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과 성수를 무대로 한 장편소설 '위대한 그의 빛'(심윤경) 때문에 지난 해 12월 별세한 고 정아은 작가의 '잠실동 사람들'(2015)이 생각났다. 아래 옮긴 글은 '작가의 말' 일부이다.
By C. J. Lee - 잠실, CC BY 2.0 (2017)
“소설을 쓰기 전엔 교육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뀌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소설을 쓰면서는 나라가 바뀌어야 교육이 바뀌겠구나, 생각했지요. 소설을 마칠 때쯤엔 그런 생각을 했던 자신이 참으로 어리숙하게 느껴졌습니다.” [소설가 정아은, 장편 ‘잠실동 사람들’ 펴내] https://www.segye.com/newsView/20150212003592?OutUrl=daum
올초 새로 발간되었다. 목차가 동네 주민들로 짜여 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원래 누구의 소유였는가? 그는 어떻게 해서 이곳을 소유하게 되었는가? 의문은 점점 증폭되어 종내는 해방 전후의 사회사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힘들의 우열은 어떻게 결정되었는가? 그 과정은 정당했는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았던 일상의 시공간들이 갑자기 커다란 물음표로 다가왔고, 저는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 사이를 넘나들며 울고 웃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잠실은 70년대에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조성했던 5층짜리 아파트 단지 네 개를 모두 밀어버리고 30층에 가까운 고층 아파트로 가득 채운, 한국인의 역사와 문화와 가치관을 보여주는 전형과도 같은 동네입니다. 길고 날카로운 칼처럼 하늘을 찌르고 있는 고층 빌딩 숲 바로 건너편에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재래시장과 낮은 빌라촌이 공존하고 있지요.
대한민국의 오래된 아파트들 대부분이 재건축을 거쳐 30층 이상의 고층아파트로 올라갈 예정이라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잠실은 대한민국 거주문화의 명징한 미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소설의 배경으로 잠실을 택한 이유이고, 또한 이 소설이 잠실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닌 이유입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대단지 고층아파트라면 어디에서든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전형에 불과합니다. 부디 그 인물들이 잠실동 주민 모두를 대변한다고는 생각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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