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진 산문집 '그리운 동방' 3부 책글 편에 단편소설 '돼지꿈'(황석영) 독후감이 있다.

사진: UnsplashOliver Sharp


cf.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에 '열린 사회와 그 적들'(김소진)이 포함되어 있다.





1970년에 발표된 황석영의 소설 『돼지꿈 』에는 이상하게도 뜻밖의 재물을 얻을 횡재수로 풀이되는 길몽인 돼지꿈이 묘사되거나 거론되는 대목이 한 군데도 없다. 오히려 돼지가 나와야 할 자리를 살집이 좋은 개가 대신 나와서 줄기차게 차지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어느 대학의 기본 열람실 개가식 서가에서 이 책을 뽑아 읽는 순간 한 미아리 산동네 출신의 문청은 이렇게 탄성을 베물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이렇게 후줄근한 사람의 땀냄새와 구린내 나는 듯한 목소리 그리고 숨기고 싶은 속내들이 모여 감히 소설을 이루는구나! 그 순간 소설은 형이상학의 권좌에서 내 어깨 위로 내려와 소년기에 묻어둔 산동네의 기억을 흔들어 깨우는 손길로 변했다. 아마 이 소설이 아니었다면 난 끝내 글쓰기의 길로 나서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돼지꿈은 바로 누추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70년대 민중이 마지막으로 붙들고 있던 보루였다. 작가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결국 아무한테도 돼지꿈을 화끈하게 꾸도록 배려해주지 않았다. 그건 개꿈보다 더 나쁜 가짜이니까. 이런 작가의 투철한 시선과 현실 사이의 긴장이야말로 70년대를 풍미한 황석영의 리얼리즘에 어거지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한국일보 1997년 1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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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기가 생겨 읽는 중인 김소진 산문집 '그리운 동방'에 고양이가 나오길 고양이와 눈이 마주친 후 엄마 생각이 나버린다. 대학 시절 과 학회지에 발표한 글이다. 2부 습작 편에 실려 있다.

사진: UnsplashFemke Beirens


삼십대에 요절한 고 김소진 작가가 참여한 '서른 살의 강'(1996)을 찾아둔다.







고양이의 눈동자를 자세히 들여다본 일이 있는가? 고것의 요상스런 눈빛만 아니었더라면 난 울 필요까진 없었을 텐데. 그놈이 꼼짝도 않는 게 수상쩍었지. 아, 그리고 고것의 눈동자를 안경도 안 쓴 눈으로 째려보자니 눈이 아려서 그득히 고인 시거운 눈물을 고개 돌려 찔끔 짜내고 보니 고놈의 얼굴이 누군가를 닮았다는 생각이 퍼뜩 스쳤던 거지. 바로 사람 말이야. 그러자 무심코 바라봤던 고것의 눈동자가 애처로운 빛을 띠고 있다는 생각이 덩달아 들지 뭐야그래. 이건 뭐 개떡같은 빌어먹을 건지, 사람을 환장하게 만들지 또 뭐야. 엄마의 얼굴을 그때 떠올리다니.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내가 최면에 걸리고 있었다는 말이 맞대니까. 축 처진 눈꺼풀 아래 얼빠져 구르는 엄마의 퉁방울 눈이 어떻게 사람을 호리도록 야무진데다 칼날처럼 곧추 찢어진 그놈의 눈동자와 닮아 보일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응, 그러고 보니 콧잔등은 좀 닮은 듯도 싶었다. 아무리 그렇지만……

항상 내가 잠이 드는 밤늦게야 노가다판에서 돌아오는 엄마. 먼지가 뽀얗게 앉은 머릿수건을 풀지도 않은 채 어느새 나를 안고 소리죽여 흐느끼던 엄마. 눈물은 째째한 장부나 흘리는 것이기 때문에 난 안 울었지. 그때 눈물을 간신히 참고 바라보았던 엄마의 눈물이 흥건했던 눈동자.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그놈의 눈동자에서 엄마의 눈동자를 연상해냈던 것은 인정해야만 되었다. 나는 소름이 온몸으로 퍼져가는 느낌을 전율하면서 받아들이고 있었다. - 소외(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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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시점 짧은 소설 '공공연한 고양이'에 김멜라 작가는 '유메노유메' 를 실었다. '유메'는 일본어로 꿈을 뜻한다.

Image by Vicky Ruiz from Pixabay


cf. 김멜라 작가는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협업한 소설집 ' 한 사람에게'(2026)에 참여했다.






빵집 앞 풀숲에서 발견된 검은 새끼 고양이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친구도, 엄마 고양이도 모른 채 살아가는 그 고양이에게 너란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 고양이와 고양이의 동거인이 마음껏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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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세계 고양이의 날이라 전에 읽은 책 '공공연한 고양이' 수록작 '유메노유메'(김멜라)를 재소환했다. 

Image by Bianca Van Dijk from Pixabay


김멜라 작가는 2024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았다.






미애는 크루아상을 먹으며 새끼 때 내가 얼마나 까맣고 말랐었는지 얘기했다. 자기가 고양이를 키우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고 그때 나를 맡겠다고 손을 든 건 조셉이 불쌍해서였다고.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아 점점 어두워지는 조셉의 표정을 보며 미애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었다고 했다.

"아마 넌 바닷가에 사는 고양이였을 거야. 빵집에서 바다가 가깝거든. 거기 고양이들이 많이 살더라고. 이따 바다에 가볼래? 네 엄마나 가족이 있을지 모르잖아."

미애는 내 마음을 하나도 몰랐다. 나는 새끼 시절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겐 한 번도 엄마가 없었고 나는 친구를 사귀어본 적도 없었다. 내겐 오직 미애가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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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계 고양이의 날이다. 야옹!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캐시어 바디) 중 제라늄 편에 고양이가 등장한다.

사진: UnsplashTanya Myroniuk


cf. '고양이 미술관'(박송이)에서 르누아르의 '제라늄과 고양이'란 그림을 발견했다.

Geraniums and Cats, 1881 - Pierre-Auguste Renoir - WikiArt.org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의 저자는 제라늄에 대한 단행본도 냈다.






화분에 심은 제라늄은 집, 특히 빅토리아 시대 이상적인 집으로 생각된 시골 오두막의 상징이 되었다.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고양이처럼 창가에 놓인 주황색 제라늄은 집안이 아늑하고 쾌적하고, 밝고 깨끗하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화단의 꽃은 여름이 지나면 뽑아버리지만, 화분에 심은 제라늄과는 몇 년씩 관계를 지속할 수 있고, 꺾꽂이로 대를 이어나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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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6-08-08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고양이 사진 너무 치명적입니다. 제라늄하고 잘 어울리네요^^

서곡 2026-08-09 08:1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쵸 냥님들 뭔들하고 안 어울리겠나만은 너무 이쁘죠

페넬로페 2026-08-09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르누아르의 그림 넘 강렬합니다.
거기에 있는 고양이도 꽃처럼 보이네요.

서곡 2026-08-09 09:32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고양이가 꽃과 어우러져 일체화된 느낌입니다 빨간리본이 묶인 바구니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