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말 : 언어의 미로 속에서, 여든의 인터뷰'를 계속 읽는다.


East Lansing, United States - 사진: UnsplashLaura Baker 보르헤스는 미국의 이스트랜싱에서 머무를 때 꾼 꿈으로 '셰익스피어의 기억'을 썼다고 밝힌다.

María Kodama at the 2010 Frankfurt Book Fair By Patricio.lorente - Own work,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아래 발췌글 속의 마리아 코다마는 1986년 보르헤스와 결혼하고 그해 보르헤스는 세상을 떠난다. 코다마는 올해 3월 별세했다. https://v.daum.net/v/20230328024049986  코다마가 쓴 책이 있고 또 'Borges and Memory'란 책의 서문을 썼으며, 우리 나라에 번역된(현재는 품절) ‘작가의 창 - 글쓰기의 50가지 풍경’의 마지막 순서가 ‘마리아 코다마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다. https://v.daum.net/v/20160111130106768


이 인터뷰는 1980년 4월 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열렸다.

미국의 이스트랜싱에서 머무르고 있을 때 나는 꿈을 꾸었어요. 꿈에서 깼을 때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더군요. 그런데 다음과 같은 문장이 뇌리에 남아 있었어요. "나는 너에게 셰익스피어의 기억을 팔려고 한다." 그런 다음 잠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그 얘기를 친구인 마리아 코다마에게 해주니 그녀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거기에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도 몰라요." 나는 기다렸어요. 기다리는 동안 성령 혹은 영감, 뮤즈, 오늘날의 사람들이 말하는 잠재의식이 나에게 주고자 하는 것에 간섭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요. 그런 다음 이야기를 썼어요. 그 이야기가 지금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간되고 있는데,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기억』이랍니다.

그러나 내 작품에서는 셰익스피어의 기억을 사고팔지 않아요. 그냥 주고, 받는 것이죠. 시작 부분에서는 그게 선물처럼 느껴져요. 그러나 결말 부분에서는 그 기억에 관해 참을 수 없는 어떤 것이 생기게 되죠. 그래서 그 사람은 셰익스피어의 개인적인 기억의 무게에 짓눌려 사라지고 만답니다. - 그러나 나는 꿈을 더 선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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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1-29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르헤스의 말, 제가 완독한 책입니다. 좋은 책입니다.^^

서곡 2023-11-29 13:41   좋아요 1 | URL
네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오후 보내시길요~
 

'지상의 양식'( 앙드레지드 지음, 김붕구 옮김) 7장으로부터 가져왔다. 


Bread on the Head of the Prodigal Son, 1936 - Salvador Dali - WikiArt.org




나는 보았다. 바람이 저 멀리 지평선 끝에서 모래를 불러일으켜 오아시스를 허덕이게 하는 것을. 오아시스는 폭풍우에 휩쓸린 배와도 같았다. 폭풍으로 쓰러질 듯했다. 그리고 작은 마을의 거리거리에서는 벌거벗은 파리한 남자들이 열병의 지독한 갈증에 못 이겨 몸을 뒤틀고 있었다.

나는 보았다. 황폐한 길가에 너저분한 낙타의 해골들이 하얗게 되는 것을. 너무나 지쳐빠져 더 걸을 수 없어 대상이 버리고 간 낙타, 처음에는 파리 떼에 뒤덮이고 지긋지긋한 악취를 퍼뜨리며 썩고 있던 낙타들.

나는 보았다. 노래라고는 곤충들의 날카로운 울음소리밖에 들려주지 않는 밤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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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가 쓴 '말테의 수기'에서 탕아 이야기를 찾아 읽었다. 문예출판사 '말테의 수기'(박환덕 역) 2부가 아래 글의 출처이다. 

Study for an engraving of the Prodigal Son, 1520 - Albrecht Durer - WikiArt.org


나는 성서에 쓰여 있는 탕아의 이야기가 사랑받는 것을 거부한 젊은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해도 쉽게 믿어주지 않을 것 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가족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자라면서도 사랑받지 않는 순간이 없었다. 그리고 어렸을 때에는 사람들의 다정하고도 따뜻한 사랑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소년이 되자 그는 그 습관을 버리려고 생각했다. 그는 아직 그것을 확실하게 표현하지는 못했으나, 하루 종일 들판을 뛰어다닐 때에 개를 데리고 다니기 싫어한 것은 개도 그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개의 시선에도 주시와 관심, 기대와 걱정이 나타나 있었다. 소년의 일거수 일투족이 개를 기쁘게 하거나 슬프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집 안에 남아서 그들이 상상하고 있는 생활의 껍데기로만 살 것인가? 그들 모두의 얼굴까지도 닮게 될 것인가? 의지의 섬세한 성실성과 그 성실성을 그의 내부에까지 부패시키는 서투른 기만 사이에서 자신의 감정을 나누며 살아갈 것인가? 겁쟁이 같은 마음만을 가진 가족들을 해칠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을 단념할 것인가?

아니, 그는 떠날 것이다. 이를테면 그들이 어설픈 추측에 따라 선택한 선물, 또한 모두를 부드럽고 온화하게 만들 선물을 준비하고 생일 테이블을 열심히 장식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소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떠날 것이다. 아무도 당시의 그를 사랑받는다는 무서운 처지로 끌어들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느 누구도 결코 사랑하지 않겠노라, 그가 얼마나 굳게 결심했는지는 여러 해가 지난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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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1-29 0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말테의 수기 읽다 멈췄는데 ㅋ 2부는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서곡 2023-11-29 12:21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전에 읽다가 덮었는데요 ㅎㅎ 완독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