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로베르트 발저) 수록작 '헬블링 이야기'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의Nadiia Ganzhyi
오디오북이 있다.
겨울에 그녀는 내게 말한다. "봄이 돼서 함께 공원 오솔길을 산책하면 정말 좋을 거예요." 그리고 봄에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랑 있으면 지루해." 그녀는 결혼해서 대도시에서 살고 싶어 한다. 아직도 삶에서 바라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극장과 가면무도회, 예쁜 옷, 와인, 웃음과 여흥, 즐겁고 활기찬 사람들, 그녀는 그런 것들을 사랑하고 그런 것들을 동경한다. 나도 동경하긴 하지만 어떻게 하면 그것들을 얻는지는 알지 못한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아마도 다음 겨울에는 일자리를 잃을 것 같아!" 그러자 그녀는 커다란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왜?" 하고 물었다. 그녀에게 무슨 대답을 해줬어야 하나? 나는 그녀에게 내 성격적 특징에 관해서조차 한 번에 다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녀는 나를 경멸할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녀는 내가 어느 정도는 능력 있는 남자라고 믿고 있다. 좀 이상하고 좀 지루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세상에 자신의 자리를 확고하게 갖고 있는 남자라고 말이다.
만약 그런 그녀에게 "네가 착각하는 거야. 내 자리는 불안하게 흔들려"라고 한다면 그녀가 나와의 관계에서 품었던 모든 희망이 산산조각 나버릴 것이며, 따라서 더는 내 주변에 머물고 싶어 할 이유가 사라진다. 나는 그냥 내버려둔다. 나는 어떤 일이 썰매처럼 미끄러지게 하는 데는 선수다. - 헬블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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