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읽다 만 '정신분석과 전쟁신경증'(1919)을 마저 읽는다. 제1차세계대전 종전 직전에 열린 제5회 정신분석학회의 결과물이 정리된 책이다.[네이버 지식백과]전쟁 신경증 [WAR NEUROSIS] (정신분석용어사전, 2002. 8. 10., 미국정신분석학회, 이재훈)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55972&cid=48639&categoryId=48639

1차세계대전(1916)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7654875

환자는 심한 안면 틱을 보였습니다. 얼굴을 계속 찌푸리고 있었고 오른쪽 무릎 관절의 구축도 있었습니다. 암시에 의한 통상적인 치료로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최면을 수행하자, 환자의 의식에 최초의 폭격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의식을 잃은 채 폭파된 잔해 아래에 누워 있다고 말했고 고향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습니다. 꿈 같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는 최면 중에 얼굴을 계속 찌푸리더니, 숨을 쉬기 위해서는 얼굴에 덮인 모래더미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는 다리를 구부렸습니다. 뾰족한 돌이 오른쪽 발꿈치 위를 누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얼굴을 찡그리는 증상과 무릎 관절 구축은 바로 그 때문에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1년 후 저는 최면을 통한 교정을 시도했고 그의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무의식의 기저에 통증 감각이 있어서 그 통증을 없애려는 특정 자세를 강박적으로 취했던 사례입니다. - 에른스트 지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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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버틀러,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주디스 버틀러 지음, 양효실 옮김)의 ‘3장 발터 벤야민과 폭력 비판’ 중 ‘살아 있는 것의 이름으로’를 읽는다.



[교전 중단 24시간 연장…미-이스라엘 ‘추가 작전’ 이견? / KBS 2023.12.01.]


법적 폭력에 대한 벤야민의 비판은 우리에게 삶, 상실, 고통겪기, 행복과 연관해서 이해하고 있는 것을 중지할 것, 고통겪기, ‘몰락’, 행복의 관계에 대해 질문할 것, 그리고 국가폭력을 수단으로 한 상실의 영구화와 삶의 죽음화에 대항하기 위해 어떻게 일시성이 신성한 가치를 지닌 것에 접근하는지 볼 것을 다그친다. 신성한 일시성은 국가폭력에 맞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단순한 생명이란 무엇인지 보여주는 원리로서 대단히 잘 기능할 수도 있다.

우리가 겪는 고통이 되풀이되는 몰락의 리듬, 심지어 영원한 몰락의 리듬으로 이해될 수 있다면, 우리 자신의 고통은 되풀이되는 고통의 리듬으로 분산되는 것이고, 우리는 더도 덜도 말고 딱 다른 사람만큼 괴로워하는 것이고, 1인칭 관점은 탈중심화될 것이라는, 곧 죄와 보복 모두를 일소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러한 되풀이되는 몰락이 삶에 행복의 리듬을 부여한다면 이는 어떤 의미에서도 순전히 개인적이지는 않을 행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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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디스 버틀러,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 / 거부
    from 에그몬트 서곡 2023-12-02 14:08 
    '주디스 버틀러,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주디스 버틀러 지음, 양효실 옮김)의 ‘3장 발터 벤야민과 폭력 비판’ 중 ‘살아 있는 것의 이름으로’의 마지막 문단이다.Watch Tower, Rafa, Gaza/Egypt 2009년4월 By Marius Arnesen - CC BY-SA 3.0 no, 위키미디어커먼즈 * [“구호품 가자 진입로 확대 논의”…유엔 책임자 요르단행 2023.11.30] https://news.kbs.co.kr/news/pc/
 
 
 

올해의 마지막 달이 시작된 오늘, 정우성 배우가 낭독한 오디오북 '코끼리를 쏘다'를 오전에 듣고 '조지 오웰 산문선'에 수록된 '코끼리를 쏘다'로부터 글을 가져왔다. (정우성 배우가 낭독한 '코끼리를 쏘다'는 박경서의 번역이다. 조지 오웰 연구자 박경서는 다수의 오웰 저작을 번역했다.)



USING ELEPHANTS FOR MOVING LUMBER IN RANGOON, BURMA 1921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버마 순경과 인도 치안 공무원 몇 명이 코끼리가 목격된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척 가난한 동네로, 가파른 언덕 비탈에 야자잎으로 지붕을 인 누추한 대나무 오두막들이 구불구불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이제 막 우기가 시작되어 흐리고 갑갑한 아침이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코끼리가 어디로 갔는지 탐문했지만, 늘 그렇듯 확실한 정보는 하나도 얻지 못했다.

어떤 이야기를 멀리서 들을 땐 확실한 것 같지만, 사건 현장에 가까이 갈수록 모호해진다. 어떤 사람들이 코끼리가 이쪽으로 갔다고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저쪽으로 갔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코끼리 소리를 듣지도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내가 모든 목격담이 다 거짓이라는 결론에 다다랐을 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갑자기 오두막 모퉁이를 돌아 나타난 코끼리가 남자에게 달려들어 코로 그를 붙잡더니 등을 밟아 진창에 뭉개 버렸다고 했다. 우기라 땅이 부드러워 남자의 얼굴이 땅에 끌리면서 깊이 30센티미터, 길이 몇 미터 정도의 도랑이 패였다. 남자는 팔다리를 십자로 뻗은 채 엎드린 자세였고, 고개가 한쪽으로 심하게 꺾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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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02 0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끼리의 난폭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내 선입견(코기리는 양순하다)을 완전히 무너뜨리네요.ㅠㅠ

서곡 2023-12-02 08:08   좋아요 0 | URL
코끼리라고 늘 양순하지만은 않겠지요 ㅎ 코끼리가 부대에서도 많이 동원되었더군요
 

'터프 이너프' 조앤 디디온 편의 마지막 정리이다. 


[Center for Sacramento History - Joan Didion, 1971 / Didion was born December 5, 1934, in Sacramento and died at her home in Manhattan on December 23, 2021, at the age of 87.]

By Steve Shook from Moscow, Idaho, USA - Greetings from Sacramento, California - Large Letter Postcard, CC BY 2.0, 위키미디어커먼즈



디디온은 자신의(그리고 타인의) 감정에 대해 인식론적으로 신중히 처리함으로써, 디디온은 경험을 선명하게 만드는 감정의 능력에 대한 깊은 의혹을 드러낸다. 감정이 제공하는 부가적 데이터는 잠재적으로 판단을 오도할 가능성이 있고, 여타 해석적 프레임과 마찬가지로 회의주의를 통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는 즉흥성에 별로 관심이 없다. 영감을 중시하는 작가도 아니다. 내 관심사는 철저한 통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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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라세레나 지도(1717)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 라세레나는 수도 산티아고 다음으로 오래된 도시라고 한다.


지난 달 말일의 칠레 소식이다. [칠레 라세레나 북북서쪽 바다서 규모 6.7 지진 발생] https://v.daum.net/v/20231031215710766


'지구를 깨우는 화산과 지진 '(최원석 지음)에서 칠레가 언급된 대목을 찾아둔다.




칠레 라세레나의 등대(2020) 사진: UnsplashDavid Vives


[신형철의 문학 사용법:최악의 재난에 대한 최악의 서사](2011)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9277.html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가 쓴 '칠레의 지진'을 소재 삼은 칼럼으로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 실렸다.

화산은 여기저기서 그냥 폭발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화산이 있는 곳을 표시해 보면 특정 지역에 몰려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태평양을 둘러싸고 있는 환태평양 화산대야. 얼마나 화산이 많이 발생하면 불의 고리라는 별명까지 붙었겠어?

일본을 포함해서 인도네시아와 뉴질랜드, 칠레, 북아메리카 연안 지역이 여기에 속하지. 한결같이 화산 활동이 활발하고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인류 역사상 최대의 지진이라고 일컬어지는 1960년 칠레 대지진이 규모 9.5였어. 그리고 2011년 일본에 큰 피해를 입힌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 9.0, 진도 7로 기록되었지.

판의 충돌로 인해 높고 험한 안데스 산맥이 형성되었고, 바다 쪽에는 페루-칠레 해구도 자리하고 있어. 물론 판이 충돌하였으니 이 지역에서도 화산과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지. 그래서 역사상 최대의 지진이 바로 칠레에서 발생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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