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줄리 필립스 저) 중 도리스 레싱 편을 읽는다.

20세기 초반 로디지아 엽서 By T D Ravenscroft - Public Domain, 키미디어 커먼즈  * [네이버 지식백과] 영국령중앙아프리카 [British Central Africa, 英國領中央─]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27131&cid=40942&categoryId=33484 레싱은 로디지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레싱은 "우리는 필요할 때 부모를 반복되는 꿈마냥 사용한다. 그들은 우리의 사랑이나 증오를 위해 항상 그곳에 있다."라고 관찰했다.

도리스의 모성과 글쓰기는 모두 자신의 어린 시절, 특히 자기애를 둘러싼 모녀간의 줄다리기, 자기결정권, 어머니가 지닌 권력의 한계에서 비롯되었다.

도리스는 1차 대전이 자신들에게 끼친 피해를 결혼과 출산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모의 첫 번째 헛된 희망의 산물이었다.

도리스는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했던 길 잃은 부모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문화적인 면에서 로디지아의 보수적인 백인 사회는 도리스에게 뛰어난 소녀가 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부모가 열렬히 믿고 있는 인종적 우월성에 대한 주장을 비롯해 로디지아 백인 사회의 근본적인 기만을 깨닫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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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11-28 0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섯째 아이]를 읽었기 때문에 도리스 레싱을 이야기하며 ˝모성˝이란 단어가 왜 많이 나오는지 짐작이 갑니다^^ 이후 다른 작품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얇은 책이라면 12월 안에 도전해보고 싶네요

서곡 2023-11-28 10:37   좋아요 1 | URL
네 댓글 감사합니다 ㅋ 많은 작가들 아니 사람들이 그렇듯이 레싱은 부모 특히 어머니에 관한 애증이 대단했네요 가족과 관계의 지난함...오늘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강으로'(올리비아 랭) 3장을 마친다.


강원도 철원의 겨울 철새들

제비들이 하늘을 찢어놓을 듯 새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 제비 떼가 날개를 접고 추락하듯 빠르게 하강하며 날카롭게 울어대는 모습을 구경했다. 우리는 참으로 별나게 생을 보낸다. 하데스의 구조를 지도로 만들거나 꽃가루의 구조를 자세히 묘사하는 그런 방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뭐든 잊히는 법이 없다. 잊히지 않고 이 세상의 지상이나 지하 어딘가에 쌓인다. 게다가 멈추는 법도 없으며, 그것이 문제다. 먼지 쌓인 폐허에서 일어나는 황금빛 바람처럼 자꾸만 밀려온다.

인기척은 드물었지만 새들로 가득한 세상이었다. 강둑의 산사나무에서 새들의 노랫소리가 흘러넘쳤다. 굴뚝새의 날카로운 울음소리는 병 안에 동전이 떨어지며 부딪치는 소리 같았고, 박새들이 일제히 울어대는 소리는 그리스어로 의견과 훈계를 주고받는 소리처럼 들렸다.

나는 땅바닥에 등을 대고 아주 단단한 느낌을 감지하면서 강 쪽으로 고개를 젖혔다. 강물은 하늘 한 조각과 너울거리는 나무 몇 그루를 붙잡고 흐르면서 물그림자를 부채 모양으로 펼쳐나가며 점점 틈을 벌려놓았다. 영웅들이 안식을 취하는 하데스에서부터 성경의 천국과 지옥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사후 세계에 관한 착상에 계속 집착하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이런 세계가, 이런 다채롭고 비현실적인 영역이 정말로 어둠 한가운데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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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이야기'(오비디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의 '제6권 찬양과 징벌' 중 니오베 부분으로부터 발췌했다.

Niobe, 1939 - Antonietta Raphael - WikiArt.org


[네이버 지식백과] 니오베 [Niobe] - 왕비 (그리스로마신화 인물백과, 안성찬, 성현숙, 박규호, 이민수, 김형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97691&cid=58143&categoryId=58143


니오베는 이 재앙을 금방 알게 되었다. 소식이 재빨리 퍼졌고, 사람들이 슬퍼했고, 가까운 친구들이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신들이 이런 짓을 하다니, 탄식하며 분노했다. 또 신들이 감히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능력과 권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게다가 아이들의 아버지 암피온은 가슴을 칼로 찔러 자결함으로써 슬픔과 목숨을 한꺼번에 끝장냈다.

이제 아이가 하나도 남지 않은 니오베는 아들들, 딸들, 남편의 시체 위로 쓰러졌고 슬픔으로 온몸이 차갑게 굳어졌다. 바람 한 점 없어서 니오베의 머리카락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얼굴은 핏기가 사라져 창백했으며 눈은 초점을 잃고서 움직이지 않았다. 겉모습에서는 살아 있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혀와 딱딱한 입천장도 얼어붙었다. 혈관에는 더 이상 피가 돌지 않았다. 목은 굽혀지지 않았고 양팔은 움직이지 않았으며 발로는 걸을 수가 없었다. 창자도 돌처럼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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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llo and Diana, beating children Niobe - Valentin Serov - WikiArt.org


‘일리아스’(호메로스 지음, 김대웅 옮김)의 마지막 '제24권 헥토르의 장례식'으로부터 니오베가 언급된 부분을 가져온다.


그러고는 막사 안으로 들어가 프리아모스 왕에게 말했다.

"자, 이제 아들을 돌려드렸소. 거룩한 노인이여, 바라는 대로 헥토르의 시신은 마차에 눕혀 있으니 날이 밝으면 당신들이 직접 데려가시오. 하지만 지금은 우선 저녁식사를 합시다. 고운 머리카락을 가진 니오베가 레토 여신에게 자식 자랑을 하다가 그녀의 아들 아폴론과 딸 아르테미스에게 각각 아들 6명, 딸 6명 모두 12명의 자식들을 잃었을 때도 식사는 거르지 않았다오. 자, 거룩하신 노인이여, 우리도 식사에 마음을 돌립시다. 그러고 나서 사랑하는 아들을 일리오스로 데려가 정말 마음껏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위해 슬퍼하시오."

말을 마치고 아킬레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양의 목을 잘라 식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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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로마 신화 6 탐험'(스테파니데스)의 '니오베' 편을 읽었다.

The Destruction of Niobe's Children, 1760 - Richard Wilson - WikiArt.org


[네이버 지식백과] 레토 [Lētō] (인명사전, 2002. 1. 10., 인명사전편찬위원회)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879780&cid=43671&categoryId=43671 여신 레토는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의 어머니이다.

   

니오베의 신화는 그리스 신화 가운데에서 가장 극적이고 대담한 이야기일 것이다.

니오베에게 잘못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받은 벌은 너무나 잔혹하고 사람으로서 견뎌 낼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주었다.

니오베에게 내려진 판결을 보면서 우리는 과연 신들이 정의로운 존재들인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된다.

"난 열네 명의 자녀를 두었어. 내 아들들은 최고의 운동선수이자 뛰어난 기수들이지. 내 딸들은 테베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들이고 성벽에 있는 일곱 개의 큰 탑에 그들의 이름이 붙여져 있어. 그런데 어떻게 자녀가 둘밖에 없는 레토 여신이 나보다 더 훌륭한 어머니라고 할 수 있겠어?"

"그만하세요, 마마. 만약 신들이 인간의 말을 들을 수 없고 인간의 생각을 읽을 수 없다면, 아마 마님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요. 하지만 난 겁이 나요. 아주 겁이 나요. 재앙이 닥칠까 봐 겁이 난단 말입니다,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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