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2023년의 마지막 날이다. '다사다난'은 늘 실감 나는 말이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음은 삶의 조건이며, 겁을 먹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1913년 세기의 여름' 읽기를 마친다. * 이 책이 우리 나라에 2013년 번역출간되었기 때문에 아래 '옮긴이의 말' 발췌글에 "100년 전 유럽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해줄 타임머신"이라고 나온다. 


바람의 신부 https://blog.aladin.co.kr/790598133/14781513 알마와 오스카 https://blog.aladin.co.kr/790598133/14890288

Self-portrait, 1917 - Alice Bailly - WikiArt.org 1913년의 그림을 찾다가 발견한 스위스 여성 화가이다. https://www.wikiart.org/en/alice-bailly


Equestrian Fantasy with Pink Lady, 1913 - Alice Bailly - WikiArt.org


Cemetery, 1913 - Alice Bailly - WikiArt.org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유럽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해줄 타임머신이다.

끊임없는 전쟁의 위협과 각박한 도시생활에 지쳐 사람들이 자기소외에 갈팡질팡하는 불안의 시대이자, 신경과민의 시대이고, 이미 곳곳에서 번아웃burnout 신드롬이 나타난다.

평론가의 혹평에 상처받고 좌절하는 토마스 만을 볼 수도 있고, 결혼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불가능함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헤세를 만나게 되고, 1년 내내 결혼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카프카의 우유부단함을 엿볼 수도 있고, 아꼈던 제자 융의 도전에 상처받고 우울해하면서 마치 그 복수라도 하듯 친부살해 이론을 세우는 프로이트의 모습도 보게 되고, 오스카 코코슈카가 광기와 같은 사랑의 열병에 고통스러워하면서 걸작 〈바람의 신부〉를 완성해가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해에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지금은 모든 것이 강도가 심해졌고,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 의존적이다. 그렇지만 그때도 그랬듯이 또다시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인간이 언제 또 자기가 쌓아올린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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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31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31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피닷 2024-01-01 0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곡 2024-01-01 01:4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루피닷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선균 고민토로 “배우로서 사춘기 왔다”]2013.02.16 https://www.mk.co.kr/star/hot-issues/view/2013/02/119729/


고 이선균 배우 출연작 목록을 보다가 2013년 초에 방송한 '행진'이란 프로그램을 발견했습니다. 이 배우가 친구들과 함께 겨울의 추운 강원도에서 걷는 내용입니다. 1975년 3월에 태어나 2024년 3월에 마흔아홉이 될 예정이었으나 아시다시피 그는 불혹의 나이테를 완주할 수 없었습니다. '논어'(조광수 옮김, 책세상)의 마흔-불혹을 찾아보며, '해제 - 품위 있는 정치와 유정한 천하를 위한 구상'의 '3. 공자의 꿈과 이상' 중 '(3) 군주의 권력'으로부터 일부 옮깁니다. 올해 초 방영한, 이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 '법쩐' 대본집도 함께 담습니다. 


'행진' 예고 2013. 2. 6. https://youtu.be/RMu0Ev_3uPg?si=nXktXKBkdDGP9n20


'행진'과 '법쩐'의 사이에는 십년의 시간이 놓여 있다. 

[법쩐 배우들이 전하는 마지막 인사!] 2023. 2. 13. https://youtu.be/U_lRBZGfnaM?si=goK3N9mMDQmU6r9r


공자가 말했다. "정치는 덕으로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북극성이 제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모든 별들이 그 주위에 모이는 것과 같다."

공자가 말했다. "시 삼백 편을 한마디로 하면 생각에 어긋남이 없다는 것이다."

공자가 말했다. "권력을 써서 따라오게 하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들이 면하려고만 하지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하지만 덕으로 이끌고 예로 다스리면 부끄러워 할뿐 아니라 스스로를 바로잡아 선하게 된다."

공자가 말했다. "내 나이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섰으며, 마흔에 유혹을 이겼고, 쉰에 하늘의 뜻을 알았으며, 예순에 무슨 말이든 다 들어줄 수 있게 되었고, 일흔에 이르러서는 내 마음이 하자는 대로 해도 경우에 어긋나지 않게 되었다." - 제2장 위정爲政

역사는 성군과 명군보다는 그저 범용한 군주들이 더 많았고 암군 내지는 폭군도 끊이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공자는 평생 동안 애써 자신을 닦으며 산 사람으로, 열다섯에 뜻을 세워 마흔에야 불혹을 외쳤다. 마흔이란 나이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유혹이 많은 나이다. 그러나 공자는 과연 성인답게 마흔에 불혹을 자랑했다. 그리고 그런 자질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더 수양을 한 결과, 일흔에야 비로소 세상 이치를 터득하게 되었다. 공자 같은 대재大才가 그렇다면, 보통의 자질을 타고나서 배움보다는 색에 더 이끌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성인의 경지에 오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성인은커녕 군자가 되기도 수월치 않다. 이렇듯 도덕성을 강조해서 권력을 제한하고자 하는 방법은 수양에의 의지가 있는 자발적인 군주에게만 효과가 있을 뿐, 인생은 음식남녀가 아니냐며 그저 색만 좇는 군주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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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 Ambient album 'Being-with' : Highlight Medley https://youtu.be/dQekxIjngcc [인터뷰]루시드폴이 기타 대신 마우스를 잡은 이유 https://sports.khan.co.kr/entertainment/sk_index.html?art_id=202312191645013&sec_id=540301&pt=nv


루시드폴 신보 소식과 더불어 신작 산문집 '모두가 듣는다' 중 '《Being-with》를 위한 라이너 노트'로부터 일부 가져온다.


루시드 폴 - 너는 내 마음속에 남아 MV https://youtu.be/hdm3t-IC0Es 출연: 이선균  * 루시드폴과 고 이선균은 둘 다 1975년 3월 생이다.


너는 내 마음 속에 남아 · Lucid Fall / 초콜릿 우체국 ... For You (2004) https://youtu.be/pQEEFpIWID0

《Being–with》는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를 위한 찬가입니다. 수많은 이들의 소리를 재료 삼아 만든 다섯 편의 음악 모음집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소리는 물론, 바닷속 생물과 풀벌레, 미생물이 내는 소리로 만든 곡도 있고, 공사장에서 담아 온 온갖 굉음으로 만든 곡도 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연대의 음악도, 삶과 죽음 너머로 흩어진 영혼을 진혼하는 곡도 들어 있습니다.

《Being–with》는 크게 듣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이, 마치 소리 향초처럼 듣는 이의 공간을 채워준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누군가, 아주 적요한 곳에서 내가 만든 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여준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기쁩니다. 어떻든 이 음악이 누구의 귀에도 거슬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Being–with》를 굳이 규정한다면 미니멀 음악minimal music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티프motif의 ‘반복 없는 반복’이 앨범을 관통하는 방법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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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마술 상점에서 생긴 일'(허버트 조지 웰스)을 읽었다.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7a0659b 허버트 조지 웰스 Herbert George Wells





Magician, c.1971 - Rudolf Láng - WikiArt.org



The magician (Self-portrait with four arms), 1952 - Rene Magritte - WikiArt.org


우리 나라 최초 여성 마술사 정은선 https://www.nocutnews.co.kr/news/4113008?c1=191&c2=198 (2007)

"무얼 찾으시나요?" 그는 길고 마법 같은 손가락을 유리 케이스에 양쪽으로 쫙 벌려 놓고 말했다. 우리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깜짝 놀라 소리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음, 아들에게 몇 가지 간단한 마술 상품을 사주고 싶은데요." 내가 말했다.

‘음!’이라고 주인이 말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다음 아주 분명하게 그의 머리에서 유리 공을 꺼냈다. "이런 공은 어떤가요?" 그는 유리 공을 내밀었다. 나는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했다. 예전에 오락 마술 무대에서 속임수를 본 적이 있었는데, 아주 흔한 마술사의 교묘하게 속이는 기술을 이곳 상점에서 볼 줄을 상상도 못 했다.

"이 물건이 얼마죠?" 내가 물었다. "우리는 유리 공에 대해 요금을 받지 않습니다." 주인이 정중하게 말했다. 우리는 언제나 잡아 꺼낼 수 있지요." 그가 말하면서 팔꿈치에서 유리 공 하나를 꺼냈다. "그래서 항상 공짜랍니다." 그는 목뒤에서 다른 물건을 꺼내고 계산대 위에 나란히 올려놓았다.

"쯧쯧!" 마술 상점 주인이 내 머리에 눌러 쓴 모자를 살며시 벗겨냈다. "경솔한 새 같으니! 세상에 맙소사! 둥지를 틀고 알까지 낳았네!" 그는 내 모자를 흔들며 두세 개의 달걀, 큰 구슬, 시계, 매끈한 유리 공 6개 정도를 내밀었다. 그리고 꾸깃꾸깃 구겨진 종이가 점점 계속 나왔다.

그 구겨진 종이는 점점 더 계산대 위에서 부풀어 올라서 주인장이 우리 눈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였다. 마치 종이 뭉치에 숨겨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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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마지막 날, 즉 올해의 말일이 가까이 다가오는 중이다.

 

New Year Ball at Park Otel - Ibrahim Calli - WikiArt.org 튀르키예 화가의 그림이다. https://www.wikiart.org/en/ibrahim-calli

 Weinebene, Austria - UnsplashWorld of Magic

남편과의 생활에 지치고, 자기 예술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케테 콜비츠는, 섣달그믐 밤에 이렇게 한 해를 결산한다. "어쨌든 1913년은 별 탈 없이 지나갔다. 죽지도 않고, 무기력하지도 않고, 상당히 내면적인 삶이었다."

1913년 섣달그믐. 슈펭글러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는다. "내가 소년이었을 때, 섣달그믐 밤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약탈되어 치워지고 모든 것이 예전처럼 아주 무미건조해졌을 때 느꼈던 기분이 떠오른다. 나는 혼자 침대에 누워 밤새 울었고, 다음 크리스마스 때까지 그 한 해가 너무 길고 우울하게 느껴졌다. 오늘, 지금 세기에 존재한다는 것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문화, 아름다움, 색채의 모든 것이 약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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