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게네프 단편집'의 '만남'을 읽었다. 착한 여자와 나쁜 남자의 만남을 화자(나)가 목격한다.

Young Man with Cornflower, 1890 - Vincent van Gogh - WikiArt.org 이 청년이 물고 있는 꽃이 수레국화이다.







"이건 야생 마가목 꽃인데,(그녀는 다소 생기를 되찾은 듯 말했다.) 송아지들에게 좋아요. 그리고 이건 전륜화인데, 종기에 좋아요. 그리고 이것 좀 보세요. 태어나서 이렇게 멋진 꽃은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이건 물망초, 이건 향기 나는 제비꽃… 그리고 이건 당신 드리려고… 맘에 들어요?"

그녀는 노란색 마가목 꽃들 사이에서 가느다란 풀로 엮어진 작은 하늘색 수레국화 다발을 꺼냈다.

빅토르는 천천히 팔을 뻗어 그것을 받아 들고 냄새를 맡아보더니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무슨 대단한 생각에나 잠긴 듯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는 수레국화 다발을 풀밭에 떨어뜨렸고, 외투 주머니에서 청동 테의 손잡이가 달린 안경을 꺼내서 쓰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눈썹을 찌푸리고 뺨에다 코까지 실룩거리며 써보려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유리알이 빠져 그의 손으로 떨어졌다.

나는 잠시 서 있다가 수레국화 다발을 집어 들고 숲을 벗어나 들판으로 나왔다. 해는 다소 뿌옇지만 맑은 하늘에 낮게 머물러 있었다. 햇살은 다소 빛이 바랜 차가운 느낌이었고, 눈이 부시지도 않았으며, 거의 물빛으로 아주 고르게 펼쳐져 있었다. 저녁까지는 30분도 채 남지 않았건만, 석양은 이제야 겨우 물들 채비를 시작하는 듯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불쌍한 아쿨리나의 모습은 오랫동안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으며, 그녀의 수레국화 다발은 이미 오래전에 말라버렸지만, 아직도 집에 보관하고 있다. - 만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근 부추를 많이 샀다. 빵에 곁들여 먹어봐야겠다. '매일매일 채소롭게'(단단)로부터 옮긴다.

By www.aziatische-ingredienten.nl (위키미디어커먼즈)







부추는 겉절이나 전처럼 주인공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도 맛있지만 다른 요리에 곁들였을 때도 매력이 있다. 버섯이나 양파 볶음 요리를 할때 같이 볶아도 좋고, 찌개나 국 요리에 넣어도 좋다. 빵이나 디저트 재료로도 잘 어울린다. 대전의 유명한 빵집 성심당의 대표 메뉴인 부추빵을 떠올려 보면 빵과 부추의 궁합을 의심할 수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고 긴 나무의 삶'(피오나 스태퍼드)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사진: UnsplashAshley Kruse







사시나무는 매서운 겨울 강풍을 견뎌내는 힘과 강인함을 가졌음에도 유난히 튼튼하다는 명성은 결코 누려보지 못했다. 사시나무의 학명 포풀루스 트레물라Populus tremulas는 이 나무의 가장 두드러진 물리적 특징을 드러낸다. 사시나무는 떠는 포플러다. 나뭇잎을 쉴 새 없이 떤다. 다른 나무들이 잠들어 있는 초가을 아침에도 사시나무는 무성한 늦여름 이파리를 부드러운 안개로 감싸고, 있지도 않은 산들바람을 찾아 길고 가느다란 줄기를 떨고 있을 것이다. 존 키츠는 미완성 서사시 〈히페리온Hyperion〉에서 정복당한 고대 대지의 신들을 그릴 때 이 패배한 이교 신들의 지도자가 흐린 눈에 마비된 혀, ‘사시나무 병으로’ 벌벌 떠는 수염을 가졌다고 묘사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투르게네프 단편집(이반 투르게네프 저/김민수 역)의 두번째 수록작 '만남'을 읽고 있다.

By GlacierNPS 2017년 5월19일 촬영 (위키미디어커먼즈)


cf. '만남'은 '사냥꾼의 수기'에 실려 있다.





사실 나는 옅은 연보라색 줄기에 회녹색의 쇠 같은 느낌의 잎사귀들을 부채처럼 펼쳐 가능한 한 위로 높이 들어 올리고 서 있는 사시나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긴 가지에 엉성하게 붙어 있는 둥글고 단정치 못한 잎사귀들이 끊임없이 흔들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여름날 저녁 낮은 관목들 사이에서 자라 오른 사시나무가 지는 해의 붉은 햇살을 향해 우뚝 서 발갛게 빛나며 떨고 있을 때, 또는 청명하지만 바람이 있는 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사시나무의 잎사귀 하나하나가 열정에 가득 차 멀리멀리 떨어져 날아가려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만큼은 괜찮다. - 만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조지 손더스)에 실린 '가수들'(투르게네프)을 읽고서 '투르게네프 단편집'(김민수 역)의 '가수들'을 찾아 읽었다. 번역의 차이가 있다.

Illustration for "Singers" by Ivan Turgenev, 1908 - Boris Kustodiev - WikiArt.org


노래 대결을 다룬 투르게네프의 단편 '가수들'은 '사냥꾼의 수기'(또는 '사냥꾼의 스케치') 수록작으로서 이 작품에 기반한 단편영화가 올해 오스카상을 받았다. cf. [조경란의얇은소설] 내 노래 어떻게 부를까 https://v.daum.net/v/20260219230015337 영화와 원작소설을 소개한 칼럼이다.





그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고 밑으로 내려간 속눈썹 사이로 두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깊은 숨을 내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그가 뱉어냈던 소리는 약하고 고르지 않아서 마치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어딘가 먼 곳에서 우연히 방으로 들려오는 소리 같았다. 떨리고 약간 울림이 있는 그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았고 니콜라이 이바니치의 아내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첫 번째 음이 지나고 그 다음에는 보다 힘 있고 긴 선율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후에는 마치 손가락으로 현을 세게 튕겼을 때처럼 금방 사라질 것 같은 떨림음이 두 번, 세 번 지속되고 다시 음이 점점 세지면서 슬픈 노래가 이어졌다. ‘들판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나 있었다.’ 그는 이런 가사의 노래를 불렀고, 우리는 달콤한 노랫말에 빠져들었다. 솔직히 이런 목소리는 처음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약간 갈라지고 떨림이 있었으며, 처음에는 가슴을 저미게 했지만 그 목소리 안에는 가슴 깊은 곳에서 요동치는 진정한 열정과 젊음, 힘, 기쁨, 그리고 어떤 깊은 애수가 녹아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참되고 가슴 뭉클한 러시아적 영혼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마음을, 러시아의 현을 통째로 흔들고 있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선율이 계속 퍼져갔다. - 가수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