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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을 두 권('힘 있는 글쓰기'와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읽기 시작. 우연히 깔맞춤 두 표지가 다 빨강 - 전자는 옮긴이가 서두에 쓰길 이 책이 이 방면의 고전일 나탈리 골드버그의 그 책과 비슷한 조언을 담고 있다고 . 후자는 곽재식 작가가 썼는데 알라딘17주년 모음집에 실린 그의 짧은 소설이 흥미롭던 기억이 있다. 이 책 둘 다 유용하고 재미나길 기대해본다.

사진: UnsplashEtienne Girard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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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그날은 이상했다. 잠 깨는 순간부터 마음이 어지러우면서 명백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차를 마셔도 산란한 마음이 수습되지 않고 책상에 앉아도 마음이 고요해지지 않았다. 전날과 다를 바 없는 하루인데 느닷없이 마음에 거센 파도가 일면서 온 신경이 허공으로 분산되는 느낌이었다. 실내를 우왕좌왕 돌아다니다가 나도 모르게 리모컨을 들고 텔레비전을 켰다. 긴급 속보가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보도하고 있었다. 그 순간 무너지듯 소파에 주저앉으며 아침 내내 나를 휩쓸었던 불안감의 정체를 이해했다. 다음 순간 불안감은 울음과 함께 해소되기 시작했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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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널 By Rhododendrites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스

사진: UnsplashBrock Kirk

우주의 기운을 읽는 분들의 말에 따르면 21세기에 태어난 많은 어린이들이 이미 이러한 기운을 가지고 태어난 ‘인디고 차일드(indigo child)’라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크리스털 차일드(crystal child)’라고 해서, 세상을 즐거운 놀이 삼아 가볍게 여행하는 아이들이 이 지구별에 많이 오고 있다고도 합니다. 저의 학문적인 또는 영적인 능력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제가 만나게 되는 세계의 젊은이들을 보면 가능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 힘든 과정 중에도 아름다운 봄은 왔고 교정의 분홍 목련들은 삶의 신선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현란하게 꽃봉오리를 열었습니다. 또 가슴이 주홍색인 카디널은 학교 정원의 나무 위에 새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었습니다. 인간이 벌이는 분쟁과 상처에는 아랑곳없이 자연은 말없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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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의 그릇 Wang Duk Kyung | Vas Hermetis (2019) https://www.artsy.net/artwork/wang-duk-kyung-vas-hermetis

중세 연금술사들은 헤르메스의 그릇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연금술의 핵심이 그릇의 밀봉 상태에 달려 있다고 믿었다. - P136

개인도 사회도 무너지려는 마음을 다독여 일으켜 세울 때, 먼저 그 경험을 내면에 간직하고 인내하면서 되새길 수 있는 의식의 공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내면 공간에 머물 때에만 우리는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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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온도 - 나를 품어주는 일상의 사소한 곳들
박정은 지음 / 다온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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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예쁜 그림이 있어 보기에 편안하다. 저자는 고등학교 자퇴 과정을 차분하고 간결하게 쓴다. 사생대회에 나가 포기할 뻔하다가 다시 완성하여 상을 받은 일화와 더불어 저자의 이 말을 명심하자. "망하기 전까지는 망한 게 아니다."


* 이 책에 나온 '드므' -  고궁에서 보기는 했지만 이름은 새롭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741782#home 쓰레기통 아니에요, 궁궐 지키는 '드므' 랍니다

"인생에서 터닝포인트는 어떤 것이었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선택은 뭔가를 하겠다는 선택이 아니라 이제는 그만하겠다는 선택이었다. 그 선택이 터닝포인트가 되어 많은 것이 변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예술학교에 가기 위해서 미술학원을 다니고, 때론 매를 맞으며 그림을 그렸다. 그것은 나의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었을지는 모르나 늘 비교와 평가를 받으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지겹게 만들었다. 중학생 때는 괜찮았는데 고등학생이 되니 압박이 심해졌다. 입시를 위한 그림을 그리는 로봇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림 그리는 것을 정말 좋아했는데, 점점 지겨워하다가 결국은 싫어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을 본 것은 하루뿐이었는데 예술의 전당에 가면 그날 기억이 많이 난다.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었지만, 시원하게 실패해버린 10대 후반의 내가 여전히 그곳에 서 있다. 그때로부터 많은 세월이 지나온 30대 초반의 나는 시무룩해 있는 어린 내가 창피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이제는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 사라지지 않는다.

다행히 내가 그림을 그리던 곳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는 곳이라 그림은 내가 버린 상태 그대로 있었다. 쓰레기통에서 그림을 다시 꺼내어 작업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마지막에 제출을 했는데, 얼마 후 운 좋게 상을 받았다. 어안이 벙벙했다. 처음에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서 쓰레기통에 버렸던 그림이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더니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일은 이후로도 마음에 강렬하게 남아서 어떤 그림도 끝의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늘 ‘정말 망하기 전까지는 망한 게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작업을 한다.

한 신부님께서 내게 해주신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기독교나 천주교에서 하나님을 믿으면 천국 간다는 말을 종종 하는데 그 말은 죽어서 진짜 천국이라는 공간을 간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살면서 종교로 인해 믿음이 생기거나, 좋은 책을 읽어 깨달음을 얻거나, 귀한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어떤 반짝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경험들을 통해서 생각이 바뀌고 시선이 바뀐다면 똑같은 세상이라도 전과는 다르게 보고 느낄 수 있게 되고, 현실을 천국과 같이 느끼며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 하셨다. 결국 어떤 계기로든 자기 자신이 변하면 바로 그곳이 천국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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