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 작가가 네 권의 책에 대해 쓴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중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관한 장 '두 번째 노트 _ 고독'을 읽었다.

Illustration of Frankenstein and his monster, taken from an abridged version of Mary Shelley's novel, appearing in The Birmingham Post-Herald, January 16, 1910.


작가 메리 셸리는 사상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윌리엄 고드윈 사이에 태어나 시인 퍼시 비시 셸리와 결혼했다.






그가 조금 더 평온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면 《프랑켄슈타인》은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나쁜 일이었을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으므로, 차라리 그가 안녕하게 살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이제 와서는 의미 없겠지만 진심을 담은 위로를 건네고 싶다. 아니, 어쩌면 총명함과 예술성을 타고난 이에게 이런 위로는 필요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메리 고드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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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서울 이수역에 갔다가 알라딘 중고서점을 역내에서 발견했다. 들어갈 시간은 없었지만 외부에서나마 서가와 서가를 채운 책들과 책을 보고 읽는 사람들을 잠시 구경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바깥의 이런저런 장식 중 제법 큰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반가웠다.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김겨울)의 '두 번째 노트 _ 고독'으로부터 옮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GingerMarie12님의 이미지


발레 '프랑켄슈타인'을 발견했다. https://youtu.be/4-IFOvoQewQ?si=ulFB83B7mvs19Ix8





괴물의 고독은 오로지 고독밖에 모르는 이의 고독이다. 무지한 채 태어나 맹목적으로 따뜻함을 갈구했으나 그 누구도 그에게 응답해 주지 않아 자리 잡은 고독. 단 하나의 존재도 자신과 같지 않다는 깨달음에 매달려 있는 고독.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내밀어봤으나 그런 그에게 돌아온 것이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의 공포에 질린 얼굴일 때, 아주 밑바닥에 켜켜이 쌓인 증오, 복수심.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랑과 선의에 대한 갈증. 이 모든 감정이 대체 무엇인지도 몰랐을 때, 이를 표현할 언어마저 알지 못했을 때, 그는 얼마나 영문을 몰랐을 것이며 얼마나 사람들을 원망했을 것인가. - 고독의 세계,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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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로베르트 발저)에 실린 '산책 2'를 읽었다.

by smellypumpy (출처: 픽사베이)


cf. 예세닌 서정시선 '자작나무'(박형규 역)를 담아둔다.






때때로 나는 우두커니 서서, 어떤 콜럼버스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아메리카 대륙 같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멀리서 왔고, 그만큼 다시 멀리 가기로 실제로 단단히 마음먹은 듯했다. 마치 내가 막 발을 들여놓은 호주 땅을 파란 눈이나 갈색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처음에는 상상 속에서 키르기스스탄의 대초원을 지나고, 뾰족하게 솟은 봉우리가 하늘 가장자리에 닿아 있는 아르헨티나 산을 오르는 것으로 만족했다.

내 마음은 낙원의 새들과 서먹하면서도 신뢰감을 불러일으키는 우정을 맺었다.

러시아의 경이로운 광활함이 군데군데 자작나무로 장식된 평원의 형태로 내 머릿속에 그레이하운드처럼 매끈하게 떠올랐는데, 그럴 때마다 내 속에서는 강인한 굳건함과 명랑한 인내심이 되살아났다. - 산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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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어제보다는 덜 추운 듯하다. 추운 겨울이다. '산책자'(배수아 역)에 실린 로베트르 발저의 '겨울'을 읽었다. 그렇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The Four Seasons, Winter, 1861 - Paul Cezanne - WikiArt.org


겨울은 추위로써 능력을 과시한다. 바라건대 모든 방에 난롯불이 타오르고 모든 이의 몸에 외투가 걸쳐지기를. 모피와 실내화가 중요해지고, 불이 매력을 되찾으며, 누구나 온기를 원하게 된다. 겨울은 긴 밤을 가지며, 짧은 낮과 앙상한 나무를 갖는다.

얼마 전에는 이런 꿈을 꾸었다. 나는 둥글고 섬세한 얼음판 위를 날고 있었다. 얼음은 유리창처럼 얇고 투명했으며 표면은 마치 유리로 된 파도 모양으로 솟아올랐다가 하강하고 있었다. 얼음판 아래서 봄의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수호천사의 손에 들려진 듯이 나는 이리저리 둥실 떠다녔고, 아무런 중력의 구속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움직임에 즐거워했다.

호수 한가운데 사원이 하나 있는데, 다가가 보니 그것은 사원이 아니라 식당 겸 술집이었다. 안으로 들어선 나는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해서 먹고 마신 후 담배 한 개비를 피웠다. 그런 다음 밖으로 나와 조금 전의 연습을 계속하려고 하자 수면의 얼음이 깨져버렸고, 나는 반갑게 맞아주는 꽃들 사이로 깊이깊이 가라앉았다.

겨울 다음에는 언제나 봄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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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둘째날인 오늘 '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로베르트 발저)를 읽기 시작했다.


로베르트 발저의 쓸모없는 인간, 방랑자, 한가한 산책자는 "낭만적인 독일 숲과 계곡"(베냐민)의 직접적인 소산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많은 글을 보면 숲은 낭만주의와 마찬가지로 무의식적인 것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

그의 글은 유혹과 위험이라는 양가감정을 깔고 있고, 대부분 ‘간접적으로’, 그러니까 신문이나 예술 작품, 문학작품에서 소재와 자극을 얻는다. 연대순으로 정리된 이 책은 신문 문예란에 기고한 글을 비롯해 발저 생전에 출간되지 않은 글까지 모아놓았다. 하나같이 숲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글이다.

발저의 텍스트는 "초록빛 수수께끼"나 "전능한 지배력의 초록", 비밀에 찬 숲, "작은 새", 떡갈나무 숲, 전나무 숲, 불가사의한 마법의 숲, 산불, 또는 "활기 없고 죽고 짓눌린" 바위의 숲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글들은 숲의 미학을 강조한다. 또한 1903년의 초기 단편에서는 숲이 오직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화가에 의해서만 묘사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에 숲에 들어가 어둠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는 예술가는 아무것도 보지 못할 거라고 말한다. - 엮은이 후기

엮은이 자비네 아이켄로트Sabine Eickenrodt 에르하르트 쉬츠Erhart Schü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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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6-01-03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명화로 페이퍼를 장식하셨네요!
눈이 호강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곡님.^^

서곡 2026-01-03 22:4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모나리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