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 (Moneyball)에 이어 연이어 읽게 된 마이클 루이스의 스포츠 논픽션입니다.

전작에 비해 ‘경제적 분석’이나 프로스포츠 구단 운영에 대한 이야기가 적은 순수하게 한 미식축구 선수의 삶에 촛점을 둔 책입니다.

글의 대략적인 이야기는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진 흑인 소년이 백인 가족의 도움을 받아 성장해 프로 미식축구선수가 된 이야기입니다.

미국적이지만 충분히 이목을 끌 수 있는 이야기이고 따라서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책에서 묘사하는 주인공 마이클 오어 (Michael Oher)는 6.6피트(약 2m)의 키에 350파운드(약 160kg)의 덩치를 가졌으면서도 스프린터의 빠른 다리를 가진 타고난 운동선수였지만 양육 능력이 없는 미혼모인 엄마를 둔 탓에 수없이 학교를 옮기고 학업을 할 상황도 아니었고 먹을 것이 없어 노숙생활을 하기도 했던 소년이었습니다.

흑백이 인종적으로 분리되어 살아가는 보수적인 테네시에서 주인공은 부유한 백인 가정에 사실상 입양이 되어 살게 되고 보수적이고 종교적 성향이 강한 사립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주인공은 입양가정의 부모들과 학교의 선생들과 축구 코치들의 도움으로 미식축구를 하면서 대학 진학의 길을 모색합니다.

미국의 대학운동선수협회 (NCAA)는 각 대학에 적을 둔 미식축구선수들이 경기에서 뛰려면 고등학교 성적이 최소 2.86을 유지해야 선발이 될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 책을 통해 안 사실은 미국도 운동에 뜻을 둔 이들이 공부에 담을 쌓은 경우가 많아 주인공처럼 미식축구를 해서 대학을 진학할 수 있는 경우에도 진학이 불발되는 경우가 흔하고 미식축구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던 덩치들 중 고등학교 중퇴 뒤 갱이 되거나 마약거래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합니다.

아무튼 대학 운동선수들이 자격 유지를 위해 일정 학점 이상 유지하는 규정을 둔 점은 한국의 스포츠계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식축구의 게임의 법칙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전작인 ‘머니볼’이 프로야구 이야기라서 이해하기가 수월했다면 이 책에 나온 미식축구는 이해가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공격시 공을 패스하는 쿼터백 (Quarterback)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인 마이클 오너는 포지션이 레프트태클(Left Tackle)로 쉽게 말해서 가장 중요한 쿼터백을 방어하는 포지션입니다.

특히 쿼터백을 공격하는 공격수들은 쿼터백이 못보는 지역으로 기습공격(blind side)하기 때문에 이를 막는 레프트태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미식축구 선수 중 레프트태클을 맡을 수 있는 선수는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2m정도 되는 키에 160kg 정도되는 몸무게를 가지면서 빠른 발을 가진 선수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점차 몸값이 올라가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미국 프로야구의 경우 대학을 거치지 않고 바로 프로행이 가능하지만 특이하게 미식축구의 경우는 프로로 가기 위해 반드시 대학팀에서 선수생활을 해야한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읽기 불편한 부분은 마이클 오어의 친모에 대한 부분으로, 맴피스 서쪽에 몰려 있는 흑인 거주지역에 대한 묘사와 그의 가족사입니다.

미혼모인 주인공의 친모는 부양능력이 없는데도 다른 남자들과 약 13명의 자녀를 출산했고, 알콜중독과 마약복용으로 재활센터를 드나들었고 자녀들을 잘 돌보지 못했습니다.

고아원과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살아야 하는 이들 자녀들의 삶을 바라보는 건 정말 불편합니다. 미국이 과연 선진국이 맞는지 회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코로나 발발과 함께 ‘흑인들의 삶이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캠페인이 왜 유럽과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지 그 이면을 들여다 본 느낌입니다.

이 이야기는 전형적인 미국이야기이고 좋게 보면 역경을 이겨낸 인간승리의 이야기로 볼 수 있지만, 좀 부정적으로 보면 주인공의 남다른 능력으로 경제적 성공을 이루었다는 뻔한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책보다 영화를 보시는 것이 더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배우 산드라 블록이 엄마로 나온 영화이고 미국 남부의 상황을 영화가 훨씬 더 잘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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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화와 사회갈등의 역사 도시사 연구 총서 2
김태승 외 지음 / 심산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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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집 중 한국 도시의 도시 발전에 관한 세 편의 논문에 대해 간략히 정리를 해 보려 합니다.
총 8편의 논문이 수록된 논문집이지만 한국관련 논문 3편만 살펴봅니다.

개항당시와 일제시기는 현재 서울의 모습을 만들었던 기반이 된 시기입니다.

조선시대 한양이 어떤 경로와 과정을 거쳐 현재의 서울의 모습이 되었는지 그 실마리를 이 시기에 찿을 수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이루어진 ‘강남개발’이전의 전사를 알려면 이 시대를 살피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첫 두 논문은 개항기 서울의 확장에 관련된 것과 일제시대 경성의 빈민들었던 토막민에 관련된 것이고 마지막 논문은 일제의 여수 신시가지 개발에 대한 것입니다.


이미 언급했다시피, 첫번째 논문은 개항기 서울의 도시개발에 대한 논문입니다. 개항이후 서울은 청계천 남쪽의 남촌 지역이 일본과 청나라를 중심으로 명동, 진고개를 중심으로 개발이 일어나고, 서양 세력들은 중구 정동을 기반으로 종교 시설과 학교 병원 등을 건설합니다.

당시 서울의 도시화는 근대화와 외세침탈이 동시에 진행되었는데, 이전 서양에서 일어났던 산업화와 인수 집중이 같이 일어나는 전형적 도시화가 일어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외국 세역 주도로 근대적 건물과 병원 학교가 만들어지고 자본재적 상품이 유입되는 등 주로 ‘ 건조환경 중심’의 도시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개항기 당시 서울의 가장 유력한 상권 세력은 청국으로 근대이전부터 청과 조선은 조공관계로 맺어져 있었고 경제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이런 배경으로 청나라 상인들로 서울 시민들에게 경제적 횡포를 일삼았습니다.

서울의 도시화 과정에서 조선시대 이래 양반들의 공간이었던 북촌과 외세들이 자리를 잡은 남촌( 청계천 너머 명동과 진고개와 청나라 상인들이 장악한 명동)과의 분리가 나타났습니다.

1897년 고종이 덕수궁으로 환궁한 이후 서구 세력들이 자리를 잡은 남촌 지역인 정동의 위상이 커졌고 이후 서울의 중심은 북촌에서 남촌으로 옮겨졌습니다.

이상이 조선시대 수도였던 한양이 북촌 중심의 사대문 안 지역에서 외세에 의해 개방된 이후 서울이 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첫번째 확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동과 진고개 ( 현재 충무로)와 정동으로의 확장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두번째 논문은 일제시대 경성의 도시화와 빈민주거 문제에 관한 논문으로 ‘경성부의 토막민 ( 土幕民)에 관련된 것입니다.

토막민들은 주거형태에 따른 명칭으로 국유지나 사유지에 집을 짓고 사는 ‘ 토지의 불법 점유자’라고 인식되었는데, 일제하 많은 농민들이 농토를 잃고 도시로 흘러들어와 ‘토막민’들을 형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토막민들은 1930년대 초까지 사실상 식민당국으로부터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사실상 무관심 또는 무통제 상태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1934년 도시계획법인 조선시가지계획령( 朝鮮市街地計劃令)이 제정되면서 토막민의 주거박탈 문제가 시작되었다.

경성의 행정구역 확장이 구체화된 1935년부터 지주들은 그동안 등한시 했던 지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불법적으로’ 사유지를 점유한 토막민들의 토막을 철거하기 시작했습니다.

1937년부터 식민당국은 본격적으로 경성의 시가지게획을 실행하면서 ‘구획정리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1938년부터 본격적으로 토막의 철거와 구축이 이루어졌습니다.

경성부는 본격적으로 토막을 철거하고 나섰습니다.
경성부는 토막민들의 주거를 위해 세민지구를 설정하고자 했지만 중앙 식민 당국( 즉 조선총독부)의 비협조로 좌절되고 토막민들은 끝내 주거를 박탈하고 생활의 안정성이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경성시가지계획(1937-1945)을 실행하기 위해 경성부는 1936년부터 경성부의 행정구역 확장을 실시했고 1937년 이후 본격적으로 구획정리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경성부는 빈민주거대책에 대해 재정을 투입하지 이노았고, 토지 소유자들이 자신들의 토지를 감보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어 성공하기 어려운 조건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중일 전쟁 발발로 모든 정책의 초점이 전쟁 수행에 있어 경성의 토막민 거주 대책은 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식민지 시대부터 도시개발을 하면서 공공성을 무시하고 빈민구제대책을 소홀히 한 것은 이 사례를 보면 그 역사적 뿌리가 깊습니다. 도시계획 자체를 공공적으로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주목할만한 것은 최초 근대적 도시계획인 경성시가지계획 (京城市街地計劃,1937-1945)에서 구획정리사업을 시작한 것인데 이 신도시 개발사업 방식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시절‘영동개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구획정리 사업으로 영동을 개발하라는 명령은 박정희 대통령 본인이 직접 지시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라남도 항구 도시인 여수의 도시개발에 대한 논문입니다.

주요 관심사가 서울이기는 하지만 일제의 여수 도시개발은 식민당국이 소도시를 개발할 때 어떤 입장을 가지고 접근했는지 들어야 볼 수 있는 글입니다.

일제는 여수항을 목포와 부산 두 대항마를 잇는 남해 해상의 요충지로 인식하고 개발을 결정합니다. 논문은 192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의 시기를 고찰하는데, 이 기간동안 일제는 여수항을 매립 준설하여 새로운 신시가지를 조성하고 광주와 여수를 잇는 철도선을 건설하고 여수와 시모노세키 간 정기항로 개설합니다.

여수에는 당시 상당수의 일본인들이 이주해 정착해 있었고 이들은 여수의 수산물 유통권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그에 더해 일본 식민당국은 거시적 식민지 경영 상황에 맞춰 일방적이고 대규모로 여수의 신시가지를 개발하고 철도를 건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수시민들의 이익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신도시 개발과 철도 정거장 건설로 기존의 농지를 잃어 생계가 막연해진 영세민들과 싼값으로 토지를 수용당해 재산권을 박탈당한 영세지주들의 불만이 속출했습니다.

당시 여수신시가지 건설은 남조선철도주식회사( 남철)과 여주읍이 같이 진행하였는데, 주민들이 도시개발을 진행하면서 계속 손해를 봐 진정을 진행하고 항의를 하였음에도 일부 관공리와 지역 유력자들은 남철과 식민 당국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당시 철도용지매수를 위해 활동했던 ‘철도용지매수위원회’는 농토를 잃어 소작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여수지역 농민들과 극단적으로 대치했습니다.
이 모든 저항에 대해 식민당국은 그냥 무시로 일관했습니다.

주목할 것은 여수의 경우 도시의 발달 상황이 아직도 일제시대 시행되었던 도시개발의 영향권 안에 있어 일제에 의한 도시개발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힌국에서 도시개발이 전혀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역사적 요인을 일차적으로 일제시대 도시계획을 성격에서 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식민당국은 효율성과 근대화의 이슈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계획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도시에 실제 살고 있는 주민들은 단지 ‘정책의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앞의 경성시가지계획에서도, 여수의 신시가지 개발계획에도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입니다.


여기서 ‘ 누구를 위한 도시개발인가?’를 진정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단지 겉보기에 그렇듯하게 보이려고 서민들의 삶의 터전을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파괴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시민들은 고위 관료의 ‘정책대상’일 뿐 주체적 의사결정 주체가 될 수 없는가?

중요한 건 개개인 각자가 고위 관료들의 정책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대해 필요하면 제동을 걸고 정책 방향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상관없는 듯 보이는 100여년전 경성의 도시계획사가 그리고 여수의 신도시개발사가 일방적 도시개발과 그영향을 기록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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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학자이신 김시덕 작가의 글을 좋아합니다. 임진왜란을 ‘근세 일본’의 시각에서 바라본 그의 글은 신선했고 그래서 그의 다른 저서도 더 읽고 싶었습니다.
김 작가가 쓴 ‘그들이 본 임진왜란 (학고재,2012)’의 일독을 권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조선 중기에 발생한 임진왜란, 병자호란과 같은 전쟁사보다는 서울의 현대도시개발사를 더 주력으로 읽고 있는데 ‘서울선언 ( 열린책들, 2018)’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서울 답사기’입니다. 현대 서울이 답사할 곳이 어디있냐고 반문하실 분들이 있겠지만, 그건 이 분들이 자신들이 매일 보는 풍경에 무관심해서 하는 질문일 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기본적으로 저자와 동일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우선 저자가 4장에서 언급한 대로 저 역시 ‘ 백년 전 망한 조선왕조의 유적을 복원하자고 근현대 서울의 유산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 반대합니다.

10여년 전 부터 사진 찍으러 서울 시내를 다니면서 ‘서울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고 느꼈고, 왜 모든 건물들과 경관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것’에 집착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유가 우스운 것이 일상의 경험이 묻어있는 소소한 공간이나 사람들이 살아왔던 골목길의 살림집은 ‘보전 가치’가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왕조 시대 양반들의 흔적은 가치가 있고 서울에 사는 보통 사람의 인생의 흔적은 부정하는 것으로 보여 황당했습니다.

오세훈 시장 시절 사진 찍으러 다니며 보았던 청진동 골목길과 피맛골이 사라지는 걸 보면서 황당하고 허망했습니다.

재개발의 민낯을 처음 생생하게 목격했습니다. 이제 일제시대 이후로 내려오던 청진동의 분위기는 다 사라져 버리고 어디에나 있는 고층 빌딩으로 구역 자체가 변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일반 서울시민들이 살아온 건물들과 구역들이 돈을 쫓아 무지막지하게 재개발 되는 것도, 일제시대와 해방구 현대 한국의 모습을 증언하는 옛 콘크리트 건물들이 ‘조선시대 유적’을 복원한다는 명분아래 파괴되는 것도 반대합니다.

다음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책의 3장 ‘1925년 을축년 대홍수의 문화사’와 4장 ‘최초의 강남을 걷다: 영등포에서 흑석동까지’ 두 글입니다.

우선 ‘을축년 대홍수’에 대해 여러 책에서 언급되는 경우를 봤지만 별도의 장으로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한 글은 이 글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글은 이 대홍수가 영등포의 공단지역과 잠실섬 주변과 현재 강남의 한강변 그리고 현재 이촌동 지역에 얼마나 피해를 입혔는지 당시의 기록과 피해상황을 담은 지도를 가지고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저는 단행본 한권의 주제가 될 수 있는 ‘을축년 대홍수’에 대한 저서가 없다는 점은 정말 놀랍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4장의 ‘최초의 강남 ‘에 대한 글로 식민지 시대 현재의 영등포 공단지역과 노량진, 흑석동 일대를 일제가 최초의 ‘강남’으로 건설한 내력이 상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노량진과 흑석동 일대는 일제에 의해 개발된 유원지였고 당시 조성된 전원도시와 베드타운이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우리가 아는 현대의 강남이 왜 개발 초기 ‘영동’즉 영등포의 동쪽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그 역사적 연원을 알 수 있습니다.

을축년 대홍수로 수 많은 이재민들이 생기자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마포 일대에 일제는 신시가지를 조성했고, 용산지역도 일제가 조성한 신시가지 였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용산에 미군이 들어오기 전 일본군이 주둔했었고 일제는 청계천의 남쪽인 명동에서부터 남산 주변의 용산과 이촌동 주변을 개발했고 경인 지역과 연계해서 영등포 지역을 공단지역으로 조성했습니다.

이 책이 답사기이지만 특히 강남 개발 이전 서울의 역사의 흔적을 따라가고 설명해 준다는 점이 강점인 것 같습니다.

건축적입자이나 도시계획을 입장이 아닌 근현대 역사가의 입장 또는 문헌학적 방법론에 입각한 설명 내용 역시 신선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서울 사대문 밖’에서 살아온 서울시민들을 대변해서 하신 주장을 소개하려 합니다.

저 역시 여지껏 사대문 안에서 살아온 경험이 없어 저자의 입장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서울시민 대다수는 조선시대 한양인 <사대문 안> 보다 사대문 밖에서 살고 있고 따라서 현재 <대서울> 즉 서울의 생활권인 서울 외곽지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 대한 삶과 그 흔적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현실은 이 지역에 무관심하고 오로지 사대문 안의 흔적과 유적만 보전하는 실정이며 <사대문 밖>의 유물과 유적에 대해 보존과 기록보다무관심으로 일관하며 편의적으로 기억을 없애거나 조작해 역사왜곡에 이르는 위험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찌질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도 있는 그대로 보전하고 기록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있었던 사실을 일단 그대로 기록하고 보존하는 아카이빙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소위 엘리트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자의적 판단으로 기록 자체를 삭제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것이라는 점를 지적하고 싶네요.

이책의 후속편 ‘갈등 도시(열린책들,2019)’도 조만간 읽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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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루이스 (Michael Lewis)라는 작가는 런던정경대 (LSE)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월가에서 채권 세일즈맨 ( Bond Salesman)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경제관련 논픽션 전문작가입니다.

따라서 그가 쓴 모든 작품에 경제적인 시각이 들어가는 것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브레드 피트 주연의 영화 ‘ Moneyball (2011)’ 을 보고 나서 원작을 한번 보아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습니다.

다분히 미국적인 시각이 다분하지만 개인적으로 마이클 루이스라는 작가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있게 본 영화 원작이기도 해서 가볍게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조직운영의 관점에서나 경제적인 관점에서나 주제 자체가 결코 가볍지는 않습니다.

내용이야 영화를 보시면 되니 여기서 재론할 필요는 없고,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와 관련하여 몇가지 인상적인 면을 언급하고 조직운영과 조직원들의 성과에 대한 몇가지 시사점을 살피고자 합니다.

첫째, 이 이야기는 미 메이저리그 구단의 이야기이지만 상당 부분 야구통계 ( baseball statistics or sabermetrics)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오랜기간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과( performance)가 정확한 통계에 의하지 않고 단지 관전(watching)에 의한 것이므로 잘못된 것이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빌 제임스( Bill James)의 주장이 4장 전체를 차지합니다.

야구팀이 득점을 하기위해 가장 필요한 지표는 OPS (on base plus slugging, 출루율 +장타율)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따라서 공격력이 다른 어떤 요소보다 우선시되는 필승전략이 되는 것이죠.

둘째, 이 이야기는 전통적 야구단 경영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해서 성공한 이야기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의 프로야구 버전으로 보시면 됩니다. 야구단 구단주들이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과 (performance) 에 대한 정확한 평가없이 엄청난 거금을 들여 스카우트 하고 팀 성적과 관련 없는 경기결과에 대한 수치를 이야기해서 결국 효율적 구단 운영이 불가능해지고 이는 성적부진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려면 가지고 있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되고 같은 성과를 올리는 선수라면 더 싼 선수를 쓰게 됩니다. 오클랜드의 총감독 (General Manager) 빌리 빈 (Billy Beane)은 효율적인 구단 운영으로 팀을2000년 91승, 2001년 102승을 올리게 하고 두해 모두 플레이 오프에 진출시킵니다.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 와 같은 부자구단은 스타 선수를 스카우트하는데 거액을 뿌릴 여력이 되지만 오클랜드와 같은 구단은 한창 때의 스타선수를 스카우트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때 스타였으나 나이가 많은 선수를 싼 값에 데려오거나 아마추어 대학 선수들 중 기록이 좋은 선수들을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습니다.

나이가 중요한 요소인 미 프로야구에서 스카우터들은 대체로 대학 진학을 하지 않는 고교 졸업 선수들을 전통적으로 선호해왔지만 빌리 빈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미 대학 선수들 중 좋은 선수들을 뽑습니다. 따라서 프로 야구 관계자 중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던 숨은 제목들이 나중에 거포로 자라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셋째, 결국 사람이 하는 프로야구는 ‘어떤 선수를 뽑을 것인가?’ 라는 문제와 ‘선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구단 운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선수를 어떻게 알아볼것인가?’ 라는 문제가 남는데 그 기준은 결국 OPS 라는 말입니다.

프로야구단에 한정해서 이야기를 해서 위의 시가지를 언급했지만 특히 마지막의 인재등용과 평가문제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부딪칠 수 밖에 없는 첨예한 문제입니다.

‘어떤 사람이 인재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그 인재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고 보상할 시스템을 사용자는 가지고 있는가는 영리든 비영리든 모든 조직이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이 책에서 보듯 야구선수의 성과를 나타내는 통계가 잘못 사용 또는 오용되어 팀의 승수와 별 상관없는 ‘슬러거의 힘’ 이나 ‘도루 능력’이 고평가되어 있는 반면 ‘출루율’ 과 같은 지표는 저평가되어 있는 경우가 다른 분야도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10여년 저술된 책이고 이 책 발간 이후 야구계가 변해 성과지표가 책에 나온 20여년 전 상황과 지금 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야구를 떠나 모든 전문 영역에서 자신들이 한 일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그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받았는지는 ‘노사관계 ‘의 핵심 중 핵심입니다.

이 사실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이 작은 책은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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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 강준만 교수의 오랜 독자로서 읽어본 이 책은 2006년 출판된 오래된 책이지만 서울 강남지역을 본격적으로 고찰한 책으로 의의가 있습니다.

‘강남개발사 (江南開發史)’를 이야기할 때 이 책은 도시계획, 도시경제학, 도시사회학, 지리학 등 관련학자들이 글을 쓸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필독도서이기도 합니다.

강준만 교수께서 지난 30여년간 언론학자로서는 독특하게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사회비평과 정치비평을 해오시고 한국 근현대사관련 저술도 해오셔서 이런 저서도 출간하지 않으셨나 추정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강준만 교수의 초기 저서 중 기억에 남는 정치비평서 ‘ 김대중 죽이기 (개마고원,1995)’입니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기 전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주장한 책으로 당시로서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튼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강남 개발의 역사를 거의 처음 단독으로 다루어서 이후 나온 연구서들의 촉매제가 된 책으로 제가 이전에 다루었던 ‘ 강남의 탄생(미지북스,2016)’도 저자들이 직접 이책의 ‘도시계획적 관점’을 보완하기 위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고, 논문집인 ‘강남 만들기, 강남 따라가기( 동녘, 2017)’도 수록된 논문이 거의 모두 이 책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책에는 강남 개발 당시에 언론에서 바라본 강남 개발의 모습이 수많은 신문, 잡지 기사들을 인용해서 고찰하고 있습니다.

피상적이고 단편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신문기사는 현대사 연구의 일차적 사료라는 점에서 출처가 인용되지 않은 다른 저서보다 일단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책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제7장 2004-2006년 강남 죽이기 논쟁’입니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소위 보수 언론인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이 어떻게 비판하고 있는지 상당히 자세한 기사인용을 가지고 다루어져 있습니다.

이들 언론들은 당시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의 일환으로 강남을 목표로 한 것에 대해 ‘강남북 편가르기’ 니 ‘강남 죽이기’라며 과도하고 악의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논란을 자초한 데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권 인사들의 거친 발언도 한몫 한 것이 분명하지만 보수 일간지 사설과 기사에서도 악의적 팩트 왜곡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통계왜곡 논쟁’으로 당시 정부가 국내 상위 1% 국민이 전체 국토의 60%이상을 소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일간지들이 이 통계가 과장 왜곡되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노태우 정부 당시 대기업들이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집해 사회문제가 된 전력이 있는데다 땅부자들이 차명이나 미성년자들에게 본인의 부동산을 등기하는 관행으로 미루엎보아 통계가 현실을 왜곡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1990년대 말 IMF 구제 금융 시기를 거치며 한국은 더이상 계층 상승 이동이 불가능한 일종의 ‘계급사회’로 굳어진 마당에 1%의 땅부자들이 국토 6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정부 통계발표가 어떻게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숨기고 싶은 사실을 드러나자 호들갑 떨며 사실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소위 보수 언론들이 노무현 정권이 강남을 적대적으로 대하고 ‘편가르기’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구별짓기’와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는 강남 주민이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참여정부가 편가르기를 주도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황당한 주장입니다.

2020년 현재도 상황이 별로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책이 집필될 2005-2006년 당시에 이미 건설교통부 고위관료의 44%가 강남에 거주하고 있고 강남의 아파트 평균가격이 이미 강북지역의 2배가 넘는 상황인데도 역시 강남 거주자일 것으로 추정되는 보수 일간지 논설의원은 노무현 정부가 강남과 강북, 가진자와 못가진자로 나누어 국민을 분열시킨다고 주장하는데, 제가 보기에 이들의 주장은 ‘불안하니 있는 사실을 덮자’라는 것으로 들립니다.

‘사실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하기’ 전략이라고 할까요?

보수언론인들의 저의를 의심하는 이유는 이들이 ‘부동산 투기’에 연루된 역사적 사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부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분양 당시부터 ‘특혜분양’스캔들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현대건설 사원용으로 건설된 일부 물량에 대해 정부 고위관료, 국회의원,군인, 공공기관 임원 그리고 상당수의 언론인들이 특혜분양을 받았고 이들의 명단을 언론에 공표합니다. 이 때가 1978년 6월 30일입니다. 총 600여명의 연루 ‘사회지도층 인사’ 중 언론인이 34명입니다(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 p69-71)

유신 말기니까 너무 옛날 사례라고 할 수 있지만 2020년 현재 MBN같은 종편은 부동산 임대업을 하기 위한 법인 분할로 시끄럽고 다른 언론사들도 부동산 이권과 무관하지 않은 마당에 이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이전에 읽은 강남 관련 논문에서 강남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강남이라는 지역과 사회를 굉장히 좁게 인식하고 ( 예를 들어 강남구만 강남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강남 내에서도 테헤란로 북쪽 비역과 남쪽지역을 나누어 구별하고, 강남사회를 자신과 일상을 공유하는 경험을 공유하는 공동체로 규정하여, 그 경험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타적으로 제외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 ‘강남’이라는 상상의 공동체: 강남의 심상규모와 경계짓기의 논리, 이향아 & 이동헌).

이 논문에 따르면 강남에 사는 사람들은 분명히 ‘구별짓기’ 성향이 강하고 따라서 굳이 편가르기를 누가 주도하는가를 말한다면 강남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아직도 박정희 정권의 자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압축성장과 압축도시화는 강남이라는 계획도시를 단 30여년 만에 만들어 놓았고, 투기적 도시성을 특징으로 하는 특유의 아파트 대단지를 만들어놓았습니다.

군사주의적 효율성을 모토로 이촌향도로 늘어나는 서울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파트라는 표준적인 공동거주공간을 만들고, 인구 분산수용이라는 안보적 이유와 자신들을 지지하는 계층을 의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아파트의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왜곡해 분양가를 낮춰 시가의 차액의 보전을 허용합니다. 이 차액으로 인해 강남불패의 부동산 폭등이 시작되었고 박정희 대통령이 죽은지 40년이 넘은 지금도 이 매카니즘은 기본적으로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산업화의 시대가 끝났지만 부동산 시장은 아직도 산업화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죠.

분명히 주거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하고 부동산 시장도 바뀌어야 할텐데 변화보다 충격이 먼저 오지 않을까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아직도 일제 시대를 살았던 원로들이 생존해 있고 이들이 일본식 제도를 이식해 넣은 상황에서 주택 시장이 일본의 버블 붕괴처럼 작동하지 않으리란 장담을 누구도 할 수 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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