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동화 '룸펠슈틸츠헨'(고블린 즉 괴물 요정의 일종이다)은 아기가 태어나면 데려가려는 점이 '라푼젤'과 비슷한데 이름을 맞추면 아기를 안 데려간다는 전개가 독특하고 흥미롭다.

By Anne Anderson (1874-1930)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약속대로 왕은 그녀와 결혼했고, 아름다운 방앗간 집 딸은 왕비가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나자 왕비는 예쁜 아이를 낳았습니다. "이제 약속했던 것을 줘야지요."

왕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온 나라의 보물을 다 주겠으니 아기만은 데려가지 말라고 사정했습니다. "사흘의 시간을 주겠어요. 만약 그때까지 내 이름을 알아맞히면 아기를 데려가지 않겠어요."

오늘은 빵을 굽고 내일은 술을 빚어야지.
모레는 왕비의 아기를 데려오고,
아, 얼마나 좋은지 몰라.
내 이름이 룸펠슈틸츠헨이라는 걸 아무도 모르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가 쓴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중 마지막 장인 9장 '내 영혼에 드리운 그윽한 그림자들'의 마지막 글 '나를 기다리는 두 여인'으로부터 옮긴다.

장흥 보림사 남·북 삼층석탑 및 석등 남쪽전경 (촬영년도 2015년) By 문화재청, KOGL Type 1 * 한승원 작가는 장흥에서 태어났고 현재 살고 있다.


cf. 한승원의 '목선'은 1968년 신춘문예 당선작으로서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에 선정되었다.





아내는 십 남매 가운데 둘째아들인 나에게 시집와서 맏며느리 노릇을 했다. 큰 시동생들 둘에게는 논 사주고, 장가보내고, 살림 밑천 대주고, 동서가 입덧하면 입원시키고, 아기 낳으면 받아주고, 지하방에 끌어들여 돌보고, 어린 시동생 셋을 자기 자식인 양 키우고 가르치고 시집 장가보냈다. 지하방에 사는 시동생의 아들 넷이 뛰고 악쓰고 싸우고 울어대면 달래고, 동화책 읽어주고, 한글 가르치고, 받아쓰기 훈련을 시켜주었다. 내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가 영화로 만들어지고 베스트셀러가 되어 형편이 좀 풀렸을 때, 셋방살이하는 시숙님과 막내 시누이의 집을 사주자는 말에 선선히 동의를 했다.

아버지의 시간은 지금 시속 팔십 킬로미터로
달려가고 있어요, 하던 소설가인 딸의 말을 떠올린다.
내 속에 물이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무단히 울고 싶어진다.
철없는 나의 몸은 봄을 노래하는 한 편의 시가 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 강수연 배우가 3년 전 오늘 별세했다. 석가탄신일이 최근이었는지라 그녀의 주연작들 중 '아제아제 바라아제'에 눈길이 간다. 임권택 감독이 연출하고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가 원작을 썼다. 내용이 두 비구니 스님의 대조적인 역정인데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떠오른다.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K/04193 이 링크에 연결된 한국영상자료원 채널에서 무료 감상 가능하다.


한승원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불광출판사) 9장 '내 영혼에 드리운 그윽한 그림자들'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강수연, 2017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레드카펫 By sj - http://sjcontents.tistory.com/949, CC BY 4.0


한승원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60XX69700115 (장석주)




나는 나의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에서 주인공에게 삼천 번의 절을 하라는 벌이 내려지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지만, 나는 삼천 번의 절을 해본 적이 없다. 그것은 하루 내내 땀을 뻘뻘 흘리며 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중노동에 해당하는 벌이라고 들었다. 그렇지만, 삼천 번의 절은 뜻 있는 젊은 스님들에게 용맹정진의 한 방법이자 참회의 기도이기도 하다고 들었다. - 절하고 싶어 절에 갑니다

나를 그곳으로 안내한 신문사의 대구 지사장이 스님의 상좌에게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쓴 소설가가 인터뷰를 하려 하는데 응하게 해달라고 청했다. 상좌의 말을 들은 스님이 거실로 나왔고, 지사장이 "삼배를 해야 인터뷰에 응하십니다" 하고 나에게 속삭였으므로, 인터뷰를 얻어갈 생각에 얽매여 있는 나는 얼떨결에 스님에게 삼배를 했다. - 부처님의 맨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캐츠 [Cats]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영미문학, 2013. 11., 권오숙, 이동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996893&cid=41773&categoryId=44395


'뮤지컬 익스프레스 슈퍼스타'의 '캣츠' 편으로부터 옮기며 -  스포일러: '캣츠'의 결말이 나온다 - '메모리'를 듣는다.

At the Chowdiah Memorial Hall, Bangalore (2014) By Mike Prince from Bangalore, India - Cats The Musical, CC BY 2.0






《캣츠》의 대표 넘버인 〈Memory〉를 부르는 고양이는 늙어버려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그리자벨라’이다. 그리자벨라는 지나가버린 아름다운 과거를 회상하며 외로운 처지에 놓인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지만 또다시 찾아올 새로운 날을 노래하며 다른 고양이들에게 자신을 바라봐달라고 호소한다. 결국 모든 고양이가 그리자벨라의 이야기에 감동하고,‘젤리클 캣’으로 선정해 새로운 묘생을 시작할 수 있는 고양이들의 천국 ‘헤비사이드 레이어’로 올려보낸다.

원작 시에는 그리자벨라에 대한 이야기가 없지만 엘리엇의 부인이 그리자벨라의 이야기가 담긴 미발표 시 하나를 앤드류 로이드 웨버에게 보여주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원작에 없던 ‘그리자벨라 고양이’와 세상에 없던 명곡 〈Memory〉를 뮤지컬에 함께 등판시키는 신의 한 수를 보여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중한 경험'(김형경)은 내 '알라디너 인생네권'(알라디너가 된 후 읽은 책 중 특별한 책 네 권) 중 하나이다. 황금연휴가 끝나간다.


여성 초현실주의자들의 '역대급 전시' https://v.daum.net/v/20240909113805823 작년 9월에 우리 나라에서 레메디오스 바로를 포함한 초현실주의 여성화가들의 전시회가 열렸다.





이야기하는 동안 내 슬픔은 서서히 가라앉았고, 내게서 떠난 감정은 그녀에게 되돌아갔다. 회피했던 슬픔을 받아안은 후 그녀는 오래 눈물을 흘렸다. 그녀와 나를 울린 슬픔은 그녀의 것도 나의 것도 아니었다. 그녀 아버지의 슬픔이 그녀에게 대물림된 것이고, 잠시 내게 전염되었던 것이다. - P1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